Essential Cases in Books
Article at a Glance – 자기계발 단순함은 매우 강력하다. 복잡해 보이는 여러 문제들도 대부분 해법은 간단하다. 겉으로는 복잡해 보여도 사물의 본질을 깊숙이 파헤치면 내면에 있는 내용은 어렵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은행 창구에서 사람이 북적일 때 혼잡함을 덜려면 대기표를 나눠주면 된다. 이런 간단한 방법이 실제 1980년대 말 국내 은행에 도입돼 현재까지 활용되고 있다. 조직 구성원의 의사소통을 늘리려면 물리적인 거리를 가까이 하면 된다. 이런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의사소통 확률은 15% 이상 높아진다. 1850년대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콜레라의 원인은 식수의 오염 때문이었다. 오염된 식수를 마시지 않은 것만으로도 수백 명의 생명을 앗아간 콜레라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문제를 단순하게 보는 힘은 사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가질 때 가능하다. 그래서 단순하게 보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기도 하다.
오늘도 회사에서 야단을 맞는다. “야! 이 단순무식한 놈아. 그걸 그렇게 처리해?” 그런데 필자는 단순무식이라는 말에 유감이 있다. 우선 이 단어는 국어사전에 등재조차 안 돼 있다. 단순과 무식으로 분리돼 단어가 등록돼 있다. 게다가 무식(無識)이란 단어는 뜻이 ‘배우지 않은데다 보고 듣지 못해 아는 것이 없음. 행동 따위가 격에 맞거나 세련되지 않고 우악스러움’이다. 야단을 칠 때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없지만 단순(單純)이란 단어는 ‘복잡하지 않고 간단함’이라서 왜 나쁘게 사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래서 단순무식이라는 말에 유감이 있다. 왜냐하면 요즘처럼 복잡한 세상에서 최고의 효율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문제에 부닥치게 되면 밖으로 드러나는 현상에만 집착하지 말고 그 현상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을 파헤쳐 문제를 단순화하는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해 절실히 요구되는 ‘단순(함)’이란 덕목을 ‘무식’과 결부시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단순 무식’이란 표현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유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니 근본적으로 성과와 무관해 보이는 일을 닥치는 대로 벌여 조직 운영을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하게 만들어놔도 그저 지칠 줄 모르는 ‘근면함’을 입증하기만 한다면 조직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기업문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퍽퍽한 현실을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과다한 근로시간 문제도 바로 이런 취약한 구조에서 상당 부분 기인한다.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일의 절대량이 많은 것도 퇴근시간이 늦어지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지만 더 근본적인 요인은 단순한 일조차 복잡하게 처리하는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일처리 구조에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단순함으로 본질을 봐야 한다. 그 사례와 이야기를 <심플리스트: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해결하는 인재(장성규, 리더스북, 2014년)>에서 살펴보며 단순해지는 방법을 찾자.
심플리스트
장성규 지금, 리더스북, 2014년
단순함의 놀라운 힘
아주 간단한 첫 번째 사례, 기억도 못하겠지만 과거 은행은 마냥 북새통을 이뤘다. 창구마다 길게 늘어서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 급하게 뛰어온 경리 아가씨들은 이곳저곳 눈치를 살피며 빠른 줄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이런 북새통 같은 은행의 대기문제를 해결한 것은 현재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단순한 ‘순번 대기표’ 시스템이다. 1989년 말 국민은행이 대기표 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이후 다른 은행에도 급속히 퍼졌다. 1990년대 초반 상당수 은행 지점에도 도입되면서 고질적인 두통거리였던 줄서기 문제가 한 방에 해결됐다. 그때까지 우리는 줄서기를 제대로 하자는 국민의식 개선 캠페인을 벌이거나 은행 창구의 처리시스템을 효율화하자는 등 난리를 쳤다. 하지만 시스템의 문제를 공략한 단순한 접근 방법이 복잡하게만 보였던 문제를 일시에 해결했다. 당신은 간단한 시스템을 창조할 수 있는가?
두 번째 사례는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가장 쉬운 방법은 듣고 나면 마음이 좀 허탈하다. 이 방법은 바로 ‘서로 가까이 앉기’다. 너무 단순한 해법이 아닌가? 그런데 효과가 있을까? MIT 경영대학원의 토머스 앨런은 물리적인 인원 배치와 커뮤니케이션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그가 여러 실험과 조사를 통해 밝혀낸 사실 중에는 이런 것이 있다. 두 사람이 10m 이상 떨어져 앉을 때 이들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직접 의사소통을 할 확률은 8∼9%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5m 정도 떨어져 앉으면 의사소통 확률이 25%로 올라간다. 구태여 이런 실험 결과가 아니더라도 물리적인 거리가 꽤 떨어진 부서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려워진다는 것을 종종 경험했을 것이다.
이런 이론을 고려할 때 신문과 방송에서 비치는 청와대와 백악관의 국무회의에는 몇 가지 차이점이 보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중앙 테이블의 크기에 따른 참석자의 물리적 거리다. 한국과 미국 모두 대통령을 포함해 회의 참석인원은 25∼30명 정도로 비슷하지만 형태는 전혀 다르다. 청와대는 중앙이 뚫린 타원형 테이블 주위로 참석자들이 최대 4∼5m 이상 떨어져 앉을 정도로 거리가 멀다. 마이크가 설치되고 노트북까지 앞에 놓인다. 반면 백악관은 똑같은 타원형 테이블이지만 중앙이 막혀 있어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들의 거리가 1∼2m도 되지 않는다. 회의는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진행된다. 참석자들 앞에는 노트북 대신 하얀 종이 몇 장과 필기구 하나가 놓여 있을 뿐이다.
청와대와 백악관의 회의 장면을 비교하면 굳이 현장에 참석하지 않아도 양쪽 회의에서 어느 수준의 논의가 오갈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의견을 교환하자는 회의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게 설계된 백악관과 달리 청와대의 회의 형태는 대통령이 국무위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고 국무위원은 일방적으로 보고하기에 적합한 형태다. 서로 뭔가를 논의하는 형태는 아니다. 특히 노트북은 단순히 종이 문서를 대신하는 기능 외에 별다른 용도가 없을 때는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 별것 아닌 듯 보였던 테이블 하나가 회의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단순한 해법인 거리를 가까이 하면 소통이 쉬워진다. 단순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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