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ential Cases in Books

단순함의 힘: 본질을 꿰뚫어 보다

162호 (2014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자기계발

 

단순함은 매우 강력하다. 복잡해 보이는 여러 문제들도 대부분 해법은 간단하다. 겉으로는 복잡해 보여도 사물의 본질을 깊숙이 파헤치면 내면에 있는 내용은 어렵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은행 창구에서 사람이 북적일 때 혼잡함을 덜려면 대기표를 나눠주면 된다. 이런 간단한 방법이 실제 1980년대 말 국내 은행에 도입돼 현재까지 활용되고 있다. 조직 구성원의 의사소통을 늘리려면 물리적인 거리를 가까이 하면 된다. 이런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의사소통 확률은 15% 이상 높아진다. 1850년대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콜레라의 원인은 식수의 오염 때문이었다. 오염된 식수를 마시지 않은 것만으로도 수백 명의 생명을 앗아간 콜레라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문제를 단순하게 보는 힘은 사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가질 때 가능하다. 그래서 단순하게 보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기도 하다.

 

오늘도 회사에서 야단을 맞는다. “! 이 단순무식한 놈아. 그걸 그렇게 처리해?” 그런데 필자는 단순무식이라는 말에 유감이 있다. 우선 이 단어는 국어사전에 등재조차 안 돼 있다. 단순과 무식으로 분리돼 단어가 등록돼 있다. 게다가 무식(無識)이란 단어는 뜻이배우지 않은데다 보고 듣지 못해 아는 것이 없음. 행동 따위가 격에 맞거나 세련되지 않고 우악스러움이다. 야단을 칠 때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없지만 단순(單純)이란 단어는복잡하지 않고 간단함’이라서 왜 나쁘게 사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래서 단순무식이라는 말에 유감이 있다. 왜냐하면 요즘처럼 복잡한 세상에서 최고의 효율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문제에 부닥치게 되면 밖으로 드러나는 현상에만 집착하지 말고 그 현상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을 파헤쳐 문제를 단순화하는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해 절실히 요구되는단순()’이란 덕목을무식과 결부시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단순 무식이란 표현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유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니 근본적으로 성과와 무관해 보이는 일을 닥치는 대로 벌여 조직 운영을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하게 만들어놔도 그저 지칠 줄 모르는근면함을 입증하기만 한다면 조직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기업문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퍽퍽한 현실을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과다한 근로시간 문제도 바로 이런 취약한 구조에서 상당 부분 기인한다.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일의 절대량이 많은 것도 퇴근시간이 늦어지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지만 더 근본적인 요인은 단순한 일조차 복잡하게 처리하는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일처리 구조에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단순함으로 본질을 봐야 한다. 그 사례와 이야기를 <심플리스트: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해결하는 인재(장성규, 리더스북, 2014)>에서 살펴보며 단순해지는 방법을 찾자.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해결하는 인재

심플리스트

장성규 지금, 리더스북, 2014

 

단순함의 놀라운 힘

 

아주 간단한 첫 번째 사례, 기억도 못하겠지만 과거 은행은 마냥 북새통을 이뤘다. 창구마다 길게 늘어서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 급하게 뛰어온 경리 아가씨들은 이곳저곳 눈치를 살피며 빠른 줄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이런 북새통 같은 은행의 대기문제를 해결한 것은 현재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단순한순번 대기표시스템이다. 1989년 말 국민은행이 대기표 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이후 다른 은행에도 급속히 퍼졌다. 1990년대 초반 상당수 은행 지점에도 도입되면서 고질적인 두통거리였던 줄서기 문제가 한 방에 해결됐다. 그때까지 우리는 줄서기를 제대로 하자는 국민의식 개선 캠페인을 벌이거나 은행 창구의 처리시스템을 효율화하자는 등 난리를 쳤다. 하지만 시스템의 문제를 공략한 단순한 접근 방법이 복잡하게만 보였던 문제를 일시에 해결했다. 당신은 간단한 시스템을 창조할 수 있는가?

 

두 번째 사례는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가장 쉬운 방법은 듣고 나면 마음이 좀 허탈하다. 이 방법은 바로서로 가까이 앉기. 너무 단순한 해법이 아닌가? 그런데 효과가 있을까? MIT 경영대학원의 토머스 앨런은 물리적인 인원 배치와 커뮤니케이션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그가 여러 실험과 조사를 통해 밝혀낸 사실 중에는 이런 것이 있다. 두 사람이 10m 이상 떨어져 앉을 때 이들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직접 의사소통을 할 확률은 8∼9%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5m 정도 떨어져 앉으면 의사소통 확률이 25%로 올라간다. 구태여 이런 실험 결과가 아니더라도 물리적인 거리가 꽤 떨어진 부서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려워진다는 것을 종종 경험했을 것이다.

 

이런 이론을 고려할 때 신문과 방송에서 비치는 청와대와 백악관의 국무회의에는 몇 가지 차이점이 보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중앙 테이블의 크기에 따른 참석자의 물리적 거리다. 한국과 미국 모두 대통령을 포함해 회의 참석인원은 25∼30명 정도로 비슷하지만 형태는 전혀 다르다. 청와대는 중앙이 뚫린 타원형 테이블 주위로 참석자들이 최대 4∼5m 이상 떨어져 앉을 정도로 거리가 멀다. 마이크가 설치되고 노트북까지 앞에 놓인다. 반면 백악관은 똑같은 타원형 테이블이지만 중앙이 막혀 있어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들의 거리가 1∼2m도 되지 않는다. 회의는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진행된다. 참석자들 앞에는 노트북 대신 하얀 종이 몇 장과 필기구 하나가 놓여 있을 뿐이다.

 

청와대와 백악관의 회의 장면을 비교하면 굳이 현장에 참석하지 않아도 양쪽 회의에서 어느 수준의 논의가 오갈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의견을 교환하자는 회의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게 설계된 백악관과 달리 청와대의 회의 형태는 대통령이 국무위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고 국무위원은 일방적으로 보고하기에 적합한 형태다. 서로 뭔가를 논의하는 형태는 아니다. 특히 노트북은 단순히 종이 문서를 대신하는 기능 외에 별다른 용도가 없을 때는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 별것 아닌 듯 보였던 테이블 하나가 회의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단순한 해법인 거리를 가까이 하면 소통이 쉬워진다. 단순하지 않은가?

 

 

세 번째는 단순함이 큰 문제를 해결한 사례다. 1854년 여름 런던에서는 원인 모를 질병으로 하루에 수십 명씩 죽었다. 한 사람이 이 병의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면 다음 날부터 주위의 사람들 수백 명이 동일한 증세를 보이다가 목숨을 잃었다. 19세기 말 런던은 급격한 인구 유입으로 거리 곳곳이 오물과 쓰레기로 넘쳤다. 런던시가 오물 구덩이를 만들어 대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런던시는 궁여지책으로 오수와 오물을 템스 강에 버렸다. 이 때문에 런던 시민들이 마시는 물도 오염됐다. 이후 런던 곳곳에서 콜레라가 발생했다. 1854 831, 영국 역사상 가장 심각한 콜레라가 런던 소호에서 발병했다. 불과 사흘 만에 127명이 숨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콜레라는 잦아들지 않고 더욱 확산됐다. 열흘이 지난 910, 사망자는 500명으로 늘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망률이 12.8%까지 올라갔다. 결국 616명이 콜레라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 사람들은 런던의 오염된 공기 때문에 콜레라가 창궐했다고 믿었다. 무엇보다 발병 원인을 전혀 알 수 없고 한번 병이 번지면 방향과 속도를 가늠할 수 없었기에 더더욱 무서운 존재였다.

 

런던에 살던 존 스노(John Snow)라는 젊은 의사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같은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나섰다. 그는 환자들이 어떤 경로로 감염되는지를 살폈다. 우선 공기에 주목했다. 당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병의 원인이 공기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말라리아가 이탈리아어로나쁜 공기를 뜻하는 ‘malaria’에서 유래된 것만 봐도 유럽인 대부분은 이런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무튼 그가 공기를 통한 감염 여부를 면밀히 조사했으나 별다른 연관성은 없었고 사람들의 피부 접촉도 병의 원인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여러 시행착오 끝에 그가 주목한 게 바로이었다. 당시 런던 사람들은 도시 곳곳에 위치한 펌프에서 물을 얻었다. 런던 사람들은 단순히 음용 가능성을 넘어 물맛 자체를 중시했기 때문에 거리가 좀 멀더라도 물맛이 좋다고 알려진 펌프를 일부러 찾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존 스노는 동일한 증세를 보인 환자의 집을 일일이 방문해 그들이 사용한 펌프의 위치를 확인한 후 이를 한 장의 지도에 표시했다. 환자의 펌프 사이를 연결하는 선이 종이에 그려지자 이들의 관계가 서서히 드러났다. 지도 한 장으로 그는 물로 병이 발생하고 퍼진다는 사실을 확신했다.

 

당시 런던 곳곳에는 수십만 개의 분뇨 구덩이가 존재했다. 예전에는 분뇨를 도시 내 농장에 공급해 청결을 유지했다. 하지만 농장들이 차츰 런던 외곽으로 옮겨가면서 도시에는 분뇨가 계속 쌓였다. 처리 시설마저 낡아 인근 펌프장으로 오물이 스며들었다. 그는 이렇게 유입된 오수가 펌프를 오염시켰을 것으로 의심하고 해당 펌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더 이상 질병이 번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주민회의에서 이런 사실을 알렸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복잡한 질병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었던 터라 그의 제안을 일단 수용했다. 이튿날 그가 지목했던 펌프를 찾아가 펌프 손잡이를 망치로 부숴버리는 것으로 모든 조치가 끝났다. 이 단순한 조치로 그동안 런던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콜레라는 마침내 수그러들었다.

 

1장짜리 보고서의 힘

 

이래도 단순하다고 야단칠 것인가? 복잡계 이론의 핵심은아무리 복잡한 체계로 이뤄져 있어도 결국 단순한 규칙이 지배한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세상에는 정말복잡한일보다는복잡해 보이는일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복잡성 이면에 숨은 본질을 간파하고 파헤치는 사고법을 익혀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난 수십 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서적으로 언급되는 책 중 하나가 톰 피터스의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다. 원제가 탁월함을 찾아서)>인 이 책에서 탁월한 기업을 설명하기 위해 가장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가 바로단순함이다. 책 전체에 걸쳐 단순함이란 단어가 52번이나 등장할 정도로 저자는 단순함을 역설하고 있다. 초우량 기업의 가장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그냥 두면 차츰 복잡해지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막기 위해 사물을 단순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이렇게 초우량 기업의 리더들이 지닌 공통점 중 하나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상처럼 문제의 본질만 남을 때까지 단순화하고 또 단순화한다는 것이다. 기업에서 관찰되는 수십, 수백 가지의 현상도 대부분 가장 밑바닥에 깔린 극소수의 공통 원인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 원인들이 바로 경영의 본질에 해당하는 것으로 최고경영자부터 말단사원까지 이 본질을 밝혀내고 강화하는 쪽으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일의 추진 과정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분별력을 발휘해야만 문제를 뒤덮은 자욱한 안개를 걷어내고 본질을 똑바로 들여다볼 수 있다.

 

그렇다면 회사에서 단순함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1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쓰는 것이다. 문제 해결 방법의 핵심을종이 한 장만 채울 정도로 단순화하는 것이다. 그 계획이 시장이나 회사에 중요한 가치가 있는 아주 복잡한 것이라도 1페이지 정도로 단순화할 수 있다. P&G의 리처드 듀프리 사장은 “1페이지짜리 메모는 매우 효과적이다. 우선 회의에서 다뤄져야 할 의제가 명확해진다. 사실 기존의 내용을 1페이지에 요약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메모를 작성할 수 없다. 1페이지 메모는 본질적인 측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쓸데없는 보고서 작성에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바로 행동에 옮기는 것이 여기에서 핵심이다고 말했다. GE CEO를 지낸 잭 웰치도 단순화를 유난히 강조하고 실천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자신의 책상에 올라오는 모든 서류는 결코 한 장을 넘겨선 안 된다는 철칙을 내세웠고 수백억 달러가 넘는 투자 건도 단 한 장의 보고서만 검토하고 의사결정을 내렸다. 생전에 자신이 만들었던 광고처럼 평생 단순함을 삶의 모토로 추구했던광고의 아버지데이비드 오길비는나는 무조건 간결한 것이 좋다고 믿는다는 말로 단순함을 칭송했다. 인생을 어렵게 살아가는 방법은 세상의 이런저런 복잡성에 그냥 자신을 내맡기는 것이다. 반대로 쉽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단순해지는 것이다. 복잡한 세상의 답은 오히려 단순함에 있다. 단순하게 보는 힘은 본질을 보는 능력이다. 나는 전체를 단순하게 깊이 볼 수 있는가? 그 속에 답이 있다. 책 읽고 행복하시길.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성균관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