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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ssential Cases in Books

물고기의 잠수, 거미줄의 질김…상상력의 보물창고는 자연이다

서진영 | 161호 (2014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혁신 

  인간은 미미한 곤충에서 다양한 기술을 배우고 있다. 인간은 잠자리 눈의 구조를 이용해서먹는 내시경의 렌즈를 만들고 인체 내부의 미세한 변화까지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다. 돌고래의 모습과 운동원리 등을 활용해서 물속에서 이동할 수 있는 잠수함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마뱀 발바닥의 미세한 털을 분석하고 홍합의 접착력을 연구해서 더 강력한 접착력을 가진 게켈(Geckel)이라는 접착 물질을 개발했다. 물속에서 1000번이나 붙였다 떼어 내도 접착력이 유지되는 게켈은 봉합실, 밴드, 방수용 접착제, 약물 전달용 패치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상상력을 실현하기 위해 더 많이 자연에서 배워야 한다. 또 자연에서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이다. 미래를 잘 예측하면서 준비한다면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행복한 삶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래에 대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대표적인 것이 소설과 영화다. 그런데 수십 년 전의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를 다시 보면 당시에는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던 상황이 이미 현실에서 발생하는 때가 많다. 영화 ‘ET’에서 외계인을 싣고 하늘을 날았던 상상의 자전거가 2013 6월 체코에서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어쩌면 영화5원소에 등장했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도 보게 될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만 공상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 주변에는 우리가 되고 싶고, 갖고 싶어 하는 능력을 가진 생물이 많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하늘을 나는 새다. 그래서 이카루스가 하늘을 날려고 시도했고, 라이트 형제가 그 꿈을 이뤘다. 우리는 자연에서 배운 상상과 꿈의 혜택을 보며 해외여행을 다닌다. 새뿐만 아니라 물속에서 자유자재로 헤엄치는 물고기와 천장에 붙어도 떨어지지 않는 도마뱀, 가벼운 줄이 끊임없이 나오는 거미가 부럽지 않은가? 이런 부러움 때문에 인간은 자연의 시스템을 관찰하고 동물, 식물, 곤충의 생체 시스템, 특성, 구조 등을 분석했고 이를 산업 전반에 적용시키는 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를 탄생시켰다. 이는 인간이 다른 생명체의 힘을 가지고자 하는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런 구체적인 사례를 <상상, 현실이 되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다(유영민·차원용 지음, 프롬북스, 2014)>에서 살펴보자.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다

상상, 현실이 되다

유영민·차원용 지음, 프롬북스, 2014

 

곤충에게 배우다

미미하다고 생각되는 곤충도 자세히 관찰하면 배울 게 많다. 먼저 잠자리 눈의 메커니즘을 의학기술에 차용할 수 있다. 동물은 각각 나름대로 시각적인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동물의 시각 메커니즘은 모두 합쳐야 10개 미만이다. 이 중 가장 두드러진 시각 메커니즘은 인간의 카메라 형태 눈(camera-type eye)과 곤충의 겹눈(compound eye)이다. 곤충의 겹눈은 인간의 눈과 메커니즘의 측면에서 전혀 다르다. 잠자리는 1만여 개의 낱눈으로 구성된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최근 개발된 인공 곤충 눈은 작은 미세 렌즈들을 지름 2.5㎜의 돔 구조에 촘촘히 배열해 놓은 것이다. 1만 개나 되는 미세한 낱눈들이 모여 하나의 겹눈을 이뤘다. 잠자리의 눈과 구조가 흡사하다. 이것은 돔 2개를 겹쳐서 구()가 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360도를 볼 수 있는 카메라가 된다. 크기도 비타민 알약 하나보다 작기 때문에 몸 안을 관찰하는 데 필요한먹는 내시경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인간이 곤충의 눈을 모방하는 이유는 인간의 눈에 비해 훨씬 뛰어난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곤충은 정보를 각각 낱눈을 통해 뇌에서 모자이크처럼 모아 사물을 인지한다. 파리가 사람의 손을 쉽게 피하는 것도 각각 낱눈이 아주 미세한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 곤충 눈은 몸 안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는 내시경으론 그만인 셈이다. 또 낱눈들은 공과 같은 3차원 구조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높이와 각도가 다른 곳에서 들어온 빛을 감지할 수 있다. 인간의 눈도 훌륭하지만 의학적 용도에서는 잠자리의 눈이 더 유용한 것이다.

 

거미도 선망의 대상이다. 영화스파이더맨은 시리즈로 제작되며 크게 히트를 쳤다. 손에서 나오는 거미줄은 영화 팬을 사로잡았다. 거미줄을 어른 엄지손가락 굵기로 뭉치면 보잉 737 비행기 두 대를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질기다. 같은 굵기의 강철에 비해 무려 100여 배나 강하다. 이 때문에 거미줄은 꿈의 섬유로 불린다. 학자들은 거미줄을 인공으로 합성하거나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전자 변형(transgenic) 방법도 중요한 연구 분야 중 하나다. 거미가 거미줄을 만드는 유전자를 알아내 동물의 젖이나 박테리아, 식물의 잎 등에서 거미줄을 대량 생산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유전자 배열을 재조합한 거미 실크는 아주 짧으며 불완전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과학자들이 거미줄 양산에 매달리는 이유는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기 때문이다. 인공 힘줄, 방탄복, 스포츠 의류, 봉합사, 가방, 밧줄, 항공기 몸체 등으로 사용 분야는 다양하다. 덩어리 원료상태인 거미줄의 단백질을 비닐처럼 얇게 만들어 차량의 코팅 재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바다 생물에게 배우다

바다에서 배운 첫째 사례는 물고기를 닮은 잠수함이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바닷속에서 항해하고 싶어 하는 염원을 가지고 있었다. 그 염원을 담아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 과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주전자 모양의 잠수 기구를 만들어 잠수 실험을 실시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풍랑이 심해도 바닷속에 들어가 이동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베이컨의 예측이 실현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580년 영국의 과학자 윌리엄 본(William Bourne)은 사람의 키보다 크고 물이 새지 않는 선체를 만들었다. 중앙에 외부 공기가 들어올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사람이 타는 곳 아래쪽에 무거운 물체를 놓고 물에 가라앉을 수 있도록 했다. 선체 바깥에 바닷물이 들어가고 나올 수 있는 가죽 백도 부착했다. 이 백에는 바닷물을 가득 채웠다. 물 위로 떠오를 때는 백을 압축시켜 바닷물을 빼내고 물 위로 부상하는 방식이다. 본의 선체가 잠수함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근대적인 잠수함도 해수를 유입하고 배출해서 잠항과 부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잠수하는 기구는 바닷속을 잠수해서 이동하는 기구로 발전했다. 그 과정을 보면 여러 기술적인 방식과 디자인이 경합하면서 결국 물고기를 모방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물속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이 바로 물고기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현재 잠수함 디자인인 유선형 물고기의 형체와 함께 잠수함을 위아래 방향으로 조정하는 수평타 등을 갖춘 최초의 잠수함은 1800년 미국의 로버트 풀턴(Robert Fulton)이 만든 노틸러스호다. 노틸러스호는 물 위에서는 큰 돛을 펴서 바람을 이용해 달렸고 수면 아래로 내려갈 때는 돛을 선체에 부착했다. 바닷속에서 이동할 때는 프로펠러에 연결된 축을 사람이 손으로 돌리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후 잠수함은 꾸준하게 만들어졌다. 1898년 미국의 잠수함인 ‘Holland A-1’이 건조됐고 1942년 영국에서는 두 사람이 탑승해서 어뢰를 다룰 수 있는 잠수함 ‘Chariot MK’를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최초의 잠수함인 장보고함이 1993년 실전에 배치됐다. 현재까지 잠수함은 돌고래의 모양과 운동 원리를 차용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물고기뿐만 아니라 조개에서도 배울 게 많다. GE는 에너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조개껍질의 나노 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발전소에서 사용되는 가스터빈의 날개(gas turbine blades)를 조개껍질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조개껍질을 활용하는 것일까? 조개껍질의 나노 구조는 철보다 강하고 합금보다 강력하다. 영구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인간은 바다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육지와 바다의 생명체들은 생존하기 위해

진화를 통해 다양한 기술을 만들고

인간은 생명체에게 그 기술을 배운다.

또 바다와 육지의 생물체가 만든 기술을 결합해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인간은 모든 생명체에서 배워야 한다.

 

생명체에서 배운 기술을 융합하다

인간은 육지와 바다의 동물을 관찰하고 관찰 결과를 융합해서 전혀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새로운 기술을 통해 누구나 스파이더맨이나 600만 불의 사나이가 되고 싶은 욕망을 구현할 수 있다. 벽과 천장을 마음대로 기어 다니는 도마뱀은 기원전 그리스 때부터 학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날카로운 발톱이나 갈고리도 없고 발바닥은 끈적거리는 것도 아닌데 곤충보다 훨씬 무거운 도마뱀은 어떻게 벽과 천장에 가볍게 붙어서 이동할 수 있을까. 이 수수께끼는 2002년 풀렸다. 미국의 국방과학연구소(DARPA)가 지원하고 루이스앤클라크대의 오톰(Kellar Autumn) 교수가 주도한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산타바바라대, 스탠퍼드대의 공동연구팀이 일궈낸 성과였다. 도마뱀의 비밀은 반데발스의 결합에서 찾을 수 있다. 반데발스의 결합은 서로 다른 물질이라도 미세 입자 상태에서는 분자끼리 서로 당기는 힘이 발생한다는 원리다. 도마뱀의 발바닥은 전자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수백만 개의 미세한 털로 뒤덮여 있다. 털끝은 다시 1000여 가닥의 나노 털로 나뉘어 있다. 그런데 나노 털은 사실상 분자 상태나 다름없다. 나노의 털이 벽과 천장, 유리, 시멘트, , 목재 등 물질의 분자와 접촉하면서 반데발스의 법칙에 따라 서로 당기고 도마뱀을 지탱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반도체로 도마뱀의 발바닥과 같은 인공 털을 만들어 실험했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이후 인공 털을 이용해 접착제가 없는 밴드, 풀 없이 벽에 붙이는 액자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인공 털을 활용한 접착 방식을 장갑이나 신발에 붙이면 꿈과 같은 스파이더맨이 등장할 것이다.

 

실제 2003년 영국 맨체스터대의 게임(Andre Geim) 교수팀은 도마뱀의 털을 이용해 크기가 아주 작은 도마뱀 접착제(Gecko Tape)를 만들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Marx Planck Institute)의 스폴낙(Ralph Spolenak) 박사팀은 2005년 도마뱀의 발바닥에는 수백만 개가 아니라 십억 개의 미세한 나노분자 털이 있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최초로 나노 털을 발견했던 루이스앤클락대의 오톰 교수팀은 2005년 도마뱀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더 밝혀냈다. 더러운 곳을 다니는 도마뱀은 나노의 이중성인 당김과 배척의 균형을 이용해서 나노 털을 스스로 청소한다는 것이었다. 도마뱀은 인간보다도 훨씬 먼저 나노기술을 이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바다로 이야기를 옮겨보자. 술안주로 많이 먹는 홍합도 도마뱀처럼 강력한 접착력을 자랑한다. 심지어 홍합은 무기물인 바위에도 붙을 수 있고 유기물인 고래 등이나 수초에도 붙을 수 있다. 홍합의 비밀은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부분적으로 밝혀졌다. 다이하이드록시 페닐알라닌(DOPA·Dihydroxy-L-Phenylalanine)이라는 단백질이 비밀의 열쇠였다. 2006년 미국 노스웨스턴대 생의학공학과 이해신 연구원은 홍합의 접착력을 본드보다 더 강력하게 해주는 단백질의 힘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단백질의 힘은 지금까지 생물체에서 발견된 가장 센 결합력보다 무려 4배나 더 강력했다. 게다가 보통 접착제는 물에 약하지만 홍합은 오히려 물속에서 접착력이 더 강해진다. DOPA 단백질로 이뤄진 지름 1㎜의 실 모양 패드는 12.5㎏의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다. 10개의 패드로 이뤄진 홍합은 무려 125㎏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즉 성인남녀 두 명이 매달려도 끄떡없다. 참으로 대단한 힘이 아닐 수 없다. 홍합의 접착력을 모방하거나 가공해서 이용할 수 있다면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해질 것이다. 유기 물질인 피부에 달라붙어 세균을 막아 내는 보호막이나 골절이나 수술 부위를 봉합하는 생체 의료용 접착제로 활용할 수 있다.

 

 

 

물속에서도 접착력을 잃지 않는 홍합의 능력을 수중에서 접착력을 유지해야 하는 제품에 활용할 수 있다. 홍합의 접착력과 천장을 기어 다니는 도마뱀의 분자 털 접착력이 융합하면 그야말로 최고의 접착제가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궁금증에서 출발한 연구는 게켈(Geckel)이라는 새로운 접착 물질을 탄생시켰다. 게켈은 공기나 물속에서 1000번을 붙였다 떼어 내도 접착력이 유지됐다. 홍합의 접착 물질을 코팅한 인공의 미세 털은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물속 접착력이 무려 15배나 강했다. 게켈로 만든 강력한 접착제는 수술용 봉합 실이나 상처에 붙이는 밴드, 방수용 접착제 밴드, 약물 전달용 패치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육지와 바다의 생명체들은 생존하기 위해 진화를 통해 다양한 기술을 만들고 인간은 생명체에게 그 기술을 배운다. 또 바다와 육지의 생물체가 만든 기술을 결합해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인간은 모든 생명체에서 배워야 한다. 인간의 상상이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가 되고 첨단 기술과 융합될 때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산업과 미래의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이다. ‘보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상상하는 대로모든 것이 이뤄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필요한 것은 모든 것에서 배우려는 자세와 상상력이 아닐까? 책 읽고 행복하시길.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성균관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 서진영 서진영 | - (현)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
    -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운영 -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
    sirh@center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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