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ential Cases in Books
인간은 태어나서 글자와 숫자 중 어느 것을 먼저 배울까? 먼저 우리가 어린 시절 처음 글을 배울 때를 떠올려보자. ‘기역, 니은, 디귿, 리을…’을 먼저 종이에 썼을까? 아니면 ‘1, 2, 3, 4…’가 먼저였을까? ‘아야어여오요…’와 ‘하나, 둘, 셋, 넷…’ 중 어느 것을 먼저 배웠을까? 사실 한자(漢字)를 배울 때도 우리는 ‘一, 二, 三…’을 가장 먼저 시작한다. 이렇게 숫자는 글자보다 어릴 때부터 더 쉽고 가깝게 생각됐다. 또 숫자는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상징체계로 그 의미가 명확하다. 문자가 주는 언어의 모호함과 달리 객관화된 수치로 표기하기 때문에 논리적 근거가 명확하다. 특히 비즈니스에서는 숫자로 제품의 특성과 품질, 효능 등을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으며 논리적 근거를 부여할 수 있어 널리 이용된다. 숫자의 심리를 이용해 고객의 가치관이나 제품에 대한 인식을 바꿔 구매로 이끄는 것은 널리 알려진 마케팅 전략 중 하나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일상생활과 비즈니스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어려운 ‘수학’이 아니라 친숙한 ‘숫자’라는 점이다.
다음 문장을 한번 읽어보자. “100점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75점 정도는 누구나 받을 수 있습니다. 숫자에 강해지는 비결은 ‘99%의 의식과 1%의 지식’에 달려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 문장을 숫자를 의식하면서 다시 한번 읽어보자. ‘100점’ ‘99%’ ‘1%’. 의도적으로 숫자를 넣어 문장을 완성했다는 것을 눈치챘는가? 만약 앞의 문장에 숫자를 넣지 않는다면 이렇게 된다. “만 점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어느 정도는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숫자에 강해지는 비결은 ‘끊임없는 의식과 약간의 지식’입니다.”
전달하려는 의미는 같아도 풍기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숫자가 없는 문장은 임팩트가 약하고 막연하다. 의도적으로 숫자를 활용해서 효과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경영 분야에서도 숫자 마케팅의 중요도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프로는 숫자로 승부한다(노동형 지음, 토네이도 출판, 2009)>에서 실제 사업과 마케팅에서 숫자를 활용한 사례를 살펴보면서 숫자 놀이에 한번 빠져보자.
먼저 비즈니스에서 숫자를 활용한 가장 친숙한 사례는 전화번호를 이용한 숫자 마케팅이다. 마케팅에서 숫자는 이미지 전달이 빠르고 제품의 특징을 함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또 숫자에 의미를 부여한 제품은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제품을 각인시키는 효과가 크다. 숫자 마케팅의 초기 형태는 이른바 ‘골드 번호’라고 불리는 기억하기 쉬운 전화번호를 확보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이삿짐센터에서는 2424(이사이사)라는 번호를, 철도청에서는 7788(칙칙폭폭)라는 번호를 사용하는 방식이다.기업 사례에서는 1992년 2000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대박을 터트린 ‘700-5425’ 음성정보 서비스가 있다. 5425라는 숫자를 최초로 브랜드로 만든 이 사업은 소비자 인지도가 98%에 이를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이러한 붐을 타고 이른바 ‘700 서비스’의 시대가 열리기도 했다. 이 밖에 업종을 대표하는 전화번호 활용법도 많다. 이삿짐센터는 2424(이사이사) 외에도 1472(일사천리)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퀵서비스의 경우는 8282(빨리빨리)가 많이 이용된다. 버스를 타면 볼 수 있는 역술인 관련 전화번호는 8425(팔자이오)가 있다. 재활용센터의 전화번호는 4989(사구팔구) 또는 8949(팔구사구), 펜팔을 주선하는 회사는 7942(친구사이), 치과는 2882(이빨빨리), 삼치구이 전문점은 3792(삼치구이) 또는 9285(구이팔어)와 같은 방법으로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숫자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우리 회사의 번호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는가? 지금 가진 번호에도 새로운 의미와 스토리를 부여할 수는 없을까?
둘째로 제품명의 숫자화를 검토해야 한다. 이것은 제품명을 단순하게 숫자로 풀이해서 브랜드로 만드는 방식이다.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애경의 2080 치약이다. ‘20개의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2080치약은 1998년 12월 출시해서 현재까지도 치약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제품이다. 또 숫자를 제품명에 활용하는 ‘숫자 마케팅’의 효시가 된 제품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2080치약은 출시 이듬해인 1999년 5.8%였던 시장점유율이 2000년에는 10.9%로 올랐고 출시 7년 뒤인 2005년부터는 20%가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판매된 2080치약은 총 1억6700만 개로 하루 평균 4만6700개씩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조금 더 ‘숫자를 가지고’ 이 치약의 성공을 부연하면 지금까지 판매된 치약을 연결하면 서울에서 부산(428㎞)을 41회 왕복할 수 있는 길이에 해당된다. 치약을 쭉 짜면 그 길이가 39만9883㎞로 지구(한 바퀴 4만㎞) 10바퀴를 돌 수 있는 양이다. 이후 시판된 치아보호 전문 껌인 ‘자일리톨 333’도 같은 이유로 숫자를 전면적으로 드러냈다. 333은 ‘3가지 기능성과 3배의 풍부한 향, 그리고 3가지 맛’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 참신한 이름은 시판 1년 만에 월 평균 60억 원이라는 매출액을 안겨주는 효자상품이 됐다. 또 다른 사례로는 이미 고전이 된 ‘삼천리자전거’와 ‘콘택 600’을 들 수 있다. 1952년에 탄생한 삼천리자전거는 첫 국산 자전거로 삼천리금수강산을 뜻하는 이름을 제품에 붙였다. 필자는 자전거가 3000㏄급 고급 자전거라서 그렇다고 농담하기도 한다. 반면 콘택 600은 캡슐 안에 600개의 알갱이가 있다는 데서 착안한 상품명이다. 가끔 실제로 600개의 알갱이가 들어 있는지 세어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또 국순당 ‘백세주’는 100세까지 건강하게 마실 수 있는 건강주라는 점을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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