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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 BC 그린카드

친환경 명분에 경제적 보상까지 포화시장서 500만장 발급 신화 쓰다

이유종 | 127호 (2013년 4월 Issue 2)

 

 

 

 

편집자주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곽현정(성균관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기업이 말로만 상생이라고 외치면서 연말에 연탄 몇 장 나르고 그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하면 좋은 목표가 아니라꼭 해야 할 목표로 바뀌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성공을 해야만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이강태 BC카드 사장)

 

기업의 사회적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다국적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CSR을 넘어 CSV의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CSV를 성공적으로 실행한 사례가 많은 것은 아니다. 사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사회에도 기여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BC카드는 2011 7월 친환경 생활을 유도하는 신용카드인그린카드를 출시해서 2년이 채 안 된 올해 3 500만 장을 발급하는 성과를 냈다. 경제활동 인구 1인당 평균 4장의 카드를 보유하고 있어 극도의 포화상태로 여겨지는 한국의 카드 시장 여건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성과다. 환경보호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높이는 명확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포화상태에 이른 카드 시장에서 사업적으로도 성공한 보기 드문 사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DBR이 주요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통신사에 인수된 카드회사,

금융+ICT 융합을 추진하다

KT 2009년부터 BC카드 인수를 추진했고 2011년 지분 70%를 확보했다. KT BC카드를 인수한 뒤 통신과 금융의 융합을 추진했다. BC카드는 지속성장을 위한 사업기반 강화와 그룹 시너지 창출을 위해서라도 IT와 금융의 융합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었다. BC카드는 KT의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 역량을 기반으로 모바일 결제시장의 파이를 키워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국내 표준 규격의 모바일카드로 해외기술 종속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계획도 마련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BC카드 신사업추진부는 2009 8월 미래의 신수종 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사업아이템을 검토하던 중기후변화 대응이슈에 주목했다. 당시에는 정부가 녹색성장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때다. 신용카드와 기후변화의 연결고리를 찾던 신사업추진부 직원들은 탄소마일리지 카드(그린카드)의 형태로 친환경 신용카드를 발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가입자가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인 친환경 제품을 구입할 때마다 포인트를 줘서 현금이나 제품할인 등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자는 아이디어였다. 친환경 활동에 긍정적인 소비자를 겨냥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도 했다. BC카드는 그린카드가 성공하면 기존 카드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친환경과 관련된 부가적인 사업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고 봤다.

 

BC카드는 탄소마일리지 카드와 관련해서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경쟁사들이 난립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당시 서울시는 전기와 가스, 수도를 줄이거나 친환경 제품을 살 때 포인트를 줘서 현금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에코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BC카드는 자신들의 사업구상과 맞아떨어지는 서울시의에코마일리지 카드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제안했다. 서울시는 BC카드의 참여가 사업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반겼다. BC카드는 2010 1월 서울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고객조사 및 상품개발, 발급사 모집, 제휴가맹점 모집,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에코마일리지 카드는 서울이라는 한정된 지역에서만 시행됐기 때문에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입장료 할인 등 혜택이 많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별로 인기를 얻지 못했다. 또 연회비(2000∼5000원 정도)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가입자에게 별도의 부담을 안겨야 했던 점도 사업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BC카드는 1년 동안 서울시와 함께 추진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적인 규모로 사업을 확대하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카드로 포인트가 자동으로 적립되고 연회비를 없애면 다른 카드를 주로 사용하던 고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전국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면 입장료 할인 등 인센티브를 주는 기관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BC카드는 전국적인 사업으로 확대하기 위해 2010 12월 환경부에그린카드관련 사업을 제안했다. 당시 환경부도 민간 차원에서 탄소감축 노력을 보여주는 실제 사례가 필요했다. BC카드의 제안이 반가웠고 당시 환경부 장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내부 검토가 빠르게 진행됐다. 환경부는 2011 4월 공개입찰을 통해그린카드의 공식 운영사로 BC카드를 지정했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편승하다

그린카드는 사업계획 단계부터 시장분석, 고객분석, 해외사례 검토 등의 꼼꼼한 과정을 거쳤다. 정부는 BC카드가 그린카드 사업을 구상할 당시인 2009년 중기 탄소감축 목표를 발표했다. 2020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기존 정책을 유지할 때 예상되는 배출 전망치(BAU·Business As Usual)에 비해 최대 30%까지 줄이는 내용의 시나리오였다.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한국은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국제사회에서 의무감축국(선진국)으로 편입되거나 개발도상국과는 차별되는 방향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었다. 정부는 민간 부문에서 강력한 탄소감축 수단이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탄소발생의 43%가 민간 부문에서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민간 부문에서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면 정부가 나서서 도와줄 것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BC카드에는 적절한 사업기회였다.

 

사회적으로도 친환경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여론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소비자 중 일부는 친환경 소비 성향을 가진 그린소비자(Green Consumer). 이들은 상품구매와 소비 등을 할 때 환경보호를 소비행동의 선택기준으로 삼는 소비자로 환경 의식적 소비자나 사회 책임적 소비자, 생태 의식적 소비자 등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그린소비자도 친환경 제품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차이가 있다. Kein Pearitie(1995)의 연구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 중 16%는 친환경 제품에 관심이 많은 적극적인 집단이다. 34%는 미래 환경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나 환경 관련 비용 지불의사가 다소 떨어지는현실적인 집단이다. BC카드는 이 연구 결과를 근거로 그린소비자를 전체 소비자의 20∼50% 정도로 추산했다. 특히 현실적인 집단으로 분류된 34%조건부 친환경 소비자에 주목했다. 이들은 친환경에 대한 관심은 많으나 실천을 망설이는 소비자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경제적 혜택이 나올 때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는 실리추구형 소비자 집단이다. BC카드는 친환경 및 조건부 친환경 소비자까지 가입하면 그린카드 사업이 대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해외사례도 참고했다. 해외사례는 서울시와 에코마일리지 카드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을 빼면 성공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영국 환경부는 2007 2월 국민에게 개인 단위로 탄소 배출권을 부여하고 온실가스 감축 및 배출 여부에 따라서 포인트를 주는 개인탄소할당제(Carbon Credit Card)를 시작했으나 예산 부족, 탄소배출권 개인 부여에 대한 반발, 협업 기관 부재 등의 이유로 포기했다. 영국은 탄소 의무감축국으로 국가 차원의 강력한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탄소할당제는 시장 원리에 따라 개인 단위로 배출권거래를 시도한 첫 사례였다. 미국에서도 NGO Brighter Planet 2007 11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함께 민간주도로 탄소저감 목적의 신용 및 체크카드인 Brighter Planet Visa Card를 추진했으나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았다. Brighter Planet은 정부와 다른 기업 등의 협조가 없이 두 기관이 추진한 사업이라서 단기간에 확대되는 데 한계가 있다.

 

일본 환경성도 JCB와 함께 2008년부터 친환경 포인트제도인 EAP(Eco Action Point)를 시작했다. 환경성이 JCB 및 참여기업과 제휴해 탄소저감행동을 할 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냉장고와 에어컨, 평면TV 등 에너지 고효율 제품과 에너지 절약형 주택을 구입할 때 정부가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2012년 참여기업은 101, 회원은 530만 명으로 목표를 잡았다. BC카드는 2010 4월 일본 JCB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직원들을 출장 보냈다. 직원들은 한국에 돌아온 뒤 EAP와 비교해서 고객 서비스 항목을 더 부여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평생 연회비 면제 방안을 만들었다. EAP는 제품에 부착된 환경 마크를 가져오면 일정 금액을 깎아주는 제도를 시행했으나 이를 귀찮게 여긴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찾아냈다. 이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분석은 BC카드의 사업 모델을 개선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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