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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오리온’의 글로벌 멀티레벨 양손잡이 전략

“브랜드 같아도 나라마다 맛 다르게”
‘뼈 묻을 각오’ 현지화 전략 열매 맺다

장재웅 | 406호 (2024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오리온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3조 원 달성이 유력시된다. 기존에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시장 외에도 미국, 호주 등 신규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오리온의 글로벌 진출 전략은 ‘멀티-레벨 양손잡이 전략’의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 초코파이 단일 제품으로 중국, 베트남 등에 진출해 표준화된 제품을 선보이는 동시에 한국은 ‘정’, 중국은 ‘인’, 베트남은 ‘띤’ 등 각 시장별 소비자 정서에 맞는 차별적 현지화를 시도했다.

2. 성과가 확인된 시장에는 빠르게 생산 거점을 건설하고 시장별 특성을 반영한 제품을 선보였다.

3. 영업 및 유통은 현지 상황을 따르지만 현금주의 원칙은 끝까지 지켰다. 이에 다른 기업들이 대금 회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때 오히려 이익을 남겨 설비 투자를 할 수 있었다.

4. ‘좋은 제품은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는 원칙 아래 제품 자체의 품질은 희생하지 않되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둘러싼 다른 모든 비용을 극도로 절감해 저원가-고품질을 실현했다.

5. 해외 법인을 독립채산제로 전환하고 인력 현지화에 힘썼다. 또한 본사에서 파견하는 주재원들에겐 현지에 뼈를 묻을 각오로 장기 근무를 요구하는 강력한 인사 전략을 구사했다.



미국의 음식 전문 매체 매시드(mashed)는 지난 2월 ‘2024년 코스트코에서 구매할 최고의 신제품과 최악의 신제품’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기업의 과자를 최고의 신제품 중 하나로 꼽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오리온의 꼬북칩(미국 현지명 Turtle chips). 매시드는 기사에서 “이 과자가 히트 친 이유는 인류가 가장 좋아하는 세 가지 맛인 설탕, 초콜릿, 계피가 결합됐기 때문”이라며 “가볍고 바삭한 맛에 봉지를 내려놓기 어렵다”고 표현했다.

한국인에게 오리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제품은 ‘초코파이’다. 이는 오리온의 주요 판매 국가인 중국, 베트남, 러시아에서 물어도 비슷한 답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 공식이 조만간 깨질지도 모른다. 최근 미국과 호주, 멕시코 등지에서 불고 있는 꼬북칩 열풍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현지에서 꼬북칩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현지 1020세대 사이서 입소문을 타면서부터다. 성과도 뚜렷하다. 오리온은 지난해 미국 수출로 280억 원을 벌었다. 이 중 절반에 육박하는 120억 원을 꼬북칩으로만 벌었다. 2019년 코스트코, 2021년 샘스클럽 등에 입점을 시작한 꼬북칩은 지난 3월 미국 전역에 있는 대형 유통매장 ‘파이브 빌로’ ‘미니소’ 점포에도 진출했다. 꼬북칩의 높은 현지 인기에 힘입어 오리온은 현지 생산 공장 설립까지 고려하고 있다. 글로벌 스낵 회사 프리토레이가 꼬북칩의 인기에 자극을 받아 ‘레이어즈’라는 카피 상품을 내놨다는 것 역시 미국에서 꼬북칩의 인기를 방증하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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