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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LG전자의 고객경험공간 ‘그라운드220’

‘판매’ 아닌 ‘관계’…
경험공간으로 미래 고객과 만나다

신민기 | 401호 (2024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LG전자는 영 제너레이션 고객과 긍정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고객경험공간 ‘그라운드220’을 열었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및 클래스 등을 구성해 제품 중심이 아닌 라이프 중심의 경험을 제공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결합하여 작은 디테일까지 모든 순간을 디자인함으로써 몰입형 경험을 극대화했다. 또한 젊은 세대에게 친숙한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제품과 브랜드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경험해보게 함으로써 브랜드와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그라운드220은 젊은 세대에 LG전자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심어주는 한편 새롭게 고객 관계를 맺는 데 기여할 수 있었다. 그라운드220은 또 젊은 세대의 트렌드와 새로운 시장 기회를 빠르게 포착함으로써, 새로운 상품과 고객경험의 단초를 발견하는 경험기획 센서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LG전자는 우리에게 마치 ‘전래동화’ 같은 브랜드입니다.” LG크루의 당돌한 발언에 발표회장이 술렁였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물론 회사의 주요 임원진이 모두 모인 자리였다. LG크루는 LG전자가 미래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4년째 운영하고 있는 Z세대 경험발굴 자문단이다. 발표에 나선 대학생들은 “부모님 등 이전 세대로부터 ‘가전은 LG’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지만 정작 우리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마치 전래동화처럼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LG전자의 가전제품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보통 TV나 세탁기, 냉장고와 같은 가전은 혼수 제품으로 첫 구매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젊은 20대 소비자들에게 LG전자라는 브랜드 자체는 다소 멀게 느껴지고 있다. 특히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이런 이미지는 더욱 굳어지게 됐다. 젊은 세대 소비자들은 LG전자에 대해 ‘엄마가 좋아하는 브랜드’라거나 ‘나와는 크게 상관없는 브랜드’라고 인식했다. 앞으로 잠재 고객이 될 젊은 세대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이미 있었지만 문제는 더욱 시급하고 절실했다.

LG전자의 CX(고객경험, Customer Experience)센터가 주축이 돼 젊은 고객을 위한 경험공간 ‘그라운드220(그라운드이이공·Ground220)’을 만든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LG전자는 ‘영 제너레이션(Young Generation·YG)’ 고객과의 관계를 맺고 더 나은 고객 경험을 통해 ‘찐팬(진정한 팬)’을 만든다는 목표로 지난해 12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그라운드220을 열었다. 영 제너레이션(YG)이란 18~34세 고객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해 가정을 이루기 전 단계에 있는 젊은 소비자를 뜻한다. 흔히 사용되는 MZ세대는 기혼자가 포함될 수 있으므로 LG전자는 이와 구분되는 개념으로 YG 고객군을 설정했다. 그라운드220은 ‘LG전자가 고객과 220볼트로 연결되는 공간’이라는 의미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클래스 등을 통해 LG전자의 제품과 브랜드를 경험해볼 수 있는 곳이다. 문을 연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라운드220은 영 제너레이션 사이에서 ‘힙한 공간’으로 떠오르며 LG전자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고 있다. 더 나은 고객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 지평을 확장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있는 그라운드220의 새로운 시도를 DBR이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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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1

영 제너레이션과의 관계맺기, 고객경험 중심에서 접근하라

LG전자뿐 아니라 오늘날 대부분의 기업들에 있어 앞으로 주요 소비층이 될 젊은 세대는 무척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다양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험과 변화를 추구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는 쉽지 않다. 좋은 제품으로만 승부를 걸었던 과거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해진 것이다. LG전자는 단순히 제품 하나를 더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관계 맺기를 통해 LG전자에 대한 영제너레이션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그라운드220 기획을 맡은 CX센터는 젊은 고객들과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기 위해 이들과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마치 친구나 연인이 직접 만나 스킨십을 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와 친밀감을 쌓는 것처럼 말이다.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브랜드를 알리려는 팝업스토어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지만 오랜 시간 머무르며 브랜드를 제대로 겪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팝업스토어보다는 1년 내내 언제든 찾아갈 수 있고, 오랜 시간 머물러도 부담 없는 상설 경험공간이 고객과 끈끈한 관계를 만들겠다는 목표와 부합했다. 전국 각지에 있는 LG 베스트샵 20여 곳을 돌아보고 난 후, 뒤로 안양천과 공원이 펼쳐진 서울 양평동 매장이 이를 실현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 고민은 이 공간을 무엇으로 채우느냐 하는 것이었다. CX센터는 고객과의 긴밀한 관계를 맺으려면 제품을 넘어서는 경험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오늘날 기술 발달로 전체적인 제품의 질이 상향되고 경쟁도 더욱 치열해진 시대, 고객은 그저 기능이 우수한 제품이나 서비스보다는 기업이 제공하는 ‘경험’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구별하고 있다. 누가 더 새롭고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내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뛰어난 고객경험을 제공하느냐 하는 것이 최고의 경쟁 차별화 요소가 된 것이다. 뛰어난 커피 맛을 즐기기 위해 스타벅스를 가는 것이 아니고, 뛰어난 콘텐츠 때문에 디즈니 테마파크를 방문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특히 오늘날 MZ세대는 단순한 제품 소비를 거부하고 제품을 통해 얻는 경험과 가치를 중시하는 만큼 제품이 아닌 경험을 통해 관계를 맺는다는 전략은 더욱 유효하다.

그라운드220은 영 제너레이션에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제품 중심(product-centric)이 아닌 라이프 중심(life-centric)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예를 들어 식물재배기 ‘틔운’을 주인공으로 놓고 제품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식물을 키우고, 비건 쿠킹을 배우고, 차 문화를 즐기는 동안 고객이 비건라이프를 상상하고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이처럼 단순한 제품이 아닌 라이프를 중심으로 한 경험은 고객이 현재 갖고 있는, 혹은 앞으로 꿈꾸는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제품을 보다 자연스럽고 실용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게 한다. 이케아가 자사 제품으로 꾸민 집에 고객을 초대해 1박 2일간, 혹은 1년간 살아볼 수 있도록 한 ‘이케아와 하루살기’ ‘이케아와 1년살기’ 이벤트도 이 같은 고객경험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라운드220은 생활가전과 주방가전은 물론 사무용과 개인용 가전 등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제품을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배치해 고객이 자신의 일상과 그 속에 녹아든 제품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이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각자 삶의 맥락에 따라 서비스를 경험하고 스스로 가치를 창출해 나가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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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2

몰입형 경험을 극대화한 공간 설계: 모든 순간을 디자인하라

그라운드220은 이미지와 소리, 냄새에 이르기까지 모든 감각에 걸쳐 경험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몰입형 공간으로 세심하게 설계됐다. 우선 강변에 있는데다 넓은 공원을 끼고 있어 이곳을 찾은 고객들이 충분히 휴식하며 체험에 몰입할 수 있는 입지를 가졌다. 탁 트인 테라스를 통해 노을 지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데 이 공간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바쁜 도시 일상에서 탈출해 완전히 다른 경험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내부 공간 역시 도심 속의 ‘리버사이드(riverside)’를 구현하고자 했다. 공간 한 편을 가로지르는 작은 물길에서는 물이 흐르는 소리가 차분하게 울려 퍼진다. 물의 움직임과 소리 등 물과의 접촉이 사람들에게 평온감과 행복함을 느끼게 한다는 ‘블루 마인드 효과(Blue Mind Effect)’1 를 노린 것이다. 이런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고객들은 오랜 시간 머무르며 자유롭게 제품을 대여해 사용할 수 있다.

그라운드220에서 선보이는 프로그램들 역시 여러 제품과 장치, 때로는 타사 콘텐츠까지 과감하게 결합해 고객에게 오감을 통한 몰입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완전한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마인드피스’ 패키지에서는 편안한 빈백 소파에 누워 멘탈케어 솔루션 ‘브리즈’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소리를 듣고(청각적 자극), 라이프스타일 스크린 ‘룸앤TV’로 장작불이 타는 영상을 응시하며(시각적 자극) 명상에 잠길 수 있도록 했다. 친환경 뷰티 브랜드인 톤28의 아로마오일을 활용해 마치 숲속에 있는 듯한 나무 향기(후각적 자극)를 연출하기도 했다. 또 ‘봄 플레이리스트 듣기’ 프로그램에서는 LG전자의 블루투스 이어폰 톤프리핏으로 봄에 어울리는 음악을 듣고, 압도적인 크기(7.8m x 3.7m)의 대형 미디어월로 숲과 봄비, 바다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영상을 볼 수 있게 했다.

이렇듯 다양한 콘텐츠를 결합함으로써 고객들은 더욱 생생하고 입체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라운드220에서는 LG전자의 노트북 그램이나 스탠바이미, 톤프리 등 개별 제품을 대여해 사용해 볼 수도 있는데 이렇게 제품을 써본 고객들은 주로 제품의 스펙이나 성능을 중심으로 한 의견을 내놓았지만 여러 콘텐츠를 결합한 하나의 경험 패키지를 체험한 고객들은 주관적인 감정을 표현했다. 마인드피스 패키지를 체험한 한 고객은 “소나무 향기가 나는 방에서 고요하게 반복되는 브리즈의 명상 사운드를 듣고 있으니 정말로 힐링이 됐다”며 “빈백과 물소리, 장작불이 타는 영상까지 어우러지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은 “공간에 오감을 조화롭게 조성한 것 같다”며 “향기와 녹색이 잘 어우러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한 그라운드220은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경험을 온라인 공간과 통합해 고객이 몰입할 수 있는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소비자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브랜드와 상호작용하고 있는 만큼 온오프라인이 이어지는 경험은 고객여정(customer journey)을 매끄럽게 하고, 브랜드에 대한 일관된 인상을 갖게 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고객들은 그라운드220에 입장하자마자 키오스크를 통해 회원가입을 하게 된다. ‘일상기록’ ‘몰입하는’ ‘완벽주의’와 같은 단어 중에서 자신을 잘 설명하는 키워드를 통해 고객이 자신과 가장 가까운 유형을 찾아내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그라운드220의 가상 세계 속에 나만의 아바타를 만들 수 있는데 그라운드220에서 제품을 체험하거나 지인들에게 추천을 할 때마다 포인트와 아이템이 쌓여 아바타를 꾸밀 수도 있다. 재방문을 할 때는 키오스크에서 QR코드를 찍으면 그동안 키운 아바타가 등장해 환영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온라인 앱에서 채팅창을 통해 나눈 메시지 역시 오프라인 공간의 미디어월에 실시간으로 옮겨지도록 했다. 그라운드220의 모든 접점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끊임없이 연결해 하나의 옴니채널(omni-channel)로서 경험하도록 구성한 것이다.

이렇게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몰입형 경험을 극대화함으로써 고객들은 오랜 시간 그라운드220에 머물며 깊이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8월 말 기준으로 그라운드220을 찾은 방문객들의 체류 시간은 평균 83분에 달했고 재방문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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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3

스토리 ‘텔링(Telling)’ ‘두잉(Doing)’을 넘어 스토리 ‘리빙(Living)’으로…

그라운드220은 젊은 층에서 관심이 높은, 트렌디하고 친숙한 ‘컬처’를 통해 고객이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제품이 아닌 경험 그 자체가 주인공이 되도록 ‘컬처 프로그램’을 구성함으로써 자연스럽게 LG전자가 스며들도록 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디제이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소셜데이터 분석을 통해 그라운드220을 검색한 고객의 쇼핑 취향을 분석한 결과 음향기기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을 발견했다. 특히 이들은 자신만의 확고한 음악 취향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상황에 맞춰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음악을 즐겼다. 그라운드220은 여기에 착안해 이곳을 방문하는 고객 누구나 디제이가 돼 생성형 AI로 직접 음악을 만들고 틀어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음악을 만들고 즐기는 동안 자연스럽게 포터블 스크린 ‘스탠바이미 고(Go)’와 블루투스 스피커 ‘엑스붐360’을 체험하게 된다. 로컬 디제이들의 음악과 함께하는 디제이파티도 열었는데 방문객들은 엑스붐을 통해 울려 퍼지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특별한 경험을 즐길 수 있었다. 건강을 중시하며 러닝을 취미로 즐기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러닝 프로그램도 비슷한 예다. LG전자의 스포츠형 블루투스 이어폰인 ‘톤프리핏’을 착용하고 그라운드220 바로 앞 안양천과 한강 고수부지를 달리는 동안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LG전자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었다. 러닝 플랫폼 런플(RUNPLE)과 협업해 ‘220V 러닝클래스’를 운영하기도 했는데 참가자들은 아웃도어 스피커 ‘엑스붐 고(Go)’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노을 지는 안양천과 한강을 따라 달리면서 LG전자의 제품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일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젊은 층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소셜 데이터 분석은 물론 실제 영 제너레이션으로부터 생생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특히 그라운드220을 기획하면서 CX센터가 운영하는 대학생 자문단 LG크루와 매주 회의를 가졌는데 이들의 목소리는 그라운드220 곳곳에 반영됐다. 마인드피스 프로그램 중에 전자기기를 끄거나 무음으로 하고 명상을 하는 것 등이 LG크루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구지영 LG전자 CX센터 상무는 “마인드피스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LG크루 한 명이 오늘날 젊은 세대는 너무 많은 IT 제품에 둘러싸여 집중력을 빼앗기고 있다며 아예 휴대전화를 뺏으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냈다”며 “전자 회사로서는 떠올리기 힘든 발상이었는데 젊은이들과 직접 대화를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라운드220은 체험 프로그램이나 클래스 외에 원하는 제품을 대여해 충분히 사용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노트북과 스탠바이미, 톤프리, 시네빔큐브 등 다양한 제품을 대여해 원하는 대로 사용해 볼 수 있는데 눈치 보지 않고 오랫동안 공간에 머물며 원하는 대로 제품을 사용해볼 수 있어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다. 평소 관심 있던 톤프리 제품을 써보려고 1시간 30분을 걸려 그라운드220을 찾은 고객이 있을 정도다. 특히 프라이빗 영화관처럼 시네빔 큐브를 체험할 수 있는 ‘시네빔 큐브 시네마’의 인기가 높다. 소정의 이용 요금을 내면 안락하게 꾸며진 장소에서 120인치 대화면으로 최대 2시간 30분 동안 OTT 콘텐츠를 관람할 수 있고 그라운드220에 입점해 있는 유명 카페 아키비스트의 커피와 디저트도 먹을 수 있어 예약이 금세 마감될 정도다.

사실 이미 고객이 제품을 써보고 브랜드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콘텐츠와 공간으로 무장한 체험형 매장이나 팝업스토어는 많다. 하지만 그라운드220은 영 제너레이션 고객과의 관계 개선을 목표로 하는 만큼 일회성으로 끝나는 팝업스토어나 체험형 매장과 달리 지속적으로 고객들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상설 경험공간으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팝업스토어의 경우 신제품 홍보 효과 목적이 강한 만큼 최대한 단기간에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고 입소문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전자제품을 비롯해 다양한 제품을 직접 보고 체험해 볼 수 있는 체험형 매장은 소비자들에게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구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라운드220은 CX 조직이 주축이 돼 고객경험을 최우선으로 기획된 공간인 만큼 고객이 오래 머무르며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경험을 할수록 브랜드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를 기준으로 공간과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그라운드220의 굿즈 역시 고객이 주도하는 경험2 을 통해 브랜드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기획했다. 특히 고객이 직접 만든 이미지를 프린트해 티셔츠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은데 이미지를 만들 때 ‘Life’s Good’과 같은 LG전자의 브랜드 IP(지적재산권)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광고 메시지 등을 통해 고객이 수동적으로 브랜드 메시지를 접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소비하며 관계를 맺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저 광고 문구의 하나로 접하던 메시지는 세상 하나뿐인 티셔츠와 에코백에서, 휴대용 타투 프린터 ‘임프린투(IMPRINTU)’로 새긴 타투에서 의미가 살아 숨 쉬는 메시지로 재탄생했다.

기존 체험형 매장의 틀을 탈피하고 파격적인 콘텐츠를 내세운 만큼 여기에 대한 의구심도 없지 않았다. 구 상무는 “디제잉과 같이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파격적인 프로그램을 구성하다 보니 임원진 입장에서는 ‘이게 정말 먹힐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며 “요즘 젊은이들이 어떻고, 뭘 좋아하는지 이야기해도 선뜻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 상무는 젊은 세대에 대해 이해시키기 위해 그라운드220을 만들기 전, 전 세계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플래그십스토어 ‘하우스 도산’, 설화수 도산 플래그십스토어 등에 임원진을 데리고 가기도 했다. 구 상무는 “요즘 젊은 세대가 원하는 오프라인 공간 경험을 함께 체험하면서 이것이 구매에 최적화된 베스트샵 등 판매 공간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공유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이런 노력을 통해 임원진도 젊은 세대를 열린 마음으로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설득 과정 덕분에 그라운드220에서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치열한 고민 끝에 내놓은 프로그램이었지만 시행착오도 없지 않았다. 처음 그라운드220을 오픈하면서 소소한 루틴 220가지를 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방문객의 피드백을 받아 보니 고객들은 소소한 체험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비일상적인, 특별한 경험을 기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운영 방식을 이런 경험을 줄 수 있는 큰 테마 중심으로 바꿨고 과거 LG전자가 많이 시도하지 않았던 활동, 즉 디제잉과 같은 의외의 체험을 추가했다. 구 상무는 “팝업이라면 기간이 한정돼 있으니 한 번 하고 말면 그만이지만 그라운드220은 상설 경험 공간이다 보니 젊은 세대에게 통하는 것이 무엇인지 애자일하게 찾으면서 고객의 선택을 실험하고 배우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략 4

감도 높은 트렌드 센싱과 기획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라

오랫동안 고객에 대한 연구를 끈질기게 해온 만큼 LG전자에는 고객들의 구매 및 사용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다양한 플랫폼이 구축돼 있다. 하지만 주요 고객층이 아닌 젊은 세대에 초점을 맞춘 고객 데이터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제 그라운드220을 통해 자연스럽게 LG전자 온라인 브랜드 스토어(Online Brand Store·OBS)로 이 젊은 층 고객들이 유입되면서 이들에 대한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미 그라운드220에 방문한 고객들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웹앱과 AI 영상 분석 카메라, 대시보드 등 과학적인 인프라 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공간 내 곳곳에 설치된 CCTV는 고객의 경로를 추적하고, 고객이 어떻게 제품을 사용하고, 공간에 얼마나 머무르는지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물론 모든 데이터는 암호화해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에도 철저히 대비했다. 이와 더불어 관련 데이터를 더욱 심도 있게 분석하기 위해 LG전자의 DX(Digital Transformation)를 주도하고 사내외 데이터 관리 및 분석을 총괄하는 최고디지털책임자(Chief Digital Officer·CDO) 산하조직과도 협업하고 있다.

그라운드220은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영 제너레이션의 트렌드를 감지하는 센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CX조직은 물론 상품기획과 마케팅 부문에서도 인사이트를 얻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인드피스 위크와 크리에이티브 위크 진행 당시 모두 ‘쉼’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설계했는데 각 활동의 특징에 따라 젊은 층이라고 분류되는 고객군 내에서도 어필하는 연령대가 다르게 나타났다. 예컨대 20대 후반 이상 고객들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는 휴식을 선호해 디지털 디톡스와 같은 프로그램에 더 좋은 반응을 보인 반면 20대 초중반 고객은 러닝이나 디제잉처럼 무언가에 몰입하고 집중하는 것을 휴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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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220에서 얻은 영 제너레이션에 대한 인사이트는 LG전자의 상품기획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미 상품기획 등 부서에서는 고객의 반응을 즉각 확인하는 데 그라운드220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인위적으로 제품을 노출시켜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보다 자연스럽게 영 제너레이션 고객의 행동과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출시된 LG전자 스타일러용 향기 시트가 대표적인 예다. 그라운드220을 찾은 방문객이 스타일러를 체험할 때 샘플 향수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했고 이 결과를 상품기획에 반영했다.

그라운드220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하반기에는 그라운드220을 방문한 고객들이 누구인지, 또 무엇을 원하는지 등 고객 유형을 면밀히 분석할 계획이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고객에게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예를 들어 그라운드220은 하반기에 러닝 등 생산성 향상을 주제로 한 ‘업그레이드 위크’를 운영할 예정인데 러닝 클래스 참여율이 높았던 고객들에게 업그레이드 위크 프로그램을 제안하거나 웹앱에 가입할 때 ID 추천이 많아 바이럴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객들에게는 그라운드220의 특별한 이벤트 행사에 초청하는 식이다.

이와 더불어 상품기획 및 마케팅 담당자와 인사이트를 공유해 데이터 분석 활용 사례를 만들고 유효성을 검증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그라운드220에서 스탠바이미나 시네빔큐브를 체험한 고객들의 경험 데이터를 분석해 차세대 모델을 기획하는 데 활용하거나 시네빔큐브 전시 기획전을 기획할 때 활용할 수 있다.


그라운드220으로 달라진 브랜드 인식, 영 제너레이션 고객과의 관계 맺기 가능성 확인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통해 영 제너레이션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나아가 이들과 장기적인 관계를 맺겠다는 그라운드220의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그라운드220은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입소문을 타며 영 제너레이션 고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8월 말 기준으로 3만4519명이 방문했고, 소셜미디어에서도 그라운드220과 관련 이벤트 및 프로그램들이 태그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LG전자에 대한 영 제너레이션의 인식이 더욱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영 제너레이션 고객을 대상으로 격월로 진행하는 브랜드 펄스 서베이(pulse survey) 결과에서 그라운드220을 방문한 적이 있거나 알고 있다고 답한 고객들은 일반 고객들에 비해 LG전자와 더 가깝다고 느꼈고 갖고 싶은 브랜드로 인식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또 기존에 진행한 트렌드 보고서에서 LG전자에 대해 올드한 이미지라고 평가한 이가 많았던 것과 달리 그라운드220을 찾은 방문객들은 LG전자를 ‘트렌디’하고 ‘세련된’ ‘도전적인’ 이미지로 느낀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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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라운드220을 방문한 고객들의 피드백에서는 기쁨과 감탄, 즐거움, 행복 등 경험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표현한 사례가 많았다. 올해 4월 열린 ‘재즈 페스타’ 행사에 참여한 한 고객은 “LG전자가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형성에 애쓰거나 좋은 시간을 보내도록 돕는 것을 보면서 고맙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며 “재즈 밴드와 협력하고, 매장 내 카페도 잘 꾸며 놓은 것을 보고 난 후 오늘부터 LG전자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달리 보기 시작했다”는 후기를 남겼다. 또 다른 고객은 디제이 체험을 한 후 “평소에 할 수 없는 체험이라 재미있었다”며 “소리와 배경이 같이 바뀌고, 음향이 공간감 있어서 더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8월까지 방문객이 남긴 리뷰 1만1177건에 대해 감성 라벨링을 분석한 결과 2만8266개의 감성 표현이 있었고 이 중 긍정적인 감성 표현은 91%에 달했다. 기존 LG전자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고객들이 주로 구매 이유나 제품의 성능 등에 대해 리뷰를 남기는 것과 대조된다. 이는 그라운드220을 통해 LG전자가 고객들에게 단순한 제품 이미지로 소구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브랜드로서 인식이 바뀌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라운드220을 방문한 후 LG전자 제품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톤프리나 엑스붐, 시네빔큐브와 같이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높지 않은 퍼스널/라이프스타일 제품에 대한 인지도도 크게 향상됐다.


Next Mission

디지털 기술로 영 제너레이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라: 커스텀 센터로의 도약을 꿈꾸며

그라운드220은 젊은 층 고객의 LG전자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기여한 것은 물론 영 제너레이션의 고객경험에 대한 소중한 데이터 자산이 됐다. 특히 그라운드220을 찾은 고객들의 행동 데이터에 LG전자 내부 데이터를 연계함으로써 입체적인 분석을 수행하고,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고객 인사이트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LG전자의 모든 접점에서 수집되는 고객 데이터를 연결, 통합 관리하는 ‘IC360(Intellytics Customer 360·전사고객이해플랫폼)’과 그라운드220의 고객경험 데이터를 연결하면 그라운드220을 방문한 고객이 LG전자 온라인 브랜드스토어에서 어떤 제품을 고민하는지, 또 어떤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지 등을 분석할 수 있다. 그라운드220이 영 제너레이션의 온오프라인 경험 여정상의 모든 데이터를 트래킹할 수 있는 ‘경험 데이터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라운드220은 또 젊은 세대 고객을 위한 커스텀 경험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이들에게 소구하는 다양한 퍼스널디바이스 상품을 기획하고 있는데 그라운드220은 이들이 좋아할 만한 감성적 콘텐츠와 제품을 매칭함으로써 더욱 개인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첫 번째로 제품에 자신만의 문구나 그림을 각인하는 등 고객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해 제품에 개성을 입힐 수 있는 스타일 커스텀 경험을 늘리려고 한다. 젊은 세대는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과 개성을 중시하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중요하게 여긴다. 맞춤화된 제품을 선호하고 대량 생산된 기성품을 사용할 때도 케이스나 키링, 스티커 등 다양한 액세서리로 커스텀한다. 그라운드220에서 고객이 자신이 디자인한 이미지를 넣어 세상에 하나뿐인 티셔츠 커스텀 굿즈를 만드는 것처럼 LG전자의 다양한 퍼스널디바이스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꾸밀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같은 경험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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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라운드220은 제품의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콘텐츠 측면에서도 맞춤화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특히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이나 영상 등의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다양한 기기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러한 커스텀 경험을 다른 사용자와 공유할 수 있는 공동 창작(co-creation) 플랫폼도 육성할 계획이다. 젊은 세대가 자신의 창작물을 자랑하고 다른 사용자들과 소통하며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 또한 공모전 등 서비스 발굴 프로그램을 운영해 혁신적인 커스텀 콘텐츠를 발굴하고 영 제너레이션의 참여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이들에게 더욱 강력한 커스텀 경험을 제공하고 나아가 브랜드와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한다는 목표다.

마지막으로 그라운드220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구성한 구독 패키지를 통해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일찌감치 가전 구독 사업을 시작하며 ‘가전도 구독’하는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구독 사업 매출이 1조 원을 넘긴 데 이어 올해는 1조8000억 원을 목표로 할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고속 성장의 비결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데 있다. 그라운드220은 LG전자의 전자제품은 물론 외부 콘텐츠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젊은 세대의 루틴에 맞춘 구독 패키지를 구성해 이들의 니즈를 충족하고 젊은 세대와의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 나가고자 한다.


DBR mini box I: Interview: 구지영 LG전자 CX(고객경험)센터 상무

“MZ세대, 진심을 담으니 멀리서도 찾아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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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220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


CX센터에서는 매년 대학생으로 구성된 자문단인 LG크루를 모집해 활동을 하고 있다. 2022년 LG크루가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앞에서 LG전자에 대한 젊은 세대의 브랜드 인식에 대해 발표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LG전자에 대해 ‘전래동화’처럼 멀게 느껴진다는 의견이 나왔다. 경영진이 LG전자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의견을 리얼하게 듣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가장 ‘Z세대스러운 것’을 해보자는 뜻의 ‘ZEST’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그 중 하나로 젊은 세대를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이것이 그라운드220의 시작이 됐다. CX센터라는 조직이 있었기에 고객과의 경험을 통해 관계를 리디자인해 보자는 목표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첫 번째 타깃이 젊은 세대(Young Generation)가 된 것이다.

이렇게 젊은 세대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부적으로 이들을 영 제너레이션이라 부르고 나이대는 18∼34세로 상정하고 있는데 오늘날 이들은 기존의 인구통계학적, 생애주기적 틀에서 벗어난다. LG전자 제품 자체의 우수성 덕분에 예전에는 회사가 소비자에게 굳이 먼저 다가가지 않아도 혼수 준비를 하느라 자연스레 그들이 먼저 LG를 찾았다. 그런데 오늘날 영 제너레이션에겐 결혼을 할지, 또 아이를 낳을지 자체가 선택지, 즉 열린 옵션이 됐다. 1, 2인 가구도 계속해서 늘고 있고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도 소득이 적은 세대로도 불린다. 이에 맞춰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디자인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예전처럼 마냥 기다리고 있으면 제 발로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지금 당장 매출로만 놓고 보면 우리 비즈니스에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지만 미래에 주요 고객이 될 이들을 미리 만나고 이들의 감성 안에 자리 잡지 않으면 향후 기회는 더욱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요즘 젊은 층을 공략하는 기업들이 즐겨 찾는 성수가 아니라 양평동에 이런 공간을 조성했나.

그라운드220을 기획하면서 다양한 장소를 물색했다. 물론 성수동처럼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에 둘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오프라인 공간의 활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있었던 상황이라 가능하면 기존에 LG전자가 갖고 있는 자산을 활용하고자 했다. 양평동 LG베스트샵은 안양천이 바로 뒤에 펼쳐져 있어 공간 활용을 넓게 할 수 있고, 아웃도어 활동도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 그라운드220을 기점으로 지역도 더욱 활성화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양평동에 위치한 것이 제약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멀리서도 굳이 찾아올 수 있는 곳을 만들어야 한다는 도전이 되기도 했다. 지리적 제약이 오히려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내게 하는 창의적 제약(creative constraints)이 된 것이다. 아직 미출시된 AI로봇 카로(CARO)를 이용해 운세를 보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AI 툴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만든 이미지를 넣은 티셔츠를 제작하는 프로그램 등 기존 상품의 틀을 벗어나는 아이디어들을 냈는데 이걸 하려고 멀리서도 찾아오는 젊은 고객들이 많았다.

안양천을 끼고 있다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아웃도어 프로그램도 그라운드220만의 차별화되는 콘텐츠다. 그라운드220에서 출발해 안양천과 한강을 따라 달리는 러닝 콘텐츠가 인기가 많았는데, 사람 많고 건물이 빼곡한 성수였다면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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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고객을 유치하려 많은 기업이 노력하고 있지만 이들의 마음을 얻기는 쉽지 않다. 그라운드220은 무엇이 달랐나.

오늘날 MZ는 너무나 많은 콘텐츠와 광고, 팝업에 노출되다 보니 콘텐츠의 차이를 민감하게 알아차린다. 겉으로만, 책으로만 우리를 배워서 쿨한 척하는 건지, 아니면 자신들을 제대로 알고 하는 건지 기가 막히게 안다. 나이 든 사람들이 막연히 ‘MZ는 이럴 거야’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트렌디하게 보이려고 하는 걸 직관적으로 거부한다. 그라운드220은 기획 단계부터 젊은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진정성 있게 다가갔다. 우선 대학생인 LG크루의 의견을 중요하게 여기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마인드피스 위크 때 어떤 콘텐츠를 구성할지 의견을 받았고, 수시로 고객들의 피드백을 확인하며 피버팅했다. 물론 LG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젊은 세대의 빠른 트렌드를 바로 캐치하고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임원으로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더라도 젊은 친구들의 감각이 맞았다는 걸 한두 번 겪고 나서는 적극적으로 위임하고 있다.

그라운드220의 미션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온오프라인에 이런 공간을 만들면 대부분 트래픽을 중요한 성과 요소로 본다. 우리도 처음엔 몇 명이 찾았는지 초조하게 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원하는 건 영 제너레이션과의 ‘진정성 있는 관계맺기’라는 점을 다시 상기하고 KPI를 수정했다. 유용한 고객 행동 데이터를 얼마나 수집했는지 등을 KPI에 포함시켰고, 또 펄스 서베이i 를 통해 주기적으로 LG전자에 대한 고객의 인식이 어떻게 달라졌나 등을 주요 지표로 확인하고 있다.



DBR mini box 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고객과의 정서적 관계맺기, 구매여정 대신 감정여정 관리로


송수진 고려대 글로벌비즈니스대학 교수 songsj@korea.ac.kr


1. 고객 의사결정 여정(Consumer Decision Journey) 대신 고객 감정 여정(Consumer Care Journey)을 고려하라

LG전자는 대학생 고객이 잘 구매하지 않는 제품들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노트북을 제외하면 냉장고, 세탁기, TV 등 전자제품은 독립 가구를 구성하고서야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학기 중 기숙사나 자취방에서 머물기는 하지만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지는 않는다. 보통 30대가 돼서야 신혼 가전을 구매하는데다 LG전자가 핸드폰 시장에서도 철수했기에 20대 대학생층이 LG전자를 만날 만한 접점이 더욱 없어졌다. 이럴 때 미래의 주요 고객인 젊은 세대들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까. 때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고객들에게 구매의 필요가 생길 때, 그때 시작하면 되는 걸까.

보통 기업은 고객 경험 여정을 그들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과 연동해 설계한다. 고객들은 필요를 인식하고, 정보를 탐색하고, 대안을 비교한 후 구매를 결정하고, 구매한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며, 사용 후에는 평가를 내린다. 이 평가 결과에 따라 사용 중단, 재구매, 중고 판매, 폐기, 추천 등이 이뤄진다. 기업과 브랜드들은 이런 고객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 중에 말을 걸고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고 선택해 달라고 프로모션 노력 등을 전개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의 잠재 고객이 우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필요조차 인식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LG전자를 만나는 대학생들이 그렇다. 당장 즉각적으로 구매할 것 같지 않은 고객, 그러나 미래에 중요한 구매층이 될 사람들에게 말을 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객들의 마음에 이미지를 남기고 머릿속에 인상을 심고자 한다면 고객 의사결정 여정 대신 고객 감정 여정을 생각해봐야 한다. 최근 국립대만대 황밍후이 경영대 석좌교수와 롤랜드 T. 러스트 미국 메릴랜드대 로버트 H. 스미스 경영대 석좌교수는 고객 감정 여정(The Customer Care Journey)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ii 논문은 고객이 겪는 문제가 아닌 고객이 가진 감정에 대응하는 여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특히 감정 인지와 감정 이해, 감정 관리와 정서적 연결에 이르기까지 생성형 AI를 활용한 고객 감정 여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 중 감정 인지(Emotion Recognition)→감정 이해(Emotion Understanding)→감정 관리(Emotion Management)→정서적 연결(Emotional Connection)이라는 고객 감정 여정의 네 단계는 LG전자 그라운드220의 설립 배경과 진행 과정을 이해하는 데도 좋은 틀이 된다. LG전자는 젊은 소비자들이 LG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인지하고, 이어 왜 이런 감정을 갖게 됐는지 이해하고, 이러한 선행 감정을 그라운드220을 통해 원하는 쪽으로 유도하고 관리하며, 자사 브랜드와 정서적으로 연결될 만한 토대를 마련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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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5A 중 간극이 일어난 지점을 재설계하라

고객과 기업 사이의 ‘거래’ 관계보다 제품을 통해 고객이 얻는 ‘경험’과 ‘가치’를 강조하는 것은 비단 그라운드220만의 특수한 전략은 아니다. 현대 대다수 기업이 거래 집중 전략을 벗어나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들이 고객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상품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하는지를 고려한 전략을 짠다. 그런 점에서 그라운드220은 고객에게 우수한 경험을 제공한 것에서 나아가 매력을 어필하고 질문을 던지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재설계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마케팅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고객 여정을 인지(Aware)-관심(Appeal)-질문(Ask)-구매(Act)-추천(Advocate)의 5가지 단계로 설명했다. 관심 단계는 매력을 느끼며 알아가보고 싶은 단계로, 질문 단계는 정보 탐색의 단계로, 추천 단계는 옹호나 팬의 단계로 바꿔 말할 수 있다. 젊은 소비자들은 LG전자를 ‘인지’하고는 있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관심’의 단계로 넘어가지는 못하고 있었다. “엄마가 그렇게 좋다는데 뭐가 좋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우리한텐 그냥 전래동화 같은 브랜드예요”라고 답하는 젊은 세대의 표현이 이를 잘 보여준다. 나와는 관계가 없는 브랜드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매력을 느끼지 않으면 질문할 필요를 못 느낀다. 굳이 관심이 없는데 LG전자가 어떤 제품들을 출시했는지, 그 제품들이 무얼 할 수 있는지, 그 제품들을 통해 내 삶이 어떻게 바뀔지 탐색할 필요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라운드220은 젊은 세대의 고객 여정 중의 간극인 ‘관심’과 ‘질문’ 단계를 채워 넣었다. 그라운드220이라는 공간을 통해 젊은 세대가 관심 가질 수 있는 매력을 제공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질문하고 답을 얻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든 것이다.

3. 이야기 전달 공간을 넘어 이야기 누림 공간을 제공하라

고객들에게 관심이 있음을 알리는 것, 고객들을 생각하고 있음을 알릴 수 있는 기업의 전략 중 하나는 스토리를 말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회사입니다. 이런 철학을 갖고 있고, 당신의 삶에 이런 의미를 더하고 싶고, 이런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라고 말을 거는 것이다. 제품 사용이 그다지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은 의류나 향수 같은 제품을 파는 곳이라면 이런 방식도 괜찮다. 나이키와 향수 브랜드 ‘탬버린즈’의 매장과 팝업스토어가 이렇게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창조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이야기를 최대한 많은 대중에게 전하고,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짧은 시간에 걸친 몰입형 공간을 조성해 경험하게 한다. 정해진 기간 동안 이벤트성으로 진행되는 팝업스토어에는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밀집된 공간에 몰린다. 한 사람이 오래 체류하며 제품과 상호작용하거나 서비스를 충분히 누리기는 어렵다.

반면 전자제품은 그 특성상 활용도와 쓰임새를 각인시키는 데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내가 평소 사용하지 않던 제품을 받아들이고 언젠가 구매하고 싶은 품목에 집어넣기까지 사고의 전환과 잠재적인 활용 사례가 떠오르도록 하려면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사용해볼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그라운드220을 찾은 뒤 “더현대에서 스탠바이미를 봤을 때는 그냥 지나쳤는데 긴 시간 함께하다 보니 나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리뷰를 남긴 소비자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의 발언을 봐도 알 수 있다.

안양천과 양평 생태공원을 활용해 경험 연계 클래스를 조성한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팝업스토어의 성지라 부를 만한 성수나 한강진, 강남 주변을 고객과 만나는 장소로 삼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라운드220은 임시 공간이 아닌 대형 상설 공간을 만들고 주변 자연 요소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더 오래, 깊이, 넓게 경험할 거리들을 제공했다. 이야기를 누려볼 시공간을 만드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비용 절감 효과를 내는 공간을 택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그라운드220에도 과제는 남아 있다. 주변에 다른 팝업스토어나 볼거리가 없다 보니 잠재 방문객들이 지나가다 들러 보게 하기는 쉽지 않다. 계획 없이 핫플레이스를 지나가다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보는 소비자들을 모객하는 방식은 사용하기 힘들다. 따라서 1) 한번 그라운드220을 방문한 사람이 콘텐츠를 만들어 다른 사람의 참여를 이끌거나(push), 2) 그라운드220 장소 자체의 매력이 커서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들거나(pull), 3) 이 장소에서 북콘서트, 음악회, 이벤트 등을 열어 다른 브랜드 공간과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을 통해 유입률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1) 다른 플랫폼에서 우리 브랜드의 공간 경험을 알려 밀려 들어오게 할 방법은 무엇인가 2) 우리 브랜드 공간의 매력을 극대화해 ‘일부러 찾아가볼 만한 장소(destination place)’로 만들고 재방문하게 할 방법은 무엇일까 3) 우리 브랜드의 공간 경험을 더 매력 있게 만들면서 기존의 고객층과는 다른 사람을 유입할 수 있는 곳과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세부 실행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당장 사지 않을 고객들에게 말을 걸기 위해 이런 공간을 개설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내부의 반대를 어떻게 설득할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고객경험(CX) 개선을 목적으로 진행하는 이런 프로그램이 항상 즉각적인 단기 매출로 성과가 연결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기업 내 다양한 부서와 이해관계자가 동의할 만한 성공/실패 측정 지표를 세우기 어려울 수 있다. 방문객 수, 방문객들의 활동 참여율, SNS 관련 게시물 숫자, 브랜드 태도 변화 등과 같은 간접 지표나 질적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들의 반응을 측정하고 성과를 관리하기도 한다. 개선된 브랜드 이미지나 고객경험이 매출이나 시장점유율, 수익성과 같은 전통적인 지표로 포착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지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염두에 둬야 한다.


송수진 교수는 소비행동학자다. 주 연구 분야는 브랜드와 소비문화이론으로 Psychology & Marketing, Journal of Advertising,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등 국제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DBR, 제일기획 등의 경영 전문지 기고와 SK, LG, 현대자동차, CJ, 웅진, KT, NH뱅크, 삼성디스플레이연구소 등에서 자문과 특강을 진행하며 활발히 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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