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능성 신발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는 호카는 창업 초기부터 트레일러너와 울트라 마라토너 등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를 위한 기능성 러닝화 시장이라는 니치마켓에 집중했다. 그 결과, 두꺼운 쿠션과 오버사이즈드 미드솔을 특징으로 하는 맥시멀리즘 러닝화의 상징이 됐다. 특히 호카는 일반 대중을 타깃으로 하는 매스마케팅보다는 진심으로 달리기를 즐기는 덕후들에게 집중해 러닝 커뮤니티 위주로 제품과 브랜드를 알리는 전략을 펼치며 탄탄한 팬층을 확보했다. 여기에 2017년 이후 나타난 어글리 슈즈 열풍과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형성된 러닝 열풍의 수혜를 입으면서 호카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톱티어 운동화 브랜드들을 위협하는 인기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
2023년 12월 블룸버그에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실렸다. 모건스탠리의 의류 담당 애널리스트인 에드워드 오빈(Edouard Aubin)이 하루 동안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조깅을 하는 250명 이상의 사람을 관찰해 이들이 어떤 러닝화를 신고 있는지 조사를 한 기사였다. 흥미로운 점은 조사 결과 센트럴파크에서 조깅을 하는 사람 중 19%가 ‘호카(Hoka)’를 신고 있었다는 점이다. 수년간 운동화 업계 절대 지존 위치를 차지하던 나이키는 17%로 2위를 차지했다. 2009년 프랑스에서 러닝화 전문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호카가 창업 15년 만에 미국의 주류 러닝화 업체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실제 호카는 최근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 및 아시아 등지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호카의 매출은 2015년 이전까지 7000만 달러(약 971억 원) 수준에 그쳤지만 2017년 1억5350만 달러(약 2100억 원)로 뛰어오르며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넘어섰고 2023년에는 14억1300만 달러(약 1조 9600억 원)를 기록했다. 약 10년 사이 매출액이 무려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업계에서는 호카의 매출이 2024년, 18억 달러(약 2조497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호카의 인기는 탁월한 착화감과 러닝에 특화된 기능성 덕분이라는 평가다. 실제 호카는 창업 초기부터 일반 대중을 타깃으로 한 패션형 스니커즈가 아닌 전문 트레일러너(산악 마라톤)들을 타깃으로 한 기능성 러닝화 개발에 집중했고 그 결과 두꺼운 쿠션과 오버사이즈드 미드솔을 특징으로 하는 맥시멀리즘 러닝화의 상징이 됐다. 특히 호카는 일반 대중을 타깃으로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무난한 제품을 만들기보다는 스스로의 고객을 ‘무버(mover)’로 칭하고 달리기에 진심인 덕후들에 집중해 러닝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품과 브랜드를 알리는 전략을 펼치면서 탄탄한 팬층을 확보했다. 또한 나이키나 아디다스가 스포츠계의 슈퍼스타를 영웅화하는 광고 전략을 선보일 때 흑인, 여성, 장애가 있는 운동선수 등 스토리가 있고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엘리트 운동선수를 후원하고 이들을 홍보대사로 삼으면서 브랜드에 진정성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