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프랑스 명품 화장품 그룹 로레알에 인수된 한국 토종 패션·화장품 업체 3CE 스타일난다는 코로나19로 화장품 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암흑기에도 중국과 동남아에서 K뷰티 메이크업 1위 브랜드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선방했다. 이렇게 브랜드 가치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까닭은 글로벌 기업의 로컬 마케팅 노하우를 배우되 3CE 스타일난다의 크리에이티비티와 고유의 DNA를 절대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전 구성원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수 후 4년여 동안은 ‘변화’보다는 ‘보존’을 위한 시간이었다. 업계 관행을 거부하는 신제품 기획 순서, 시장을 거스르는 역발상 등 크리에이티브한 조직 문화를 계승하려는 노력이 선행됐다. 나아가 ‘빠르고 트렌디한 K뷰티’와 ‘색조 맛집’의 정체성, 콘텐츠 제작부터 유통까지 100% 디지털 네이티브, 오프라인 플래그십 매장을 활용한 리테일테인먼트 등 기존의 강점을 살리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프랑스의 유명 화장품 그룹 로레알이 2018년 한국의 패션·화장품 업체 스타일난다를 인수한 것은 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일대 사건이었다. 월 매출 1000만 원에 그치던 동대문표 온라인 쇼핑몰이 2009년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 3CE(쓰리컨셉아이즈)를 앞세워 연 매출 2000억 원대 회사가 된 것도 놀라운데 글로벌 업체에 지분 100% 매각을 성사시키면서 전 세계에 K뷰티의 위상을 알렸기 때문이다. 이 M&A로 20대 초반 스타일난다를 창업해 키워 온 김소희 전 대표는 동대문 패션 창업의 신화가 됐고 3CE 역시 로레알 최초의 한국 토종 브랜드로서 K뷰티의 대표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렇게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M&A 이후 4년여 동안은 3CE 스타일난다에 녹록지 않은 시간이었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색조 화장품 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색조 맛집’이란 별칭으로 유명한 3CE 역시 고객 이탈과 매출 하락부터 방어해야 했다. 또한 창업자와의 결별 과정에서 고유의 브랜드 정체성이 희석될 수 있다는 염려도 불식시켜야 했다. 여기에 MZ세대를 주요 고객으로 삼은 중국 신생 화장품 브랜드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로레알그룹이 주력으로 삼는 중국 시장에서도 후발주자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과제에 맞닥뜨렸다.
하지만 이런 대외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3CE 스타일난다는 ‘선방’했다. 중국에서 K뷰티 메이크업 브랜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 내 매스(mass) 메이크업 상위 5위권 내 유일한 수입 브랜드로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난해에도 중국 전체 화장품 시장 대비 20%p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2022년 동남아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K뷰티 메이크업 브랜드 1위를 차지했고, 베트남과 태국을 중심으로 높아진 인기가 이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인접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동남아 시장 전체 매출도 전년 대비 90% 성장했다. 최윤진 3CE 스타일난다 브랜드 총괄 대표는 “전반적으로 봤을 때 중국과 동남아에서 한국 브랜드가 K뷰티란 이유만으로 각광받던 시기는 지난 것 같다”면서 “그렇지만 3CE는 이 두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유일한’ K뷰티 메이크업 브랜드로서 여전히 건재하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완화되면서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동남아의 색조 화장품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지금, 경쟁 화장품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던 암흑기에도 3CE 스타일난다가 특유의 개성 넘치는 제품으로 MZ세대가 사랑하는 브랜드로 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DBR이 스타일난다의 서울 홍대 본사에서 최윤진 3CE 브랜드 총괄 대표와 서흥교 CDMO(Chief Digital Marketing Officer)를 만나 로레알 인수 이후 지킨 것은 무엇이고, 배운 것은 무엇인지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전략의 현주소를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