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돼 있던 서울 익선동과 창신동, 대전 소제동을 부흥시키고 상권을 형성한 데 이어 롯데, 신세계 등 대형 유통 업체들의 기획, 시공 등으로 손을 뻗치고 있는 공간 디벨로퍼 ‘글로우서울’은 오프라인 매장을 디자인할 때 다음의 원칙을 반드시 지킨다.
1. 종횡으로 고객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공간의 ‘순차적인 흐름(sequence)’을 고민한다.
2. ‘피크-엔드(peak-end) 법칙’에 입각해 매장의 중앙과 출구(혹은 입구)에 가장 힘을 준다.
3. 전체 면적의 60%만 영업에 활용하고 40%는 콘텐츠로 채우는 ‘6대4 법칙’을 따른다.
4. 적은 제작비로 사진만 잘 나오게 하는 인위적인 ‘포토존’은 기획하지 않는다.
“디저트가 맛있으면 음료가 부실하고, 인테리어가 멋있으면 디저트가 맛없고, 디저트와 음료가 맛있는데 인테리어가 멋있으면 내 자리가 없다.”
지난해 트위터에 ‘한국 카페 특징’이란 제목으로 올라와 추천 세례를 받았던 글의 내용이다. 갓 떠오르는 국내 명소, 소위 ‘핫플레이스(핫플)’를 찾았다가 기나긴 대기 줄에 발길을 돌려본 사람이라면 “내 자리가 없다”는 문구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음식과 분위기로 입소문이 난 곳들은 항상 트렌드를 앞서가는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SNS)에 인증 사진이라도 남겨보려다가 ‘인싸’ 대열에 합류하는 일이 녹록지 않음을 깨닫고 돌아서기 일쑤다.
그런데 식당, 카페부터 스파, 쇼핑몰에 이르기까지 업종 불문 손대는 매장마다 이렇게 비집고 들어가기 힘든 ‘핫플’로 만드는 업체가 있다. 오프라인 공간 운영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며 자영업자들은 물론 대기업의 부러움까지 사고 있는 ‘글로우서울’이 그 주인공이다. 글로우서울은 익선동의 ‘청수당’ ‘온천집’ ‘살라댕방콕’ ‘호텔세느장’ 등 식당과 카페를 연달아 성공시키고, 버려진 가옥들이 즐비하던 종로 한복판을 데이트 명소로 변신시키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4년 익선동 후미진 골목에 첫 현대식 매장들을 열고 인적 드문 동네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그리고 이 성공 사례를 발판으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던 대전 소제동에 적산가옥 건축 양식을 살린 카페 거리를 조성했다. 최근에는 해발 120m에 있어 걸어서 오르기조차 힘든 서울 창신동 절벽 마을을 젊은이들의 성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이런 외진 곳에 대체 사람이 올까” 하고 반신반의하면서 절벽 마을을 오르면 운동화를 신은 채 사진 찍기 바쁜 Z세대 무리와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