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지는 나이에 들어섰다. 사회 곳곳에서 들려오는 ‘꼰대’라는 용어에 점점 민감해진다. ‘혹시 나도?’ 하는 막연한 우려가 행동의 범위를 좁혀 놓을 때도 있다. 동료들과 자연스러운 소통이 필요한 순간에도 망설여진다.
DBR 249호에서는 ‘꼰대, 현자가 되다’라는 주제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가 말하는 꼰대의 의미와 문제점, 그리고 대응 등을 짚어봤다. 여러 전문가가 꼰대에 관해 다양한 정의와 개념을 제시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단순히 연령이나 지위 등이 아닌 ‘다름에 대한 열린 마음’을 꼰대의 기준점으로 삼은 정동일 교수의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인정 욕구나 자기합리화 등에 매몰되면 젊은 세대라도 자기보다 낮은 위치로 여겨지는 상대에게 꼰대로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주로 ‘나이든 남성 권력자’를 떠올리기 쉬운 꼰대라는 단어에 사실은 그보다 훨씬 더 다양한 현장에서 누구라도 해당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이 갔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서 제시하는 꼰대들의 공통된 특징 두 가지를 주목할 만하다. 첫 번째는 자기 자신에 대한 과신이다. 지식에 대한 과신, 경험에 대한 과신, 예측과 직감 등에 대한 과신은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뒤로하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형태로 표출된다. 이러한 자기중심적 사고는 조직이 변화에 대응할 기회를 차단하는 동시에 구성원들의 자율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공감력 부족이다. 공감이란 그 사람의 입장이 돼 느끼고 생각하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이처럼 공감 능력이 결여된 사람은 상대에게 맞는 충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충고를 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꼰대라는 말 자체가 부정적으로 쓰이고 있기는 하지만 책임감, 성실성, 헌신 등 그들로부터 배워야 할 측면도 많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겸손과 자아 성찰의 미덕을 겸비해 존경받는 ‘어른’으로 남은 퇴계 이황 선생의 에피소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큰 울림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