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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as a Practitioner Journal 4

경영학의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준 DBR

이동현 | 74호 (2011년 2월 Issue 1)

2008 1 15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이 우리나라에 첫 선을 보인 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경영학자 입장에서 DBR은 참 고마운 매체다. 종류와 장르를 불문하고 우리나라에서 인쇄매체 발간이 얼마나 어려운 사업인지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기업 경영 분야라는 제한된 독자들을 대상으로,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전문적인 내용을 담은 매체 발간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성과였다고 평하고 싶다.

아무리 인터넷 세상이라고 하지만 인쇄 매체가 주는 힘은 여전하다. 요즘 인기 있는 최신 아이템인 아이패드나 갤럭시탭 모두 실제 인쇄 매체나 책을 보는 듯한 효과를 구현하려고 애쓰는 것만 봐도 수백 년간 인류에게 친숙한 인쇄 매체의 저력을 새삼 느낄 수 있다. 활자 매체는 지식 축적과 확산의 훌륭한 도구다. 다양한 경영학 이론과 사례들이 DBR을 통해 세상에 널리 퍼져나간다. 경영학 지식을 다양한 조직에 확산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매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DBR은 과연 학계나 업계에 어떤 기여를 했을까? DBR은 경영학의잃어버린 무언가를 다시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경영학은 100년 남짓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다른 학문보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편이다. 이런 짧은 역사 속에서 선진국의 대학들은 19세기 말부터 훌륭한 경영자를 육성하기 위해 비즈니스 스쿨을 만들었다. 188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미국 최초로 와튼 스쿨(The Wharton School)이 만들어졌고, 그 후 프랑스, 독일, 스위스, 영국 등지에서도 비즈니스 스쿨이 속속 설립됐다.

초기 경영학은 학문적으로 그다지 엄밀하지 않았다. 이는 유독 경영학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었지만, 경영학이 과학(science)이냐 기술(art)이냐를 두고 지루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학 내에서도 과학적 엄밀성을 두고 여타 분야로부터 괄시를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비즈니스 스쿨을 만든 애초의 설립정신은 살아 있었다. 학문적으로 부족하다는 논란 속에서도 사회과학의 다양한 지식들을 흡수해서 훌륭한 경영자들을 양성하기 위한전문 대학원(professional school)’의 정체성을 다지는 데 주력한 것이다.

초기 경영학자들은 교육 수요자인 산업계와의 교류를 활발히 했다. 또 경제학과 심리학, 사회학, 법학, 역사학, 행정학 등 다양한 이종 학문들과도 경계를 넘나드는 학제적인 연구를 장려했다. 경영자 양성을 위한 기법들이나 도구들을 축적하기 시작했고, 경영학과 유사한 전문 대학원 체제인 법대나 의대로부터 효과적인 방법론들을 도입했다. 사실 오늘날 경영 교육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사례(case)도 법대의 판례나 의대의 임상 개념에서 차용했던 방법론이다. 깊지는 않았지만 폭은 상당히 넓었었다.

많은 경영학자들이 배출되고 이들이 엄밀한 과학적 연구에 몰두하면서, 지난 100년에 걸쳐 각종 이론과 도구들은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게 됐다. 경영학을 정교한 과학으로 만들려고 애쓰다보니 본래 경영학이 태동한 근본 취지를 잃어버렸다.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는 경영학자들이 만든 지식이 정작 수요자인 현장의 경영자들에게 점차 외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경영학 관련 저널(journal)들이 발간되고, 수많은 학자들의 논문들이 게재되지만 경영학 저널을 읽는 경영자들은 거의 없다. 경영자들은 더 이상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들을 흥미롭게 읽지 않게 된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많은 석학들이 노력해 왔던 경영학의 과학화 작업을 폄하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장기적인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까다로운 심사(peer-review)를 거치는 수준 높은 저널과 논문들이 계속 나와야 한다. 하지만 너무나 한쪽으로 치중되는 현실에 대해서는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심도 있는 경영학 연구결과들을 경영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 매체들이 필요한 게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우리나라에 경영학 관련 매체의 내용을 분석해보면 주로 학자들이 읽는 저널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거진 간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널은 전문적인 내용과 어려운 문장으로 구성된 학술 논문 위주여서 주로 경영 현장속의 경영자들이 이해하거나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일반 잡지는 평범한 수준의 내용만 담고 있어 경영자들의 지적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런 격차, 즉 산업계와 학계의 소통 공간을 만들어준 것이 바로 DBR이었다고 생각한다.

학자나 업계 전문가들은 DBR을 통해 전문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연구 내용을 담을 수 있게 됐고, 현장의 경영자들도 DBR로 인해 학술 논문보다는 상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심도 있는 최신 지식을 접할 수 있게 됐다. 그 동안 학계와 산업계 간에 막혀있던 지식의 교류가 DBR이라는 매체를 통해 이뤄지기 시작한 셈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DBR은 최신 이론이나 기법 외에도 기업 현장의 사례를 담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이 부분도 소통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물론 DBR이 보완해야 할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해외 매체의 내용을 그대로 번역해서 소개하는 부분이 지면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또 국내 기업의 심도 있는 사례도 더 많이 발굴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저자들의 창의적인 연구를 적극 유도해서 담아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그러나 DBR 자체가 없었다면 이러한 시도들을 해 볼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DBR은 경영학계에 산업계와의 소통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다시 일깨워 준 셈이다.

1922년 첫 발간 뒤 경영학계에서도 상당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HBR을 단순한 전문 잡지(professional magazine) 정도로 저평가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 하지만 필자는 HBR이 과학적 엄밀성에서는 저널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경영자들에게 끼치는 영향력만큼은 그 어느 저널보다 크다고 판단한다. 모든 경영학 학술 저널이 HBR처럼 돼야 한다는 생각도 무모한 발상이지만, HBR 같은 전문 매거진이 필요 없다는 것도 현실과 괴리된 편협한 생각임에 틀림없다.

모쪼록 DBR HBR처럼 앞으로 100년 이상 장수하는 전통 있는 전문 매거진이 됐으면 한다. 그리고 많은 학자, 전문가, 경영자들이 DBR을 통해 지식과 의견을 교류하는 새로운 소통의 매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즘 한창 인기 있는 경영자인 스티브 잡스가 했던 멋진 말이 떠오른다.

사람들이 컴퓨터의 작동방식을 배우는 게 아니라, 컴퓨터가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대로 작동돼야 한다.”

마찬가지로 이제 경영자들이 경영학 지식을 괜히 어렵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경영학 지식이 경영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작성되고 전파돼야 할 시기가 왔다.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방문 교수로 연구 활동을 벌였다. 명강의>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고전편, 현대편> <깨달음이 있는 경영> <초우량 기업의 조건>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경영학 지식을 다양한 조직에 확산하는 일에 역량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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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현dhlee67@catholic.ac.kr

    - (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방문 교수
    -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고전편, 현대편>, <깨달음이 있는 경영>, <초우량 기업의 조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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