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 필자는 그동안 경영학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의사는 수술 실력으로 말할 줄 알아야 진정한 ‘명의’라는 일념으로 열심히 의술 활동에만 전념했다. 의학도 시절에 ‘관절’이라는 묘한 매력에 끌려 정형외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필자는 어느덧 100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제법 규모를 갖춘 병원의 원장이 되었다. 환자 한 사람만을 돌보는 의사에서 100여 명에 이르는 직원들과 수많은 환자를 관리해야 하는 원장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다보니 전문적인 ‘경영 지식’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이맘 때부터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 인연을 맺었다.
혈액 순환과 같이 기업에 꼭 필요한 ‘원활한 현금흐름’을 다룬 25호 스페셜리포트 ‘현금창출경영’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의 기업에 꼭 맞는 기획이었다. 어려운 재무·회계에 관한 주제를 최고 전문가들이 쉽게 전달한 데다 핵심 내용들을 도식으로 잘 정리해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25호를 읽으면서 스페셜리포트 외에도 전체적으로 내용이 알차다는 느낌을 받았다. 국내외 사례를 통해 과거·현재·미래의 트렌드를 알아보는 ‘Trend & Insight’는 특히 필자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코너다. ‘브랜드 스페이스를 구축해 문화 브랜드를 창출할 기회를 만들라’는 장윤규 교수의 글은 올 여름에 신축 개원하는 웰튼 병원에 공간디자인 마케팅을 접목하는 개념도를 그리게 해줬다. 병원은 환자 진료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환자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생각에 확신을 더했다.
또한 최고경영자(CEO)가 몸소 나서서 불황의 위기를 극복한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사례는 병원장으로서 리더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그가 ‘위기 극복의 신’으로 칭송 받는 이유가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는 대목에서 초심의 중요성이 새삼 떠올랐다.
이 밖에도 협상의 기술을 재미있게 다룬 ‘강대리 팀장 만들기’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명함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Sales Lesson’은 유용한 비즈니스 정보였다. 자기계발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이 기사를 우리 병원 전 직원에게 읽어 보도록 권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지금, DBR이 앞으로도 ‘믿음직한 등대’ ‘정확한 나침반’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