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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일본 경제 부활 이끈 ‘3두마차’

권영선 | 421호 (2025년 7월 Issue 2)
한국보다 먼저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을 경험한 일본이 경제와 금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 과정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특히 일본 경제가 기나긴 디플레이션의 터널에서 탈출하는 데는 정부, 금융회사, 기업 등 일명 ‘3두마차’ 간의 시너지가 주효했다.

아베 내각은 2013년부터 대규모 금융완화, 적극적 재정정책, 획기적 성장전략 등 이른바 ‘3개의 화살’을 쏘아 강력한 정책 시너지를 도모했다. 장기간 이어진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은행(BOJ)은 2013년 3월 양적·질적 금융완화 정책을 추진했다. 이전에는 BOJ가 통화정책을 소극적으로 운용한 탓에 유동성 함정에 봉착해 금융완화 효과를 거두기 어려웠다. 아베 정부는 국가채무 우려보다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재정지출을 적극 확대했다.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지 못할 경우 명목 GDP가 줄어들어 국가 부채의 실질 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확장 재정을 통해 명목 GDP를 키우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아울러 과소투자, 과잉규제, 과당경쟁 등 3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산업구조를 혁파하기 위해 규제 개혁, 전략산업 육성, 해외 성장시장 확보 등을 추진했다. 특히 성장 전략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재정과 통화 정책의 공조(policy mix)를 통해 디플레이션 탈출 여건을 조성한 점이 주효했다. 후임 총리인 스가, 기시다 내각도 아베노믹스의 틀을 유지하면서 일부 정책을 보완했다.

긍정적 효과는 기업에서 먼저 나타났다. 버블 붕괴 이후 일본 기업들은 경기 침체 시에도 고용을 유지하면서 임금과 생산 단가를 낮추는 축소 지향적 방식으로 대응했다. 제로 금리하에서도 부채 상환에 몰두해 정작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투자를 기피했다. 하지만 2013년 아베노믹스 이후에는 기업들이 비용 상승 요인을 가격에 전가하면서 영업 마진을 확보하고 엔 약세로 영업외이익도 늘면서 경상이익이 최고치를 경신했다. 노동력 부족에 대응한 자동화 투자, 이커머스 관련 물류, 도심 재개발, 탈탄소 전환 등을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확대됐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일자리를 늘리고 임금을 올릴 수 있었다.

일본 금융회사들도 부실자산 처리를 마무리한 2000년대 이후 기업금융을 강화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20년 가까이 역성장한 기업 대출은 기업의 자금 수요 회복 덕에 2014년부터 가계대출 증가세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2024년 일본 기업 대출 총액은 402조 엔으로 1997년 이후 처음으로 400조 엔대를 회복했다. 또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으면서 일본 기업들은 비핵심자산의 매각이나 핵심사업의 경쟁력 제고 등 자산을 전략적으로 배분해 자본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아베노믹스(통화완화, 재정확대, 성장전략)가 기업 실적 개선(주가 상승)을 가져왔기에 임금 인상과 투자 확대가 가능했고 고용 확대와 가계 소득 증대로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장기 불황) 탈출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나타난 것이다. 한국에서도 ‘진짜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증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내수 회복의 전제는 기업 실적 개선이다. 기업은 ‘일본 경제 대전환’을 참고해 일본과 유사한 징후를 보이는 오늘날 한국 경영 환경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겠다.
  • 권영선

    권영선youngsun.kwon@wfri.re.kr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상무

    고려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다트머스대 MBA를 취득했다. 한국은행, 리먼브러더스, 노무라를 거치면서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을 연구했다. 현재 우리금융그룹 산하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 연구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며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2025년 발간한 책 『일본 경제 대전환』을 공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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