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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NASA ‘고위험 성공전략위원회’의 교훈

최상혁 | 419호 (2025년 6월 Issue 2)
인류 과학 문명의 중추적 기관인 미 항공우주국(NASA, 나사)의 위상은 단순한 기술력이 아닌 지도자들의 통찰과 결단에서 비롯됐다. 아폴로 프로젝트를 거치며 1970년대 나사는 우주과학에 관련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기술의 부재를 경험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데이터를 선별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이는 오늘날 인공지능(AI)의 토대가 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Relational Database Management System)로 발전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리더십이 실제 혁신을 이끌어낸 사례다.

나사는 단지 현재의 문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미래를 경영하는 리더를 양성하는 데 집중한다. 리더 육성을 위한 나사의 대표적인 조직이 바로 ‘고위험군 성공전략위원회(High Risk-taking Success Strategy Committee)’다. 이 위원회는 실패할 것이 뻔한 일,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고 잘 모르는 일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끌고, 이를 위해 인간의 어떤 요소가 개입돼야 할지 연구하는 조직이다. 이 위원회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건 리더십이다. 매니저가 되면 리더가 되는 것이라고 흔히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리더와 매니저는 명확히 구분된다. 매니저는 주어진 자원과 조건을 활용해 현재를 최적화하는 사람이라면 리더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는 ‘파워 비전’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고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리더란 실패의 가능성까지 포용하며 새로운 길을 여는 존재다.

필자도 위원으로 참여한 고위험군 성공전략위원회는 나사의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반복된 성공과 안정에 안주하지 않도록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훈련 프로그램의 첫 순서는 현재 조직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당면한 문제를 토론하고 조직의 공동 과제를 식별하게 한다. 그리고 현재의 문제를 극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조직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가 점진적 혁신이 아닌 돌파형 혁신인지, 위험을 감수하면서 그 혁신을 어떻게 현실화할지 구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지막으로 위험 감수에 필요한 적절한 지원도 마련한다.

이처럼 나사는 조직이 정체된 틀에 머무르지 않도록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조직문화의 전환을 추구한다. 익숙한 환경에 안주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결국 리더십을 잃기 마련이다. 따라서 나사는 기존의 방법론을 넘어서도록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독려하며 모든 구성원이 리더로 성장하는 문화를 지향한다. 직원 개개인이 리더가 되지 않으면 미지의 세계를 향한 우주 개발이라는 거대한 도전은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리더십이란 더 이상 다수를 이끄는 전통적 정의에 머물지 않는다. 통찰과 비전을 가지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며 미래의 가능성을 현실로 이끈다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

“과거의 성공에 머무르지 말고 실패조차 감수하며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나사가 추구하는 ‘영역을 벗어난 혁신’은 한국 기업에도 유의미한 교훈을 준다. 과거의 성공 경험에 안주하거나 안정적인 시스템에만 의존한다면 급변하는 미래를 주도할 수 없다. 이제는 조직 구성원 개개인이 리더십을 갖고 스스로 질문하며 불확실성을 돌파할 수 있는 용기와 비전을 갖춰야 한다. ‘안전한 성공’이 아닌 ‘위험을 감수하는 혁신’을 택하는 것이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 최상혁

    최상혁sang.h.choi86@gmail.com

    NASA 랭글리연구소 수석연구원

    인하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기계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0년 나사 랭글리연구소에 입사해 지금까지 230편 이상의 연구 논문과 보고서를 발표하고 지난 2020년 한국인 최초로 나사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현재 나사 랭글리연구소에서 첨단 전자·에너지 물질을 개발하는 연구팀을 이끌고 있으며 나사 양자기술 위원, 고위험 성공 전략 위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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