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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우리는 구성원을 얼마나 아는가

박정열 | 390호 (2024년 4월 Issue 1)
최근 불황으로 한풀 꺾인 감이 있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인의 꿈은 ‘퇴사’다. 특히 최근의 퇴사 열풍이 과거와 다른 점은 회사를 떠나게 되는 상황에 대해 판단하고 결정하는 주체가 조직에서 직원 개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회사를 떠나는 이유가 과거보다 훨씬 더 정서적이며 개별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맥킨지 대퇴사 보고서에 따르면 구성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조직, 그리고 리더와의 관계를 통해 얻어 지는 ‘존중받는 느낌’, 그리고 이로부터 파생되는 ‘소속감’과 ‘상호 연결감’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존중은 라틴어로 Respectus인데 ‘반복’을 의미하는 접두어 Re와 ‘본다’는 의미의 Specere(스페케레)로 이뤄진 단어다. 반복해서 본다는 것은 대상을 피상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본질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즉, 존중은 ‘구성원을 일반화해 피상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그만의 독특함을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 A, B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IQ 테스트를 실시했고 두 사람 모두 123이 나왔다. 그렇다면 A와 B는 지능이 같은 건가? 결괏값을 보면 같은 지능을 가진 것으로 간주하고 싶지만 측정 세부 항목들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 무리임을 알 수 있다. 결괏값은 측정 항목들의 평균값이기 때문이다. 평균은 일반화를 통해 복잡한 대상을 대략 어림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한다. 속도와 효율을 얻는 반면 정확도와 효과는 희생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특정 관점으로 싸잡히거나 일반화되지 않고 고유한 나 자신 그 자체로 인식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많은 경영자가 구성원 개개인의 소리에 부응하는 것이 조직 내 복잡성을 증대시킨다는 우려를 한다. 하지만 이는 진실이 아니다. 로라 로버츠 미시간대 교수는 조직 내에서 Best Self Portrait, 즉 최고의 자기 모습을 드러내고 발휘할 수 있을 때 탁월한 결과를 만들 확률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즉 팀의 탁월성을 목격하고 싶다면 개별 팀원 하나하나가 가지는 특장점을 인식하고 이를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적합한 기회를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런 연구 결과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상에서 이를 목격하고 있다. 자신과 싱크로율이 높은 커뮤니티에 있을 때의 모습과 싱크로율이 낮은 커뮤니티에 있을 때의 모습을 잠시 떠올려 보자. 고양이가 환영받지 못하는 사자 무리에 매일 출근했다 퇴근해야 한다면 그 고양이에게 최고의 열정과 몰입, 그로 인한 탁월함을 기대할 수 있을까? 우리는 누구나 내가 나로서 인정받고 존중받는 곳에서 최고의 나를 발현할 동기를 얻게 된다. 이 때문에 심리학자 크리스토퍼 J. 브라이언은 “정체성이 곧 최고의 동기부여 원천”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통한다.” 대부분 공감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구성원들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 고해상도로 구성원의 자기다움을 확인하고, 어렵지만 이를 일터에서 동력이 되도록 기회를 만들려는 리더의 모습 그 자체만으로 구성원들은 존중받는다 느낄 것이다. 존중받은 구성원들이 나를 알아주는 일터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지 상상해 보자. 벅찬 조직 역동이 그려지지 않는가.
  • 박정열 박정열 | 현대자동차그룹 경영연구원 전임교수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서울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LG경영개발원을 거쳐 삼정KPMG에서 Learning & Development Center Director를 지냈다. 논문 ‘지식근로자의 일터학습민첩성 진단도구 개발’로 한국인력개발학회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휴탈리티: 미래 인재의 조건(저녁달, 2023)』이 있다.
    soulpark77@hyunda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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