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Sloan Management Review

"우리는 직원들의 역량을 제대로 키워가고 있는가"올바른 학습 어젠다, CEO 어젠다의 핵심이다

191호 (2015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질문

기업의 학습 프로그램은 어떻게 하면 리더십 역량을 더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학습 어젠다가 CEO의 전략적 어젠다에 부합해야 함

- 학습을 타부서들과 연결할 수 있는 거버넌스 매커니즘을 만들어야 함

- 역량 강화를 위한 활동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들에 집중돼야 함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5년 가을 호에 실린 “Aligning Corporate Learning With Strategy”를 번역한 것입니다.

 

 

최고경영자(CEO) 대상 설문조사들을 보면 리더십과 경영 역량을 가진 인재가 부족하다는 점이 주요 고민거리로 언급되곤 한다.1 오늘날에는 기술이나 자본이 아니라 지식노동자의 역량이 성장의 한계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은 만큼(신흥시장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이런 고민은 놀랄 일이 아니다. 진정 놀랄 일은 이런 고민에 대한 대응이 이제껏 얼마나 효과가 없었는지다. 기업이 인적자원개발에 투자를 꺼려한다는 말이 아니다. 기업은 이 분야에 막대한 지출을 하고 있다. 2012년에 선진국 기업들은 거의 4000억 달러를 직원 교육에 지출했다.2  그런데도 한 연구에 따르면 관리자 대다수는 자신의 회사에 직원 교육 프로그램이 다 없어지면 업무 성과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3 기업 학습 전문가인 우리로서는 회사의 교육 프로그램이 이토록 효과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실망한다.

 

문제는 기업이 교육에 쏟는 투자와 노력이 상당 부분 엉뚱한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데 있다. 예를 들면, 많은 기업이 자사의 직원 학습 프로그램이첨단인지 평가해 달라는 의뢰를 하곤 한다. 온라인 강좌와 모바일 앱을 통해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확보하는 지식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전통적인 교육 방식의 효과성을 재검토하게 됐고, 따라서 기업의 학습 책임자들이 혁신적인 교육 방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도 테크놀로지가 조직원들 사이에 학습 기회를 확장하고 민주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신경과학과 학습과학의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효과적인 학습에는 뇌의 인지중추와 감정중추 모두가 관여된다고 한다. 하지만 기업의 목표와 연결되지 않으면 학습에서 획기적인 효과가 나올 수 없다. 필자들이 생각건대, 관건은 학습과 전략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이냐지 어떤 방식으로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냐가 아니다.

 

학습과 전략의 연결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4 2009, 벨기에 익셀의 유럽경영대학협의회(European Foundation for Management Development, EFMD)는 학습 프로그램이 기업 전반의 전략에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를 포함한 평가 기준들을 통해 기업의 학습 관련 조직을 평가하는 기업학습향상과정(Corporate Learning Improvement Process) 시스템을 개발했다(필자들 중 한 명이 개발에 참여했다). 이 시스템은 기업 연수원과 학습 담당 부서에 대한 평가 기준을 리서치에 기반해 마련한 최초의 시도라 할 수 있다. 이 시스템으로 기업들을 평가한 결과를 살펴보니, 학습과 전략의 부합(alignment) 부분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으며 이 부분은 기업에 따라 편차도 컸다.5 본 논문은 학습과 전략이 잘 연결되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고 모범적인 기업들의 사례를 제시하고자 한다.

 

‘학습(learning)’이라는 말(경영 분야에서는학습대신훈련(training)’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인다)지식 자체를 위한 지식이라는 뉘앙스를 준다. 하지만 기업에서의 학습이란 그 기업이 표방하는 목표에 기여하고 효과성이 확인된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지 않으면 존재 이유가 없다. 많은 기업 연수원들이 학계의 패러다임을 보면서 에드엑스(edX), 코세라(Coursera), 테드(Ted), 칸 아카데미(Khan Academy), 소셜네트워크 사이트 등의 학습 자원으로 직원들을 연결시키는 통로가 되려 한다. 그러면서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학습할지 결정하는 책임을 직원들에게 지운다. 하지만 이런 접근방식은 학습에 많은 관심을 기울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유의미한 역량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난제(難題) 를 해결하지 못한다.

 

기업의 학습 프로그램이 적합하고 유의미하려면, 학습 담당 임원들은 인재의 역량을 개발하고 전략적 우선순위를 지원하는 책임을 자신들이 져야 한다. CEO와 최고위 경영진의 역할도 중요하다. 최고위 경영진이 개인적으로 신경써 주는 것도 좋겠지만, 리더십 역량 개발은 학습 담당 임원들이 책임져야 할 일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다행히 최고위 경영자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글로벌 CEO를 대상으로 진행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리더십과 인재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일이 개인적으로 시간을 더 쓰고 싶은 영역이라고 답했다.6 CEO의 관심과 리더십은 조직에 올바른 기조를 설정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학습 담당 임원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기업의학습 어젠다를 기업의 목표 및 그에 필요한 인재 수요에 부합시키려 하면서 더 전략적인 관점과 학습의 역할에 대한 선제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본 논문은 학습 담당 임원들이 어떻게 학습 전략을 짜고 실행하는지에 대한 사례도 소개한다. (‘연구내용참조.)

 

 

DBR Mini Box

 

 

 

 

연구내용

이 논문은 우리가 연구자로서, 또 기업 학습 부서 책임자로서 직접 활동해 본 경험과 리더십 개발 및 역량 개발 분야에서 선도적이라고 알려진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3년에 걸쳐 진행한 리서치를 토대로 작성됐다. 이 리서치는 CEO 어젠다의 우선순위와 학습 프로그램을 연결시키기 위해 기업들이 어떤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였다.

 

 

61개 조직에서 87명의 학습 및 역량 개발 전문가들이 설문조사와 면접조사에 참여했다. 이들은 IMD의 경영자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었다. 이에 더해, 캡제미니, 제너럴일렉트릭, 힐티, 나이키, 로열더치셸, 유니크레디트, 유니레버 등 다양한 업계의 글로벌 기업에서 학습 및 역량 개발 임원, 고위 관리자, 학습 프로그램 참여자 등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면접조사를 실시했다(일부 응답자는 서면으로 답했다). 몇몇 기업은 자사의 전략과 함께 학습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한 경과, 타당성, 의사결정 과정 등에 대한 내부 문서를 제공했다.

 

 

 

CEO 어젠다 파악하기

 

경영 컨설턴트였을 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CEO 어젠다를 뽑아내는 것에서 새 고객사와의 일을 시작했다. 애널리스트 보고서, 기업 홈페이지, 면접조사 등을 통해 CEO 어젠다를 추려내면 그 기업 경영진이 가장 중요시하는 사업과 가장 우려하는 지점을 파악할 수 있었고 그에 맞게 이후 논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 성공적인 학습 담당 임원들도 이와 비슷한 접근방식을 취한다. 학습 어젠다가 CEO가 생각하는 기업의 우선순위를 반영하게 만드는 것이다. CEO 어젠다를 파악하는 것은 학습과 전략을 연결시키기 위한 첫 번째 단계다. ( 1)

 

 

 

로열더치셸(Royal Dutch Shell plc.)의 학습 담당 부회장 패디 코인(Paddy Coyne)의 사례를 보자. 셸의 프로젝트 엔지니어로 경력을 시작한 코인은 컨설팅 회사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 & Company Inc.)로 옮겨 14년을 일한 뒤 2007년에 셸로 돌아왔다. 2009년 피터 보저(Peter Voser) CEO에 임명됐을 때, 셸은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혁신적인 에너지 회사가 되기 위해 글로벌 비즈니스 라인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7 코인은 보저의 새 비전에 맞게 관리자 육성 프로그램을 바꿀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코인의 팀은 셸의 사업 환경과 셸이 필요로 하는 리더십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 내외부 관계자들을 밀도 있게 조사해 네 가지의 리더십 요소를 짚어 냈고 이를 CEO와 인적자원 담당 임원에게 보고했다. 10년 넘게 운영돼 온 리더십 모델을 본질적으로 바꾼 것이었고, 이를 실현하려면 리더 육성에 대한 접근방식도 달라져야 했다. 코인이 제안한 새 리더십 개발 시스템은 직무 경험을 통해역할 속에서(in-role)’ 리더십을 개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었다.

 

기본 원칙은(이는셸의 리더는 개인적으로 최고의 직원들을 개발해 낸다8 는 말로 표현되곤 한다) 바람직한 행동을 육성하기 위해 라인 매니저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학습 및 인적자원 책임자들은 리더십의 주요 전환점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들을 새롭게 개편해야 했다. 코인은 학습이 기업의 필요를 계속해서 지원할 수 있도록 새 프로그램 개발에 조언을 하는 자문 패널을 구성했다.

 

셸의 노력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기업의 학습을 기업의 목표와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는 접근방식의 좋은 사례다.9  CEO 어젠다에서 시작하면, 관심을 끌려고 경쟁하는 여러 의제들의 소음을 뚫고서 CEO가 꼭 달성해야 할반드시 이겨야 하는 전투한두 가지를 드러내 준다.

  

 

이 접근법은 대부분의 학습 및 역량 개발 접근법의 출발점과 어떻게 다를까? 반적인 접근법은 교육 니즈가 어디에 있는지를 분석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한다. 역량의 간극이 존재하는 곳과 관리자들이 교육을 통해 해결하고 싶어 하는고충들을 파악하기 위해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면접조사를 실시한다. 예를 들면, 우리와 함께 작업했던 한 글로벌 소비재 회사는 중간관리자용 리더십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교육 디자인 컨설턴트들을 고용해 교육 니즈에 대한 분석을 실시했다. 수십 명의 관리자에게 여러 가지 항목을 제시하고 리더에게 필요한 교육을 중요도에 따라 순위를 매기도록 했다. 설문조사, 관리자들은 성과 향상을 위한 코칭 기술, 영감을 불어넣는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등에 대해 교육을 더 받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석에서 도출된 교육 프로그램은 온갖 역량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뷔페와 같았다. 프로그램에 포함된 역량들 각각이 다 중요하긴 하겠지만, 모아 놓았을 때 해당 조직의 특성이나 전략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 식의 교육 니즈 분석에서는 어느 조직이나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규모가 큰 기업의 중간관리자들이 대개 비슷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이 그림에서 빠져 있는 것은 해당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 특유의 여건과 그 기업의 성공에 꼭 필요한 것들의 우선순위다.

 

 

 

강사가 얼마나 뛰어나고 피교육자들이 얼마나 열정적이든 간에, 이런 종류의 교육 니즈 분석으로 짜여진 학습 프로그램은 그 기업에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 쪽으로 바늘을 돌리기가 어렵다. 게다가 이 과정을 아웃소싱하면서 학습 담당 책임자는 자사의 사업을 가까이서 면밀히 파악할 기회를 잃는다. 또한 교육 디자인과 교육 진행을 담당하는 외주 컨설턴트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분석 결과과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 언급했듯이, 이보다 더 좋은 접근법은 학습이 기업의 전략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전략 어젠다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CEO 어젠다를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교육 프로그램을 구체적인 비즈니스 목적에 맞게 짤 수 있도록 초점을 제공해 주므로 강력한 접근법이 된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은 아직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지 못하다. 한 가지 이유는 기업이 표방하는 우선순위가 (가령, ‘성장과 같이) 모호하게 표현된 경우다. 그런 경우, 학습 책임자는 학습 자원을 그쪽으로 돌릴 수 있도록 목표를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 핵심을 드러내야 한다(: 신흥시장에서 신제품 매출을 두 배 늘린다). 학습의 사명, 강조점, 진행 과정, 자산 등을 구체적인 사업 목표와 연결시킬 수 있는 기업이라면 진정한 학습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학습 및 역량 개발과 관련한 거버넌스 구조가 다른 부서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방해하는 기업도 많다. 한 연구에 따르면 CEO나 이사회에 직접 보고를 하는 최고학습책임자가 있는 기업은 3분의 1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10 대체로 학습과 관련한 보고는 인사담당 임원이나 그 밖에 다른 부서의 임원이 맡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학습 책임자가 기업의 전략적 어젠다에서 유리(遊離)돼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학습 책임자들은 다른 부서들과 주요 사안에 대해 선제적으로 토론하고 함께 일할 필요가 있다. 학습 책임자와 다른 부서들과의 상호작용은 교육 비용의 문제나 교육 시간을 할애하는 문제와 같은 행정적인 논의에 치우치느라 낭비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학습 책임자는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을 염두에 둬야 하고 고위 경영진은 역량 강화 활동이 회사의 우선순위 분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CEO 어젠다 파악이 학습 어젠다 마련의 첫 단계라면, 다음은 여러 가지 학습 및 역량 개발 활동들을 통해 학습 어젠다를 운영하는 것이다.

 

학습 자원을 검토하고 조정하기

 

CEO 어젠다를 파악하고 나면, 기존 학습 자원들의 현황을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학습 전략과 유리되지 않게 하려면 이러한 현황 파악이 주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관찰한 바로, 학습 자원에 대한 현황 파악은 많은 기업에서 간과되기 일쑤다.

 

한두 해 전, 우리 중 한 명이 규모가 크고 분산돼 있는 한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학습 프로그램을 검토한 적이 있다. 이 회사는 느슨한 예산 집행 절차 때문에 학습 활동과 관련한 지출이 수십 개의 팀에 흩어져 수백 개의 외주 업체로 나가면서 많은 부분 적절하게 사용되지 않고 있었다. 이는 극단적인 경우지만(수천만 달러였다), 규모가 큰 조직에서 이는 그리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을 파악하는 것만 해도 쉬운 일은 아니다.

 

기존 프로그램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에 더해 역량 개발과 관련한 기존의 인프라도 파악해야 한다. 셸이 리더십 개발의 접근법을 바꾸기로 결정했을 때, 이 회사에서는 각 팀장, 부서장들이 인적자원개발 전문가들에게 인재 육성을 아웃소싱하는 방식이 오랫동안 사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접근법은 직무를 통한 개발, 핵심 인재 개발, 교육 프로그램 등을 모두 통합하도록 돼 있었기 때문에 거의 패러다임 전환이나 마찬가지였다. 새 접근법은 역량 파이프라인 강화의 책임을 임원들이 직접 지면서 세심하게 통합된 직무상의 훈련을 통해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승진 및 승계의 과정, 인사부서와 학습 전문가들의 지원 역할 등을 포함한 회사의 역량 개발 생태계 전체를 완전히 다시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학습 프로그램과 학습 조직의 대대적인 변경은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기업의 사명이나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로 그런 변화가 꼭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급진적인 변화는 단절을 일으킬 수도 있다. 셸은 과거와 단절한다는 신호를 분명히 보내기 위해 기존의 학습 프로그램을 버리기로 결정했지만 새로운 글로벌 리더십 교육을 진행하기까지 6개월간 교육의 공백이 있었다. 대조적으로 제너럴일렉트릭(General Electric Co.)은 더 점진적인 접근을 취했다. 2010년에 고위 리더십 프로그램의 콘텐츠와 방향성을 단계적으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는데 이는 기존의 구조와 특성을 상당 부분 유지한 채로 진행됐다.11

 

최고학습책임자가 바뀌면 전략이 아니라 영역 싸움이나 새 책임자의 기질에 따라 기존 체제가 무효화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실수다. 기업의 전략이 변하지 않았다면 학습 어젠다와 CEO 어젠다는 안정적이어야 한다. 학습 부서의 조직 구조가 바뀌는 일이 너무나 흔하게 일어나지만 학습 부서의 개편은 학습 어젠다가 기업 전략과 일치하지 않거나 기업 전략이 바뀌는 경우처럼 명백히 타당한 근거가 있는 경우로만 한정돼야 한다.

 

학습 부서가 명시적인 사명 선언문을 작성해 두는 곳도 있다. 기업 목표와 CEO 어젠다상의 우선순위가 학습 원칙에 포함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물론 기업 전략이 바뀌면 학습 사명도 바뀐다. 파리에 본사를 둔 글로벌 IT 서비스 및 컨설팅 업체 캡제미니(Capgemini)는 인수합병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에 기업 연수원을 설립했다. 이 연수원은 그룹의심장이자, 집이자, 허브가 된다는 사명을 가지고 시작됐는데, 다양하고 분산된 사업 부문에서 온 리더들이 모여 친목도 쌓고 회사와의 유대도 다질 수 있는 장소라는 의미였다. 1998년에는 파리 본사 근처에 연수원을 지어서 그러한 사명의 상징이자 교육이 이뤄지는 물리적 장소로 삼았다. 문화적 통합이라는 사명을 유지하면서 2007년까지 학습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이 연수원 건물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캡제미니가 새로운 성장 단계에 진입하면서 연수원의 역할도 달라졌다. 2007∼2013년에는 세계 각지에 분산돼 있는 사업 부문들이 일관되고 공통된 업무 방식과 방법론을 따를 수 있도록 글로벌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연수원의 핵심 임무가 됐다. 또한 글로벌한 시사점이 있는 우선순위에 맞도록 교육 프로그램이 조정됐다. 새로운 역할에 맞게 연수원의 사명 선언문도 달라졌다. 2012년 무렵이면 강조점은 온라인 교육과 현지 교육으로 바뀌어 중앙 연수원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전체의 3%에도 미치지 못하게 됐다.

 

고객사들이 더 통합적인 IT 솔루션을 원하게 되면서 캡제미니는 2013년에 전략을 다시 한번 수정했고 연수원의 사명도 다시 조정했다. 조직장벽을 허물고 사업 부문 간 연결고리를 만든다는 CEO의 전략에 부응하기 위해서였다. 어느 면에서 이는 초창기의 사명, 허브기능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중앙 연수원이 다시 한 번 관리자, 경영자들 간의 학습과 친교의 장으로 중요성을 갖게 됐다.

 

학습 어젠다에 대한 지지를 획득하기

 

CEO 어젠다와 마찬가지로 학습 어젠다는 전략적인 학습 활동들로 구체화돼야 한다. 하지만 학습 프로그램 중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없애며, 무엇을 추가할지를 선택하는 것은 학습 부서만의 결정이어서는 안 된다. 변화를 이루려면 다른 부서 리더들로부터도 정보와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하며 여기에는 CEO 레벨까지 포함돼야 한다. 올바른 지지 구조를 만들고 유관 사업부서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리히텐슈타인에 본사를 둔 건설기계 회사 힐티(Hilti AG)의 인적자원 담당 선임 부회장 아이빈드 슬란(Eivind Slaaen)은 리더십 육성에 대한 접근법을 라인 매니저들을 관여시키는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직무상의 경험을 통해 관리자 역량을 개발하되 여러 해에 걸쳐 공식적인 교육 프로그램들로 이를 지원한다는 것이 슬란의 비전이었다. 슬란은 이렇게 설명했다. “학습을 별개의 과정으로가 아니라 일종의 여정으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2주일의 교육으로 사람들에게 알아야 할 것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라인 매니저들을 파트너로서 관여시키는 것입니다. 이 여정에 참여하도록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학습 프로그램에 대해 지지와 추진력를 얻는 데는 CEO의 관여가 매우 중요하며, 고위급 경영진 교육이나 리더십 교육은 특히 더 그렇다. (제너럴일렉트릭 CEO는 한 번만 빼고 30년 넘게 모든 임원 대상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빠졌던 한 번은 당시 CEO였던 잭 웰치(Jack Welch)가 심장우회수술을 받았을 때였다.)12 고위 경영진이 중요시한다는 점이 드러나면 학습 프로그램의 적절성과 신뢰성에 대해 사내에 긍정적인 인식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셸의 CEO는 리더십 육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그것의 중요성과 의미를 여러 차례 강조함으로써 새 학습 어젠다의 실행에 크게 기여했다.

 

 

유니레버(Unilever) CEO 폴 폴먼(Paul Polman)도 리더십 개발을 장기 비전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그는 글로벌 학습 및 역량 개발 담당 부회장에게 장기적인 성과와 외부 상황에 더 초점을 둔 고위급 리더십 프로그램을 고안하도록 지시했다. 프로그램이 마련되자 폴먼은 직접 임원들에게 참가를 독려했고 폴먼 자신도 참여했다. 또 싱가포르에 새 연수원을 지었는데, 이는 거의 60년 만에 처음으로 유니레버가 학습 인프라를 확장한 것이어서 리더십 육성을 회사가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드러내 줬다.13

 

CEO의 관심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관계 당사자들을 관여시키는 더 광범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학습 책임자들은 의사결정력과 영향력이 있는 다른 부서 리더들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협업적인캠페인을 계획해야 한다. 우리와 함께 일한 한 회사는 교육 비용이 참여자 수에 따라 해당 부서에 배정되도록 돼 있어서 학습 프로그램 실행에 장애가 되고 있었다. 따라서 최고재무책임자의 지지를 획득해야만 더 효과적인 학습 프로그램의 재정 구조를 개발할 수 있었다. 학습 책임자는 원칙에 기반해 여러 부서 당사자들을 참여시킴으로써 회사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학습의 중요성을 사내에 알릴 수 있다.

 

학습 자문위원회와 같은 거버넌스 매커니즘을 구축하는 것도 사업 단위들의 필요에서 유리되지 않는 학습 어젠다를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셸은 여러 사업 단위를 대표하는 임원들로 자문 패널을 구성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교재 개발에 자문을 제공하며 교육 프로그램의 효과를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캡제미니 연수원도 다양한 단위의 리더들로부터 교재 제작에 자문을 구했고 학습 부서의 고위 책임자가 사업 부서들과 연수원 사이의 연락을 담당하도록 했다. 이러한 거버넌스 구조는 각각의 학습 활동이 글로벌 학습 어젠다와 일치하게 하면서 그와 동시에 학습 책임자들이 각 사업 단위의 변화하는 요구 사항들을 반영할 수 있게 해 준다.

 

셸은 여러 사업 단위를 대표하는 임원들로 자문 패널을 구성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교재 개발에 자문을 제공하며

교육 프로그램의 효과를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학습 어젠다를 실시하기

 

학습 어젠다가 구축되면 기존의 학습 포트폴리오를 수정하고 새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어젠다를 실행해야 한다. 이런 종류의 변화가 으레 그렇듯이 현상 유지를 원하는 세력의 강력한 저항을 예상해야 한다. 이해당사자들을 초기 단계부터 포함시키는 통합적 접근방식은 학습 어젠다를 실행하고 저항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평판도 좋고 참여자 반응도 좋은 프로그램이 새로운 학습 어젠다와는 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기업의 목표라는 공을 앞으로 밀지 못하는 학습 프로그램은 없애거나 기업의 필요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 새로운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교육 프로그램 디자인 역량이 있는 여러 학습 담당자들이 협업을 해야 할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든 학습 어젠다가 모든 학습 프로그램의 개발에서북극성’, 즉 선택과 검증의 기준이 돼야 한다.

 

학습 어젠다를 실시한다는 것은 기업 전체의 학습 전략이 각 부서와 단위 수준에서 적용돼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사업 부서의 책임자가 자신의 부서의 우선순위와 투자를 기업 전체의 전략에 일치시켜야 하듯이 학습 책임자들은 각각의 교육 프로그램이 사업상의 구체적인 요구 및 기업의 글로벌 학습 어젠다와 연결되게 해야 한다.

 

전략적인 핵심 질문

 

기업의 학습 전략은 다음의 핵심 질문에 답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 조직 사람들이 회사에 가장 중요한 결과를 내기 위해 필요로 하는 역량을 육성하기 위해 올바른 일을 하고 있는가?” 우리가 제시한 접근방식은 이 질문을 다루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이다. 이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는 기업은 경쟁 우위의 강력한 지렛대를 갖고 있는 셈이다.

 

역량 강화 활동과 기업의 우선순위를 일치시키는 것은 효과적인 학습 전략의 핵심이다. 이를 달성하려면 고위 경영자가 교육장에 얼굴을 비추게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회사의 인적자본에 적용되는 것이니만큼 학습 어젠다는 CEO 어젠다의 필수불가결한 연장선으로 여겨져야 한다.

 

번역 |김승진 mafaldakim@gmail.com

  

슐로모 벤-허르(Shlomo Ben-Hur)는 스위스 IMD 조직 행위 및 리더십 교수다. 버나드 자워스키(Bernard Jaworski)는 캘리포니아 주 클레어몬트 대학원 피터드러커/마사토시이토 경영대학원 교수다. 데이비드 그레이(David Gray) IMD 연구원이자 보스턴에서 활동하는 기업 학습 컨설턴트다. 이 글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6407에 접속해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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