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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네트워크:새 경쟁역학의 키워드

마이클 D. 라이얼 | 146호 (2014년 2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3 6월 호에 실린 로트먼 경영대학원 전략 부교수 마이클 D. 라이얼(Michael D. Ryall)의 글 ‘The New Dynamics of Competitio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3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자신의 저서 <미래사회를 이끌어가는 기업가정신(Innovation and Entrepreneurship)>에서 지식 기반 혁신에 의존하는 산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혁신이 일어나려 한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확산된다. 그러다가 갑자기 폭발에 가까운 사건이 발생한 후 몇 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난 흥분, 매우 활발한 신생기업 활동, 엄청난 언론의 관심이 뒤따른다. 그러다가 모든 것이 정상화되는침체(shakeout)’ 상태가 찾아온다. 이 시기를 잘 견뎌내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드러커는 지식 주도 혁신이한 가지 요인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서로 다른 부류의 지식이 융합되는 현상을 토대로 하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초기의 비약적인 발전은 활발한 활동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모든 조각이 제자리를 찾은 후에야 의미 있는 발전이 이뤄진다.

 

드러커의 주장이 과학적으로 옳은지 증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필자는 드러커의 주장이 전략이라는 분야를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묘사한다고 생각한다. 초창기에 전략은 부정확한 것으로 여겨졌다. 스왓(SWOT) 분석을 비롯한 상식적인 접근방법이나 보스턴컨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의 시장점유율 매트릭스(growth-share matrix) 같은 틀이 전략 수립의 기초가 됐다. 하지만 마이클 포터가 1979년에 발표한 5가지 경쟁요인 모델(five forces model)은 전략 분야를 영구적으로 변화시켰다. 5가지 경쟁요인 모델은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실시된 산업 조직에 대한 경제 연구에 내재된 실질적인 의미를 통합했다. 지식 기반 혁신으로 인해 전략은 사실상 하룻밤 새 새롭게 연구해야 할 분야가 돼버렸다. 포터가 실무자들을 위해 발표한 저서 <마이클 포터의 경쟁전략(Competitive Strategy)>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포터의 아이디어는 공개된 즉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다른 분야의 연구진, 세계전략경영학회(Strategic Management Society)와 동료 학자들 간 심사(peer review)가 이뤄지는 전략 경영 저널(Strategic Management Journal) 등 기존 집단들이 포터의 아이디어에 관심을 보였다. 기업들이 계속해서 제각각 다른 성과를 보이는 원인을 추론한 비공식 논문도 줄줄이 발표됐다. 자원 기반 관점, 동태적 역량, 거래비용의 경제학 등 다양한 이론이 등장했고 머잖아 실증적인 연구도 속속 뒤따랐다. 1996년에는 포터의 5가지 경쟁요인 모델처럼 많은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매우 높은 수준의 독창성을 자랑하는 또 다른 개념이 등장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의 애덤 브란덴버거와 하본 스튜어트 주니어가 제안한가치 기반 비즈니스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가치 기반 비즈니스 전략이 발표되자 수리 경제학자들이 전략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가 가치확보모델(value capture model·VCM)이라 칭하는 종합적인 경쟁 전략 모델이 등장했다. 가치확보모델은 특이하게도 비즈니스 전략 연구에 협력 게임 이론의 수학 개념을 적용한다. (사실협력(cooperation)’은 부적절한 표현이다. 가치확보모델에 적용되는 수학은 경쟁 역학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가치확보모델은 포터의 5가지 경쟁요인 모델을 비롯한 다른 경쟁 전략 이론과 달리 설명과 예측에 도움이 된다. 가치확보모델은 여전히 발전 중이다. 하지만 학자들은 경쟁 역학을 설명하고 전략 의사 결정과 관련된 실질적인 의미를 찾기 위해 가치확보모델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가치확보모델의 핵심은 어떤 거래 당사자가 일련의 집단들과의 거래에 참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치는 각각의 거래가 해당 집단 밖에 있는 집단들에게 더해줄 수 있는 가치에 의해 제한된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이와 같은 공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고 이런 공리를 고려했을 때 전략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는 것이 바람직한지 전달하고자 한다.

 

전략을 재정의하라.

 

5가지 요인에서 1가지 요인으로

 

대부분의 산업에서 기업, 공급자, 고객은 어떤 식으로, 누구와 함께 가치를 창출할지 선택할 수 있다. 좀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기존 공급자 및 고객과 거래하는 방식을 수정할 수도 있고 다른 공급자와 고객을 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행위자들 역시 기존에 거래하던 기업, 자사의 공급자와 고객 등과 거래하는 방식을 유사한 방식으로 수정할 수 있다.

 

이런 현실을 토대로 경쟁력을기업이 주어진 행위자들과의 거래에서 얻는 가치와 그 외의 다른 행위자들과의 거래를 통해 얻을 수 있으나 포기한 가치 간의 긴장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정의는 하나의 산업 내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업과 공급자, 고객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경쟁력을 이런 방식으로 정의하면 거래에 참여한 행위자에게 공식적인 정체성을 부여하고, 행위자들을 수학적인 게임 이론 모델 내에 배치하고, 경쟁 관계 내의 긴장감을 측정하는 지표를 활용해 자원 투자와 역량 투자를 통해 어떤 이익을 얻을지 평가할 수 있다. 빅데이터(소비자 행동, 지출, 주가, 기업 계좌 등을 추적하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할 수도 있다. 그 외의 다른 전략 이론은 전략 결정이 미치는 효과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모델을 만들거나 어떤 유형의 경영 프로세스나 투자가 산업 내에서 기업의 가치 확보 역량을 개선시키는지에 관한 가설 검증을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잃어버린 전략 고리참조.)

 

가치확보모델은 포터가 제안한 틀과 크게 두 가지의 중요한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첫째, 포터는 특정한 기업이 갖고 있는 기회를 정의할 때 다른 행위자가 해당 기업에 대해 갖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힘(구매자 협상력, 공급자 협상력, 새로운 진입 위협, 대체품의 위협, 유사 기업으로 인한 경쟁)을 근거로 삼는다. 다른 행위자들이 특정한 기업과 거래하기 위해 경쟁할 가능성은 해당 기업에 대한 각 행위자의 영향력을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여겨질 뿐이다. 포터는 여러 유형의 주체를 경쟁이라는 행위로 묶어 불필요한 복잡성을 초래한다. 반면 가치확보모델에는 투명하게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는 단 하나의 경쟁 요인이 있을 뿐이다. 공급자들은 기업과의 거래를 위해 경쟁하고, 기업은 공급자와의 거래를 위해 경쟁한다. 기업은 고객을 얻기 위해 경쟁하고, 고객 역시 원하는 기업과 거래하기 위해 경쟁한다. 요컨대, 산업 내에서 활동하는 각 주체(기업이건, 고객이건, 공급자건)는 하나의 경쟁 요인을 경험할 뿐이다. 각 주체가 경험하는 경쟁 요인의 강도를 측정할 때는 해당 주체가 주어진 행위자들과의 거래를 통해 생성하는 가치와 그 외의 다른 행위자들과 거래했을 때 생성 가능한 가치 간의 긴장 상태를 지표로 삼는다. 실제로 창출된 가치에 비해 대체 가치가 클수록 경쟁 강도가 높아진다. 경쟁 요인의 상대적인 강도는 각 주체가 확보 가능한 가치의 양을 결정한다.

 

둘째, 가치확보모델은 시장 참가자들 간의 거래를 통해 생성되는 가치와 각 참가자가 전유(專有)하는 가치를 명확하게 구분한다. 가치확보모델 분석은 전자를 토대로 후자에 미치는 영향을 산출하지만 전자와 후자를 구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포터는 창출 가치와 전유 가치 간의 차이를 강조하지 않았고 그 결과 둘 간의 차이 자체가 거의 사라졌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포터의 5가지 경쟁요인 모델을 가치전유모델이라고 여긴다. (사실 이 같은 인식은 어쩌면 부당한 것일 수도 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의 파괴적 혁신, 김위찬과 르네 마보안(Renee Mauborgne)의 블루오션 전략 등 상충되는 수많은 비공식적 전략 이론들이 가치전유보다 가치 창출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가치사슬에서 가치 네트워크로

 

가치확보모델은 실무자들에게 기업의 경쟁 환경을 지도로 표시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지금껏 가치는 하나의 사슬로 연결된 여러 활동의 산물로 여겨졌다. 포터의 5가지 경쟁요인 모델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서 기업이 공급자로부터 재료를 받아 가치를 추가한 다음 고객에게 활동 사슬의 산물인 제품을 판매하는 식이다. 기업은 가격을 두고 공급자 및 고객과 실랑이를 벌이며 다른 기업의 가격가치 제안에 비해 자사의 가격가치 제안이 얼마나 매력적인가에 따라 기업의 수익성이 달라진다.

 

가치확보모델은 기업의 가치사슬 대신 필자가 가치 네트워크 지도(value network map, 실제 거래와 잠재 거래에 의해 정의되는 연결고리로 이어진 생산적인 사회적 연결망)라 부르는 것을 활용한다. 가치 네트워크 지도에는 크게 두 가지 구성요소가 있다.(‘가치전유에 대한 다른 관점’ (그림 1) 참고) 첫 번째 구성요소는 기업의 가치 네트워크로 기업과 함께 실질적인 가치 창출 거래를 하는 행위자(대개 공급자와 고객)로 구성돼 있다. 네트워크 외부에 가치 창출 기회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면 아예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

 

경쟁이 있기 때문에 가치가 생성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경쟁이 없으면 거래 당사자들이 서로 실랑이를 벌이고 각 당사자가 다른 거래 참가자들을 상대로 자신이 얼마만큼의 가치를 얻을 자격이 있는지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경쟁은 가치 네트워크 지도의 두 번째 구성요소로 인해 발생한다. 네트워크 내부의 행위자와 거래하고 싶어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런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네트워크 외부의 행위자로 인해 경쟁이 발생한다. 예컨대 제조업체 A사가 소매업체 B사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자 하지만 B사의 진열 공간이 충분치 않아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가치확보모델에서는 이런 행위자들이 가치 네트워크의 경쟁 주변부(competitive periphery)에 모여 있다. 주변부에서 활동하는 행위자가 기업과 거래하기를 원하면 기업이 네트워크로 인해 생성되는 가치를 갖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네트워크 내에서 발생하는 활동의 대가로 기업에 주어지는 것이 터무니없이 적은 경우에는 기업이 기존의 거래 관계를 끊고 주변부에서 활동하는 다른 행위자와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가 경쟁 주변부에 위치해 있을까? 포터가 찾아낸 모든 주체들은 경쟁 주변부에 위치해 있다. 주변부에 위치한 경쟁 기업들은 네트워크 내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공급자와 고객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 인근 산업에서 활동하는 잠재 진입자와 대체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포터가 강조했듯이 이런 현실로 인해 기업이 가치를 전유하기가 힘들어진다. 하지만 기존 공급자와 고객의 경쟁 상대(네트워크 내에서 활동하는 기업이 현재 거래하지 않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거래할 수도 있는 상대), 인근 산업에서 활동하는 잠재 진입자와 대체 기업의 경쟁 상대 역시 경쟁 주변부에 포함돼 있다. 기존의 공급자나 고객을 좀 더 마음에 드는 대상으로 대체하겠다는 신빙성 있는 위협은 기업이 공급자와 고객으로부터 좀 더 많은 가치를 전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온라인에서 서적 판매가 시작됐던 초창기(1994∼2001)의 아마존(Amazon)을 떠올려 보자. 당시 아마존은 급격한 판매 증가와 혁신적인 기술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손해를 면치 못했다. (그림 2) 아마존과 거래하고자 하는 구매자라면 누구나 아마존을 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아마존의 경쟁 주변부(아마존과 거래하기 위해 경쟁할 가능성이 있는 행위자들)는 텅 비어 있었다. 흥미롭게도 이런 문제를 초래한 것은 다름 아닌 아마존의 혁신이었다. 오프라인 소매 방식에서 온라인 소매 방식으로 이동한 덕에 사실상 기업의 역량을 제한하는 요소가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필자는 아마존의 초창기 고객이었다. 오프라인 서점들이 구비해 두지 않는 수학 논문을 구하기가 무척 편리했기 때문이었다. 책을 구입하기 위해서 줄을 서거나, 제한돼 있는 고객의 지위를 얻기 위해 입찰을 하거나, 또 다른 아마존 애호가가 필자와 아마존 간의 관계를 끊어버릴지도 모른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반스앤노블(Barnes & Noble) 온라인 서점 사업부는 아마존 고객들에게 비슷한 가치를 지닌 대체 거래를 제안했다. 당시에는 온라인 서점 소매업체 간에 차별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얼마 안 되는 가격 차이에 매료돼 단 몇 초 만에 마우스를 몇 차례 클릭해 선택을 바꾸곤 했다. 뿐만 아니라 구매자의 주변부는 구매자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초래했다. 당연하게도 아마존은 자사의 서비스에 걸맞은 수준으로 가격을 인상할 수 없었다. 결국 당시 시장에서 생성된 가치의 상당 부분은 고객에게 돌아갔다.

 

전략 결정을 고려하라

 

지금까지 필자는 가치확보모델을 설명하기 위해 개별 기업의 통제권 너머에 있는 변수(특히 기존 가치 네트워크 내에 있는 행위자, 대체 가능한 네트워크 파트너의 존재로 판단한 행위자의 경쟁 수준)에 주목했다. 하지만 이런 변수는 기업이 최종적으로 확보 가능한 정확한 가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변수들은 네트워크 내에서 기업이 확보 가능한 가치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결정할 뿐이다. 경쟁이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때도 있지만 네트워크 내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파트너들이 직면하는 경쟁의 강도가 상한선을 결정하며 기업이 직면하는 경쟁의 강도가 하한선을 결정한다.

 

물론 실제로 확보된 가치는 기업이 내리는 전략적 결정의 결과다. 우리는 모두 기업이 어떤 역량과 자원에 투자할지에 관한 결정을 통해 경쟁 기회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잘 알고 있다. 협력 게임 이론을 가치확보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전략 모델에 적용하면 이런 직관이 옳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략 결정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다. 가치 창출과 가치전유를 구별하는 가치확보모델의 특성이 점차 중요해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역량과 자원에 대한 기업의 전략적 투자는 두 가지 측면(네트워크 내에서 활동하는 파트너들이 생성하는 실제 가치 및 잠재 가치에 역량과 자원이 미치는 영향, 거래 파트너를 통해 가치를 찾아내는 기업의 능력을 역량과 자원이 개선시키는 정도)에서 평가할 수 있다. 실질적인 가치나 잠재적인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자원과 역량을 배치할 때는 경쟁 의도(competitive intent)를 토대로 배치가 이뤄진다. 반면 경쟁에 의해 정해진 것보다 많은 가치를 포기하도록 거래 파트너를 설득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된 자원과 역량을 배치할 때는 설득 의도(persuasive intent)를 토대로 배치가 이뤄진다.

 

기업은 자사가 당면한 상황의 경쟁 강도에 걸맞은 수준으로 확보 가능한 가치의 범위(최소 범위, 최대 범위 혹은 둘 다)를 늘리기 위해 경쟁 역량과 자원을 활용한다. 따라서 최소 가치를 최대 가치 수준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자원을 배치하면 도움이 된다. 설득 자원이 약한 경우라면 특히 큰 도움이 된다. 경쟁 자원은 대개 찾기 쉬운 편이다.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 생산적인 자산, 혁신 기술, 고객 서비스 품질 등은 기업이 네트워크 내에서 생성하는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경쟁 주변부에 있는 행위자들과의 거래를 통해서 생성 가능한 가치 역시 이런 요소들의 영향을 받는다.

 

광고에도 경쟁이 반영돼 있다. 자사의 제품을 얻기 위한 고객의 지불 의사를 강화하려는(가령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 등을 통해) 목적으로 광고를 제작할 수도 있고 고객의 경쟁 제품 구입 의사를 약화시키기 위해 광고를 제작할 수도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주변부에서 활동하는 주체들의 고객확보경쟁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활동은 대개 기업의 최대확보가능가치(maximum capturable value)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비교 광고는 현재 자사의 고객이 아닌 잠재 구매자들의 지불 의사를 강화해 자사와 거래하기 위한 주변부의 경쟁을 강화하고 자사의 최소확보가능가치(minimum capturable value)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 광고는 두 가지 효과 모두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GM)는 광고에서 자사의 온스타(OnStar) 서비스를 홍보하며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했다. 자사 자동차의 매력도를 높이는 동시에 경쟁 자동차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것이 GM 자동차 광고의 목표다. 마찬가지로습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곁들인 수면제 광고는 경쟁 제품을 대놓고 공격하는 셈이다.

 

기업의 최소, 최대 확보 가능 가치 사이에 격차가 생길 정도로 경쟁 강도가 약한 경우에는 설득을 위한 자원과 역량을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상황에 놓인 기업은 가치를 포기하도록 네트워크 파트너들을 설득하기 위해 자원과 역량에 투자할 수도 있다. 이런 활동이 주요한 이윤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 예컨대 자동차를 판매하는 영업사원들은 정교한 판매 기법을 동원해 구매자들이 좀 더 많은 가치를 내놓도록 만든다.

 

애플(Apple)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애플의 온라인 진출은 아마존의 온라인 활동과는 상당히 다른 결과로 이어졌다. 애플은 2001년에 아이튠즈(iTunes)를 선보였으며 2010년에는 세계 최대의 음악 판매업체가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2011년에 아이튠즈 총매출이 14억 달러에 이르렀으며 그중 30%가 매상 총이익의 형태로 애플에 돌아갔다고 설명한다.

 

애플이 판매하는 기기를 비롯한 물리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라면 생산 능력을 경쟁 자원으로 활용해 주변부가 항상 들끓도록 만들 수 있다. 가령 기업이 자사와 거래할 수 있는 행위자의 수를 제한하면 주변부가 많은 행위자들로 가득 차게 된다. 애플은 2001년에 아이팟(iPod)을 처음 출시하면서 공급을 제한해 아이팟을 얻기 위한 경쟁에 불을 지폈다. 아이튠즈에서 판매되는 독점적인 노래 포맷 또한 애플의 물리적인 기기가 갖고 있는 희귀성과 디지털 콘텐츠를 연계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애플 제품 특유의 디자인이 많은 인기를 끌면서 애플 구매자들은 매우 높은 충성심을 보였다. 구매자들의 주변부는 다른 디지털 음악 공급자들과 기기 공급자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애플에 충성심을 갖고 있었던 구매자들은 다른 공급자들과의 거래가 상대적으로 가치가 크지 않다고 여겼다. 따라서 애플은 고객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었다. 애플 제품 생태계가 갖고 있는 상호 보완적인 본질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논의가 이뤄졌다. 가치 창출 모델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표현하면 아이튠즈 스토어의 가치가 증가하고(애플의 기기를 여러 개 보유한 구매자의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애플의 경쟁 주변부가 약화된 덕에 애플의 최대확보가능가치가 커졌다.

 

아마존과 애플의 사례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아마존의 경우, 서적 공급자들은 거의 무제한적인 거래 역량을 보유한 유통업체를 통해 제한된 숫자의 물리적 제품을 배송했다. 애플의 경우에는 콘텐츠 공급자들이 음악에 대한 라이선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것은 고유의 역량이 전혀 필요치 않은 활동이다. 따라서 주변부를 가득 메우겠다는 공급자들의 약속은 애당초 믿기 어려웠다. 그러나 애플은 독점적인 파일 포맷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를 자사 제품과 연계해 유통을 통제했다.

 

애플은 최소확보가능가치와 최대확보가능가치 간의 간극을 넓혔으며 자사의 설득 자원을 적극 활용했다. 설득 자원은 경쟁에 의해 정해진 수준을 넘어서 좀 더 많은 가치를 포기하도록 거래 파트너를 설득하는 역할을 한다. 판매 시점에 가격을 통제하면 대중 소매 시장에서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업이 이런 방법을 활용하면 구매자들에게주어진 가격을 받아들이건 관두건 알아서 하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를 비롯한 고가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와 같이 흥정을 벌이는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고객에게 매우 유리할 때에는 이런 기법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소전유가능가치와 최대전유가능가치 간의 격차가 줄어들 때도 마찬가지다. 사실 판매 시점에 가격을 통제하는 방법이 아마존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반스앤노블 온라인 서점과의 유사성으로 인해 최소전유가능가치와 최대전유가능가치 간의 격차가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결과를 수량화하라

 

전략적 선택이 기업의 가치 네트워크와 경쟁 주변부에 미치는 정확한 영향을 예측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가치확보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수학 모델을 활용하면 이런 영향을 좀 더 정확하게 수량화할 수 있다. 사실 가치확보모델 내에서는 기업의 최소가치전유수준과 최대가치전유수준(기업이 확보 가능한 가치의 범위를 정의)이 선형 프로그래밍(엑셀에서 실행 가능한 잘 알려진 분석 기법)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필자가 현재 공동 집필 중인 에반 크리스텐 스페셜티 푸드(Evan Kristen Specialty Foods·EKSF) 사례를 살펴보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EKSP는 소매 식료품 가게의 농산물 코너에서 일년 내내 신선한 세척 허브를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는 신생기업이다. EKSF가 사업을 추진하려면 벤처투자가들로부터 비즈니스 계획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EKSF는 비전통적인 참가자들과 함께 가치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EKSF의 가치 네트워크에는 유통업체 역할을 맡게 될 페덱스(FedEx, EKSF는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농산물 창고 관리 요건 및 배송 요건을 뛰어넘을 생각이다), 통관수속처리기기 공급과 매장 내 냉장 진열을 담당할 OEM 업체,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받는 운송용 냉각제 제조업체, 소매 매장 내부 직원(농산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캘리포니아 왓슨빌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연중 재배가 가능한 지역의 재배업자 등이 있다.

 

이와 같이 특이한 시나리오에는 보편적인 산업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치확보모델을 활용하면 벤처투자가들이 EKSF의 혁신 가치 네트워크 내에서 활동하는 모든 주체들과 관련된 경쟁 강도를 평가할 수 있다. 분석 결과와 비즈니스 계획 내의 재무 추정치를 비교하면 잠재 투자자들이 예측 가능한 경쟁 수준을 토대로 예상되는 이윤과 설득 자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윤을 구별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대개 경쟁력을 통해 확보하는 이윤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고 여긴다.)

 

이와 같은 분석은 가치 네트워크에 속하는 모든 행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쟁 강도의 균형과 발전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신생기업의 역량을 엄격하게 제한하면 경쟁 주변부에 위치한 고객들이 해당 신생기업과 거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게 된다. 하지만 상위로 올라가면 앞서 언급한 여러 비전통적 공급자들의 주변부가 텅 비어 있다. 공급 측면에서 바라보면 EKSF 역시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서 EKSF와 공급자들에게는 서로 힘을 모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하지만 중단기적인 위협이 등장하고 있다. 벤처 투자가가 출구 전략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치확보모델은 EKSF가 성공하면 EKSF의 혁신적인 가치 네트워크의 효능이 검증되고 EKSF의 특이한 공급자들을 둘러싼 경쟁 주변부가 EKSF의 경쟁 주변부보다 좀 더 신속하게 메워져 이윤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냉각제 공급자로부터 특허 라이선스를 따내야 한다.

 

전략은 복잡한 영역이며 사회과학은 발전과 정체를 반복하고 있다. 따라서 가치확보모델이 실무자들에게 즉각 사용 가능한 경영 도구를 제공하기까지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가치확보모델에 대한 연구는 이미 자신이 이끌어나가는 기업을 위한 전략 방향을 고민 중인 리더들에게 중요한 통찰력을 제시하고 있다. 전략 분야의 학자들이 투입 변수가 빠짐없이 보완된 능률적인 모델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면 이 모델이 중요한 이론적 패러다임으로 부상할 것이다. 그런 다음 실증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개선이 이뤄지면 개선된 모델이 발견과 혁신으로 이뤄진 반복적인 선순환 고리 속에서 비즈니스 관행을 한층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마이클 D. 라이얼

마이클 D. 라이얼(Michael D. Ryall)은 토론토대(University of Toronto) 로트먼 경영대학원(Rotman School of Management) 전략 부교수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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