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vard Business Review

성능과 매출, 위대한 기업을 향한 길

143호 (2013년 12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3 4월 호에 실린 딜로이트 서비시즈 LP 이사 마이클 E. 레이너(Michael E. Raynor)와 딜로이트 컨설팅 LLP 최고전략책임자 뭄타즈 아메드(Mumtaz Ahmed)의 글 ‘Three Rules for Making A Company Truly Great’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3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비즈니스 리더의 귀를 사로잡는 전략과 경영에 관한 조언 중 상당수는 신뢰할 수 없거나 비현실적이다. 조언자들은 우연의 위력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경영 구루들은 위대해 보이는 기업을 통해 명확한 교훈을 찾아낸다. 하지만 이런 기업들이 일궈낸 놀라운 결과가 실제로는 임의성 짙은 변동에 불과할 수도 있다. 경영자들은 다행스러운 우연의 일치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기업 성과를 자랑스레 떠벌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비즈니스 리더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만한 뛰어난 성과에 관한 기본적인 질문(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은 어디인가? 무엇이 이 기업들을 남다르게 만들었는가? 이런 기업들처럼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답변을 내놓는 사람은 거의 없다.

 

철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사실에 불만을 느낀 필자들은 수천 개 기업을 상대로 통계 연구를 진행했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진정으로 오랜 기간 뛰어난 성과를 자랑해 온 수백 개의 위대한 기업을 찾아냈다. 그런 다음 필자들은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일부 기업들을 위대하게 만든 다양하고 수많은 선택이 아주 기초적으로 보이는 단 3개의 원칙과 일치했던 것이다. 3개의 원칙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저렴한 가격보다 뛰어난 성능 먼저:가격보다는 차별 요인을 앞세워 경쟁해야 한다.

 

2. 비용보다 매출 먼저:비용 절감보다는 매출 증가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3. 그 외에 다른 원칙은 없다:첫 번째 원칙과 두 번째 원칙을 따르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어떤 것이든 바꿔야 한다.

 

이 원칙에 구체적인 행동이 명시돼 있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인 전략이 언급돼 있지도 않다. 필자들이 찾아낸 3개의 원칙은 기업들이 오랜 기간 위대함을 이뤄내는 토대가 돼 온 근본적인 개념이다. 진정으로 위대한 조직의 리더들은 어떻게 이런 원칙을 받아들이게 됐을까? 필자들도 그 답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위대한 기업의 경영자들이 의식적으로 이런 원칙을 따랐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리더와 미래의 리더들이 앞서 언급한 3대 원칙을 따른다면 이들이 이끌어나가는 기업들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뛰어난 성과를 자랑할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질 것이다.

 

뻔한 말을 뛰어넘어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성공사례연구를 주제로 하는 비즈니스 서적과 논문의 인기가 점차 높아졌다. 이런 현상이 필자들이 연구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책은 아마도 토마스 피터스(Thomas Peters)와 로버트 워터맨(Robert Waterman)이 집필한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과 짐 콜린스(Jim Collins)가 발표한 <좋은 기업을 넘어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인 듯하다. 그 외에도 비슷한 주제의 책과 논문이 수없이 많다. 하지만 이런 책이나 논문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제시된 사례에 등장하는 기업들이 정말 뛰어난 기업인지 판단할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임의성으로 인해 평범한 기업이 1년간, 혹은 2년간, 심지어 10년간 위대한 기업처럼 보였으나 어느 순간 기업 성과가 평균 수준으로 급락할 수도 있다. 성공 사례에 언급된 기업의 성과가 단순히 행운의 결과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면 이들의 행동을 모방하는 것이 좋을지 확신할 수도 없다.

 

필자들은 임의성 문제에 정면으로 접근했다. 잡음으로 가득한 환경 내에서 약한 신호를 찾아내려면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필자들은 활용 가능한 가장 방대한 데이터베이스(1966년부터 2010년까지 미 증권 거래소에서 거래된 25000개 이상의 기업에 관한 데이터베이스)에서부터 출발했다. 총자산수익률(return on assets·ROA)을 성과 측정을 위한 지표로 활용했다. 근본적인 기업 성과가 아니라 주식시장의 예상치 못한 변동과 투자자 기대치의 변화를 반영할 가능성이 있는 총주주수익률(total shareholder return·TSR)보다는 확실하고 안정적인 성과를 반영하는 총자산수익률이 성과를 좀 더 정확하게 알려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필자들은 우수한 성과를 내는 기업들을 2개의 범주로 분류했다. 첫 번째 범주인기적의 일꾼(Miracle Worker)’은 조사 대상인 25000개 기업 중 총자산수익률을 기준으로 상위 10%에 드는 기업이다. 기적의 일꾼으로 분류된 기업들은 우수한 성과가 요행 때문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너무나 빈번하게 총자산수익률 기준 상위 10%에 포함됐다. 두 번째 부류인장거리 주자(Long Runner)’는 상위 20∼40%에 드는 기업이다. 이들 역시 행운이 뛰어난 성과의 원인이었다고 보기에는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자랑했다. 이와 같은 두 부류에 속하는 기업들을 특출한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비교를 위해 평범한 성과를 내는 기업(Average Joe)도 찾아냈다. (‘잡음 속에서 신호를 찾기 위한 노력참조.)

 

174개 기업과 170개 기업이 각각 기적의 일꾼과 장거리 주자로 분류됐다. 이들은 총자산수익률을 기준으로 자사를 잡음과 구별하는 데 성공한 기업들이다. (필자들이 검토한 19개의 유명 성공 사례에 언급된 소위 뛰어나다고 불리는 기업 중 필자들이 정해 놓은 기준을 통과한 곳은 12%에 불과했다. 기적의 일꾼이 아니라 장거리 주자를 기준으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준을 충족시킨 곳은 12%뿐이었다.)

 

연구 결과 특출한 기업의 형태와 규모가 다양한 것으로 밝혀졌다. 예컨대,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소비재 시장과 산업용 시장에서 수천 개에 달하는 제품을 판매하는 3M도 특출한 기업에 포함됐다. 하지만 핵미사일의 부식을 예방하는 단일 제품을 개발했으나 특허도 신청하지 않았고 경첩 부위가 삐걱삐걱 소리를 내는 것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WD-40이라는 기업도 특출한 기업으로 분류됐다. 세계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맥도날드(McDonald’s)도 특출한 기업으로 밝혀졌지만 불과 43개의 매장을 갖고 있을 뿐인 카페 체인 루비스(Luby’s)도 특출한 기업으로 분류됐다. (조사 당시 루비스의 매장 수는 43개에 불과했지만 이후 루비스의 매장 수는 약 100개 정도로 증가했다.) IBM도 특출한 기업으로 분류됐지만 조사 당시 규모가 IBM 0.5%에 불과했던 신텔(Syntel) 역시 특출한 기업으로 분류됐다.

 

무엇이 뛰어난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되는지 찾아내기 위해 9개 산업을 골라 각 산업에서 활동하는 3개의 대표 기업을 찾아냈다. 각 산업에서 3개의 성과 범주를 대표하는 기업을 하나씩 골랐다. 오랜 기간 공통점을 갖고 있었으며 비교하기에 적당한 규모를 갖고 있는 기업을 세심하게 골랐다. 필자들이 찾아낸 구체적인 성과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는 행동의 차이를 탐색했다. 예컨대, 기적의 일꾼으로 분류된 기업이 탁월한 매출총이익 덕에 총자산수익률 우위를 얻은 경우에는 해당 기업이 매출총이익을 높이기 위해 어떤 행동을 했는지 탐색했다. 자산이용률이 눈에 띄는 경우에는 어떤 행동이 자산이용률 개선에 도움이 됐는지 살폈다.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행동의 차이가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재무 모형을 구축했다. 예컨대, 기적의 일꾼으로 분류된 트럭 수송기업 하틀랜드 익스프레스(Heartland Express)가 총자산수익률 부문에서 우위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매출총이익 덕이었다. 또한 하틀랜드 익스프레스의 매출총이익이 높게 나타난 것은 높은 가격 때문인 것처럼 보였다. 가격 프리미엄을 배제하고 하틀랜드의 재무 상황을 다시 계산한 결과 하틀랜드의 가격 책정 전략이 매출총이익 및 총자산수익률을 개선시키는 원동력이 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자 일이 복잡해졌다. 오랜 기간 성과에 영향을 미쳐 온 측정 가능한 행동을 찾아내려 반복적인 노력을 거듭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예컨대, 처음에는 M&A를 피하는 전략이 트럭 수송 산업에서 특출한 성과를 거두는 데 도움이 됐던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트럭 수송 부문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내는 기업인 하틀랜드가 15년에 걸쳐 가장 M&A에 적극 참여했던 시기가 있었다. M&A가 다른 산업에서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없었다. 제과 산업을 살펴보면 기적의 일꾼 리글리(Wrigley)와 평범한 기업 록키마운틴 초콜릿팩토리(Rocky Mountain Chocolate Factory)는 내부 역량을 토대로 유기적인 성장을 거듭한 반면 장거리 주자 툿시 롤(Tootsie Roll)은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데 주력했다.

 

고객에게 주목하는 전략이 주효했던 것일까?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면 혁신이나 위험 감수 전략이 답일까? 아니다. 이 모든 요인이 위대한 성과로 이어지기도 하고, 적당히 괜찮은 성과로 이어지기도 하고, 평균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요인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판단을 내릴 수는 없었다. 결국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 외에는 어떤 답도 내놓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기업이 올바른 거래를 하거나, 올바른 혁신을 추구하거나, 올바른 방식으로 올바른 위험을 감수하는 경우에만 성공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너무 뻔한 말이라무조건 올바른 일을 하라고 가르치는 경영대학원에서 비즈니스맨에게 들려주는 조언만큼이나 쓸모가 없다. 가령, 올바른 사람을 뽑으라거나(누군들 맞지 않는 사람을 뽑고 싶었겠는가?), 명확한 전략을 수립하라거나(누군들 혼란스러운 전략을 수립하려 하겠는가?), 고객에게 원하는 것을 주라거나(고객에게 의도적으로 원치 않는 무언가를 내놓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는 조언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이 조언들은 모두 많은 사람들이 독파한 성공 사례에서 발췌한 것들이다.

 

그래서 필자들은 좀 더 깊이 파고들기로 했다.

 

이런 기업들이 무엇을 했는지 집중적으로 살피는 대신 특출한 기업들의 사고에 대한 가설에 주목하자 유용하고 설득력 있는 틀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필자들은 이 틀을 토대로 특출한 기업이 무엇을 했는지 살펴보는 차원을 넘어서서 이들이 어떤 식으로 결정을 내렸는지 연구했다. 기업의 행동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반면 기업이 결정을 내리는 방식은 매우 일관성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수를 고려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기적의 일꾼들은 자사의 비가격 경쟁 요소(nonprice position)를 개선하고 불균형적일 정도로 많은 매출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는 거래를 추구하는 등 마치 필자들이 제안한 3개의 원칙을 따르는 것처럼 행동했다. 다각화에서부터 좁은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행위, 세계화에서부터 본국 시장에 머무르는 행위 등에 이르기까지 다른 행동 요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연구를 거듭할수록 특출한 기업들이 오직 3개의 원칙을 준수하는 것만을 중요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원칙들이 뻔한 소리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다. 가격 기반 경쟁이 수익 창출에 좀 더 커다란 도움이 된다는 결론이 나왔을 수도 있고 비용 우위가 우수한 성과를 주도한다는 결론이 나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원칙 1. 저렴한 가격보다 뛰어난 성능 먼저

 

모든 기업은 선택을 한다. 경쟁을 위해 훌륭한 브랜드, 흥미로운 스타일, 뛰어난 기능이나 내구성, 편의성과 같이 우수한 비가격 편익을 제공할 수도 있다. 혹은 이런 요소와 관련해 최소한의 용인 가능한 기준을 충족시킨 후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을 사로잡으려 들 수도 있다. 기적의 일꾼들은 전자를 택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평범한 기업들은 대개 가격을 중심으로 경쟁을 한다. 장거리 주자는 어느 한쪽을 명확하게 선호하지 않는다. (‘특출한 기업은 3개의 원칙을 따른다참조.)

 

트럭 운송업에 대한 규제 완화 바람과 함께 트럭 운송 기업들이 차별화를 위해 적극 노력했던 1980년에는 무수히 많은 새로운 성장 기회가 등장했다. 하지만 기적의 일꾼으로 분류되는 하틀랜드는 기존의 활동 범위를 고수하고 고객의 수를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고객이 제아무리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요구를 하더라도 약속한 시간에 신뢰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비가격 차별화 정책 덕에 하틀랜드는 경쟁업체보다 약 10% 높은 가격을 부과할 수 있었고 가격 프리미엄은 하틀랜드가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얻는 데 도움이 됐다.

 

반대로 트럭 수송 산업을 대표하는 3개 기업 중 장거리 주자로 분류되는 워너 엔터프라이지즈(Werner Enterprises)는 규모와 범위를 모두 확대했다. (규모 확대를 통해 미 대륙 전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범위 확대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워너는 이런 접근방법을 택한 덕에 얻은 것도 있었지만 잃은 것도 있었다. 첫째, 워너는 활동 범위를 넓히고 시장을 다양화했기 때문에 하틀랜드와 같은 수준으로 서비스를 다각화하고 가격 프리미엄을 부과할 수 없었다. 둘째, 워너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전략을 택한 탓에 수송 트럭이 끊임없이 굴러가도록 만들고 적정 수준의 자산이용률을 유지하기 위해 이따금씩 다소 수익성이 낮은 일도 받아들여야만 했다. 최고라 할 만한 실행 역량 덕에 워너는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결국 장거리 주자로 분류되지 않았는가! 하지만 기적의 일꾼 반열에 올라서지는 못했다.

 

트럭 운송 부문을 대표하는 3개 기업 중 평범한 기업에 속하는 P.A.M. 트랜스포테이션 서비시즈(P.A.M. Transportation Services·PAM)는 워너보다 좁은 범위의 고객과 서비스에 주목했다. 하지만 저가를 앞세워 운송량을 늘렸다. 이상하게도 트럭 운송 산업 내에서 수요가 공급을 능가했음에도 불구하고 PAM은 운전기사 부족에 시달렸으며 유휴설비로 곤란을 겪었다. PAM은 수익성 회복을 위해 자동차 부문을 집중 공략하는 방안을 도입하고 계약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문제가 있었다. 자동차 시장 경기가 나빠지자 PAM 또한 힘든 시기를 겪게 됐다. 미리 정해 놓은 좁은 시장에 집중하는 PAM의 전략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틀랜드 역시 특정한 시장에 주력했다. 하지만 PAM은 저가를 강조했다. 필자들이 설명한 원칙을 따르지 않았던 것이다.

 

제아무리 탁월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비가격 지위를 포기하면 성과가 흔들리게 마련이다.예컨대, 메이택(Maytag)은 필자들이 선정한 기적의 일꾼 중 하나다. 하지만 특정한 기간에 한해서만 이 분류가 유효하다. 1966년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메이택의 총자산수익률은 상위 10%에 포함됐다. 메이택이 높은 총자산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업계 최고라 할 만한 제품, 메이택의 광고에 등장한할 일 없는전자제품 수리 기사를 토대로 하는 독특한 브랜드 이미지, 수만 명에 달하는 독립 판매업자를 활용해 고객에게 적극 다가가는 유통 경로 덕이었다.

 

하지만 대형 매장이 소매 시장을 장악하자 메이택은 제품 라인과 소매 가격을 다양화했다. 그 결과 메이택의 비가격 지위와 가격 프리미엄이 약화되고 말았다. 성과가 대폭 하락했고 메이택은 결국 2006년에 월풀(Whirpool)에 인수되고 말았다. 산업의 변화에 따라 제품 범위를 다양화하는 전략이 반드시 잘못됐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메이택은 비가격 지위를 상실했고 새로운 전략으로 인해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향을 수정하지 않았다.

 

기업이 상대적인 가격 지위를 외면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저가를 토대로 경쟁하는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외면해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 좀 더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좀 더 뛰어난 가치가 뛰어난 성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하려는 것이다.오랜 기간 탁월한 수익성을 얻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이런 원칙과 일치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이런 원칙과 부합하지 않는 전략은 외면해야 한다.

 

첫 번째 원칙저렴한 가격보다 뛰어난 성능 먼저에서 가격보다 성능이먼저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메이택의 경우가 그랬듯 경쟁 환경이 바뀌면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 하지만 가격을 낮추더라도 얼마든지 첫 번째 원칙을 준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사가 제시한 가격이이전보다 낮은가가 아니라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쟁기업의 가격보다 높은가.메이택 역시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감내한다 하더라도 우수한 비가격 지위를 구축할 수 있는 부문으로만 다각화해 나가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비가격 지위에는 장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 아닌 다른 기준을 토대로 경쟁을 하는 기업은 나름의 성공 공식을 찾아낸 경쟁상대와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무작정 모방하는 경쟁기업은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리고 기존 기업이 힘겹게 일궈 놓은 차별화 우위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모방을 일삼는 경쟁기업이 좀 더 뛰어난 성공 비법을 찾아낼 수도 있다. (‘비가격 지위의 위험과 약속참조.)

 

파괴적인 위협을 감시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매출총이익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시장 부문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좀 더 저렴하지만 그럭저럭 쓸 만한 제품을 판매하는 잠재적인 파괴 세력에게 시장에 침투할 수 있는 여지를 주게 된다. 하지만 이제 파괴 현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대체 가능한 해결방안에 파괴적인 잠재력이 있고 방어를 위해 반격을 해야 할 만한 상황인지 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파괴를 꿈꾸는 기업들에잠재적인 파괴 세력 중 가장 효과적이고 수익성이 높은 기업은 파괴를 위한 공격을 감행할 때 필자들이 소개한 3개의 원칙을 따른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식료품 소매 부문을 대표하는 3개 기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매우 흥미롭다. 먼저, 기적의 일꾼으로 분류된 웨이스는 저가전략으로 이윤을 확보한 가격 기반 경쟁기업이다. 뿐만 아니라 유명한 유기농 제품 공급업체 홀푸즈(Whole Foods)저렴한 가격보다 뛰어난 성능 먼저라는 첫 번째 원칙과비용보다 매출 먼저라는 두 번째 원칙을 명확하게 실천했음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기업(Average Joe)에 머물렀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주식 시장에서 거래돼 온 홀푸즈의 총자산수익률이 대다수의 상장기업보다 낮은 경우도 더러 있었다.

 

홀푸즈가 장거리 주자(Long Runner)나 기적의 일꾼(Miracle Worker)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홀푸즈가 경쟁의 파도를 견뎌내지 못하고 침몰할 가능성도 있다. 홀푸즈는 특산물을 조달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수준 높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장을 찾은 고객이 키노아 조리법을 물어도 친절하게 응대할 정도다. 높은 비용 탓에 홀푸즈의 경쟁기업들은 홀푸즈에 맞설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공급망 비용 하락과 함께 주류 식료품 업체들도 홀푸즈의 경쟁 지위를 모방하기 시작했다. (한때는 흔히 구하기 어려운 특산물이었던 키노아를 요즘은 거의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다.)

 

이 사례는 본 연구의 중요한 한계점을 강조한다. 즉 이 글에서 언급한 3개의 원칙을 따른다고 해서 반드시 기적의 일꾼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비가격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그만한 자원을 투자할 가치가 없는 경우도 있다. 필자들이 제안한 원칙은 어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알려줄 뿐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원칙 2. 비용보다 매출 먼저

 

기업은 가치를 창출해야 할 뿐 아니라 이윤의 형태로 가치를 확보해야 한다. 특출한 기업들은 가격을 높게 책정하거나 판매량을 늘리는 전략을 토대로 매출을 늘려 경쟁 상대보다 훨씬 많은 이윤을 벌어들인다. 매우 드물긴 하지만 비용 경쟁력이 뛰어난 수익성의 원동력이 되는 경우도 있다.

 

좀 더 높은 가격이 좀 더 많은 이윤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전혀 놀라울 것이 없다. 하지만 필자들은 연구 과정에서 기업들이 이처럼 당연한 개념을 다양한 맥락에서 활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커다란 감명을 받았다. 1970년대 중반부터 할인점 부문에서 전설적인 기업들을 능가해 왔으며 기적의 일꾼으로 분류되는 미국의 할인업체 패밀리 달러 스토어즈(Family Dollar Stores)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패밀리 달러를 찾는 고객 중 상당수가 빈곤층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높은 가격이 패밀리 달러의 성공 비결이었다는 사실이 놀랍게 느껴질 수도 있다. 패밀리 달러가 높은 가격을 부과할 수 있었던 것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엄선된 제품을 판매하고 고객의 편의를 적극 고려했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은 패밀리 달러 매장은 고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으며 패밀리 달러를 찾는 쇼핑객 중 상당수는 다양한 제품을 소량씩 구매한다. 이런 매장을 운영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사실 패밀리 달러는 좀 더 규모가 큰 경쟁 할인업체들에 비해 비용이 높고 효율성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패밀리 달러는 계속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부과한 덕에 수십 년 동안 뛰어난 매출총이익과 높은 총자산수익률을 자랑할 수 있었다.

 

필자들이 표본으로 추출한 9개의 기적의 일꾼 중 8개 기업에서 매출이 탁월한 성과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됐다. (8개 기업과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 아홉 번째 기업은 펜실베이니아에서 활동하는 식료품 업체 체인 웨이스마켓츠(Weis Markets). 웨이스마켓츠는 가격을 중심으로 경쟁을 하고 저가를 통해 수익성을 높인다. 웨이스마켓츠에 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서 살펴보자.) 매출이 성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진 8개 기업 중 6개는 높은 가격을 통해 매출을 늘렸으며 나머지 2개 기업은 주로, 혹은 전적으로 판매량 확대를 통해 매출을 늘렸다.

 

판매량에 주목한 2개 기업 중 하나가 머크(Merck). 머크는 제약산업에서 장거리 주자로 분류되는 경쟁기업 일라이릴리(Eli Lilly)보다 좀 더 일찌감치 좀 더 공격적으로 세계화를 추구했으며 그 결과 또한 성공적이었다. 머크는 세계시장에서 자사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의약품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가격을 책정하지 않았다. 머크 역시 저렴한 가격보다 뛰어난 성능이 먼저라는 원칙을 따랐던 것이다. 하지만 머크가 진출한 해외 시장에서 최고 가격 자체가 낮게 설정돼 있었던 탓에 머크는 매출총이익을 우위의 핵심 원천으로 활용할 수 없었다. 대신 머크는 특허의 보호를 받는 의약품의 임상 효과를 강조하며 판매량을 늘렸다. 머크는 판매량을 늘리는 전략을 활용한 덕에 일라이릴리보다 자산이용률을 높여 수익성을 올릴 수 있었다.이것이 바로 머크가 높은 총자산수익률을 자랑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다양한 개선 방안참조.) 저렴한 가격보다 뛰어난 성능을 중요시하는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것처럼 비용보다 매출을 중요시하는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얼마든지 비효율성을 몰아내고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비용 경쟁력을 앞세워 수익성 우위를 확보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필자들이 제안한 원칙이 단순하다는 사실 때문에 오해를 해서는 안 된다. 어떤 산업에서건 오랜 기간 성공을 지속하는 것은 드물고 쉽지 않다. 따라서 3개의 원칙과 부합하며 실행 가능한 전략을 찾아내려면 엄청난 창의력과 융통성이 필요하다.

 

머크와 일라이릴리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머크와 일라이릴리 모두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선구적인 연구 중심 제약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머크는 기적의 일꾼이 될 수 있었던 반면 일라이릴리는 장거리 주자가 되는 데 그쳤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머크에서 일한 적이 있는 경영자들은 머크가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주된 이유가 탁월한 연구 역량 덕이었다고 이야기했다. 머크의 탁월한 연구 역량은 좀 더 가치 있는 치료 방법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됐다. 머크가 다른 제약회사들보다 먼저 화학 중심 검사 방식(새로운 화합물을 찾아낸 다음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체내에서 실험하는 방식)에서 생물학을 기반으로 하는합리적인 발견방식으로 연구의 초점을 이동시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라이릴리의 연구 역량 역시 뛰어났다. 또한 높은 가격은 결코 머크에 높은 수익성을 안겨준 주 원인이 아니었다. 머크의 총자산수익률 중 뛰어난 매출총이익에서 비롯된 부분은 3분의 1도 채 되지 않았다.

 

연구 결과 높은 자산이용률 덕에 머크의 수익률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머크가 자산이용률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판매량을 늘려 매출을 키웠기 때문이다. 예컨대 머크가 다양한 화합물에 적용하는 작용 기구(mechanism of action)는 과학자들이 기존 약을 변형시킨 새로운 약물을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부작용을 약화시키거나 다른 약물과의 상호 작용을 완화시켜 좀 더 많은 환자들이 화합물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치료 효과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 결과, 머크는 2배 많은 치료 영역에서 3배나 많은 제품을 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크는 핵심 화합물의 유사성을 발판 삼아 개발과 제조 부문에서 범위의 경제를 자랑한다.

 

머크는 해외 확장에도 앞장섰으며 이로 인해 판매량과 자산이용률이 한층 증가했다. 머크가 해외 확장과 제품 다각화에 심혈을 기울인 것은 수요 때문이었으며 머크의 의약품에 대한 수요 증가는 머크가 판매하는 독특한 의약품의 가치에 기인했다. 2010년에는 머크의 제약 비즈니스 규모가 일라이릴리 제약 비즈니스 규모의 2배를 넘어섰다. 비즈니스 규모가 일라이릴리보다 약 8%가량 앞서 있을 뿐이었던 1985년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머크 사례를 통해 저렴한 가격보다 뛰어난 성능을 중요시하고 비용보다 매출을 중요시하는 방법이 다양하며 이와 같은 2개의 원칙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원칙 3. 그 외에 다른 원칙은 없다

 

세 번째 원칙은 특출하게 높은 수익성을 얻으려면 첫 번째 원칙과 두 번째 원칙 외에 모든 것을 내려둬야 한다는 불편한(혹은 해방감을 안겨주는) 진실을 강조한다. 우수한 운영 형태, 인재 양성, 리더십 스타일, 기업 문화, 보상 시스템 등 기업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들을 살펴본 결과 성과를 불문하고 모든 기업에서 차이가 관찰됐다. 이를 비롯한 여러 요인들이 기업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떻게 그렇지 않겠는가? 다양한 요인들이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봤지만 일관성 있는 패턴은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필자들은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다수의 중요한 요인에 대처하는 접근방법을 수정한 후에도 특출한 성과를 유지한 기업들을 발견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런 부류의 기업들이 택한 변화가 첫 번째 원칙 및 두 번째 원칙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기업들은 저가와 무관한 경쟁 지위를 확보하고 매출을 토대로 하는 수익성 확보 전략을 도입하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는 한편 나머지는 상황에 맞게 수정한다.

 

다른 원칙이 없다고 해서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른 원칙이 없다 하더라도 경쟁 구도의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환경하에서 첫 번째 원칙과 두 번째 원칙을 고수하기 위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융통성 있게 찾아야 한다. 첫 번째 원칙과 두 번째 원칙을 흔들림 없이 준수하려면 엄청난 창의성이 필요하다.

 

의류업체 아베크롬비앤피치(Abercrombie & Fitch)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소매 의류 시장에서 오랜 기간 훌륭한 성과를 자랑해 오고 있다. 브랜드 집약적인 가치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중심으로 하는 수익성 모형을 토대로 경쟁 지위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고수하면서도 기꺼이 새로운 이미지를 고안하고 새로운 제품 라인을 개발했다. (아베크롬비 키즈(abercrombie kids)는 초등학생을 공략하는 반면 홀리스터(Hollister) 14∼18세의 청소년, 길리힉스(Gilly Hicks)는 젊은 여성을 겨냥한 제품을 판매한다.) 아베크롬비앤피치는 판촉에 열을 올리지 않고 가격을 대폭 인하하지 않으며 대개 정가의 70% 수준에서 의류를 판매한다. (대다수의 의류 소매업체에 비해 높은 편이다.) 2008년에 불황이 찾아왔을 때에도 아베크롬비앤피치는 다른 의류업체들과 달리 옷값을 낮추는 데 열을 올리지 않았다. 당시 아베크롬비앤피치의 동일 매장 판매가 경쟁업체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자 애널리스트들이 아베크롬비앤피치의 전략을 맹비난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고집 덕에 아베크롬비앤피치는 자사의 브랜드 특징(brand cachet)을 지켜낼 수 있었다. 최근 경제가 회복되면서 아베크롬비앤피치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 고객들에게 티셔츠 1장을 30달러나 주고 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폭로해버린 경쟁기업들이 모방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익성을 회복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내는 기업들은 사내 혁신에서 합작 투자로, 또다시 개방형 혁신으로 성공적으로 옮겨갔다.반면 필자들이 살펴본 반도체 기업들은 자본 투자를 강화하고 고객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이와 같은 기업의 행보는 저렴한 가격보다 뛰어난 성능이 먼저라는 원칙과 부합한다. 제과 산업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자랑하는 기업들은 국내 유통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세계 유통에 뛰어들었으며 의료기기 산업에서는 M&A가 성장의 초석이 됐다. 이런 변화가 우수한 수익성으로 이어진 것은 비용 절감보다 판매량 증가에 한층 커다란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과 가치를 확보하는 방식 사이에 반드시 관계가 있지는 않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경쟁하는 기업이 높은 가격을 통해 가치를 확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방식으로 지위와 수익 공식을 결합할 수는 있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앞서 설명했듯이 비가격 지위는 대개 높은 가격이나 좀 더 많은 판매량과 관련이 있다. 물론 개념적으로는 가격에 주력하지 않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저렴한 비용을 통해 수익성을 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를 본 적은 없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저가 지위(뛰어난 성능보다 저렴한 가격)를 활용할 경우 높은 수익성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비용보다 매출 먼저) 높은 수준의 자산이용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만큼 판매량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역시 실제로는 보지 못했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저가 지위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좀 더 낮은 비용을 활용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식료품 소매업체 웨이스의 성공 사례를 보면 저가를 강조한 시장 내 지위와 낮은 비용을 강조한 수익 공식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 수 있다. 기적의 일꾼으로 분류된 웨이스는 경쟁기업들보다 몇 십 년 앞서 자가 상표를 부착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자가 상표 부착 상품은 판매 가격이 낮은 편이지만 생산 비용이 훨씬 낮기 때문에 마진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노력 끝에 28년 연속 총자산수익률을 기준으로 상위 10%에 포함된 웨이스는 필자들이 제시한 첫 번째 원칙 및 두 번째 원칙과 일치하지 않는 확실한 예외다.

 

하지만 가격을 놓고 경쟁을 하면 언젠가는 좀 더 낮은 가격을 앞세운 경쟁기업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1980년대가 돼 다른 식료품 판매업체들이 자가 상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할인 소매업체들이 식료품 부문에 진출하자 웨이스의 우위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웨이스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고 1996년 이후에는 단 한 번도 상위 10%에 들지 못했다.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장거리 주자 퍼블릭스(Publix)와 달리 웨이스는 매장 내에 조제 식품 판매점, 약국, 유기농 제품 판매점, 해외 식품 판매 전문점 등을 설치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차별화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결론은 희박한 확률을 뚫고 높은 성과를 자랑하는 기업이 되려면 저렴한 가격보다 뛰어난 성능을 중요시해 가치를 창출하고 비용보다 매출을 우선시해 가치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들은 가장 뛰어난 기업을 찾아내고 이들이 최고의 성과를 내는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적절한 통계 방법을 개발하고 관련 통계 작업을 진행하는 데 약 2년을 할애했으며 최고의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행동을 찾아내는 데 또다시 3년을 할애했다.

 

필자들은 1966년부터 2010년까지 미 주식시장에서 거래된 25000개가 넘는 기업에 관한 데이터가 담겨 있는 컴퓨스태트(Compustat) 데이터베이스를 검토하는 데서부터 출발했다.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앤드루 D. 헨더슨(Andrew D. Henderson) 교수의 도움을 받아 분위회귀분석(quantile regression)을 실시했다. 분위회귀분석은 생존 편향, 기업 규모, 재무 레버리지 등 관련이 없는 요인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필자들이 분위회귀분석을 실시한 것은 상대적인 총자산수익률(자산의 장부 가격을 수입으로 나눈 것) 성과를 기준으로 기업의 순위를 정하기 위해서였다. 총자산수익률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투자자의 기대치 변화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총주주수익률과 달리 총자산수익률에는 관리를 위한 노력이 확실하게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필자들은 선진 시뮬레이션 기법을 활용해 운이 좋아서 우수한 성과를 내게 됐을 가능성을 10% 미만으로 추산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랜 기간 뛰어난 성과를 낸 기업을 찾아냈다. 기업의 운영햇수에 따라 자격 요건을 다르게 정했다. 예컨대 기적의 일꾼이 되기 위한 자격 요건을 생각해 보자. 10년치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기업의 경우에는 10년 내내 상위 10%에 들어야만 기적의 일꾼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45년 분량의 데이터가 있는 기업은 16년 동안 상위 10%에 들었다면 기적의 일꾼으로 분류했다.

 

이런 기업들을 특별하게 만든 요인을 찾아내기 위해 9개 산업을 선택해 각 산업을 대표하는 기적의 일꾼, 장거리 주자, 평범한 기업을 찾아낸 후 세 기업을 전격 비교했다. 한 산업에서 활동하는 3개 기업을 비교할 때마다 매출수익률(return on sales·ROS), 총자산회전율(total asset turnover·TAT, 자산이용률이라고도 한다) 등 총자산수익률을 구성하는 각 요소가 총자산수익률의 차이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그런 다음 매출총이익과 여러 비용 항목(R&D, 판매 및 일반 관리비, 감가상각, 임시 항목 등)의 차이가 매출수익률의 차이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마찬가지로 유동자산회전율과 고정자회전율이 총자산회전율의 차이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계산했다. 특출한 기업의 성과 우위를 타당하게 설명하는 행동을 찾아내고 가능한 경우에 한해 이런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재무 모형을 개발했다.

 

특출한 기업이 되려면

 

이 원칙을 활용하려면 먼저 자사의 경쟁 지위와 수익 공식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필자들은 그간의 경험을 통해 이런 부분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고위급 경영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업이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는 데 지나치게 중점을 둔 나머지 과거에 비해 성과가 나아졌다는 사실만으로 승리를 선언하는 경우가 많은 탓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경쟁 상대가 과거의 자사가 아니라 현재 시장에서 함께 경쟁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다. 벤치마킹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벤치마킹을 한다고 해 놓고서 성과와 관련된 모든 요소의 상호 작용,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동인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균형과 여러 성과 요소 간의 관계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지 않고 한 가지 요소를 비교하는 데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우리 회사 제품이 좀 더 내구성이 우수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거나우리가 R&D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가라는 단편적인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필자들이 제안한 원칙을 실천하기 위한 방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상충되는 여러 우선순위에 넉넉하지 않은 자원을 할당해야 하는 입장이 되면 어떤 계획이 자사의 시장 지위를 구성하는 비가격 요인을 개선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고, 어떤 계획이 좀 더 높은 가격을 부과하거나 판매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런 다음 비가격 요인 개선에 도움이 되고 높은 가격을 부과하거나 판매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계획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운영 효과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은 비용 절감에 집중돼 있는 반면 혁신 노력은 대개 자사를 경쟁기업과 구분하는 데 집중돼 있다면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운영과 관련된 노력은 경쟁 상대보다 훨씬 뛰어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지만 혁신을 위한 노력은 적은 비용으로 똑같은 일을 해내기 위한 것이라면 운영 부문 인재들에게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이들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

 

귀사의 경영진이 규모의 경제를 들먹이며 인수를 정당화하는가? 그렇지 않으면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현재 활동 중인 시장에서 이미 확보한 비가격 지위의 성장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해 이야기하는가? 전자의 경우라면 인수가 좋은 방법일 수도 있지만(어쩌면 회사의 생존을 위해 인수가 반드시 필요할 수도 있다) 후자를 함께 고려하지 않는 한 특출한 성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필자들이 명시한 3개의 원칙을 제대로 이해하면 리더 한 사람의 비전이나 최고경영팀의 집단적인 예감(사후 합리화라는 겉치레가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직관에 효과적으로 대항할 수 있다. 환경이 불명확하고 데이터가 모호하면(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다) 원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방식으로 데이터를 해석하기 위한 원칙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지배하고 종종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두려운 존재인 재무비율을 처리할 때 이런 원칙이 특히 커다란 위력을 발휘한다. 총자산수익률, 현금흐름투자수익률, 경제적 부가가치 등을 비롯한 재무비율을 계산할 때 수입을 나타내는 지표가 분자가 되고 자산을 나타내는 지표가 분모가 된다. 고객이 더 이상 자사가 최근에 진행 중인 혁신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려 드는 탓에 수입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분모를 줄여 재무비율을 높이려 들기 십상이다. 많은 관리자들은 오래 전부터 이런 접근방법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비용을 절감하면 좀 더 빨리, 좀 더 극적이고 예측 가능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강렬한 직관에 빠져 결국은 분모를 줄이고 만다.

 

이런 길을 택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든다면 본 연구를 발판 삼아 대개 비용이나 자산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진정으로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없다는 논거를 제시해 보기 바란다. 진정으로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특출한 기업들이 탁월성을 유지하려면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특출한 기업 중 상당수는 지출과 투자와 관련해 남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 이런 조직들은 오랜 기간 비가격 가치를 창출하고 높은 매출을 올리는 데 상당한 자원을 할애한다. 성공적인 기업이 확실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단기적인 비용 절감이나 투자 중단을 하게 되면 결국에는 가장 개선시키고자 하는 부분이 파괴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다.

 

마이클 E. 레이너 · 뭄타즈 아메드

마이클 E. 레이너(Michael E. Raynor)는 딜로이트 서비시즈 LP(Deloitte Services LP) 이사다. 뭄타즈 아메드(Mumtaz Ahmed)는 딜로이트 컨설팅 LLP(Deloitte Consulting LLP) 사장 겸 딜로이트 LLP(Deloitte LLP) 최고전략책임자다. 레이너와 아메드는 <3개의 원칙: 뛰어난 기업은 어떻게 생각하는가(The Three Rules: How Exceptional Companies Think, 포트폴리오에서 출판 예정)>의 저자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47호 New Look at Gen X 2022년 06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