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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vard Business Review

위험한 혁신일수록 스텔스 모드로…

패디 밀러 (Paddy Miller) | 141호 (2013년 11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3 3월 호에 실린 패디 밀러(Paddy Miller)와 토마스 위델-위델스보르그(Thomas wedell-wedellsborg)의 글 ‘The case for stealth innovatio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3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당신은 사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감하고도 혁신적인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가 조직 내부에서 거부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 아이디어는 현재 상황을 뒤엎는 것이며 조직 내 다른 부서에서는 이를 저지하려고 할 것이다. 당신이 취해야 할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이제까지 옳다고 여겨졌던 답은 간단하다. 최고책임자에게서 권한을 받아내는 것이다. 이는 급격한 아이디어가 기업 승인의 단계를 아무 탈 없이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많은 혁신가들이 꼽은 방법이기도 하다. 아이디어가 독특할수록 세력 다툼이나 근시안적인 보상 체계, 변화에 대한 단순한 저항의 희생양이 될 위험이 크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혁신가들은 종종 최고책임자에게 곧장 찾아가 지지를 얻고 기업 안에 긴박감을 조성하라는 조언을 듣는다.

 

하지만곧장 위로 가는전략에도 위험이 있다. 큰 조직의 CEO들은 검증되지 않은 신규 프로젝트 제안서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통상 이런 아이디어들은 5분 정도 읽힌 후(no)’라는 답을 듣는다. 설령 당신의 아이디어가 C급 책임자의 지지를 얻는다고 해도 아이디어를 성급하게 공개하는 것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타당성과 자원을 확보하기는 하겠지만 동시에 기업 안에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자리에 놓일 수 있다. 미숙하고 증명되지 않은 아이디어에는 위험한 자리다. 혁신적인 매니저들과 함께 일해 본 경험을 토대로 우리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접근법을 찾아냈다. 남들이 모르게 혁신하는 것이다.

 

화이자웍스(pfizerWorks)의 사례를 생각해보자. 당시 화이자 뉴욕 사무실의 HR 담당자였던 조던 코헨(Jordan Cohen)은 직원들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외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생산성 이니셔티브(productivity initiative)를 만들었다. 이는 직원들이 시간을 보다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도록 해서 기술이 좋고 (임금도 비싼) 직원들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2008년 출범한 화이자웍스는 금세 성공 스토리로 인정받았으며 <비즈니스위크> <패스트컴퍼니>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코헨의 이야기를 다뤘다. 2011년 내부 조사에서 화이자웍스의 사용자들은 이를 회사의 가장 유명한 서비스로 꼽았다. 비록 이것을 위해 예산을 초과해 비용을 써야 했지만 말이다.

 

코헨은 아이디어를 곧바로 최고책임자에게 선보여 결실을 본 것이 아니다. 오히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도 모르게 서비스를 개발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아군이 될 만한 사람들을 모아왔다. 마침내 최고경영진에게 선보였을 때 그는 단순한 아이디어 이상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는 이 프로젝트에 열정을 보이는 사용자들의 존재를 알리고 증명된 비즈니스 사례를 소개했으며 이를 지지하는 몇몇 상급 관리자들을 언급했다. 화이자는 이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로 신속하게 결정했고 코헨은 이를 위한 예산을 얻었을 뿐 아니라 화이자웍스의 총책임자라는 새로운 역할도 맡게 됐다.

 

아무도 모르게 행하는 혁신에도 물론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몰래 하는 혁신은 초반부터 CEO를 끌어들이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종종 성과가 더 낫다. 경험상 몰래 하는 혁신은 크게 네 가지 중대한 어려움을 지닌다. 첫째, 숨어서 작업할 수 있도록 돕고 작업 중에 균형감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 실무적 협력자가 필요하다. 둘째, 콘셉트를 증명할 증거를 모아야 한다. 아이디어를 윗선에 소개할 때 당신을 지지해줄 구체적인 증거다. 셋째, 프로젝트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금이나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원치 않는 관심이나 조사를 받지 않고 프로젝트에 임할 수 있도록 적절한 변명거리가 필요하다. 만약 이런 어려움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사내 장애물을 피하고 아이디어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른 공개는 왜 치명적인가

 

혁신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놓고 추진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생각보다 더 위험하다. 앞으로레드텍미디어(RedTec Media)’라고 부를 한 기업을 살펴보자. 이 기업의 유럽 담당 부서는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큼 잠재력이 있는 사치품 시장(luxury market)을 대상으로 한 제품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아이디어가 가진 잠재력에 흥분한 유럽 팀은 본사 경영진에게 선보였다. 반응은 예상보다 별로였다. 최고책임자들은 아이디어를 노골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고 실제로 그런 시장이 존재할지에 대해서도 강하게 의심을 내비쳤다.

 

경영진이 자신들만큼 관심을 보이지 않자 유럽 팀 팀원들은 이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더 나은 주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착수했다. 이후 몇 달에 걸쳐 그들은 시제품을 제작하고 소비자 테스트를 시행해 훌륭한 결과를 얻었다. 주요 유통업체들에 제품이 잘 팔릴 수 있을지 의견을 물었고 답변은 고무적이었다. 일부는지금 바로 팔아도 되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심지어 유통업체들이 제안한 가격은 팀이 바라던 것보다 더 높았다.

 

팀원들은 테스트 결과가 확실하고 믿을 만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발견한 내용을 꼼꼼히 문서화했다. 예를 들어 소비자 반응을 종이에만 기록하지 않고 영상으로 녹화해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얼마나 지지하는지 입증하는 짧은 비디오로 만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증거 중 어떤 것도 최고책임자들의 생각을 바꾸지는 못한 것처럼 보였다. 긴 침묵 끝에 팀은 본사에서 그 프로젝트를 중단시키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팀원 중 한 명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객관적으로 말해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정당한 이유들도 분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관리자들이 첫 번째 프레젠테이션에서 얻은 직감을 토대로 성급하게 결정을 내렸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나중에 제시한 모든 증거를 무시하고 처음 내린 결정에 갇혀버린 거죠.”

 

이런 현상은 특이한 일이 아니다. 행동 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다른 학자들이 입증한 바에 따르면 사람들은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불리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 일단 결정을 내리고 나면 그것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닌데도 결정을 뒷받침하는 추가 증거를 찾으며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증거들은 무시하거나 신뢰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말한다. 만약 어떤 결정이 공식적으로 내려졌거나 동료 또는 상사 앞에서 내려졌다면 그런 경향은 더욱 강해진다. 회사 생활에서는,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결정을 완전히 번복하기보다는 아예 틀리는 것이 더 낫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유의 정당성을 불문하고 선거에서 어떤 쟁점에 대한 입장을 바꾸는 후보자에게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 생각해보라. 혁신가가 최고경영진에게 아이디어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기본적으로 리더들의 반응은 대부분(no)’. 당신은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충분한 증거를 모으기 전에 너무 이른 단계에서 기회를 낭비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성급한 판단은 이른 공개에서 초래되는 위험 중 하나일 뿐이다. 아이디어는 정치적 세력 다툼의 인질이 될 수도 있다.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 잡은 사람을 침대에 눕혀 키가 크면 다리를 자르고 작으면 다리를 늘렸다는 고대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역주) 스타일로 절차를 따르도록 강요받아 신속한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또는 정당하지만 다른 목표를 가진 이해관계자에게 도용당하거나 왜곡될 수도 있다. 아마 가장 자주 겪는 일은 단기성과를 강요하는 무지막지한 압력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는 아이디어를 죽이거나 원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시킨다. 스칸 안토니(Scott Anthony) <혁신을 위한 검은 소책자(The Little Black Book of Innovation)>에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째깍거리며 가는 시계(ticking clock)’ 개념을 사용한다. 모든 혁신가가 마주하는 성과 창출의 데드라인이다. 안토니는 이렇게 적었다. “당신은 그 시계가 얼마나 빨리 가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또는 알람이 맞춰진 상태지만 그것이 언제 울릴지 모르죠만약 알람이 울리는 순간에 당신이 가진 것이 가능성뿐이라면 새로 일자리를 알아보는 편이 나을 거예요.”

 

여기가 몰래 하는 혁신이 등장하는 지점이다. 빠른 성과를 목표로 잡으라는 것은 좋은 충고다. 가능하면 따르는 것이 좋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불가능한 아이디어도 있을 수 있다. 잠행 모드(stealth mode)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시계가 째깍거리기 시작하는 순간을 지연시킬 수 있다. 몰래 하는 혁신의 어려움 네 가지와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자세히 살펴보자.

 

숨은 지원자: 중간관리자로부터 권한을 얻어라

 

혼자 하는 혁신은 어렵다. 지원이 약간만 있어도 차이가 엄청나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최고관리자들에게는 접근이 제한적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답은 당신보다 한두 단계 높거나 혹은 당신과 같은 레벨이면서 전혀 다른 부서의 관리자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다. 그들은 상급 관리자들처럼 많은 권한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당신이 시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중간관리자들은 다음의 세 가지 이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C급 책임자들보다 더 쉽게 만날 수 있다. CFO와 대화하고 싶으면 그나 그녀와 공식적으로 약속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아래인 부사장(VP)과는 차 한 잔 마실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운이 좋다면 퇴근 후 간단한 술자리를 가질 수도 있다. 이는 특이한 아이디어를 꺼내기에 아주 좋은 상황이다.) 접근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은 당신의 아이디어를 첫 번째 회의에서 다 꺼내놓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추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당신과 비슷한 레벨의 관리자들은 아이디어의 맥락을 더 잘 이해할 확률이 높다. 레드텍 미디어 사례에서는 본사가 유럽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리더들이 유럽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를 감지하기 어려웠다. 셋째, 조직 계층의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 많은 관리자가 존재한다. 당신이 만난 첫 번째 사람이 아이디어를 거부한다고 해도 다시 손 내밀어 볼 다른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의미다. 이와 달리 C급은 보통 그 숫자가 매우 적기 때문에 한 관리자가 거절하면 다른 관리자에게 접근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지원자를 찾을 때는 다음의 몇 가지를 기억하라.

 

당신을 잘 아는 사람을 골라라. 당신은 아이디어를 파는 것(selling)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 자신을 어필하는 것이다. 이 점을 실수하지 않도록 하라. 공적인 면과 사적인 면 모두에서 당신을 신뢰하는 지원자를 찾아라. 당신을 알고 좋아하며 당신의 작업을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을 말이다.

 

그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고려하라. 주변으로 끌어모을 사람을 선택할 때는 아이디어가 실행될 때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라. 예컨대 당신의 아이디어가 자기잠식효과(cannibalization)의 위험을 갖고 있다면 판매를 담당하는 부사장은 지원을 요청하기에 적절한 사람이 아니다.

 

조언을 먼저 구하라. 잠재적인 지원자가 의견이나 조언은 기꺼이 주더라도 원치 않은 지원 요청에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 일단 지원자가 아이디어에 흥미를 갖고 구체적으로 만드는 과정에 도움을 주기 시작하면 지원 요청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조던 코헨이 화이자웍스를 만들기 시작할 무렵, 그는 예전에 함께 일한 적이 있는 데이비드 크루터(David Kreutter)를 찾아갔다. 초반에 그는 비공식적인 조언자가 돼 달라고 요청했고 정기적으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새로운 소식을 알리고 의견과 생각을 물었다. 크루터가 아이디어의 가능성에 신뢰를 갖게 되면서 코헨을 좀 더 적극적으로 돕기 시작했다. 마침내 크루터는 해당 프로젝트를 그의 사업 조직에서 주관하는 것에 동의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원자를 키워낸 코헨은 화이자웍스에 필요한 기본 골격과 그의 아이디어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상사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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