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년 5월 호에 실린 켄 파바로(Ken Favaro), 데이비드 미어(David Meer), 삼랏 샤마(Samrat Sharma)의 글 ‘Creating an organic growth machine?’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고성장 기업은 언젠가는 저성장기에 접어든다. 많은 CEO들은 사업이 성숙했기 때문이라며 불가피한 일로 받아들이고 고성장 기회를 찾기 위한 내부적 노력을 중단한다. 대신 작은 기업들을 연달아 인수하거나 계속 성장하고 있는 다른 큰 기업을 인수해 변혁을 꾀한다.
유기적 성장을 포기하거나 이에 대한 책임을 사업부서에 떠넘기는 CEO는 다음 세 가지 면에서 크게 실수하는 것이다. 우선 인수를 성공으로 만들려면 인수한 기업의 유기적 성장을 자극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물론 비용절감 효과만으로 정당화되는 인수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고 이런 인수만 계속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인수를 위해 지불한 프리미엄을 충당할 정도의 비용절감을 달성하는 사례는 36%에 불과하다. 나머지 64% 기업에서는 연간 총 주식 수익률이 평균 -2%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인수를 통해 본질적인 유기적 성장을 이룬 기업과 단순히 덩치만 커진 기업을 분명히 구별할 수 있다. 아무리 인수합병에 열심이라도 유기적 성장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둘째, 경영진이 유기적 성장 추진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면 회사가 중심을 잃을 수 있다. 대부분 기업에서 ‘법인’은 M&A를 하거나, 다음 사업 계획을 세우거나, 기업의 강령과 비전을 만들거나, 사업부서의 목표를 정해주는 등 굵직한 일을 한다. 반면 유기적으로 성장하는 일은 그런 부서의 관리자들에게 떠넘겨진다. 이는 CEO가 유기적 성장을 중시한다고 주장하는 회사들에서도 마찬가지다. 관리자들은 통상 시장 주변에서 빠르고 손쉬운 성장기회를 찾는다. 새로운 고객군을 찾거나, 판매 채널을 늘리거나, 상품 라인을 확대하는 식이다. 그들은 이런 방식이 수익을 내더라도 금방 급감하고 회사 운영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든 사업부서가 제각각 성장을 추구하면 큰 기업들은 점점 일관성 없는 사업 포트폴리오와 제품군, 역량으로 고군분투하면서 노력과 투자를 중복하게 된다.
셋째, 글로벌 경제는 단기간에 극적으로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금리는 지금보다 더 낮아질 수 없고, 소비자들은 다시 돈을 흥청망청 쓸 수 없으며, 빚에 눌린 정부들은 일자리 창출에 돈을 쏟아부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인수를 통한 성장은 지난 30년간 경험한 것처럼 순조롭지 못할 것이다. 일반적인 성장 방식으로 유기적 성장에 접근하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며 누구에게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경영진은 유기적 성장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우리는 수십여 곳의 기업을 연구해 회사의 중심에 있는 임원들이 사업부서들의 유기적 성장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부터 회사의 내부 성장 엔진에 시동을 걸고 측정하기 위해 경영진이 따를 수 있는 유기적 성장 법칙 네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 법칙들을 적용한 경영진은 예전에는 못 봤던 유기적 성장 기회를 찾아냈다. 이는 기업의 잠재성장률을 두 배로 높일 만큼 강력했다.
법칙1: 큰 그림을 그려라
유기적 성장을 사업부서에 위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들은 일선에 가깝기 때문에 기회를 잘 포착할 수 있다. 게다가 유기적 성장은 대개 대규모의 신규 자금 투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 없는 경우 예산 및 자금책정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업부서가) 큰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각각의 유기적 성장 과제는 회사 입장에서 작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합치면 회사 이익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경영진이 사업부서에서 직접 각 성장과제를 주도적으로 실행할 필요는 없지만 사업부서와 적극 협의해 어디에서 어떻게 유기적 성장을 추구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우리가 만난 CEO 중에 유기적 성장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사람은 없지만 예산 편성과정 등을 통한 목표 설정 및 그 이후 진행과정 점검에만 참여하는 CEO가 다수였다.
물론 목표는 절제와 책임감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그것이 사업부서의 유기적 성장을 직접 돕지는 않는다. CEO가 유기적 성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기회를 포착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신경을 덜 쓸 수 있다. CEO와 다른 경영진은 조직 전체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다음 네 가지 중요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
기회의 기준을 세운다.유기적 성장을 일선에만 맡긴다면 그들은 잠재력 있는 프로젝트보다는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선호할 것이다. 관리자들은 용감하게 실패하기보다는 보수적으로 성공하려고 할 것이다. 이는 그들의 경력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회사의 성장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이런 경향을 막으려면 회사에서 성장 기회의 크기와 원천을 분명히 하는 기준과 관행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연구한 어느 금융회사에서는 각 사업부서가 유기적 성장 잠재력을 담고 있는 세 가지 변수를 추적하고 보고하도록 했다. ‘성장 가능성’(회사가 갖지 못한 고객 수 및 점유율 - 영원히 못 가질 것 같은 고객 수 및 점유율), ‘전환고객’(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으로 옮길 수 있는 고객), ‘고객 니즈와 제시안의 차이’(고객들이 이용 기관을 바꾸도록 할 정도의 편익과 현재 거래하는 기관이 제공하는 편익의 차이) 등이다. 이는 관리자들이 잠재력 높은 기회를 알도록 도와서 수확이 별로 없을 곳에 투자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지침이다.
데이터를 제대로 알아라. CEO와 회사는 사업부서별 및 사업부를 넘나드는 회사 전체의 유기적 성장 기회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런 정보는 기업이 가장 생산적일 수 있는 곳에 시간과 노력, 자원을 투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앞에서 언급한 금융회사는 제품군별, 판매경로별, 마케팅·영업·IT·인사 등 업무별로 조직돼 있다. 유기적 성장 과제를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경영진은 사업부서들이 중복된 기회를 좇느라 실제 필요 이상의 투자를 요청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회사가 데이터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잘못된 곳에서 성장을 추구할 수도 있다. 기존 매장에서 어떻게든 더 성장해보려고 노력한 어느 대형 유통업체가 그랬다. 유동인구를 늘리고 고객들이 더 많은 카테고리에서 구매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는 대신 이미 매장에 들어선 고객들이 기존에도 구매하고 있던 카테고리에서 더 많이 사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성장기회였다. 예를 들어 여성의류 매장에서는 더 다양한 사이즈와 스타일을 제공하고 전자제품 매장에서는 시골에 거주하는 고객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런 기회에 집중하면서 이 업체는 성공 가능성은 훨씬 크고 전체적으로는 회사 자원이 덜 소모되는 방향으로 성장 과제를 진행할 수 있었다.
회사 차원의 성장 능력을 만들어라.회사가 투자은행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실사를 하고 인수를 진행하는 식의 M&A 능력을 지니듯 유기적 성장 능력도 가질 수 있다. 이를 키워나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미 중서부에 위치한 매니토웍은 크레인 사업체와 식품서비스장비 사업체를 갖고 있었다. 두 사업 모두를 위한 가장 좋은 성장 기회는 이머징마켓에 있었다. 이머징마켓은 지역적 전문성을 필수로 하는 데 비해 경영능력이 있는 업체는 적다는 특징이 있다. CEO인 글렌 텔록은 이머징 시장에 대한 전문성이 모든 회사 업무 중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두 사업체가 각각으로는 개발할 수 없을 능력에 접근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머징 시장에서의 니즈는 서로 다르지만 두 사업체는 관습이나 현지 정부의 정책 이해 등 공동의 과제를 갖고 있었다. 게다가 사업이 둘이기 때문에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려는 정부 당국에 제시할 카드가 많았다. 텔록은 경영진이 이머징 시장에서의 능력을 계속 발전시켜서 회사에는 규모의 경제를 얻게 하고 각 사업체는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기를 원했다.
사업과 시장을 넘나들며 살펴본다.유기적 성장을 위해 사업부서와 관계를 맺는 경영진은 단독으로는 별 의미도 없을 작은 기회들이 모여 큰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종종 알게 된다. 1990년대 후반 인기 생맥주를 병에 담아 출시한 기네스의 성공이 좋은 예다. 당시 기네스 맥주는 소매점에서 캔으로만 판매됐는데 널리 알려진 부드러운 맛과 거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질소를 내보내는 작은 장치가 사용됐다. 기네스의 미주 사업부는 병맥주를 성장기회로 여겼다. 특히 병맥주를 선호하는 소비자 수가 증가하던 미국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병맥주를 만들려면 질소 캡슐을 개발하고 유통망을 바꿔야 했다. 미국시장만으로는 투자 명분이 크지 않았다.
병맥주가 또 다른 맥주 소비대국인 아일랜드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경영진의 깨달음이 반전의 기회가 됐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원래 기네스 맥주를 술집에 앉아서 마셨지만 젊은층은 활기 넘치고 사람 많은 곳에서 병맥주 마시기를 좋아했다. 사람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곳에서는 병에 든 맥주가 유리컵에 든 맥주보다 넘치거나 흐를 위험이 적다는 점에 착안했다. 아일랜드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수출 가능성과 연결되면서 투자를 정당화했다. 오늘날 기네스 병맥주는 아일랜드 공장에서 생산되며 일부만 미국으로 수출된다. 지역을 구분해서 사업할 때는 기회가 보이지 않았다. 두 시장을 합쳐 큰 그림을 보자 비로소 기회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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