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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비용? 소매업체 직원은 보물!

제이넵 톤(Zeynep Ton) | 116호 (2012년 11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1-2월 호에 실린 제이넵 톤(Zeynep Ton)의 글 ‘Why Good Jobs are Good for Retailer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미국 노동자 5명 중 1명은 열악한 근로 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다. 낮은 임금에 복지 혜택은 형편없으며 근무 일정은 사전 예고가 (거의) 없이 바뀌곤 한다. 승진의 기회는 거의 없다. 기업은 안 좋은 조건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특히 가격을 기준으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소매 유통업체들은 더욱 그런 상황에 있다고 생각됐다. 만약 소매 유통업체들이 직원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그 비용은 고객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가 알게 모르게 통용된 것이다. 그래서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손꼽히는 소매유통 체인점 웨그만스(Wegmans)나 컨테이너 스토어(Container Store)의 경우는 고객들이 더 비싼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10여 년간 소매 유통업체를 연구한 결과 직원에게 투자하면 낮은 가격에 제품을 제공할 수 없다는 이전의 믿음은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퀵트립(QuikTrip) 편의점이나 메르카도나(Mercadona), 트레이더 조스(Trader Joe’s) 슈퍼마켓, 코스트코(Costco)클럽처럼 승승장구하고 있는 대형 유통점을 살펴보면 이들은 매장 직원에게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면서도 업계 최저 가격을 제공한다. 재무 상태가 우수하고 고객 서비스 또한 경쟁업체 대비 훌륭하다. 이들은 유통산업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최저 가격을 제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아니라 단순한 선택의 문제임을 보여주며 가격과 직원 대우 사이의 제로섬 관계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직원에게 투자함과 동시에 직원과 고객, 회사 모두에게 이득을 주는 운영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들의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이후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번 연구는 소매 유통 분야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 유통업체들이 구축한 운영 모델은 고객 수 변동이 크고 직원이 생산과 고객 서비스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는 병원이나 레스토랑, 은행, 호텔 등의 서비스 업종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미국에는 더 많은 일자리가 아니라 더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다. 소매 유통업체처럼 직원에게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 서비스 산업을 개선한다면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소매업체가 직원에게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 인력 투자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면 왜 모든 소매업체들이 직원에게 투자하지 않을까?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가 통제 가능 항목 중 비중이 가장 크다는 점이다. 인건비는 전체 매출의 10% 정도로 수익 마진이 낮은 서비스 업종에서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인력을 매출 창출 동력으로 보기보다 비용으로 파악하는 유통업체들은 인건비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 때문에 매장 관리자들은 매출의 일정 부분을 기준으로 월간 혹은 주간 인건비를 맞추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는다. 관리자는 매출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으나 (이들은 진열 제품 구성이나 배치, 가격, 판촉 활동 등에 거의 결정 권한이 없다) 직원 월급 총액만큼은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 따라서 매출이 감소하면 이들은 곧바로 직원 수를 줄인다.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강하기 때문에 월마트(Walmart)를 비롯한 대형 유통 체인의 매장 관리자들은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실제보다 적게 보고하는 등 무급 초과근무를 강요하기 일쑤다.

 

직원 감축이 가져오는 재무적 이점은 직접적이고 즉각적이며 쉽게 측정되는 반면 그에 따른 부작용은 간접적이고 장기적이며 측정도 어렵다. 홈데포(Home Depot)가 좋은 예다. GE 경영진이었던 로버트 나델리(Robert Nardelli) 2000년 말 홈데포 CEO로 취임한 후 비용 감축과 수익 증대를 위해 직원 수를 줄이고 대신 비정규직의 비중을 늘렸다. 그의 결단으로 2개 목표는 즉각 달성됐지만 이는 홈데포가 유명해진 원인이자 경쟁우위의 원천이었던 고객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졌다. 고객 만족도는 급감했고 매장 매출 증가세가 주춤하더니 수년 후에는 감소세로 돌아서고 말았다.

 

홈데포는 아주 흔한 사례 중 하나다. 인터뷰에 응한 다수의 유통업체 매장 관리자들은 단기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직원 수를 줄이면 남은 직원들이 자신의 할 일을 다 하지 못하고 실수를 하리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직원을 감축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들은 직원 감축이 결국 매출과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연구 결과, 직원 수가 부족한 유통 매장은 결국 많은 사업 기회를 놓쳤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당시 최고의 서점 체인이었던 보더스(Borders) 매장에 대한 여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력수가 1 표준편차만큼 상승하면 1년간 매장 마진이 10%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셜 피셔(Marshall Fisher)와 세르게이 네테신(Serguei Netessine), 자얀스 크리슈난(Jayanth Krishnan)의 연구 결과는 우리 연구팀의 결과를 뒷받침한다. 대형 유통 매장의 17개월간 인건비 및 매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건비가 1달러씩 증가할 때 월 매출이 4∼28달러씩 늘어났다.

 

물론 직원 수와 수익성이 무조건 정비례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포인트를 넘기면 인건비 상승은 수익성 감소로 이어진다. 그러나 단기적 압박감에 무조건 인건비부터 줄일 때 유통업체들은 지속적으로 수익을 끌어올릴 적정 인력 수를 도출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많은 경우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면 매장에 더 많은 직원을 둬야 한다.

 

소매 유통업체들은 인력 수를 늘리는 데 투자를 안 할 뿐만 아니라 인력의 질을 높이는 데도 매우 소극적이다. 이들은 임금을 적게 주고 직원 혜택을 거의 제공하지 않으며 교육 프로그램도 계획하지 않는다. 단기적인 이익을 늘리라는 압박이 저항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세기 때문이다. 결국 불가피하게 매장 직원 수는 부족해지고 숙련도가 부족한 직원들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감이라고는 전혀, 혹은 거의 없이 짧게 일하다가 금세 다른 곳으로 떠나 버린다.

 

 

매장 운영에 미치는 효과

한 슈퍼마켓 관리자가 인건비 혹은 수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력 감축을 결정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자. 보통 슈퍼마켓의 운영 환경은 아주 복잡하다. 재고관리단위 SKU(stock-keeping unit) 39000개에 달한다. 아이다호 감자에서 6.4온스 무게의 크레스트(Crest) 충치 예방, 미백 효과, 치석 방지 치약까지 취급 제품 또한 다양하다. 매장은 매일 다양한 생산업체와 유통 센터로부터 제품을 공급받고 매장 직원들은 상당한 제품을 매장에 진열한다. 매주 100여 개의 판촉 행사가 있고 매일 2500명의 고객을 접촉하며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장 내 고객 수는 매일, 매주, 휴일마다 변동이 크지만 변동폭은 꽤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

 

이렇게 복잡한 환경에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제품을, 적절한 선반에 진열하는 일은 많은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 대부분의 소매 유통업체나 슈퍼마켓은 진열 가능한 양보다 많은 재고를 유지한다. 하루 종일 끊임없이 도착하는 트럭에서 제품을 내려 창고로 옮기는 활동뿐 아니라 창고에서 판매 매장으로, 매장에서 다시 창고로 옮기는 작업도 끊임없이 발생한다. 적절치 못한 제품, 예를 들어 판촉이 끝난 제품은 진열대에서 내려 창고로 가져가야 하는데 여기에도 상당한 물류 배치 노하우가 필요하다. 파손된 제품이나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 또한 진열대에서 내려야 하는데 이는 전체 진열 제품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매장 방문 조사 결과, 제품이 너무 많고 판촉 활동이나 창고도 너무 많다 보니 치약을 진열하는 아주 단순해 보이는 작업조차도 사실은 전혀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아주 복잡한 작업으로 오직 인간만이 갖고 있는판단력을 필요로 했다. 어떤 제품이 판매됐고, 어떤 제품을 매장에 진열해야 하고, 어떤 제품을 창고에서 가져오거나 다시 창고로 갖다 놓아야 하고, 창고에는 어떤 물건이 있고 등의 복잡한 사안을 모두 고려해 판단을 내려야 할 직원들은 쥐꼬리만한 월급에 변변한 교육조차 받지 못해 근로 의욕이 매우 낮았다.

 

그러는 사이, 쇼핑 고객들은 이들에게 질문을 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고객의 요청에 따라 자신의 수많은 업무 사이에서 판단력을 동원해 선택을 해야 했다. 지금 당장 인기 상품을 창고에서 가져와 판매대에 진열해야 하는데 고객의 질문에 응대를 해야 할까? 다음 주 예정된 판촉 행사 물품을 알맞게 진열해야 하는데 이를 뒤로 미루고 고객이 찾지 못하는 제품을 대신 찾아줘야 할까?

 

열악한 급여를 받는 직원들이 인력이 부족한 매장에서 고군분투하며 본질적인 문제들을 상시 해결해야 한다. 이는 당연히 매장 운영에 심각한 결과를 가져온다.

 

 

소매유통업의 선순환과 악순환

운영 관리에 관한 방대한 연구 결과는 직원 이직과 미약한 직원 교육이 낮은 실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제조업체의 경우, 인과 관계는 더욱 명확하다. 소매 유통업도 마찬가지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동료 아난스 라만(Ananth Raman)과 나는 보더스 사례를 가장 먼저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매장별 운영 성과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매장들은 같은 IT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고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동일했다. 그런데도 최고 매장은 최저 순위를 차지한 매장보다 실적이 무려 43배나 높았다. 격차의 원인 중 하나는 바로 근무 형태였다. 직원 교육이 적고 근무량이 많으며 이직률이 높은 매장은 실적도 형편없었다.

 

이는 놀라운 결과가 아니다. 매장을 운영하려면 사람이 필요하다. 사람이 부족한 매장, 다시 말해 직원 수가 부족하거나 의욕 및 역량이 낮은 매장은 그만큼 운영에 부족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직원에 대한 투자를 아껴서 얼마나 많은 돈을 잃고 있는지 깨달은 매장은 거의 없다.

 

일례로 식품 매장에서는 제품 매진의 3분의 1이 소위유령 매진(phantom stockouts)’이다. 공급업체가 제품을 매장에 올바로 전달했지만 제품이 엉뚱한 데 진열되는 바람에 고객이 못 찾는 상황이다. 특정 물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유통 매장의 경우 유령 매진의 비중은 60%에 달했다. 보더스 매장을 대상으로 2차례 조사한 결과 매장 직원에게 물건 찾기를 요청한 고객 6명 중 1명은 유령 매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이 엉뚱한 곳에 있으면 당연히 매출로 이어질 기회를 잃게 된다. 유령 매진이 없었다면 보더스의 수익은 25% 더 높아졌을 것이다. 제품이 엉뚱한 곳에 놓이면 고객에게 짜증을 안겨주고 직원의 생산성은 떨어진다.

 

직원에게 충분히 투자를 하지 않으면 생산업체와 체결한 판촉 계약도 충실히 이행되지 못한다. 생산업체들은 판촉 계획을 세우느라 수백만 달러의 돈을 지출한다. 그러나 소매유통업계 조사기관 인스토어 임플레먼테이션 셰어그룹(In-Store Implementation Sharegroup) 2008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판촉 계약의 절반 정도가 너무 늦게 시행되거나 아예 시행되지 않았다.

 

여기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그렇게 심각하지 않고 결과가 가시적이지는 않지만 판촉 행사를 잘 시행하지 않으면 판매 시점(point of sales·POS)의 데이터 또한 왜곡될 수 있다. 이는 재고 및 판촉 계획 관리에 차질을 가져온다. 유령 매진을 예로 들어 보자. 물품을 사려는 고객은 매진됐다는 말에 빈손으로 돌아갔는데 재고 기록에는 해당 물품의 재고가 있는 것으로 나오고 POS 데이터에는 해당 품목이 판매되지 않았다고 나온다. 그러면 매출 예측 시스템은 물품에 대한 수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향후 예측 수요의 양을 줄이게 된다. 유통업체는 해당 물품의 재고를 적게 유지하거나 아예 없앨 수 있다. 운영상 문제가 지금 당장의 매출과 수익뿐 아니라 미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대형 유통매장 및 공급망 관리의 대표주자인 월마트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월마트가 RFID 태그를 일부 제품에 부착하기 시작한 것도 유령 매진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첨단 기술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비싼 해결 방법이다. 대부분의 유통 매장에서 인건비는 매출을 기준으로 상한이 정해지기 때문에 매출이 급락하면 인건비 예산도 줄어든다. 매장 관리자는 직원 수를 늘리면 수익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지만 인건비가 적게 책정됐기 때문에 직원을 늘릴 수 없다. 경영 관리자들도 직원 이직률을 낮추고 매출을 늘릴 교육이나 기타 혜택 제공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악순환이 계속된다.

 

선순환 창출

인건비를 최소화해야 할 비용이 아니라 매출과 수익의 동력으로 받아들여야 선순환이 창출된다. 직원에게 투자하면 운영상 효율성이 크게 높아지고 매출 및 수익성 증대로 이어지며 인건비 예산이 늘어나 매장 직원에 대한 더 많은 투자가 가능해진다.

 

이런 선순환을 만들어낸 저가 유통 매장 4곳을 최근 연구했다. 매출 160억 유로, 1300여 개의 매장을 가진 스페인 최대의 슈퍼마켓 체인 메르카도나와 540개 매장에서 매출 80억 달러를 기록한 미국 편의점 체인 퀵트립, 340개 매장에 매출 규모 80억 달러인 미국 슈퍼마켓 체인 트레이더 조스, 580여 개 매장에 매출 760억 달러인 도매 유통 매장 코스트코가 그 대상이다. 이들은 고객뿐 아니라 동종업계 경쟁업체로부터도 호평받고 있다. 매출과 수익 성장세가 높을 뿐 아니라 경쟁업체 대비 자산 및 노동의 생산성도 높다.

 

이 업체의 직원들은 높은 급여와 확실한 직원 교육을 받을 뿐 아니라 훌륭한 복지 혜택과 더 편한 근무 일정을 보장받는다. 코스트코 매장 직원은 최대 경쟁업체 월마트 샘스클럽(Sam’s Club) 직원보다 급여가 40% 더 높다. 트레이더 조스의 경우, 정규직 직원의 초봉이 연 4∼6만 달러다. 일부 경쟁업체보다 2배 높은 수준이다. 퀵트립은 뛰어난 직원 연봉 수준 및 복지 혜택으로 <포춘(Fortune)>지가 선정하는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 2003년 이후 매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메르카도나의 경우 임시직이 없으며 85% 이상이 연봉을 받는 정규직 직원이다.

 

이들은 직원에게 충분한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코스트코 매장 관리자 중 약 98%, 메르카도나와 퀵트립, 트레이더 조스의 모든 매장 매니저들은 내부에서 승진하며 임원진 다수가 매장 직원에서 시작해 차근차근 올라온 사람들이다.

 

당연히 직원 이직률은 낮다. 퀵트립의 상근직 직원 이직률은 13% 정도로 편의점 업계 상위 25%의 평균 59%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트레이더 조스 상근직 직원의 이직률은 10% 미만이며 메르카도나는 4%밖에 되지 않는다. 코스트코에서 1년 이상 근무자의 이직률은 5.5%.

 

소비자에게 업계 최저 수준의 가격을 제공하는 이 업체들은 고객 서비스 또한 경쟁업체보다 우월하다. 미시간대(University of Michigan)가 작성한 미 고객만족지수(American Customer Satisfaction Index)에서 코스트코는 탁월한 고객 서비스로 명성이 자자한 고급 백화점 노드스트롬(Nordstrom)과 동일한 순위를 차지했다. 샘스클럽보다 꾸준히 높은 순위다. 퀵트립의 경우 미스터리 쇼퍼 평가에서 경쟁업체보다 월등히 나은 평가를 받고 있다. 퀵트립에 들어간 고객들은 매장에서 낭비하는 시간이 훨씬 짧았는데 이는 제품이 항상 있어야 할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직원들이 1분에 고객 3명의 쇼핑물을 계산하도록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계로 스캔하는 것보다 머리로 더 빨리 계산하기도 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오래 전부터 최저 가격을 원하면 직원 서비스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고 체념해왔다. 그러나 트레이더 조스와 메르카도나는 그런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들 매장에 가면 직원들은 고객의 쇼핑을 상시 지원하며 대화를 나누고 신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메르카도나 직원 중 다수는 고객의 이름을 기억하고 이들에게 꼭 맞는 제품을 추천해준다. 트레이더 조스 직원들은 식품과 요리법을 함께 추천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컨슈머 리포트(Consumer Reports)>지는 트레이더 조스를 미국 2위 슈퍼마켓 체인으로 선정했다. 1위는 직원 관리에서 업계 최고의 관행을 갖고 있지만 저가 시장에서 활동하지 않는 고급 유통업체 웨그먼이다.

 

 

제로섬 관계 탈피

메르카도나와 퀵트립, 코스트코, 트레이더 조스는 선순환이 저절로 만들어지기를 기대하지 않았다. 이들은 직원의 작업 과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하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운영 방식을 도입했다. 직원 역량에 투자했고 비용 감축, 고객 서비스 제고, 매출 및 수익 증대를 위해 노력했다. 이를 통해 이들은 직원 투자와 저렴한 상품 가격 유지라는 상충 관계를 해결할 수 있었다.

 

제품 포트폴리오 간소화. 고객에게 더 많은 것을 제공하겠다는 명목으로 소매 유통업체들은 자신도 모르게 운영의 복잡성을 키워왔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나치게 다양한 상품이다. 일반적인 슈퍼마켓에 가면 다양한 유형과 크기의 치약을 볼 수 있다. 운영 차원에서 봤을 때 제품이 너무 다양하면 공급망 전체에 걸쳐 비용이 커진다. 일단 생산비용이 커지고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 또한 커진다. 유통업체가 다양한 유형의 치약을 갖추면 특정 치약에 대한 수요를 예측하기 힘들어져 재고를 더욱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지면 매장 직원의 업무는 더욱 복잡해진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매출은 그다지 증가하지 않는다.

 

매장의 판촉 행사도 너무 많다. 판촉 행사로 창출된 고객 수요와 사전 구매(소매나 도매 유통업체가 판촉 행사가 끝난 후 정가에 팔려고 해당 제품을 미리 사는 것)는 공급망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판촉 행사는 직원의 업무량을 배가시킬 뿐만 아니라 노동 생산성 또한 떨어뜨린다.

 

반대로 선순환을 창출한 소매 유통업체들은 운영 활동을 단순화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이들은 변화무쌍한 판촉 행사를 여는 대신 일관되게매일 저가 판매(everyday low prices)’ 원칙을 고수하며 판매 제품의 종류를 가능한 적게 관리한다. 일례로 메르카도나는 8000 SKU를 관리하고 트레이더 조스와 코스트코의 SKU 4000개 정도다. 반면 슈퍼마켓 업계의 평균 SKU 39000개다. 메르카도나는 다양한 카테고리 제품을 제공하며-스톱 쇼핑 매장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트레이더 조스는 제한된 카테고리의 물품만 판매한다. 두 업체 모두 취급 카테고리 내에서 경쟁업체보다 제품의 종류가 적다. 퀵트립의 경우 수요가 높은 제품만 취급한다.

 

선택권이 줄어든 고객은 이를 아쉬워할까? 적어도 이들 업체의 평방피트당 매장 매출액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제품 종류가 줄어들면 직원들은 매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에 익숙해질 수 있고 해박한 제품 지식을 토대로 고객에게 적절한 제품을 추천해줄 수 있다. 트레이더 조스가 유명해진 것도 바로 이런 고객 서비스 덕분이다. 메르카도나 매장에 가면 전문가들이 각 제품군을 담당하며 고객에게 왜 어떤 제품은 판매하고 어떤 제품은 그렇지 않은지 설명해 준다. 메르카도나는 최근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취급 제품의 종류를 추가로 줄이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는 메르카도나가 그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운영 환경을 단순화했더니 제품 가격이 떨어졌고 직원들이 고객에게 제품을 설명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면서 매출이 늘었다.

 

 

다양한 업무 교육을 통한 유연성 획득. 악순환에 빠져든 유통업체들은 매장 방문 고객 수에 따라 직원 수를 변경한다. 이 업체들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W. 얼 새서 주니어(Earl Sasser Jr.) 1976 11월 호에 기고한 기사서비스 산업에서의 수급 조화(Match Supply and Demand in Service Industries)’에서수요 추종 전략(chase-demand strategy)’이라고 이름 붙인 원칙을 충실히 이행한다. 그러나 매장 내 고객 수는 꽤 정확히 예측할 수 있더라도 (한 소매업체는 요일, 시간, 날씨, 휴일별 고객 수를 90% 이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직원들의 근무 스케줄은 그렇지 않다. 직원들은 근무 일정이 변경되기 직전에야 통보 받고 짧은 단위로 근무하라는 지시를 자주 받는다.

 

많은 소매업체들은 이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진짜 비용까지 고려하지는 못한다. 홈데포는 2000년대 초반유연한접근법을 선택한다며 업무 지식을 갖춘 정규직원을 해고하고 주택 개조나 매장 제품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어 고객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없는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예측할 수 없는 근무 일정, 짧은 근무 교대,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근로 조건은 직원 사기를 크게 떨어뜨린다. 직원 사기가 낮으면 장기 결근이나 지각, 이직률이 높아지고 인력 공급의 변동폭이 커지며 고객 수에 맞게 직원을 배치하는 일은 당연히 어려워진다. 또한 이직률이 높은 소매업체들은 직원 교육에 섣불리 투자할 수 없다. 미국의 소매업체 신입사원들은 평균 7시간밖에 교육을 받지 못한다. 교육을 전혀 혹은 제대로 받지 못한 직원들은 생산성이 떨어지고 더 많은 실수를 하게 된다.

 

퀵트립과 메르카도나는 다른 소매업체처럼 매장 내 고객 수에 맞춰 직원 수를 조절하기보다는 직원들이 하는 업무를 다양하게 한다. 이들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미리 직원 교육을 한다. 퀵트립에서 파트타임 직원들은 40시간에 걸친 교육을 받고 정규직원들은 2주간 교육을 받는다. 이들은 고객 요구에 응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커피를 만들고, 제품을 주문하고, 매장과 주차장, 화장실을 청소하며, 냉장실과 냉동고, 그릴에 들어갈 알맞은 식품을 선택하는 법을 배운다. 메르카도나의 신입 직원들은 4주에 걸친 교육을 받는데 교육 기간 동안 이들은 특별 제품군(육류 혹은 화장품 등)을 관리하고 재고(데이터의 정확성)를 확인하며 제품을 주문하고 창고에 있는 제품을 보충하는 한편 제품 결함 혹은 다른 여러 문제들을 확인하는 법을 배운다. 매장 내 고객이 많아지면 퀵트립과 메르카도나 직원들은 고객 관련 업무에 집중하고 고객 수가 적으면 다른 업무에 집중한다. 퀵트립 직원들은 매장을 옮겨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이는 모든 매장이 동일하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업무를 교육해둔 덕에 직원들의 근무 일정이 보다 예측 가능해지고 직원들은 항상 바쁘게 움직이며 (다시 말해 생산성이 더욱 높아지며) 고객은 업무를 잘 아는 직원으로부터 보다 신속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직원 배치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낭비 없애기. 직원들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소매업체라고 해서 인력 관리가 쉬운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낭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둔다고 볼 수 있다. 코스트코 매장에서는 제품을 아예 화물 운반대에 담아 진열하는데 이는 운반대에서 제품을 꺼내 다시 진열하는 과정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트레이더 조스에서는 신선 식료품이 모두 포장돼 있는데 이는 계산대에서 포장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코스트코와 트레이더 조스는 공급망을 효율화하기 위한 방법도 다양하게 시도한다. 이들은 대부분의 제품을 생산업체에서 직접 구매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자체 유통 센터를 통해 소매점으로 운송한다.

 

퀵트립과 메르카도나는 업계 최고의 생산 관행을 매장 운영에 적용한다. 모든 물류 과정, 다시 말해 제품을 받아 매장 내에서 움직이는 전 과정은 철저하게 시간을 측정하고 표준 프로세스를 적용하며 준수 여부를 상시 모니터링한다. 물류 프로세스는 직원 의견을 반영해 설계되고 개선된다. 퀵트립은 문제를 논의하고 개선 기회를 찾는 정기 회의에 모든 직원을 참여하게 한다. 메르카도나는 특정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본사 관리자들이 정기적으로 매장을 방문해 직원과 대화를 나눈다. 메르카도나는 직원 및 고객 의견을 본사 구매 및 마케팅 부서에 전달하는 현장 서비스직을 따로 두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더 적은 직원들로 매장을 운영할지 고민하는 소매업체들과 달리 선순환을 창출한 업체들은 오히려 직원을 많이 두는 쪽을 선택한다. 이들은 직원들이 업무에 쫓겨서 고객 응대나 물류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을 예방한다. 퀵트립은 한발 더 나아가 갑자기 병가를 내거나, 휴가를 떠나거나 긴급 상황을 맞이한 다른 직원을 대신해 출동할 직원만 수백 명을 두고 있다. 이들은 어떤 매장에도 속하지 않고 기동대처럼 활동한다.

 

작은 문제에 대한 결정 권한은 직원에게 위임. 대부분 소매점에서 제품 구매 과정은 중앙 집중화돼 있다. 그리고 반품 및 고객 불만 사항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권한은 관리자에게만 있다. 반면 선순환을 구축한 소매업체에서는 직원들이 끊임없이 결정을 내린다. 퀵트립과 트레이더 조스, 메르카도나 직원들은 매장 내 제품별 구매 개수를 결정한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재고 결정을 내리면 이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까? 직원들이 작은 문제에 대해서만 결정권을 가지며 기업 IT 시스템이 구매 과정을 지원하고 모든 결정 사항을 본사가 모니터링하면 가능하다. 직원에게 권한 부여를 하게 되면 기업은 현지 수요와 취향에 맞춰 보다 적합한 반응을 할 수 있으며 이는 직원 및 고객 만족도 증가로 이어진다.

 

익숙한 논쟁

수십 년 전, 상품의 가격은 낮추고 품질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학계와 업계에서는 품질에 투자하면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도요타(Toyota)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은 이것이 잘못된 믿음임을 보여줬다. 직원과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투자는 결국 상품 품질을 높이고 비용을 낮춘다.

 

오늘날 많은 소매업체 관리자들이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다. 이들은 직원에게 투자하면 상품을 저가로 제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잘못된 제로섬 관계를 굳게 믿는 소매 유통업체들은 실적을 높이고 현재 미국 경제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기회를 놓치고 있다. 확실한 운영 관행을 갖추고 있다면 직원 투자는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비용을 낮출 수 있다. 기업은 저가 상품을 제공하며 성공적으로 경쟁할 수 있고 동시에 고객과 직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번역 |우정이 woo.jungyi@gmail.com

 

 

제이넵 톤(Zeynep Ton) MIT 경영대학원 운영관리학 객원 부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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