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ight Side Of Financial Services’

위기의 금융업, 부채관리에 눈 뜨다

105호 (2012년 5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글로벌 컨설팅 회사 부즈앨런해밀턴이 펴내는 경영 전문 계간지 <Strategy+Business>에 실린 고티에 빈센트의 글 ‘The Right Side Of Financial Service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금융기관들은 그동안 외면해 왔던 대차대조표의 대변을 위한 새로운 전략(포트폴리오 전략, 고객 중심 전략, 위험 재고 전략)을 찾아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그동안 은행과 금융기관의 경영진이 완전히 망각하고 있었던 진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진실이란 대차대조표의 우측, 즉 대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금융 서비스 업계는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 몇 년 동안 전반적으로 대변의 중요성을 외면해 왔다. 대변이란 회계원장의 일부로 고객 부채(: 은행 예금, 보험료), 부채, 자본(부채를 얻고 대차대조표 왼쪽에 기록하는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 손에 쥐고 있는 돈)을 기록하는 부분을 뜻한다. 자산을 얻기 위해 부채를 적절히 조절하는 데 실패한 은행과 금융기관은 경제가 격변할 때 취약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경제 상황이 급격하게 변하면 두려움을 느낀 고객이 예금을 인출할 수도 있고 자본시장이 갑작스레 금융기관의 부채 상환 연장을 거부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부채 현황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것은 주주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거나 주주가치가 완전히(혹은 거의) 사라질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나 다름없다. 리먼브러더스(Lehman Brothers), 베어스턴스(Bear Stearns), AIG, 시티그룹(Citigroup),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가 모두 이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대변 전략의 목표는 차변의 자산 증가를 뒷받침하고 자산 가치 손실을 적절히 메우기 위해 상황이 좋을 때와 나쁠 때의 비용 및 기간을 고려해 대차대조표의 우측, 즉 대변에서 여러 자금원의 효과적인 혼합 비율을 찾아내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금융 서비스 업체들은 대차대조표 대변을 외면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매출과 이익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자산을 늘리고 수익률 개선 및 평가액 향상을 위해과잉자본을 내놓으라는 압박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시장 규제 곳곳에 허점이 있는데다 일부 복잡한 금융상품(: 주택저당채권담보부증권, 파생상품)의 가치 평가에 투명성이 결여돼 있었던 탓에 금융 서비스 업체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간단하게 대변 전략을 외면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같은 접근방법으로 인해 일부 기업의 위험 수준이 높아졌다. 오늘날과 같은 금융 서비스 환경에서는 지속 가능한 주주 가치 창출(및 보호)을 위해 대차대조표의 차변에 신경을 쓰는 만큼 대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간단하게 요약해서 이야기하자면 대변 전략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공정하게 말하면 불황이 시작되고 뒤이어 여러 은행들이 구제 금융을 받은 이후부터 금융 서비스 업계는 대차대조표 대변의 중요성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시작했다. 금융 서비스 업계 전반의 자기자본비율이 개선되고 있다. 일부 금융 서비스 기업은 불안정성이 높은 자금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대출의 안정성 및 대출 기간을 늘려 왔다. 뿐만 아니라 자금 조달을 위해 거의 전적으로 자본시장에 의존했던 대출 비즈니스 모델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는 대부분 전 세계를 뒤흔든 최악의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에 나타난 것들이다. 최근 몇 달 동안 장기적인 대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긴박감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위기의식이 약해지고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금융 시스템에 또 다른 심각한 충격이 찾아온다면 금융계가 2008년 못지않게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금융 서비스 회사들은 세 가지 유형의 대변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3개의 전략은 각각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는 방법, 고객 중심적인 기업으로 변모하는 방법, 위험 및 자본 전략 재고를 돕기 위해 경제적 자본(economic capital)을 활용하는 방법을 바탕으로 한다.

 

포트폴리오 수정

포트폴리오 전략에는 인수 및 자산 매각, 기업이 보유 중인 여러 비즈니스 부문을 아우르는 다른 유형의 유기적 성장 등을 통한 지분 보유 현황 변화가 포함된다. 대차대조표 대변에 초점을 맞출 경우 주로 자산 형성에 기여하며 자본 수요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지는 비즈니스를 줄이는 동시에 고객 부채 규모가 크거나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 비즈니스의 영향력을 늘리게 된다.

 

거의 몰락할 지경에 이르렀다가 회생한 캐피털 원(Capital One)의 사례는 이런 접근방법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보여준다. 캐피털 원은 1990년대에 뛰어난 신용 역량 및 고객 세분화 기술을 토대로 신용카드 자산 기반을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캐피털 원은 잠재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세분화된 잠재 고객 집단에 다양한 이율 및 보상 내용이 포함돼 있는 여러 종류의 신용카드를 내놓았다. 2000년대 초, 캐피털 원은 자동차 대출과 같은 새로운 자산 집단을 대상으로 이 같은 역량을 활용했다. 캐피털 원은 이런 부류의 고객에게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단순한 전략을 택했다. 자산 성장 속도에 맞추기 위해 주로 채권을 발행했던 것이다.

 

하지만 2003년 갑작스레 이런 자산 중 일부의 신용 등급에 대한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캐피털 원의 전략은 비난의 대상이 됐다. 거의 하룻밤 새 캐피털 원은 자본시장에서 부채 상환 연장을 거부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캐피털 원이 더 이상 독립적인 금융기관으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꼈고 결국 캐피털 원의 주가는 거의 반 토막 났다.

 

 

신용 및 자금 조달의 위기가 불거진 2008년보다 몇 해 앞서 겪은 거의 망할 뻔한 경험은 고난을 가장한 축복이었다. 당시 경험은 캐피털 원의 고위 경영진에게 월가와 채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으로 대차대조표의 대변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대차대조표 대변을 재검토한 캐피털 원은 2005년과 2006년에 하이버니아(Hibernia)와 노스 포크(North Fork)를 각각 인수했다. 하이버니아와 노스 포크는 단순한 구조의 저축 계좌와 당좌 예금 계좌로 이뤄진 대규모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소매 금융기관이었다. 이처럼 변동성이 낮고 관리 비용이 적으며 안정적인 자금원이야말로 대차대조표 구성을 수정하고 보유한 자산에 장기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했다.

 

불과 몇 해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 사람들이 캐피털 원이 규모를 막론한 그 어떤 신용경색도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캐피털 원은 금융업계 전체가 무너져 내린 금융위기 기간 동안 자사의 입지를 굳건히 지켜냈을 뿐만 아니라 캐피털 원의 주가는 대부분의 금융주보다 더 나은 실적을 자랑했다. 사실 이 같은 소매은행 인수 전략은 캐피털 원에 커다란 도움이 됐고 덕분에 캐피털 원은 지금까지도 이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캐피털 원은 최근 90억 달러에 온라인 은행 ING다이렉트(ING Direct)를 매입했다. 캐피털 원의 경험은 포트폴리오 전략을 활용하면고객 자산이 풍부한비즈니스와고객 부채가 풍부한비즈니스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금을 조달할 때 도매 시장과 브로커 예금증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방법은 많은 소비자 또는 상업 은행에 더 이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장기적인 생존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소비자 예금, 상업 예금, 보험 등 관리 비용이 낮고 안정적인 자본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캐피털 원은 현재 자사의 핵심 부문인 카드 비즈니스와 전혀 다른 소매 은행 비즈니스를 바탕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제대로 차별화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부실하게 운영되는 여러 소매 은행들 때문에 재무성과가 갉아 먹히지 않도록 캐피털 원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고객 중심 전략

사업부 차원에서 고객 중심 전략을 추진하면 다각화된 금융 기관의 대차대조표 대변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고객 중심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모든 유형의 고객에 맞춤형 제품을 강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그룹의 고객을 위해 광범위한 금융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이런 고객들이 대출을 요구하기도 하고 금융 파트너에게 맡길 유동성(: 예금의 형태)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대차대조표의 차변과 대변, 양쪽 모두에 바람직한 수준의 기여를 할 수 있다.

 

중간 규모의 상업은행 실리콘밸리은행(Silicon Valley Bank)이 고객 중심 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좋은 예다. 지난 5∼10년 동안 실리콘밸리은행이 자산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 벤처캐피털 고객 덕분이다. 실리콘밸리은행은 이 기업가들을 상대하면서 벤처캐피털 리스트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사이클상 완전히 다른 2개의 지점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부는 신용을 필요로 했고(: 투자자들에게 캐피털 콜(capital call)을 내기 이전의 단계), 또 다른 이들은 풍부한 유동성(: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확보한 후 자금을 점진적으로 운용하는 단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기회를 포착한 실리콘밸리은행은 고객 중심 전략을 도입했다. 전문화된 판매팀과 제품팀을 꾸려 벤처캐피털 고객을 상대로 현금 관리 및 대출 서비스를 제공했다. 목표는 단순히 신용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벤처캐피털 회사의 대차대조표 양쪽 모두에 도움이 되는 포괄적인 제품 개발 역량을 키우는 것이었다. 실리콘밸리은행은 이 같은 전략을 통해 벤처캐피털 고객이 맡긴 초저비용 초저위험 예금을 활용해 또 다른 벤처캐피털 고객에게 대출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실리콘밸리은행은 이와 같은 고객 중심 전략을 선택한 덕에 안정적이고 비용이 낮은 자금을 확보하는(예금 중 3분의 2가 무이자 예금) 동시에 자산 및 부채의 규모를 균형 잡힌 방식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적절한 신상품을 개발하고 조직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지만 갖고 있다면 규모가 크고 다각화돼 있는 금융기업도 이 같은 접근법을 쓸 수 있다. 비즈니스 중 일부에 고객 중심 모델을 도입하기 시작한 대기업 중 하나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오랜 기간 자사 회원들을 위해 새로운 신용카드 상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 왔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최근 몇 년 동안오픈(Open)’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홍보하고 있다. 오픈은 중소기업에 신용카드에서부터 지급 및 소셜네트워킹에 이르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브랜드다. 중소기업을 위한 서비스를 확대한 덕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조만간 새로운 유동성 풀(liquidity pool, : 중소기업의 예금 계좌)을 확보하고 자금 조달 포트폴리오를 대거 수정할지 모른다. 아마도 이로 인해 자본시장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위험 및 자본에 대한 재고

금융 서비스 업계의 외부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은행과 금융기관들이 위험 및 자본 관리의 전문가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은행 및 금융기관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런 역량을 바탕으로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무너져 내리면서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드러났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 10년 동안 수많은 대형 은행 및 금융 기업에서 위험 및 자본 관리의 일관성이 지켜지지 않았다. 최고위험책임자와 위험관리팀은 은행의 자본 구조는 고려하지 않은 채 위험 노출 관리에 집중했다. 그동안 최고재무책임자와 재무팀은 위험 증가는 외면한 채 자본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낮추고 이익을 늘리기 위해 자본 시장 규제의 허점을 마음껏 활용했다.

 

사실 위험과 자본을 밀접하게 묶어주기 위한 틀이 존재했다(그리고 지금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틀의 중요성이 무시됐다. 그 틀은 금융 서비스 업계에서 경제적 자본(economic capital)이라고 알려져 있는 개념이다. 이 같은 알고리즘과 관행은 회사의 다양한 위험을 자기자본으로 바꿔 파산 가능성에서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된다.

 

금융 서비스 업계가 또다시 무너질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면(그리고 크고 작은 수십 개의 은행들이 또다시 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없애려면) 이사회와 경영진이 앞장서서 새로운 위험 문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 여기서 새로운 위험 문화란 경제적 자본이 곧 조직의 위험 통화로 통용되고 대변 중심의 자본 전략과 차변 중심의 자본 전략이 밀접하게 통합되며 회사 내에서 위험과 자본을 관리할 책임이 포괄적으로 공유되는 문화를 일컫는다. 이런 기대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야 한다. 우선 이사회와 고위 경영진이 대변 전략 및 경제적 자본에 대해 좀 더 많이 알아야 한다. 둘째, 새로운 위험 원인에 맞게 경제적 자본 알고리즘과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셋째, 조직 내 모든 직급의 구성원들이 가격 책정 및 투자에 관한 결정을 내릴 때 경제적 자본을 필수적인 데이터 포인트로 활용해야 한다. 넷째, 성과를 평가할 때는 비단 이윤뿐 아니라 경제적 자본을 활용하는 비용 또한 고려해야 한다. 이는 수많은 은행들에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문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위험 및 자본 관리 역량을 상당히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 서비스 산업은 차입 비중이 매우 높은 산업이기 때문에 대차대조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엄청난 결과가 뒤따른다. 지난 3년 동안 발생한 사건들은 탄탄한 자금 조달 역량 및 자금력이 장기적인 경쟁 우위 및 가치 창출의 근원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이 대변 전략을 외면한다는 것은 곧 위험을 각오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명확하게 보여준다. 반대로 대변 전략을 적절히 활용하면 도움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차대조표의 양쪽을 훌륭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은행은 또다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무사히 살아남아 금융업계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 틀림없다.

 

고티에 빈센트(Gauthier Vincent)

필자는 뉴욕에서 부즈앤컴퍼니(Booz & Company) 금융 서비스 부문 수석 경영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빈센트는 은행 및 금융 기업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기업 전략, 가치 관리, 사업부 성장 전략에 관한 조언을 제공한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18호 Dynamic Workspaces 2021년 04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