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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ning The Race With Ever-Smarter Machines

점점 똑똑해지는 기계, 우리 편으로 만들자

에릭 브린욜프슨 | 102호 (2012년 4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2012년 겨울 호에 실린 MIT 디지털 비즈니스 센터 책임자 에릭 브린욜프슨과 동 센터 부책임자 앤드루 맥아피의 글 ‘Winning The Race With Ever-Smarter Machines’를 번역한 것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등 IT는 현존하는 수많은 조직과 기관, 정책, 사고방식 등이 미처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놀라운 발전을 거듭했다. 사람들은 컴퓨터와 인간의 상대적인 강점 및 약점을 잘 알고 있다고 꽤 자신했다. 하지만 컴퓨터가 예기치 못한 몇몇 분야에 진출하기 시작했으며 이런 현상이 관리자와 조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4년에 출판된 책과 2010년에 발표된 내용을 비교해 보면 컴퓨터의 능력이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2004년에 출판된 책이란 경제학자 프랭크 레비(Frank Levy)와 리처드 머네인(Richard Murnane)이 집필한 <신()노동분업(The New Division of Labor>)을 일컫는 것이다. 이 책은 컴퓨터와 인간 노동자의 능력을 철저하게 비교 분석한다.
 
<신노동분업> 2장 ‘인간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Why People Still Matter)’에서 저자들은 정보 처리 업무의 스펙트럼을 제시한다.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는 기존 규칙을 간단하게 응용하는 업무가 자리를 잡고 있다. 단순 숫자 계산을 비롯한 이런 업무는 간단하게 자동화할 수 있다. 컴퓨터는 규칙을 따르는 데 능숙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복잡성 스펙트럼의 반대쪽 끝에는 규칙을 추론할 수 없는 패턴 인식 업무가 놓여 있다. <신노동분업>은 혼잡한 도로를 운전하는 것을 이런 유형의 업무로 소개하며 교통이 복잡한 상황에서 운전하는 것을 자동화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트럭 운전수는 주변 환경이 끝없이 제시하는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정보를 처리하고 있다. (중략) 이런 행동을 프로그램화하려면 비디오 카메라와 각종 센서를 활용해 감각 정보를 포착해야 한다. 하지만 차들이 오고 가는 상황에서 좌회전을 실행하는 데는 너무도 많은 요인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운전수의 행동을 그대로 복제할 수 있는 일련의 규칙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힘들다. (중략)
지금으로서는 [인간이 갖고 있는] 지식을 명료하게 표현하고 구조화 수준이 높은 거의 모든 상황에 어울리는 소프트웨어에 인간의 지식을 끼워 넣는 게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중략) [트럭 운전과 같은 업무]에서는 컴퓨터가 간단하게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1
 
2004년에 열린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 그랜드 챌린지(DARPA Grand Challeng)의 결과도 레비와 머네인이 내린 결론과 일치한다. 이 경연대회의 목표는 모하비 사막을 통과하는 142마일의 길을 운전할 수 있는 무인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었다. ‘우승’팀이 출품한 자동차는 불과 8마일 정도만 성공적으로 주행한 채 실패했다.2
 
하지만 그로부터 단 6년이 흐른 후 현실에서의 운전은 자동화될 수 없는 업무의 대표적인 사례에서 자동화된 업무의 대표적 사례로 바뀌었다. 2010년 10월, 구글(Google)은 자사의 공식 블로그를 통해 도요타(Toyota)의 프리우스(Prius) 6대를 100% 자율적인 자동차로 개조했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해당 차량들이 인간의 개입 없이 미국 내 도로를 1000마일 이상 주행했으며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이 사소한 조작만을 하는 상태에서 구글이 경로에 대해 사전에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14만 마일 이상을 주행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운전법을 준수하기 위해 항상 운전석에 사람을 앉혀 뒀다.)3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에 위치한 도로에서 자동 주행을 하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레비와 머네인의 주장은 옳았다. 또한 도로 주행이라는 영역 내에서 인간의 지각과 패턴 인식을 대체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드는 일도 쉽지 않다. 하지만 쉽지 않을 뿐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런 컴퓨터를 만드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이 같은 과제는 이미 달성됐다.
 
구글 기술자들은 레비와 머네인이 명시한 문제를 내버려 둔 채 지름길을 택하기보다 그 문제들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구글 기술자들은 해당 차량이 주행하는 도로에 대해 가능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특수 센서와 더불어 구글 맵(Google Maps)과 구글 스트리트 뷰(Google Street Views)를 위해 수집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특히 이 차량들은 자동차에 탑재된 영상, 레이더, 광학 무선 감지 기술을 활용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들은 도로의 규칙, 근처에 있는 모든 물체의 존재 여부, 궤적, 정체, 운전 상황 등을 고려하는 소프트웨어에 반영된다. 이 소프트웨어는 차량을 통제하며 그 어떤 사람보다도 높은 수준의 의식, 경계, 반응 시간을 자랑한다. 지금껏 구글 차량은 단 한 차례 사고를 겪었을 뿐이며 그 사고마저도 구글 차량이 신호를 받고 정차 중일 때 다른 차량으로 인해 발생한 후면 충돌 사고였다.
 
인간의 도움 없이 홀로 움직이는 차량을 만드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정확한 데이터가 넘쳐나고 강력한 센서와 엄청난 양의 저장 공간 및 처리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이런 차량을 만드는 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이게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우리는 지금 컴퓨터의 능력이 무척 빠른 속도로 발전해 수십 년이 아니라 단 몇 년의 시간 만에 컴퓨터가 공상과학 소설의 영역을 넘어서 일상 생활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그런 세상을 살고 있다.
 
레비와 머네인은 인간의 능력 중 기계의 복제가 매우 어려운 또 다른 것으로 복잡한 의사소통을 언급한다.4 복잡한 의사소통에는 인간과의 대화가 수반된다. 상황이 복잡하거나 감정적이거나 모호할 때는 특히 그렇다. 인간은 진화하는 과정에서 별 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도록 ‘프로그램됐다’. 하지만 같은 일을 해내도록 컴퓨터를 프로그램하기는 매우 힘들다. 많은 사람들에게 컴퓨터의 의사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돌파구가 찾아온 건 인간이 애플(Apple)의 개인 비서 프로그램 시리(Siri)를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다. 최신형 아이폰(iPhone)에서 사용 가능한 어플리케이션 시리는 “가장 가까운 주유소가 어디지”에서부터 “세르게이와 점심 약속을 잡아 줘”에 이르기까지 일상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요구에 응답할 정도로 인간의 말을 잘 이해한다. 시리는 사람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공공 데이터베이스 및 개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다. 시리는 사용자가 애매모호한 질문을 하면 맥락을 파악해 답을 찾고 나름대로 개성과 유머를 갖고 있다가 적절할 때 활용하기도 한다. 그 결과 약속을 잡거나 레스토랑을 찾는 등 아이폰에서 실행하는 많은 일들이 한층 수월해졌다. 메뉴를 뒤지고 문자를 입력하는 대신 편안하게 말을 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구글의 무인 자동차는 디지털 패턴 인식 능력이 최근 얼마나 많이, 또 얼마나 빨리 발전했는지 잘 보여준다. 애플의 시리는 복잡한 의사소통에 참여하는 컴퓨터의 능력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보여준다. IBM의 왓슨연구센터(Watson Research Center)는 최근 왓슨(Watson)이라는 이름의 신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술은 이와 같은 두 가지 능력을 결합하면 컴퓨터가 얼마나 강력해질 수 있는지, 즉 예전에는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됐던 영역으로 최근 컴퓨터가 얼마나 깊숙이 들어왔는지 잘 보여준다.
 
왓슨은 다양한 주제에 관한 퀴즈를 푸는 쇼 프로그램인 제퍼디(Jeopardy!)에서 인간 참가자들과 함께 문제를 풀기 위해 특수 제작된 슈퍼 컴퓨터다. 제퍼디 참가자들은 이 퀴즈 쇼에서 어떤 주제를 다룰지 미리 알 수가 없다.5 퀴즈 쇼에 등장하는 질문에는 말장난(pun)과 온갖 유형의 재담(wordplay)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질문의 내용이 정확하게 무엇이며 어떤 식으로 대답을 구성해야 할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다시 말해서 제퍼디를 하려면 복잡한 의사소통을 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와튼이 작동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제퍼디 또한 엄청난 양의 패턴 매칭을 필요로 한다. 왓슨에는 백과사전, 각종 참고 문헌, 신문기사, 성경 등 서로 연결되지 않은 수억 건의 디지털 문서가 탑재돼 있다. 왓슨은 질문을 받는 즉시 질문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한 노력에 돌입한 다음 정답을 얻기 위해 탑재돼 있는 모든 문서를 뒤져 일치하는 패턴을 찾아낸다.
 
왓슨은 이런 과정을 통해 제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결코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정확하고 빠르게 답을 찾아낸다. 2011년 2월, 왓슨은 제퍼디 역사상 가장 뛰어난 2명의 참가자를 상대로 경연을 벌였고 그 내용은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사흘에 걸쳐 2라운드의 게임이 진행된 후 왓슨은 가장 근접한 성적을 낸 인간 참가자보다 무려 3배 이상 많은 상금을 벌어들였다. 제퍼디 참가자 중 한 사람인 켄 제닝스(Ken Jennings)는 디지털 기술이 게임을 장악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제닝스는 토너먼트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적은 후 그 아래에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나는 컴퓨터라는 새로운 지배자를 환영한다.’6
 
컴퓨터라는 지배자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공상 과학 소설은 어떻게 그토록 짧은 시간 내에 현실이 될 수 있었을까? 이와 같은 놀라운 발전을 이해하려면 2개의 개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 번째 개념인 무어의 법칙(Moore’s Law)은 잘 알려져 있다. 무어의 법칙은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조업체 인텔(Intel)의 공동 설립자 고든 무어(Gordon Moore)의 생각을 확대시킨 것이다. 무어는 1965년에 과학 잡지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에 최소비용 집적회로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숫자가 12달마다 2배로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런 속도로 발전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7 무어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임이 밝혀지면서 무어의 법칙이 탄생했다.
 
이후 트랜지스터의 숫자가 2배로 늘어나는 기간은 수정됐다. 현재 가장 널리 통용되는 기간은 18개월이다.8 무어의 법칙을 약간씩 변경시킨 내용이 디스크 드라이브 용량, 화면 해상도, 네트워크 대역폭 등에 적용됐으며 가장 최근에는 에너지 소비에도 같은 법칙이 적용됐다.9 이를 비롯한 수많은 디지털 개선 사례에서 성능이 2배로 늘어나는 현상이 신속하고 확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역시 적어도 하드웨어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일부 영역에서는 그렇다. 컴퓨터 과학자 마틴 그뢰첼(Martin Grötschel)은 1988년부터 2003년까지 컴퓨터가 일반적인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는 속도를 분석했다. 그뢰첼은 이 기간 동안 문제 해결 속도가 4300만 배 개선됐으며 ‘한층 속도가 빨라진 프로세서(처리 기기)’와 ‘소프트웨어에 내장돼 있는 한층 뛰어난 알고리즘’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프로세서의 속도는 1000배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알고리즘의 성능은 무려 4만3000배 개선됐다. 이 같은 사실을 떠올리면 프로세서의 속도 개선 수준은 하찮아 보이기까지 한다.10

     지켜봐야  할 기술
 
신기술이 다양하게 적용되는 모습은 언제나 놀랍기 그지 없다. 따라서 IT가 다음에 어떻게 활용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주의사항을 기억하면서 필자들이 향후 10년 동안 비즈니스 세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하는 4개의 디지털 기술을 확인해 보자.
 
그다지 비싸지 않은 산업용 로봇. 지금은 창고나 전쟁터에서도 로봇이 사용되며 거실에서 로봇이 청소를 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로봇의 센서와 프로그램이 날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로봇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기업의 컴퓨터 업무에서 나타난 개인용 컴퓨터 혁명과 유사한 형태로 사용자 친화적 로봇 공학에서 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음성 인식 및 통역 소프트웨어. 인간의 말을 이해하고 언어를 옮기는 컴퓨터의 능력은 터무니없을 만큼 형편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부분이 제법 괜찮아졌다. 또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다닐 때 언제든 통역을 해주는 완전한 개인 디지털 비서를 갖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정교한 자동 응답 시스템. 제퍼디 게임 쇼에 도전한 최고의 인간 참가자를 가뿐하게 이긴 왓슨의 능력은 엄청난 양의 누적 정보 속에서 ‘올바른’ 답을 찾아내는 컴퓨터의 능력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잘 보여준다. 분석가와 트러블 슈터(이들 중 일부는 교육 수준 및 급여 수준이 매우 높다)들이 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곧 디지털 비서(사실상 경쟁자)를 갖게 될 것이다.
 
무인 자동차. 구글이 만들어낸 자가 운전 자동차는 매우 값비싼 원형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런 자동차를 생산하는 비용이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다. 인간이 운전석에 탑승하지 않아도 홀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거리를 오갈 수 있도록 법규가 수정되기 전이라 하더라도 유사한 형태의 차량이 광산과 공항을 돌아다니고 골프장 잔디를 깎는 모습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컴퓨터 기술이 최근 눈부시게 발전한 까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두 번째 개념은 무어의 법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학에 관한 아주 오래된 이야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혁신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이 이야기와 지금 이 시대 간의 연결 고리를 찾아냈다. 이 이야기에는 체스라는 게임을 만든 사람이 등장한다. 체스를 발명한 사람은 그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자에게 자신이 만들어 낸 게임을 보여준다. 황제는 체스 게임을 보고 몹시 기뻐하며 게임 개발자에게 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이야기해 볼 것을 권했다. 체스를 개발한 똑똑한 남자는 다음과 같은 규칙에 따라 쌀을 달라고 이야기했다. 남자는 체스판의 첫 번째 칸에 쌀알 1개, 두 번째 칸에는 쌀알 2개, 세 번째 칸에는 쌀알 4개 등 각 칸에 그 앞에 놓여 있는 칸에 올려진 것보다 2배 많은 쌀알을 놓아 줄 것을 요구했다.
 
남자가 요구한 상이 너무도 사소하다고 생각한 황제는 금세 동의했다. 하지만 황제는 머지 않아 계속해서 2배씩 늘려가면 그 숫자가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체스를 개발한 남자는 총 264-1개의 쌀알을 얻었다. 남자가 얻은 쌀은 쌀로 에베레스트산을 쌓고도 남을 만큼 많은 양이었다. 조금 다르게 각색된 이야기 속에서는 황제가 체스 개발자의 꾀에 넘어갔다는 사실에 화가 나 남자의 목을 베어버린다.
 
커즈와일은 2000년에 발표한 자신의 저서 <정신적 기계의 시대: 컴퓨터가 인간 지능을 넘어설 때(The Age of Spiritual Machines: When Computers Exceed Human Intelligence)>에서 체스판의 절반이 될 때까지는 쌀의 양이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32칸을 지날 때까지 황제는 체스 개발자에게 약 40억 개에 이르는 쌀알을 줬다. 그 때까지만 해도 쌀의 양이 지나치게 많은 건 아니었다. 널따란 논 한 뙈기에서 나는 양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황제는 그때부터 쌀의 양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황제는 여전히 황제로 남을 수 있었고 체스 개발자도 목을 지켜낼 수 있었다. 하지만 체스판의 절반을 지나서면서 둘 중 한 사람이 곤란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기 시작했다.11
 
커즈와일은 지속적인 2배 성장 및 다른 형태의 지수적 성장(exponential growth)이 기만적이라고 지적한다. 커즈와일은 이런 류의 성장이 처음 시작될 무렵에는 전혀 특별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초기에는 지수적 성장이 일반적인 선형 증가(linear growth)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시간이 흐르고 체스판에 그려진 전체 칸 중 절반을 지나면 지수적 성장이 우리의 직관과 기대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지수적 성장은 선형 성장을 훨씬 능가해 에베레스트 크기의 쌀을 만들어내고 그로 인해 컴퓨터는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일을 해낼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 인류는 비즈니스계의 컴퓨터 사용 역사에서 어디쯤 서있는 것일까? 우리는 아직 체스판의 절반을 지나지 못한 것일까? 물론 이 질문에 답을 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간단하고 기발한 방법으로 계산을 해 보면 흥미로운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1958년에 경제 통계를 내면서 ‘정보 통신 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을 비즈니스 투자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그러니 1958년을 출발점으로 삼아 보자. 그런 다음 무어가 집적회로의 성능이 2배씩 증가한다고 이야기한 18개월을 대입해 보자. 32회에 걸쳐 두 배씩 증가하면 2006년이 되고 체스판의 절반에 도달하게 된다. 구글의 무인 차량, 제퍼디 게임 쇼에서 우승한 슈퍼 컴퓨터 왓슨 등과 같은 컴퓨터의 발전은 체스판의 나머지 절반(지수적 성장으로 인해 입이 딱 벌어질 만큼 놀라운 결과가 도출되는 단계)으로 넘어가면서 보게 될 디지털 혁신의 최초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지켜봐야 할 기술’ 참조.)
 
사실상 모든 업무, 직무, 산업에서 이런 결과를 느끼게 될 것이다. 경제학자 수산토 바수(Susanto Basu)와 존 퍼날드(John Fernald)는 강력하지만 값이 저렴한 정보 통신 기술이 어떤 식으로 비즈니스가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하도록 도와주는지 강조한다.
 
저렴한 정보 통신 기술 자산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들은 자사가 보유한 각종 투입물을 급진적일 만큼 다르고 생산성 개선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함으로써 저렴한 컴퓨터와 전기 통신 장비는 정보 통신 기술을 활용하는 업계에서 끝없이 확장되는 상호 보완적인 발명을 장려할 수 있다.12
 
컴퓨터가 비단 하이테크 부문뿐 아니라 디지털 장치를 구입하고 활용하는 모든 업계에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결국 모든 업계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심지어 농업, 광업 등 오래 전부터 기술 수준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던 미국의 산업 부문조차도 매년 디지털화를 위해 수십억 달러의 돈을 지출하고 있다.
 
바수와 퍼날드가 선택한 어휘에 주목해 보자. 바수와 퍼날드는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기업에 ‘끝없이 확장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서 디지털화는 일회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하나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대신 디지털화는 혁신적인 파괴를 위한 지속적 과정이다. 혁신을 하는 사람이나 기업들은 업무, 직무, 과정의 차원에서 심도 깊은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신기술과 기존 기술을 모두 활용한다. (심지어 조직 차원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이런 변화들은 서로 영향을 미치며 상호 강화 작용을 한다. 따라서 이런 변화가 제시하는 가능성은 정말로 끝없이 늘어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의 컴퓨터 기술이 자동적으로 모두에게 이롭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필자들은 최근에 발표한 전자책 <기계와의 경주(Race Against the Machine)>에서 디지털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임금 정체 현상이나 실업에 직면하는 등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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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릭 브린욜프슨

    에릭 브린욜프슨

    MIT 디지털 비즈니스 센터(MIT Center for Digital Business) 책임자
    MIT 슬론 경영대학원(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 슈슬가 교수(Schussel Family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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