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ning The Race With Ever-Smarter Machines

점점 똑똑해지는 기계, 우리 편으로 만들자

102호 (2012년 4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2012년 겨울 호에 실린 MIT 디지털 비즈니스 센터 책임자 에릭 브린욜프슨과 동 센터 부책임자 앤드루 맥아피의 글 ‘Winning The Race With Ever-Smarter Machines’를 번역한 것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등 IT는 현존하는 수많은 조직과 기관, 정책, 사고방식 등이 미처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놀라운 발전을 거듭했다. 사람들은 컴퓨터와 인간의 상대적인 강점 및 약점을 잘 알고 있다고 꽤 자신했다. 하지만 컴퓨터가 예기치 못한 몇몇 분야에 진출하기 시작했으며 이런 현상이 관리자와 조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4년에 출판된 책과 2010년에 발표된 내용을 비교해 보면 컴퓨터의 능력이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2004년에 출판된 책이란 경제학자 프랭크 레비(Frank Levy)와 리처드 머네인(Richard Murnane)이 집필한 <신()노동분업(The New Division of Labor>)을 일컫는 것이다. 이 책은 컴퓨터와 인간 노동자의 능력을 철저하게 비교 분석한다.
 
<신노동분업> 2장 ‘인간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Why People Still Matter)’에서 저자들은 정보 처리 업무의 스펙트럼을 제시한다.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는 기존 규칙을 간단하게 응용하는 업무가 자리를 잡고 있다. 단순 숫자 계산을 비롯한 이런 업무는 간단하게 자동화할 수 있다. 컴퓨터는 규칙을 따르는 데 능숙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복잡성 스펙트럼의 반대쪽 끝에는 규칙을 추론할 수 없는 패턴 인식 업무가 놓여 있다. <신노동분업>은 혼잡한 도로를 운전하는 것을 이런 유형의 업무로 소개하며 교통이 복잡한 상황에서 운전하는 것을 자동화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트럭 운전수는 주변 환경이 끝없이 제시하는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정보를 처리하고 있다. (중략) 이런 행동을 프로그램화하려면 비디오 카메라와 각종 센서를 활용해 감각 정보를 포착해야 한다. 하지만 차들이 오고 가는 상황에서 좌회전을 실행하는 데는 너무도 많은 요인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운전수의 행동을 그대로 복제할 수 있는 일련의 규칙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힘들다. (중략)
지금으로서는 [인간이 갖고 있는] 지식을 명료하게 표현하고 구조화 수준이 높은 거의 모든 상황에 어울리는 소프트웨어에 인간의 지식을 끼워 넣는 게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중략) [트럭 운전과 같은 업무]에서는 컴퓨터가 간단하게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1
 
2004년에 열린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 그랜드 챌린지(DARPA Grand Challeng)의 결과도 레비와 머네인이 내린 결론과 일치한다. 이 경연대회의 목표는 모하비 사막을 통과하는 142마일의 길을 운전할 수 있는 무인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었다. ‘우승’팀이 출품한 자동차는 불과 8마일 정도만 성공적으로 주행한 채 실패했다.2
 
하지만 그로부터 단 6년이 흐른 후 현실에서의 운전은 자동화될 수 없는 업무의 대표적인 사례에서 자동화된 업무의 대표적 사례로 바뀌었다. 2010년 10월, 구글(Google)은 자사의 공식 블로그를 통해 도요타(Toyota)의 프리우스(Prius) 6대를 100% 자율적인 자동차로 개조했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해당 차량들이 인간의 개입 없이 미국 내 도로를 1000마일 이상 주행했으며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이 사소한 조작만을 하는 상태에서 구글이 경로에 대해 사전에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14만 마일 이상을 주행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운전법을 준수하기 위해 항상 운전석에 사람을 앉혀 뒀다.)3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에 위치한 도로에서 자동 주행을 하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레비와 머네인의 주장은 옳았다. 또한 도로 주행이라는 영역 내에서 인간의 지각과 패턴 인식을 대체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드는 일도 쉽지 않다. 하지만 쉽지 않을 뿐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런 컴퓨터를 만드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이 같은 과제는 이미 달성됐다.
 
구글 기술자들은 레비와 머네인이 명시한 문제를 내버려 둔 채 지름길을 택하기보다 그 문제들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구글 기술자들은 해당 차량이 주행하는 도로에 대해 가능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특수 센서와 더불어 구글 맵(Google Maps)과 구글 스트리트 뷰(Google Street Views)를 위해 수집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특히 이 차량들은 자동차에 탑재된 영상, 레이더, 광학 무선 감지 기술을 활용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들은 도로의 규칙, 근처에 있는 모든 물체의 존재 여부, 궤적, 정체, 운전 상황 등을 고려하는 소프트웨어에 반영된다. 이 소프트웨어는 차량을 통제하며 그 어떤 사람보다도 높은 수준의 의식, 경계, 반응 시간을 자랑한다. 지금껏 구글 차량은 단 한 차례 사고를 겪었을 뿐이며 그 사고마저도 구글 차량이 신호를 받고 정차 중일 때 다른 차량으로 인해 발생한 후면 충돌 사고였다.
 
인간의 도움 없이 홀로 움직이는 차량을 만드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정확한 데이터가 넘쳐나고 강력한 센서와 엄청난 양의 저장 공간 및 처리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이런 차량을 만드는 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이게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우리는 지금 컴퓨터의 능력이 무척 빠른 속도로 발전해 수십 년이 아니라 단 몇 년의 시간 만에 컴퓨터가 공상과학 소설의 영역을 넘어서 일상 생활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그런 세상을 살고 있다.
 
레비와 머네인은 인간의 능력 중 기계의 복제가 매우 어려운 또 다른 것으로 복잡한 의사소통을 언급한다.4 복잡한 의사소통에는 인간과의 대화가 수반된다. 상황이 복잡하거나 감정적이거나 모호할 때는 특히 그렇다. 인간은 진화하는 과정에서 별 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도록 ‘프로그램됐다’. 하지만 같은 일을 해내도록 컴퓨터를 프로그램하기는 매우 힘들다. 많은 사람들에게 컴퓨터의 의사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돌파구가 찾아온 건 인간이 애플(Apple)의 개인 비서 프로그램 시리(Siri)를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다. 최신형 아이폰(iPhone)에서 사용 가능한 어플리케이션 시리는 “가장 가까운 주유소가 어디지”에서부터 “세르게이와 점심 약속을 잡아 줘”에 이르기까지 일상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요구에 응답할 정도로 인간의 말을 잘 이해한다. 시리는 사람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공공 데이터베이스 및 개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다. 시리는 사용자가 애매모호한 질문을 하면 맥락을 파악해 답을 찾고 나름대로 개성과 유머를 갖고 있다가 적절할 때 활용하기도 한다. 그 결과 약속을 잡거나 레스토랑을 찾는 등 아이폰에서 실행하는 많은 일들이 한층 수월해졌다. 메뉴를 뒤지고 문자를 입력하는 대신 편안하게 말을 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구글의 무인 자동차는 디지털 패턴 인식 능력이 최근 얼마나 많이, 또 얼마나 빨리 발전했는지 잘 보여준다. 애플의 시리는 복잡한 의사소통에 참여하는 컴퓨터의 능력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보여준다. IBM의 왓슨연구센터(Watson Research Center)는 최근 왓슨(Watson)이라는 이름의 신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술은 이와 같은 두 가지 능력을 결합하면 컴퓨터가 얼마나 강력해질 수 있는지, 즉 예전에는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됐던 영역으로 최근 컴퓨터가 얼마나 깊숙이 들어왔는지 잘 보여준다.
 
왓슨은 다양한 주제에 관한 퀴즈를 푸는 쇼 프로그램인 제퍼디(Jeopardy!)에서 인간 참가자들과 함께 문제를 풀기 위해 특수 제작된 슈퍼 컴퓨터다. 제퍼디 참가자들은 이 퀴즈 쇼에서 어떤 주제를 다룰지 미리 알 수가 없다.5 퀴즈 쇼에 등장하는 질문에는 말장난(pun)과 온갖 유형의 재담(wordplay)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질문의 내용이 정확하게 무엇이며 어떤 식으로 대답을 구성해야 할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다시 말해서 제퍼디를 하려면 복잡한 의사소통을 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와튼이 작동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제퍼디 또한 엄청난 양의 패턴 매칭을 필요로 한다. 왓슨에는 백과사전, 각종 참고 문헌, 신문기사, 성경 등 서로 연결되지 않은 수억 건의 디지털 문서가 탑재돼 있다. 왓슨은 질문을 받는 즉시 질문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한 노력에 돌입한 다음 정답을 얻기 위해 탑재돼 있는 모든 문서를 뒤져 일치하는 패턴을 찾아낸다.
 
왓슨은 이런 과정을 통해 제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결코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정확하고 빠르게 답을 찾아낸다. 2011년 2월, 왓슨은 제퍼디 역사상 가장 뛰어난 2명의 참가자를 상대로 경연을 벌였고 그 내용은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사흘에 걸쳐 2라운드의 게임이 진행된 후 왓슨은 가장 근접한 성적을 낸 인간 참가자보다 무려 3배 이상 많은 상금을 벌어들였다. 제퍼디 참가자 중 한 사람인 켄 제닝스(Ken Jennings)는 디지털 기술이 게임을 장악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제닝스는 토너먼트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적은 후 그 아래에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나는 컴퓨터라는 새로운 지배자를 환영한다.’6
 
컴퓨터라는 지배자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공상 과학 소설은 어떻게 그토록 짧은 시간 내에 현실이 될 수 있었을까? 이와 같은 놀라운 발전을 이해하려면 2개의 개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 번째 개념인 무어의 법칙(Moore’s Law)은 잘 알려져 있다. 무어의 법칙은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조업체 인텔(Intel)의 공동 설립자 고든 무어(Gordon Moore)의 생각을 확대시킨 것이다. 무어는 1965년에 과학 잡지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에 최소비용 집적회로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숫자가 12달마다 2배로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런 속도로 발전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7 무어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임이 밝혀지면서 무어의 법칙이 탄생했다.
 
이후 트랜지스터의 숫자가 2배로 늘어나는 기간은 수정됐다. 현재 가장 널리 통용되는 기간은 18개월이다.8 무어의 법칙을 약간씩 변경시킨 내용이 디스크 드라이브 용량, 화면 해상도, 네트워크 대역폭 등에 적용됐으며 가장 최근에는 에너지 소비에도 같은 법칙이 적용됐다.9 이를 비롯한 수많은 디지털 개선 사례에서 성능이 2배로 늘어나는 현상이 신속하고 확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역시 적어도 하드웨어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일부 영역에서는 그렇다. 컴퓨터 과학자 마틴 그뢰첼(Martin Grötschel)은 1988년부터 2003년까지 컴퓨터가 일반적인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는 속도를 분석했다. 그뢰첼은 이 기간 동안 문제 해결 속도가 4300만 배 개선됐으며 ‘한층 속도가 빨라진 프로세서(처리 기기)’와 ‘소프트웨어에 내장돼 있는 한층 뛰어난 알고리즘’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프로세서의 속도는 1000배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알고리즘의 성능은 무려 4만3000배 개선됐다. 이 같은 사실을 떠올리면 프로세서의 속도 개선 수준은 하찮아 보이기까지 한다.10

     지켜봐야  할 기술
 
신기술이 다양하게 적용되는 모습은 언제나 놀랍기 그지 없다. 따라서 IT가 다음에 어떻게 활용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주의사항을 기억하면서 필자들이 향후 10년 동안 비즈니스 세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하는 4개의 디지털 기술을 확인해 보자.
 
그다지 비싸지 않은 산업용 로봇. 지금은 창고나 전쟁터에서도 로봇이 사용되며 거실에서 로봇이 청소를 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로봇의 센서와 프로그램이 날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로봇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기업의 컴퓨터 업무에서 나타난 개인용 컴퓨터 혁명과 유사한 형태로 사용자 친화적 로봇 공학에서 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음성 인식 및 통역 소프트웨어. 인간의 말을 이해하고 언어를 옮기는 컴퓨터의 능력은 터무니없을 만큼 형편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부분이 제법 괜찮아졌다. 또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다닐 때 언제든 통역을 해주는 완전한 개인 디지털 비서를 갖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정교한 자동 응답 시스템. 제퍼디 게임 쇼에 도전한 최고의 인간 참가자를 가뿐하게 이긴 왓슨의 능력은 엄청난 양의 누적 정보 속에서 ‘올바른’ 답을 찾아내는 컴퓨터의 능력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잘 보여준다. 분석가와 트러블 슈터(이들 중 일부는 교육 수준 및 급여 수준이 매우 높다)들이 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곧 디지털 비서(사실상 경쟁자)를 갖게 될 것이다.
 
무인 자동차. 구글이 만들어낸 자가 운전 자동차는 매우 값비싼 원형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런 자동차를 생산하는 비용이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다. 인간이 운전석에 탑승하지 않아도 홀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거리를 오갈 수 있도록 법규가 수정되기 전이라 하더라도 유사한 형태의 차량이 광산과 공항을 돌아다니고 골프장 잔디를 깎는 모습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컴퓨터 기술이 최근 눈부시게 발전한 까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두 번째 개념은 무어의 법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학에 관한 아주 오래된 이야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혁신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이 이야기와 지금 이 시대 간의 연결 고리를 찾아냈다. 이 이야기에는 체스라는 게임을 만든 사람이 등장한다. 체스를 발명한 사람은 그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자에게 자신이 만들어 낸 게임을 보여준다. 황제는 체스 게임을 보고 몹시 기뻐하며 게임 개발자에게 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이야기해 볼 것을 권했다. 체스를 개발한 똑똑한 남자는 다음과 같은 규칙에 따라 쌀을 달라고 이야기했다. 남자는 체스판의 첫 번째 칸에 쌀알 1개, 두 번째 칸에는 쌀알 2개, 세 번째 칸에는 쌀알 4개 등 각 칸에 그 앞에 놓여 있는 칸에 올려진 것보다 2배 많은 쌀알을 놓아 줄 것을 요구했다.
 
남자가 요구한 상이 너무도 사소하다고 생각한 황제는 금세 동의했다. 하지만 황제는 머지 않아 계속해서 2배씩 늘려가면 그 숫자가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체스를 개발한 남자는 총 264-1개의 쌀알을 얻었다. 남자가 얻은 쌀은 쌀로 에베레스트산을 쌓고도 남을 만큼 많은 양이었다. 조금 다르게 각색된 이야기 속에서는 황제가 체스 개발자의 꾀에 넘어갔다는 사실에 화가 나 남자의 목을 베어버린다.
 
커즈와일은 2000년에 발표한 자신의 저서 <정신적 기계의 시대: 컴퓨터가 인간 지능을 넘어설 때(The Age of Spiritual Machines: When Computers Exceed Human Intelligence)>에서 체스판의 절반이 될 때까지는 쌀의 양이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32칸을 지날 때까지 황제는 체스 개발자에게 약 40억 개에 이르는 쌀알을 줬다. 그 때까지만 해도 쌀의 양이 지나치게 많은 건 아니었다. 널따란 논 한 뙈기에서 나는 양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황제는 그때부터 쌀의 양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황제는 여전히 황제로 남을 수 있었고 체스 개발자도 목을 지켜낼 수 있었다. 하지만 체스판의 절반을 지나서면서 둘 중 한 사람이 곤란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기 시작했다.11
 
커즈와일은 지속적인 2배 성장 및 다른 형태의 지수적 성장(exponential growth)이 기만적이라고 지적한다. 커즈와일은 이런 류의 성장이 처음 시작될 무렵에는 전혀 특별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초기에는 지수적 성장이 일반적인 선형 증가(linear growth)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시간이 흐르고 체스판에 그려진 전체 칸 중 절반을 지나면 지수적 성장이 우리의 직관과 기대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지수적 성장은 선형 성장을 훨씬 능가해 에베레스트 크기의 쌀을 만들어내고 그로 인해 컴퓨터는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일을 해낼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 인류는 비즈니스계의 컴퓨터 사용 역사에서 어디쯤 서있는 것일까? 우리는 아직 체스판의 절반을 지나지 못한 것일까? 물론 이 질문에 답을 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간단하고 기발한 방법으로 계산을 해 보면 흥미로운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1958년에 경제 통계를 내면서 ‘정보 통신 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을 비즈니스 투자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그러니 1958년을 출발점으로 삼아 보자. 그런 다음 무어가 집적회로의 성능이 2배씩 증가한다고 이야기한 18개월을 대입해 보자. 32회에 걸쳐 두 배씩 증가하면 2006년이 되고 체스판의 절반에 도달하게 된다. 구글의 무인 차량, 제퍼디 게임 쇼에서 우승한 슈퍼 컴퓨터 왓슨 등과 같은 컴퓨터의 발전은 체스판의 나머지 절반(지수적 성장으로 인해 입이 딱 벌어질 만큼 놀라운 결과가 도출되는 단계)으로 넘어가면서 보게 될 디지털 혁신의 최초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지켜봐야 할 기술’ 참조.)
 
사실상 모든 업무, 직무, 산업에서 이런 결과를 느끼게 될 것이다. 경제학자 수산토 바수(Susanto Basu)와 존 퍼날드(John Fernald)는 강력하지만 값이 저렴한 정보 통신 기술이 어떤 식으로 비즈니스가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하도록 도와주는지 강조한다.
 
저렴한 정보 통신 기술 자산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들은 자사가 보유한 각종 투입물을 급진적일 만큼 다르고 생산성 개선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함으로써 저렴한 컴퓨터와 전기 통신 장비는 정보 통신 기술을 활용하는 업계에서 끝없이 확장되는 상호 보완적인 발명을 장려할 수 있다.12
 
컴퓨터가 비단 하이테크 부문뿐 아니라 디지털 장치를 구입하고 활용하는 모든 업계에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결국 모든 업계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심지어 농업, 광업 등 오래 전부터 기술 수준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던 미국의 산업 부문조차도 매년 디지털화를 위해 수십억 달러의 돈을 지출하고 있다.
 
바수와 퍼날드가 선택한 어휘에 주목해 보자. 바수와 퍼날드는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기업에 ‘끝없이 확장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서 디지털화는 일회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하나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대신 디지털화는 혁신적인 파괴를 위한 지속적 과정이다. 혁신을 하는 사람이나 기업들은 업무, 직무, 과정의 차원에서 심도 깊은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신기술과 기존 기술을 모두 활용한다. (심지어 조직 차원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이런 변화들은 서로 영향을 미치며 상호 강화 작용을 한다. 따라서 이런 변화가 제시하는 가능성은 정말로 끝없이 늘어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의 컴퓨터 기술이 자동적으로 모두에게 이롭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필자들은 최근에 발표한 전자책 <기계와의 경주(Race Against the Machine)>에서 디지털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임금 정체 현상이나 실업에 직면하는 등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기계를 이용한 경쟁
 
기계가 인간보다 잘할 수 있는 업무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기계를 이용한 경쟁이 기업(그리고 기업의 직원들과 업무를 조직하는 방식)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할 때는 인간과 기계의 경쟁이라는 게 결코 새롭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사실 미국에서는 인간과 기계의 대결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19세기 말 증기기관을 바탕으로 하는 산업혁명의 효과가 인간의 힘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모든 산업과 직업에 영향을 미치면서 존 헨리(John Henry)의 전설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존 헨리의 전설이란 과거에 노예 신분이었던 근육질 철도 근로자 존 헨리가 증기기관으로부터 동력을 공급받는 드릴에 맞서 누가 단단한 바위 속에 더 깊숙이 구멍을 뚫는지 대결을 벌인 이야기를 일컫는다.13 헨리는 기계와의 대결에서 승리했지만 목숨을 잃었다. 헨리는 기계를 이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결국 심장이 터지고 말았다. 그 후 인간이 증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드릴에 직접 도전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헨리에 관한 전설은 당시에 기술로 인해 인간의 노동력이 불필요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얼마나 팽배해 있었는지 잘 보여준다. 하지만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동안 인간의 노동력이 불필요해지는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았다. 증기기관이 발전하고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필요한 근로자의 수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났다. 전적으로 물리적인 힘을 필요로 하는 경우(존 헨리의 경우가 그랬던 것처럼)보다 인간만이 갖고 있는 기술(운동 능력, 손을 쓰는 재주, 신체 동작의 조정, 지각 등의 물리적 기술 및 의사 소통, 패턴 매칭, 창의력 등과 같은 정신적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존 헨리의 이야기는 기계와 직접 대결을 하면 인간이 결국 질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하지만 산업혁명이 주는 좀 더 포괄적인 교훈은 존 헨리보다는 인디애나폴리스 500 자동차 경기장과 좀 더 가깝다. 즉 산업혁명은 인간에게 기술의 발전은 인간이 기계를 사용해 경주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교훈을 주는 것이다. 인간과 기계는 경주에서 힘을 모아 더 많은 것을 만들어내고 시장을 장악하고 인간과 기계로 구성된 다른 팀을 무너뜨릴 수 있다. 기계가 비단 물리적인 힘을 겨루는 대결뿐 아니라 머리를 겨루는 대결에서 승리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요즘 같은 상황에 이런 교훈은 타당할 뿐 아니라 유익하기까지 하다. 필자들은 산업혁명 때 그랬던 것처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기계와 경쟁을 하기보다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새로운 기계를 이용해 경쟁을 벌이기 시작하고 있는 만큼 상황이 점차 흥미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체스 경기가 훌륭한 사례가 될 수 있다. 1997년, 인류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Gary Kasparov)는 IBM의 프로그래머들이 만들어낸 1000만 달러짜리 특수 슈퍼컴퓨터 딥 블루(Deep Blue)에 패하고 말았다. 당시 카스파로프가 딥 블루에 패배했다는 소식은 상당한 뉴스거리였다. 하지만 지금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체스 챔피언은 컴퓨터가 아니라는 사실은 카스파로프의 패배 소식만큼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물론 체스 챔피언은 사람도 아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체스 챔피언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인간이다.
 
인간 대 인간의 대결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건 부정 행위로 간주된다. 마찬가지로 컴퓨터 체스 대결에서(그렇다, 이런 게임이 실제로 존재한다) 인간이 개입하는 것 역시 부정 행위다. 하지만 ‘프리스타일’ 경기에서는 인간과 컴퓨터가 힘을 더해 경기를 한다. 게리 카스파로프도 이런 종류의 경기에 대해 언급했다.
 
인간과 기계가 힘을 더해 만든 팀은 가장 강력한 컴퓨터도 무너뜨렸다. 딥 블루와 마찬가지로 체스를 하도록 만들어진 슈퍼컴퓨터인 히드라(Hydra)는 상대적으로 기능이 떨어지는 노트북을 사용하는 막강한 인간 체스 선수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인간의 전략과 컴퓨터의 예리한 전술이 더해지면 압도적인 힘이 생겨난다.14
 
이 경기의 종합적인 승자는 최고의 체스 선수도 아니었고 가장 강력한 컴퓨터도 아니었다. 카스파로프는 컴퓨터를 사용해 게임을 하는 체스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이 최종 우승자였다고 설명했다.
 
종합 우승팀은 동시에 3대의 컴퓨터를 사용하는 미국의 아마추어 체스 선수 2명으로 이뤄진 팀이었다. 컴퓨터를 조종하고 각 말의 위치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도록 ‘지도’하는 이들의 기술은 최고의 체스 실력을 갖고 있는 상대와 또 다른 참가자가 자랑하는 컴퓨터의 뛰어난 역량을 사실상 좌절시켰다. 뛰어나지 않은 기술을 보유한 사람과 기계, 좀 더 뛰어난 프로세스를 결합시킨 팀은 강력한 컴퓨터보다 우수했다. 뿐만 아니라 한층 놀라운 사실은 이 팀이 막강한 기술을 보유한 사람과 기계, 뛰어나지 않은 프로세스를 결합시킨 팀보다 훌륭한 성적을 냈다는 것이다.15
 
비단 체스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도 이런 설명을 적용할 수 있다. 의학, 법학, 금융, 소매, 제조, 심지어 과학 개발 부문에서까지 경주에서 이기려면 기계에 대항하기보다 기계를 적절히 활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계적인 처리, 반복적인 셈, 오류가 없는 일관성의 측면에서는 컴퓨터가 항상 이길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복잡한 의사소통 및 패턴 매칭 분야에서 컴퓨터의 역량이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컴퓨터에는 3개의 단점이 있다. 컴퓨터는 직관과 창의력이 부족하며 불확실하거나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는 심각할 정도로 취약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는 미리 정해져 있는 영역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상황에서 업무를 처리하라는 요구를 받으면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헤매기 일쑤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필요할 것으로 여겨지는 기술’ 참조.) 다행히도 인간은 컴퓨터가 약한 바로 그 부분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자랑한다. 그 덕에 인간과 컴퓨터는 아름다운 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필요할 것으로 여겨지는 기술
 
패턴 인식, 복잡한 의사소통, 기타 각종 능력 등에서 컴퓨터의 성능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빠른 속도로 적응해나가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는 개별 직원의 입장에서는 컴퓨터의 눈부신 발전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똑똑한 컴퓨터로 가득하며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경제하에서 스스로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가? (그리고 자녀들을 어떻게 대비시키고 있는가?)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여전히 컴퓨터가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컴퓨터는 창의력이 없으며 ‘정해진 틀을 벗어나서’ 사고할 줄 모른다. 또한 컴퓨터는 매우 확신에 찬 태도를 보여주지 못한다. 컴퓨터가 갖고 있는 이런 한계를 생각해 보면 컴퓨터와 맞서 싸우는 대신 앞으로 컴퓨터를 활용해 성공하기 위해서 어떤 능력을 습득해야 할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응용 수학 및 응용 과학. ‘빅 데이터(big data)’와 강력한 소프트웨어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게 곧 까다로운 통계 분석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들을 습득해야 하는 사람의 숫자가 점점 줄어든다는 뜻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어떤 분석을 실행하고 그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이해하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필자들은 구글의 수석 경제학자 할 배리언(Hal Varian)이 “향후 10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 직업은 통계학자”라고 이야기했을 때 배리언이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i)
 
협상과 집단 역학. 경영은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을 직업 중 하나다. 컴퓨터가 제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조직은 팀과 함께 협력하고 의제를 발전시키며 팀원들과 함께 일할 헌신적인 관리자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뛰어난 글 솜씨. 컴퓨터는 가장 단순하고 정형화된 산문을 만들어낼 수 있을 뿐이다. 생계를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은 극소수지만 어떤 형태로든 글을 쓰는 사람은 많다. 글을 잘 쓰면 다른 사람들과 스스로를 차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계와 자기 자신을 차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문제에 대한 표현과 개방형 문제 해결. 컴퓨터는 무엇이 문제인지, 혹은 다음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개방형 문제를 해결하려면 눈앞에 닥친 과제를 감지하는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몬테소리와 같은 초등 및 중등 교육 시스템이 갖고 있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특징 때문에 기술 업계의 엘리트, 즉 기계와 힘을 모아 경쟁하는 데 뛰어난 사람들 중 몬테소리 졸업자가 많은 것인지도 모른다.
설득. 경제가 매우 디지털화된다고 해서 뛰어난 영업사원이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있는가?
 
인간의 상호 작용과 양육.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그 어떤 기계도 모방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인간의 관심 및 손길에 반응하도록 만들어졌다. 이는 곧 제아무리 자동화가 확산된다 하더라도 보육, 육아 등과 같이 인간의 양육과 상호 작용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자동화될 수 없음을 뜻한다.
 
i)S. Lohr, “For Today’s Graduate, Just One Word: Statistics,” New York Times, Aug. 5, 2009.
 
조직 혁신 장려
 
‘인간과 기계’를 결합한 효과적인 전략을 실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직 혁신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끊임없이 발전하는 기술과 인간의 능력을 활용하는 새로운 조직 구조,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인간과 기계를 효과적으로 조합한 전략을 원한다면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 없이 기존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간의 노동력이 담당하고 있던 자리에 단순히 기계를 배치한다고 해서 많은 가치가 생성되거나 높은 수익을 얻기란 힘들다. 점진적으로 생산성이 개선될 뿐이다. 대신 관리자와 기업가들은 가치 창출을 위해 직원들과 좀 더 강력한 기술을 결합시키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프로세스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계와 힘을 더해 효과적으로 경주를 벌이는 방법(인간과 디지털 기술이 갖고 있는 상대적인 강점을 결합해 뛰어난 비즈니스 결과를 얻는 방법)을 보여주는 기업도 있다. 인간의 능력과 기계의 역량을 결합시킬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기술의 빠른 속도와 인간의 통찰력을 결합시키는 프로세스를 고안하라.
 
최근 들어 컴퓨터의 패턴 인식 능력이 놀라운 수준으로 발전한 게 사실이지만 10대가 앞으로 입고 싶어 할 옷과 같은 것을 파악하는 능력은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많은 패션 소매업체들이 과거의 판매 기록을 바탕으로 미래의 트렌드와 수요를 예측하는 모형을 활용해 실제 판매 시점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상품을 내놓을지 계획을 세우기 위해 노력한다. 스페인 기업 인디텍스(Inditex) 소유의 의류 브랜드 자라(Zara)는 매우 다른 접근 방법을 활용한다. 자라는 알고리즘을 활용해 다음 시즌에 어떤 옷을 판매할지 결정을 내리기보다 전 세계의 매장 관리자들에게 매장이 위치한 지역 사회와 해당 지역 고객 사이에서 어떤 패션 트렌드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지 알려줄 것을 요구한다. 자라 매장 관리자들은 일주일에 두 차례씩 공급 가능한 모든 형태의 옷을 보여주는 전자 서식을 전달받는다. 서식을 작성해 본사로 보낸 관리자들은 며칠 내로 주문한 의류를 배송받게 된다. 또한 매장 관리자들은 본사가 젊은 소비자들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고 여기는 의류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자신이 포착한 트렌드에 관한 내용을 본사에 전달한다. 인간의 통찰력과 빠른 기술이 더해져 자라는 경쟁업체에 비해 훨씬 반응성이 뛰어나며 민첩한 브랜드로 거듭났다.
 
2. 인간에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아이디어를 검증하라.
 
인간의 능력과 기술을 효과적으로 결합시키는 또 다른 기업으로는 사무용품 공급업체 스테이플스(Staples)를 들 수 있다. 스테이플스는 자사가 새롭게 출시한 복사용지의 새로운 포장을 결정할 때 매사추세츠 월섬에 위치한 소프트웨어 컨설팅 회사 아피노바(Affinnova)가 개발한 응용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인간은 컴퓨터보다 훨씬 창의적이다. 하지만 어떤 아이디어가 좋은지, 여러 아이디어를 최적으로 결합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결정을 내리는 솜씨는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 이제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소프트웨어, 즉 다양한 아이디어에 대한 고객의 반응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분석하고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주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다. 사람들은 색상, 슬로건, 로고 등 스테이플스의 신형 복사지 포장에 들어갈 다양한 요소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고 아피노바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인터넷 기반 조사를 실시해 최고의 조합을 찾아냈다.
 
3. IT를 활용해 사람 간의 협력과 상업의 새로운 형태를 가능케 하라.
 
기계는 과학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는 데 도움이 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폴드잇(Foldit)은 워싱턴대(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개발한 소셜 게임으로 수십만 명의 참가자가 분자를 뒤섞고 조작하기 위해 경쟁한다. 워싱턴대 연구진은 최근 폴드잇 참가자들이 에이즈와 비슷한 형태의 바이러스가 갖고 있는 구조를 파악했다고 발표했다.16
 
인터넷은 인간과 기계의 능력을 결합시킨 새로운 형태의 시장과 생태계를 육성하는 데 특히 도움이 된다. 가령 인터넷은 ‘글로벌 중소기업(micro-multinational·가치를 창출하고 전달하기 위해 세계 각지의 고객, 공급업자, 파트너를 활용하는 소규모 기업)’의 운영을 장려한다.17 뿐만 아니라 이베이(eBay), 애플의 아이튠즈(iTunes), 구글의 안드로이드(Android) 운영 시스템, 아마존닷컴(Amazon.com)의 시장 등과 같은 플랫폼은 수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의 고객에게 새롭거나 한층 개선됐거나 단순히 특이하거나 저렴한 제품을 판매해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시켜주는 업무와 거래와 관련된 기계적인 부분의 대부분을 관리하는 것은 결국 기술이다. 심지어 기술이 마케팅과 가격 책정에 관한 결정을 담당하기도 한다. 디지털 제품의 경우 유통과 배송 또한 얼마든지 자동화할 수 있다. 아이튠즈와 안드로이드 시장에서는 기술이 인간의 창의력을 활용해 일반적인 시장에서라면 결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없는 새로운 니치 상품들로 구성된 ‘롱 테일(long tail)’을 만들어낸다.18
 
4. 좀 더 효과적인 프로세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인간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IT와 IT가 생성한 데이터를 적용하라.
 
신용 보험과 부채 재조정 상품을 판매하는 어슈런트 솔루션스(Assurant Solutions)는 이미 운영적인 측면에서 최적화된 콜 센터를 보유하고 있었다. 어슈런트 솔루션스의 콜 센터는 고객이 전화를 걸면 해당 고객이 질문을 하려는 제품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고객 서비스 직원과 자동으로 연결시켜 줬다. 하지만 수학자와 보험계리인의 도움을 받아 콜 센터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분석한 어슈런트 솔루션스는 어떤 이유에선지 특정 서비스 담당 직원들이 특정한 유형의 고객들의 전화에 좀 더 효과적으로 응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유형의 고객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좀 더 큰 고객 서비스 직원들에게 전화를 자동으로 연결한 결과 어슈런트 솔루션스의 콜 센터 성공률이 3배 증가했다.
 
5. 사람이 이전보다 개선된 새로운 프로세스를 개발했다면 IT를 이용해 해당 프로세스를 확산시켜라.
 
비즈니스의 핵심에 소프트웨어가 자리하고 있는 업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기술을 활용하면 비단 혁신적인 디지털 제품뿐 아니라 혁신적인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복제하는 것도 한결 수월해진다. 가령 미국의 의약품 판매회사 CVS는 약사들을 위해 한층 개선된 처방약 주문 프로세스를 개발해 회사 전체의 IT 시스템 내에 해당 프로세스를 반영했다. 이 프로세스가 기술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었기 때문에 CVS는 모든 점원 및 약사들이 자사가 만들어낸 새로운 프로세스를 정확하게 준수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한 이 프로세스 덕에 전반적인 고객 만족도가 86점에서 91점으로 올라갔다. 좀 더 중요한 사실은 CVS가 4000개가 넘는 지점에 자사의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신속하게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CVS가 만들어낸 단 하나의 혁신적인 프로세스가 손쉽게 복제 가능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 덕에 사실상 신속하고 정확하게 4000배의 경제 효과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0여 년 전에 프로세스를 퍼뜨리기 위해 진행 속도가 느리고 오류가 발생하기 쉬운 서류 기반 절차나 훈련 중심 절차를 사용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19
 
 
조합 혁신
 
일견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요인이 기업의 성패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즘 같은 때에 새로운 혁신은 구경제하에서 광물이나 농지가 고갈됐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자원을 고갈시키기보다 차세대 기업가가 활용할 수 있는 혁신의 범위를 넓히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비즈니스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돼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필자들이 강의하는 수업을 듣는 어느 MIT 학생은 사진 공유를 위한 단순한 페이스북용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그 학생은 프로그래밍에 관한 정규 훈련을 거의 받지 못했지만 표준 도구를 활용해 단 며칠 만에 매우 훌륭하고 전문적으로 보이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이 학생이 어플리케이션을 내놓은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사용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사용자 수가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었던 건 해당 어플리케이션이 페이스북의 사용자를 활용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페이스북 사용자는 좀 더 규모가 큰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을 활용했으며, 월드와이드웹은 인터넷 통신 규약을 활용했고, 인터넷 통신 규약은 무어의 법칙과 수많은 혁신을 통해 탄생한 저렴한 컴퓨터를 활용했다. 과거의 혁신이 없었더라면 이 학생은 백만 명이 넘는 어플리케이션 사용자를 위해 직접 가치를 생산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기존에 등장했던 여러 혁신을 결합시키고 재결합시키기 위한 노력을 통해 혁신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접근 가능한 아이디어와 개인의 풀이 한층 넓어지고 깊어질수록 혁신을 위한 기회가 많아진다.
시도해 볼 새로운 조합이 모두 사라질 위험은 없다. 기술이 지금 수준에 머무른다 하더라도 각기 다른 어플리케이션, 기계, 과업, 유통 경로 등을 새로운 방식으로 배열해 무수히 많은 새로운 프로세스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간단하게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규모가 작은 한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적어 내려간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한 장의 카드에는 하나의 업무만 기록하게 된다. 이 회사가 수행하는 업무의 수가 일반적인 트럼프 카드 한 벌의 숫자와 같은 52개에 불과하다면 이 업무를 배열할 수 있는 방법은 52!개가 된다. (52!는 52×51×50×…×2×1을 줄여서 표현한 것으로 52!는 8.06×1067, 즉 은하계에 존재하는 원자의 수와 비슷하다.) 52!는 체스판의 나머지 절반에 놓여 있는 쌀알의 숫자보다 훨씬 많다. (제2의 체스판, 제3의 체스판을 갖다 놓아도 마찬가지다.) 조합 확산(combinatorial explosion)은 지수 곡선을 능가하는 몇 안 되는 수학 함수 중 하나다.
 
중앙에 있는 어떤 계획자도 오늘날 디지털 경제에서 가치를 생성하기 위해 만들어질 수 있는 모든 구성요소 들 간의 조합에 잠재돼 있는 가능성 있는 모든 제품 및 프로세스를 상상해내기란 불가능하다. 상상은커녕 이를 고려하고 평가할 수도 없다. 대부분의 조합은 이미 우리가 갖고 있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틀림없이 엄청난 가치를 생성해내는 ‘홈런’일 것이다. 수백만 명의 기업가와 혁신적인 관리자들이 진행 중인 평행 실험은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경제적 구성 요소를 조합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는, 가장 뛰어나고 빠른 방법이다. 디지털 경제가 갖고 있는 조합 혁신의 잠재력 중 대부분은 아직 활용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다.
 
번역 |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에릭 브린욜프슨 · 앤드루 맥아피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 @erikbryun)은 MIT 디지털 비즈니스 센터(MIT Center for Digital Business) 책임자이자 MIT 슬론 경영대학원(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 슈슬가 교수(Schussel Family Professor)다.
앤드루 맥아피(Andrew McAfee, @amcafee)는 MIT 디지털 비즈니스 센터 부책임자이며 주요 연구 과학자다. 본 논문의 일부는 브린욜프슨과 맥아피가 새로 발표한 전자책 <기계와의 경주: 디지털 혁명은 어떤 식으로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생산성을 강화하고, 고용과 경제에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가(Race Against the Machine: How the Digital Revolution Is Accelerating Innovation, Driving Productivity and Irreversibly Transforming Employment and the Economy, 디지털 프론티어 프레스, 2011년)>를 각색한 것이다. 이 논문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3208에 접속하여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로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