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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innovate when platforms won't stop moving

급변하는 플랫폼, 효율보다 탄력성이 중요하다

마이클S.홉킨스 | 90호 (2011년 10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1년 여름 호에 실린 마이클 S. 홉킨스의 마이클 A.쿠수마노 인터뷰 ‘How To Innovate When Platforms Won’t Stop Moving’을 번역한 것입니다.
 
유행과 통찰력 사이에는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경영에 관한 문헌(공항에 있는 책꽂이에서 발견한 것이건, 지난 달에 참석한 콘퍼런스에서 발견한 것이건)에 항상 그런 사실이 반영돼 있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경영 서적에는 새로운 것이 필수적이라고 묘사돼 있다. 최신 유행 아이디어란 들어본 적이 없는 아이디어, 혹은 이미 존재하던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을 뜻한다. 최신 유행 아이디어는 곧 더 나은 아이디어이며 새로운 아이디어는 곧 현명한 아이디어라고 본다. 현명한 관리자라면 누구나 이 등식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겠지만(경영 부문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유행이 왔다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지 못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유행이 등장했다가 사라진 후 조직이 피해를 입은 모습을 보지 못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우리는 어쨌든 새로운 유행을 또다시 소비한다. 우리가 실제로 원하는 것은 통찰력이지만 우리는 유행에 사로잡힌다.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가 새롭건 오래됐건, 혹은 그 중간쯤이건 전혀 개의치 않는다. 우리는 다만 그 아이디어가 옳은 것인지, 아이디어가 제안하는 경영상의 지침이 지속될 것인지, 그 지침이 우리가 영속적으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될지 고민할 뿐이다.
 
안타깝게도 통찰력을 얻는 것은 유행을 따르는 것보다 힘들다. 하지만 MIT 슬론 경영대학원(Sloan School of Management)의 마이클 A. 쿠수마노(Michael A. Cusumano)는 2009년에 옥스퍼드대(University of Oxford)로부터 제13회 연례 경영학 클라렌든 강의(13th Annual Clarendon Lectures in Management Studies)를 요청 받았을 때 통찰력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쿠수마노는 자신의 최신작 <지속력: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전략 및 혁신 관리를 위한 6개의 영속적인 원칙(Staying Power: Six Enduring Principles for Managing Strategy & Innovation in an Uncertain World, 옥스퍼드대학 출판부, 2010년)>에서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의 편집장 마이클 S. 홉킨스(Michael S. Hopkins)가 쿠수마노의 저서에 담겨 있는 통찰력, 혁신 중심의 환경 속에서 경쟁에서의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등에 대해 쿠수마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술 변화의 속도와 그 속도가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리더들은 자사가 계속 발전해나가고 성공할 수 있도록 어떤 부분에 가장 커다란 관심을 쏟아야 할까요?
 
관리자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그 두 가지는 서로 정반대입니다.
 
첫 번째는 민첩성입니다. 민첩성의 형태는 상황에 따라 각기 다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민첩성이라는 것은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거나 심지어 변화를 예상하고 인도하는 것을 뜻합니다. 가장 광범위한 형태의 민첩성은 전략적 사고, 운영, 기술 혁신, 제품과 공정,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능력 등에 영향을 미칩니다.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변화합니다. 그래서 저는 민첩한 조직을 구축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을 덮친 쓰나미와 같은 재앙이 있을 수도 있고 인터넷과 같이 한 세기에 한 번 나타날 법한 혁신이 있을 수도 있고 모바일 컴퓨팅, 무선 기술 등과 같이 차원이 낮은 파괴적인 혁신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관리자가 생각해 봐야 할 두 번째 원칙은 강력한 차별적 역량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즉 기업이 경쟁업체와의 차별화를 추구하고 전략적인 실수나 경쟁 및 시장 부문에서 나타나는 예측하지 못했던 변화에도 불구하고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거나 기존의 제품 및 서비스를 개선시킬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지요.
제조 및 공급망 관리 부문에서 나타난 도요타(Toyota)만의 독특한 ‘저스트 인 타임(just-in-time)’ 기술과 같이 프로세스에서 이처럼 강력한 역량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물론 제품 엔지니어링 및 프로젝트 관리 부문에서 이 같은 역량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1930년대, 그리고 1950년대부터 점차 발전해왔습니다. 고객의 욕구를 이해하는 강력한 역량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약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기업이 데이터를 사용하고 처리하는 방식을 이해하고자 했던 IBM의 노력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가령 IBM은 다른 기업들이 도표 작성용 기기나 진공관 컴퓨팅 기기, 현대적인 워크 스테이션 구축,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제공,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진행 등 어떤 방법을 통해 데이터를 사용하고 처리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교수님이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도 직접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학생들에게  “무엇을 하건 처음부터 조직이 민첩성을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을 키워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해주시는지요?
 
그렇습니다. 몇 가지 경고도 함께 전달합니다. 신생업체들은 이따금씩 너무 많은 것을 시도합니다. 따라서 신생업체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문제는 처음부터 제대로 된 전략이나 제품을 내놓는 신생업체를 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나 세 번째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전략적인 사고와 기술 개발에 임할 때 탄력적으로 대응해 적절한 공간, 적절한 전략,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합니다.
 
제 책에서는 민첩성을 4개의 원칙으로 나눠 설명합니다. 단순한 전략보다는 역량이, 단순한 푸시(push) 콘셉트와 시스템보다는 풀(pull) 방식이, 단순한 규모의 경제보다는 범위의 경제가, 단순한 효율성보다는 탄력성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미래는 예측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전략은 변화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변화를 헤치고 나아가며 신제품과 서비스에 안정적인 기반을 제공하는 독특한 역량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관리자들은 고객 중심의 제품 개발 프로세스, 혹은 기업이 매우 신속하게 제품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생산 관리 시스템 등 실시간에 가깝게 무언가에 관한 정보를 시장에서 확보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기업이 중요시해야 할 것은 항상 계획을 수립하고 시장에 제품을 내놓는 게 아닙니다. 새로운 정보, 혹은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이나 자신이 미래에 하고자 하는 일에 관한 고객과 다른 파트너의 반응 등에 신속하게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오늘날의 고객들은 다양한 신제품 및 새로운 사양을 원하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기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범위의 경제 또한 유용합니다. 기업들은 전통적인 규모의 경제를 넘어서서 재사용 가능한 부품 및 틀이라는 형태로 기존의 지식을 사용할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노력을 기울여야 가능한 효율적인 방식으로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원래는 민첩하지 않았지만 민첩하게 변화한 기업의 사례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전통을 잘 관리하거나 훌륭하게 쇄신을 추진한 기업을 생각해보니 IBM과 애플(Apple)이 떠올랐습니다. 전기 기계식 자동 연속 계산기와 전동 타자기 생산 업체에서 출발한 IBM은 메인 프레임 컴퓨터 시대를 지배한 후 개인용 컴퓨터 시장으로 옮겨갔지만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인텔(Intel)에 패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IBM은 효과적인 정보기술 관리를 위해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 인터넷 서비스와 ‘개방형 시스템’ 부문의 선두업체로 다시 두각을 나타냈어요. 애플은 모든 것을 통제하려 애쓰는 위대한 제품 기업에서 점차 진화했으며 데스크톱 경쟁에서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린 후 몇 차례나 파산 직전까지 갔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개인용 컴퓨터 비즈니스를 넘어 멀티미디어 기기, 스마트폰, 아이튠즈(iTunes)의 콘텐츠, 태블릿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갖고 있는 훨씬 광범위한 기업으로 다시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디지털 이큅먼트(Digital Equipment Corp)를 비롯한 대형 하드웨어 업체 등 이런 종류의 변화를 이뤄내지 못한 많은 기업들도 생각이 납니다. 저는 소프트웨어 제품 비즈니스를 열심히 연구했습니다. 이 부문에서 1998년에 주식 시장에 상장돼 있었던 기업 중 약 75%가 지금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문을 닫았거나 다른 기업에 인수됐지요. 더 이상 독립 기업으로 존재하지 않는 겁니다.
 
 
적응 능력을 갖지 못했던 기업이 많습니다.
 
소프트웨어 제품 비즈니스에서 나타난 커다란 변화는 전문적인 서비스, 혹은 지속적인 유지 비용을 통해 매출을 확보하는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었습니다. 모델 자체가 뒤집혔어요. 예를 들어 시벨(Siebel)은 고객관계관리(CRM) 도구를 개발한 업체였습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주요 업체들이 이런저런 형태로 시벨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정도였지요. 1990년대에 시벨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유명해졌습니다. 당시 시벨은 자사 제품에 대한 라이선스를 가능한 빠른 속도로 팔아 치웠습니다. 그러다 인터넷 시장의 거품이 꺼지자 많은 사람들이 시벨의 제품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기업들이 시벨이 갖고 있던 기초 기술을 모방해 자사에서 개발한 다른 응용 프로그램에 시벨이 유료로 제공하던 기술을 공짜로 끼워 팔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이 제품을 표준화해 훨씬 적은 돈을 받고 서비스의 형태로 판매했습니다. 사용도 훨씬 간편했어요. 이 모든 요인들이 더해져 시벨을 무너뜨렸습니다. 시벨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소프트웨어 업체 중 하나로 성장한 후 엄청난 손실을 겪었습니다. 도산하지는 않았지만 오라클(Oracle)에 인수됐죠.
 
시벨은 동태적 역량(dynamic capability)을 구축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전략 부문에서 동태적 역량에 관해 이야기할 때 시벨의 이름이 흔히 언급되곤 합니다. 동태적 역량은 자사의 제품을 기반으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업계 내의 플랫폼, 그리고 경쟁자, 파트너, 사용자로 구성된 ‘생태계(ecosystem)’를 기반으로 경쟁하고 고객을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윈도/인텔 컴퓨터 운영 시스템, 베타맥스(Betamax)를 누르고 승리한 VHS, 이베이(eBay), 페이스북(Facebook) 등이 모두 플랫폼에 포함됩니다. 플랫폼 네트워크의 규모가 커지고 점점 더 많은 사람과 기업이 그 플랫폼 네트워크에 적응하면 해당 플랫폼 내에서 제품 혹은 서비스를 차별화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점차 커집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기업이 닛산(Nissan)입니다. 닛산은 초기부터 차별화 역량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닛산은 미국에서 기술을 사들였습니다. 실제로 공장 전체와 트럭 디자인을 사들인 다음 아주 단순한 대량 생산 라인을 가동하며 미국 스타일로 생산을 했습니다. 탄력성이 매우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닛산은 30년 동안 같은 방식을 고수했어요. 그리고 매우 성공적이었지요.
 
 
그렇다면 사실 닛산이 역량을 갖고 있었던 것이군요.
 
저도 그 말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닛산은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도움을 얻기 위해서는 회사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930∼1940년대에 군부대에 납품했던 대형 트럭 생산을 중단하고 소형 자동차를 생산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닛산은 영국으로 건너가 오스틴(Austin)과 합작 투자를 체결해 기술을 수입했습니다.
처음에는 닛산이 도요타보다 훨씬 앞서 있었습니다. 미국의 기술을 도입한 덕에 1930년대에 요코하마에서 일본 최초의 선진형 대량 생산 공장을 가동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도요타는 모든 일을 스스로 해내고 있었습니다. 해외에서 기술을 사들이지도 않았고 외부 전문가를 채용하지도 않았습니다. 도요타는 모든 제품을 역설계해 제품을 생산하는 법을 익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도요타는 자동차 대량 생산을 위한 더 나은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저는 도요타가 1940∼1950년대에 대량 생산에 재투자를 해나가면서 제조 및 사내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강력한 역량을 구축했다고 주장합니다.
 
닛산은 자사에서 생산할 자동차를 직접 디자인하거나 제품 생산에 필요한 공장을 직접 설계하기 위한 사내 엔지니어링 기술을 육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요타에 밀리고 말았어요. 일본 최고의 자동차 제조업체였던 닛산은 1951년에 도요타에 추월당했고 1990년대 초에는 파산 위기에 봉착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닛산은 지분의 3분의1을 르노(Renault)자동차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닛산 이야기의 끝은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르노가 닛산을 인수했을 때 르노의 CEO인 카를로스 곤(Carlos Ghosn)이 한 일은 닛산이 몇 가지 부분에 집중하도록 강요하고 디자인 부문에서 가능한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장려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닛산이 마침내 얻게 된 역량은 르노에서 전수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역량은 바로 창의성과 디자인에 관한 것이지요. 닛산은 소수의 독특한 모델에 집중하는 한편 차체 디자인, 차 내부 등을 좀 더 말쑥하게 만들었어요. 그 덕에 디자인 부문의 창의성이 대단해졌습니다. 부활을 위한 닛산의 노력이 엄청난 르네상스를 맞이했지요. 닛산은 파산의 위기에서 수익성이 높은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리고 세계 시장에서도 훌륭한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그처럼 새로운 디자인 역량을 키운 결과라고 생각하시는 거지요?
 
네. 그렇습니다. 닛산은 오스틴으로부터 소형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법을 배우고 프린스 모터(Prince Motor)로부터 엔진 엔지니어링에 관한 것을 배우는 등 이미 디자인 역량을 구축하고 있었다고 항변할 겁니다. 하지만 르노가 개입해 “1000송이의 꽃을 피워봅시다”라고 이야기하기 전에는 그 모든 요소들을 한데 묶지 못했습니다. 르노로 인해 이 모든 역량들이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키워졌던 겁니다.
 
 
자사를 위해 키워 나가야 할 최고 역량이 무엇인지 찾아내려면 기업들이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봐야 할까요?
 
관리자들은 미래에 자사의 비즈니스를 파괴하거나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쓸모 없게 만들 가능성이 큰 메가트렌드가 무엇인지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사내·외를 막론하고 자신들이 알고 있는 가장 똑똑한 사람들에게도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연구해 온 업계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메가트렌드라 할 만한 트렌드가 두 개 등장했습니다. 첫째, 독립적인 제품과 반대되는 개념인 산업 전반의 플랫폼이 한층 중요해졌습니다. 둘째, 서비스 혹은 제품을 서비스처럼 대하는 방식도 한층 중요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플랫폼 역학(platform dynamics)은 소니의 베타맥스가 소비재로서 실패한 이유가 무엇인지, 애플의 매킨토시(Macintosh)가 지배적인 개인 컴퓨터가 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해줍니다. 서비스 역학(service dynamics)은 집카(Zipcar)와 세일즈포스닷컴 같은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려줍니다.
 
이런 트렌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산업 플랫폼이란 광범위한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기초적인 제품 혹은 기술이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다시 말해서 다른 회사들이 비슷한 부류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초적인 제품 혹은 기술인 거지요. 이 생태계는 핵심 기술이나 핵심 제품을 좀 더 가치 있게 만들어줍니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 있어요. 많은 업계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특히 소프트웨어, 컴퓨팅, 가전제품 등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서비스의 성장은 이런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제품, 특히 ‘손으로 만질 수 있고’ 형태가 있는 제품이 상품화되는 현상의 이면에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제 책 <지속력>에서 저는 혁신과 상품화라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좀 더 많은 혁신, 좀 더 많은 성능, 좀 더 우수한 기능을 누리기를 원하면서도 점차 적은 돈을 지불하고자 한다는 것이지요.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면서 구글에 지불하는 것만큼만 지불을 하려 합니다. 즉 공짜를 원하는 것이지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제품을 사용할 때 지불하는 것만큼만 지불을 하려 합니다. 이것 또한 공짜지요.
무료를 원하는 고객들로 인해 기업들은 제품을 판매하는 게 아닌 다른 방식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엄청난 압력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고객이 무엇을 얻기 위해 돈을 지불할까?’라는 것입니다. 뛰어난 제품을 얻기 위해 지불을 하는 일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서비스, 가입, 혹은 서비스화된 제품(servitized version of their products)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법을 통해 고객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려 하는 특별한 방식으로 가치를 전달하고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는 겁니다.
 
 
결국 처음에 말씀하신 내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군요. 기업이 경쟁 제품보다 뛰어난 새로운 버전의 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려면 민첩하게 대응하고 변화를 예측하며 차별적인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한다는 말씀 말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IBM의 경우를 좀 더 자세히 살펴봅시다. 루 거스너(Lou Gerstner)가 경영을 맡고 있던 초창기 IBM 관리자들은 상품화로 인한 문제를 잘 찾아냈습니다. IBM의 하드웨어와 메인 프레임 컴퓨터에서 상품화 문제를 발견한 다음 개인 컴퓨터에서 같은 문제를 찾아냈지요. IBM은 플랫폼 전쟁이 진행 중이며 자사가 이와 같은 새로운 종류의 시스템 중 하나를 만들어낸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플랫폼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IBM은 개인용 컴퓨터 부문에 대한 통제권을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에 빼앗겼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비슷한 종류의 하드웨어 제품을 생산해서 훨씬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저비용 제조업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과거에 메인 프레임 컴퓨터를 사용했던 방식으로 개인용 컴퓨터가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기업들이 하드웨어를 구매하기 위해 백만 달러를 지불하는 대신 경우에 따라 불과 몇 천 달러만 지불하고 같은 결과를 누린다는 사실도 깨달았어요.
1993년부터 2002년까지 IBM의 회장이자 CEO였던 루 거스너와 IBM의 주요 관리자들은 컴퓨터 비즈니스의 비즈니스 모델이 변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플랫폼 파괴로 인해 하드웨어에서 돈을 벌기가 훨씬 더 힘들어졌습니다. 한 가지 대안은 고객이 개인용 컴퓨터, 인터넷, 리눅스(Linux) 운영 시스템과 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등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 부문에서 한층 강력한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었습니다.
 
 
IBM은 하드웨어 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해 이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지 않았나요?
 
네. 그렇습니다. 수십 년 동안 그랬지요. IBM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과거부터 제공해오던 서비스에 요금을 부과하거나 관련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었습니다. IBM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ricewaterhouseCoopers)의 IT 컨설팅 부서를 매수했습니다. 각기 다른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다양한 소프트웨어 제품을 보유하고 있고 수익성이 매우 높은 유지보수 계약을 진행 중인 다른 기업들도 인수했지요. 그런 다음 IBM은 개인용 컴퓨터 비즈니스, 프린터, 반도체, 스토리지 시스템 등 상품화된 하드웨어 사업부를 체계적으로 매각했습니다. IBM은 고객들이 새로운 인터넷 시대 및 개방형 시스템의 시대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돕는 한편 다양한 시스템 부문에서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전문성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고객을 위해서 이런 시스템을 통합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IBM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IBM은 개인용 컴퓨터 플랫폼을 통제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그 플랫폼이 점차 상품화되고 있었으니까요. 따라서 IBM 비즈니스의 중심에 있었던 하드웨어를 지원하기 위해 제공하고 있던 서비스를 활용하는 대신 하드웨어 부문을 매각하려 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지요?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려는 것이지요.
 
 
서비스에 대한 수요 창출이라고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IBM이 경험한 시장 변화를 고려했을 때 IBM이 민첩하다고 보시나요?
 
네, 그렇습니다. 정말 그렇지요.
 
 
민첩성을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특히 IBM은 엄청난 규모의 기업 아닙니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지요? 리더십 때문인가요? 문화와 관련이 있나요?
 
루 거스너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스너에게 상당한 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거스너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거스너의 뜻을 따랐던 사람들의 공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거스너 취임 직전 IBM의 CEO였던 존 에이커스(John Akers) 역시 IBM의 비즈니스에서 하드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며 IBM이 엉뚱한 플랫폼에 사로잡혀 있을 뿐 아니라 IBM이 중대한 변화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어요. 어쩌면 여러분도 그런 사실을 기억하고 계실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에이커스의 계획은 IBM이 좀 더 민첩해질 수 있도록 IBM이라는 하나의 기업을 여러 개의 독립 기업으로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그 계획은 결코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에이커스는 IBM을 메인 프레임 컴퓨터 기업, 서비스 기업, 소프트웨어 기업, 워크스테이션과 개인용 컴퓨터 등의 소형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기업 등으로 나누려 했습니다. 에이커스는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더욱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규모가 작으면 조직도 분권화되고 의사 결정 속도도 빨라질 거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러던 차에 거스너가 CEO가 됐습니다. 거스너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의 최고정보책임자였습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IBM의 고객 기업이었지요. 그래서 거스너는 고객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봤습니다. 당시는 아직 인터넷의 시대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대형 기기를 소형 기기,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소프트웨어와 뒤섞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거스너는 고객에게 통합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거나 최소한 해결을 위한 전략을 제시할 경우 이런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거스너는 IBM이라는 회사 자체를 쪼개는 방법을 거부했습니다. 거스너는 에이커스가 제시한 방법을 따르지 않는 대신 조직의 체계를 바로 잡는 방법, 더 나은 사고를 하는 방법, 더 나은 계획을 세우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IBM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자사의 모든 프로세스가 품질 보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품질 보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은 곧 새로운 무언가를 개발해내는 속도가 극도로 느리다는 것을 의미했어요. 개인용 컴퓨터 시장, 그리고 이후에 등장한 인터넷 시장 등 다른 시장들은 훨씬 빠른 의사 결정을 요구했습니다. 모두가 동일한 종류의 품질 기준을 요구한 게 아니라 각기 다른 종류의 기준을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IBM은 의사결정 과정을 분산시켰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물리적으로 쪼개지는 않았습니다. IBM의 조직은 소수의 사업부로 재편됐고 새로운 조직 구조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신기술 통합 방법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제시했습니다.
 
 
회사를 여러 조각으로 나눴지만 여전히 통합돼 있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IBM이 소프트웨어, 서비스, 하드웨어 시스템으로 나뉘어졌어요. 각각의 사업 부문이 공조를 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IBM은 협의회를 신설했습니다. 기존의 비즈니스와 맞지 않는 비즈니스를 육성하는 역할을 맡게 될 신생 비즈니스 기회 그룹(Emerging Business Opportunities Group)을 설립했습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요즘 클라우드 컴퓨팅이라 불리고 있는 유비쿼터스 컴퓨팅과 같은 웹 스피어 기술, 이 모든 것들이 이 계획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이런 산업은 훨씬 빠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메인 프레임 컴퓨터 업계의 주기는 약 4, 5년 수준이었습니다. 새로운 메인 프레임 컴퓨터를 개발하려면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지요. 개인용 컴퓨터 사업부는 1년에서 2, 3년 정도의 주기로 돌아갔어요. 응용 속도가 훨씬 빨랐으니까요. 넷스케이프가 등장하자 개인용 컴퓨터 사업부는 6개월 주기로 돌아갔고 두어 달에 한 번씩 새로운 제품 버전을 출시하거나 지속적인 베타 버전을 내놓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구글은 여전히 지속적인 베타 모드로 돌아가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IBM은 계획 주기를 매우 앞당겨 매달 회의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고위경영자들은 높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기보다 조직 깊숙이 침투해 들어갔습니다. IBM은 여전히 1∼3년 주기의 계획, 이따금씩 좀 더 주기가 긴 계획도 운영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별도의 돈을 남겨둡니다. 그래야 관리자들이 기회를 포착하면 그 기회에 투자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 덕에 IBM의 관리자들은 훨씬 더 탄력적으로 굴 수 있습니다. IBM은 수많은 일을 적절하게 잘 해냈지요.
 
 
서비스화(servitization)’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떤 의미인지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서비스화라고 부르는 것은 거의 어느 곳에든 존재합니다. 반드시 필요한 비즈니스 모델 변화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제품이라고 생각해오던 것이 서비스로 바뀌는 순간이 바로 서비스화입니다. 다양한 가격 책정 모델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비스에 가격을 부과하기 위해 만들어진 다양한 방식 또한 서비스화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한 훌륭한 플랫폼입니다. 대출, 리스, 평생 보증, 유지, 수리 등을 활용할 수 있고 미래에는 내비게이션 기술에서부터 휴대전화를 위한 인터넷 서비스나 뒷좌석에서 즐기는 영화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컴퓨터 통신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은 제품 판매만을 통해서 돈을 버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동차 회사들이 실제로 이런 모델을 채택해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집카와 같이 좀 더 편리하게 차량을 빌리는 모델이 있습니다. 집카는 위성에서 다운로드 받은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용해 렌터카의 문을 열고 누가 무엇을 하고 있으며 차량이 어디에 있는지 추적합니다.
음악업계에서도 서비스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음악에 돈을 지불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입자를 대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 돈을 지불할 수도 있습니다. 신문업계와 잡지, 서적 출판계도 이와 같은 상품화 추세 및 디지털화 추세로 인해 파괴되고 있습니다. 이들 또한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련의 제품보다는 지속적인 서비스와 좀 더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다른 부류의 가격 책정 모델도 등장할 것입니다. 물론 무엇에 돈을 지불할 것인가가 여전히 쟁점입니다.
 
 
이 모든 생태계가 날이 갈수록 점차 복잡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추세는 위협이 되기도 하고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기업을 이끌어나가는 리더들이 자사가 속해 있는 생태계가 미래에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 효과적으로 상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맨 처음에 이해해야 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늘날의 가치 사슬이나 생태계는 어떤 모습인가? 각기 다른 사업부로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각기 다른 사업부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가치 사슬이나 생태계의 다른 부분에 진출하기 위해 어떤 역량을 갖고 있는가, 혹은 어떤 역량을 확보하거나 기반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인가?’
품질 자체를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로베르트 보시(Robert Bosch)와 같은 자동차 부품업체를 생각해봅시다. 보시는 플랫폼 내에서 또 다른 플랫폼을 구축해 자동차의 상품화를 견뎌내고 살아남았습니다. 보시의 연료 분사 시스템은 세계 최고입니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들은 보시의 연료 분사 시스템을 얻기 위해 보시를 찾습니다. 보시의 제품은 사실상 하나의 플랫폼입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그 플랫폼을 바탕으로 엔진 부품을 만들어냅니다.
중요한 것은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기업이 파괴적인 변화를 견뎌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바로 영속할 수 있는 전문성입니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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