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1년 여름 호에 실린 런던 비즈니스 스쿨 마커스 라잇치히 부교수의 글 ‘Is Your Company Choosing The Best Innovation Ideas?’를 번역한 것입니다.
기업 혁신 분야에 새롭게 발을 들인 관리자들이 기업을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탈바꿈시키는 방법에 관한 조언이나 자원이 부족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경영 서적과 학술지들은 직원들이 구태의연한 마음가짐을 벗어던지고 ‘틀에서 벗어나 생각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온갖 기법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접근방법의 목표는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대규모로 찾아내 기존 비즈니스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획득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혁신 운동을 해온 노련한 리더들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대형 조직들이 문제를 겪는 것은 아이디어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진짜 어려운 문제는 좋은 아이디어를 선별해낼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규모가 큰 조직의 고위급 관리자들은 선별 과정 중 상당 부분을 하급 관리자들에게 위임해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결정을 하급 관리자들에게 넘기면 그만큼 위험이 따르게 된다. 부하 직원들에게 혁신 제안을 걸러낼 책임을 맡기면 고위 경영진이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 아이디어가 추진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혹은 최고경영진이 미리 알았더라면 추진했을 프로젝트가 추진되지 않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고위 관리자들은 직원들이 서로의 아이디어를 평가할 때 어떤 메커니즘이 작용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이해가 바탕이 돼 있어야만 경영자가 혁신 깔때기(innovation funnel)를 통과해 조직 전반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다. 본 논문은 대형 다국적 기업 내에서 수집된 1만 개가 넘는 혁신 제안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했다. 필자는 본 논문에서 대형 조직에서 아이디어를 걸러낼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살펴봤다. 필자는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7개의 변수(혹은 고정 나사)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기업의 고위 관리자들은 필자가 제안하는 7개의 변수를 자사의 상황에 맞게 수정해 가장 유망한 혁신 제안(그리고 이런 부류의 혁신 제안만)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연구 내용
응용 화학 부문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소비재 기업의 최고경영진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60개가 넘는 국가에 분포돼 있는 수백 개 지점에서 근무하는 5만 명 이상의 직원들로부터 아이디어를 모집했다. 정보가 충분치 않은 제안을 제외한 후 필자는 하급 관리자 및(혹은) 중간급 관리자들이 평가한 혁신 관련 제안 1만여 개를 분석했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제품에 관한 것이었지만 기술, 공정, 경영에 관한 제안도 있었다.) 필자는 다단계 선별 깔때기 중 아이디어 선별이라는 첫 단계에 관한 통계 모델을 제작했다. 아이디어 유형,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람이나 아이디어 평가를 담당한 관리자가 갖고 있는 특징, 아이디어 선별을 담당한 관리자와 아이디어를 제안한 직원이 근무하는 부서의 특성, 하급 관리자와 직원 간의 편향(예: 성별) 등 아이디어 선별에 공동으로 영향을 미치는 추가적인 효과들을 통제했다. 따라서 본 연구를 통해서 찾아낸 주요 효과들은 규모가 큰 다국적 조직에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충분한 아이디어 생성
신제품이나 새로운 공정에 관한 직원들의 제안 중 조직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11가장 일반적인 형태를 기준으로 했을 때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편향 분포에 관한 초기 연구로는 알프레드 롯카(Alfred Lotka)가 발표한 논문을 들 수 있다. A. Lotka, ‘The Frequency Distribution of Scientific Productivity,’ Journal of the Washington Academy of Sciences 16, no.12 (1926): 317-324. 최근에는 기업 혁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이런 통찰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참고 자료는 다음과 같다. L. Fleming, ‘Breakthroughs and the ‘Long Tail’ of Innovation,’ MIT Sloan Management Review 49, no. 1 (2007): 69-74.
닫기일부 기업들은 직원들로부터 혁신에 대한 제안을 구하는 방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며 이런 현실을 받아들인다. 어떤 기업은 별도로 경영진끼리 워크숍을 가서 모든 참가자들에게 블록버스터급 아이디어 제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안타깝게도 호화로운 외부 모임을 통해 성공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실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 직원들로 구성된 대규모 집단을 꾸려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진행하면 기업이 유용한 제안을 다량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이 있다. 실험 심리학자들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많은 수의 제안을 도출해내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직원들이 집단이 아닌 개개인으로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22관련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다음 자료를 확인하기 바란다. H. Lamm and G. Trommsdorff, ‘Group versus Individual Performance on Tasks Requiring Ideational Proficiency (Brainstorming): A Review,’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3, no. 4 (1973): 361-388.
닫기
이와 같은 통찰력을 가슴에 새기는 혁신 리더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큰 아이디어를 많이 이끌어내려면 시작 단계에서부터 가능한 많은 직원들을 참여시켜야 하며 집단 토론을 벌이기 전에 아이디어를 제시하도록 직원들을 격려해야 한다.’33운영 연구 부문에서 최근 발표된 실험 연구 결과는 이와 같은 결론을 뒷받침한다.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다면 다음을 참고하기 바란다. K. Girotra, C. Terwiesch and K.T. Ulrich, ‘Idea Generation and the Quality of the Best Idea,’ Management Science 56, no. 4 (April 2010): 591-605.
닫기하지만 이와 같은 결론을 받아들이고 나면 선별 비용을 관리하고 최고의 아이디어를 식별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