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0년 12월 호에 실린 에드워드 M. 할로웰의 글 ‘What Brain Science Tells Us About How to Excel’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필자는 아동정신과 의사다.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를 도와달라는 요청에 매일 파묻혀 지낸다. 예를 들어, 최근 만난 토미(가명)라는 아동이 있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 생활을 힘들어했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격려와 지도도 소용이 없었다. 나는 토미 같은 아동들을 위해 개발한 치료법을 곧바로 활용했다. 먼저 그 아이가 어떤 활동을 좋아하는지(만들기와 기타 연주), 무엇을 잘 하는지(수학, 과학, 음악, 실전 프로젝트) 알아냈다. 그리고 그런 일을 더 많이 하게 했다. 선생님과 충돌이 생기는 수업은 줄이고, 토미가 편하게 느끼는 수업을 더 자주 듣도록 했다. 부모님과 담임 선생님에게는 토미가 멍하니 앉아 있는 수업 대신 창의적인 수업을 듣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벌을 주는 대신 그의 능력을 키우는 어려운 과제를 내달라고 부탁했다. 과제를 줄 때에는 “난 너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거야. 넌 그럴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고 있으니까”라는 메시지를 아이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몇 주가 지나자 토미는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고, 학교에 가고 싶어 안달했다. 선생님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으면서 토미의 학습의욕이 더 왕성해졌다.
토미의 사례가 이 글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이 글의 독자들은 대부분 복잡한 기업 조직을 이끄는 경영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계가 분명히 있다. 직장인의 상당수는 토미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능력과 근무태도로 인정을 받고 있는 마케팅 전문가 메간은 매일 아침 무거운 몸을 억지로 끌고 출근한다. 남을 험담하고 편을 갈라서 배척하는 직장 문화에 염증이 났기 때문이다.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알렉스는 파트너로 승진이 보장된 뉴욕 굴지의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일이 싫어 견딜 수 없을 지경이다. 매일 아침 그는 마지 못해 출근 준비를 하고, 억지 미소를 지은 채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루크는 성공한 애완동물 식품 회사의 고위 경영진이다. 그의 회사는 최근 대기업에 인수됐다. 그 후 중소기업만이 가질 수 있었던 회사의 장점은 사라졌고 그는 괴로움에 빠졌다.
이 세 사람은 모두 단절(disconnec tion)이 가져오는 ‘질병’을 앓고 있다.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단절은 기업의 활력을 빨아먹는 유령 같은 존재다. 특히 요즘처럼 업무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새로운 게 낡아지고, 빨랐던 게 느려진다. 민간이 공공 영역으로 바뀌고, 집중에서 분산으로 옮아간다. 충성심은 줄어들고, 진지한 토론은 무의미하게 부서지고, 정책은 진부한 상투어로 전락한다. 이런 상황에서 단절의 질병은 더욱 만연한다. 그렇다면 직원들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30년간 필자는 사람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 데 전력을 다했다. 아동발달 전문가로서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난독증 등의 증상을 연구하고 이런 어려움을 겪는 모든 연령의 사람들을 상담해왔다. 이런 점에서 ‘역량 발휘’라는 주제는 내 경력과도 관련이 깊다. 토미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 앞서 말한 3명의 고위 간부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나는 ‘수월성 주기(Cycle of Excellence)’라는 치료법을 개발했다. 수월성주기는 5단계로 이뤄진다. 첫째, 적합한 업무를 정한다. 둘째, 동료와 연대한다. 셋째, 문제를 ‘놀이’의 개념으로 접근한다. 넷째, 도전 과제와 싸우고 이를 극복하며 성장한다. 다섯째, 자신의 성과를 인정받고 능력을 빛낸다.
선택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자신과 맞지 않는 업무를 무기력하게 반복하며 살아간다. 이들은 괜한 문제를 일으켜 지금껏 일궈온 것마저 잃을까 두려워한다. 그래서 입을 꾹 다물고 상사가 하라는 일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필자를 찾아온 수백 명의 사람들은 직장 생활을 좀 더 의미 있게 만들고 싶어했다. 이들에게 내가 해준 말은 언제나 똑같았다. 무엇보다 자신과 맞는 직장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2004년 직원과 조직의 궁합, 사람과 직업의 궁합을 연구한 도모키 세키구치(Tomoki Sekiguchi)는 이 궁합이 좋을수록 직업 만족도가 높아지고 스트레스는 감소하며, 출근율과 성과가 개선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필자도 상담 과정을 통해 직업 선택이 배우자 선택과 똑같이 한 사람의 성공과 행복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