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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eme Negotiations

전쟁터에서 배우는 협상의 지혜

제프 와이스,애럼 도니기언,조너선 휴 | 82호 (2011년 6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0년 11월 호에 실린 미국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의 비상근 교수 제프 와이스, 웨스트포인트의 부교수 애럼 도니기언, 빈티지 파트너스의 조너선 휴 컨설턴트의 글 ‘Extreme Negotiation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어떤 상황에서든 상대방으로부터 동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 비즈니스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조직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상대로부터 동의를 얻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CEO를 비롯한 고위 경영자들은 동맹 파트너, 중요한 공급자, 고객, 규제기관 등과 다양한 기능 영역 및 사업부문에 관해 복잡하고 매우 중요한 대화를 나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극도로 시간 압박을 느낀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끊임없이 협상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가능한 가장 짧은 시간 내 회사의 미래를 손에 쥐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이나 기업의 최고 지도자들로부터 수억 달러 혹은 수십억 달러가 걸려 있는 거래에 대한 승인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셈이다. 이제 경영자들에게 협상은 더 이상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와 환경에 적응하는 일을 의미한다.
 
세계 각지에 배치돼 있는 미군 장교들은 매일 이런 종류의 과제에 직면한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의 장교들은 무더운 지역을 순찰해야 하고, 적과 동지를 구별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정보를 얻기 위해 경계를 늦추지 않는 현지 지도자를 설득하려 애써야 한다. 뿐만 아니라, 병사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과 미국의 지역적·국제적 이익을 뒷받침할 현지 세력 양성의 필요성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심한다.
 
비즈니스 환경과 군사적 환경은 매우 다르다. 하지만 비즈니스 지도자와 군사 지도자는 모두 협상, 특히 함정은 많고 훌륭한 조언은 부족한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필자들은 이런 협상을 ‘위험한 협상(dangerous negotiation)’이라고 부른다. 위험한 협상이라고 해서 반드시 즉각적으로 생사에 영향을 미치는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위험한 협상이란 협상과 관련된 위험성이 지도자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긴다는 의미다.
 
물론 유일한 공급업자와 합의를 도출하거나, 주가가 더 이상 떨어지기 전에 목표 기업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마무리하거나, 불만을 느낀 소비자와 가격을 재협상하려는 기업의 경영자가 직면하는 위험은 로켓 공격이 이뤄질 장소에 관한 첩보를 얻기 위해 마을 주민들과 협상을 하는 군인이 직면하는 위험과는 다르다. 하지만 위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기업 경영자와 군 장교가 같은 행동을 취한다.
 
위험을 인지한 경영자와 장교는 모두 압박감을 느낀다. 그 결과, 단기간 내 일을 진척시키고, 강인함과 통제력을 드러내 보이며 협력보다 강압에 의존한다. 진정한 동의를 얻기보다 협력을 얻는 대가로 다른 자원을 제공하고 발생 가능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방적인 양보를 제시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하는 미군 장교들은 종종 위험한 협상을 하면서도(매일 이런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 이와 같은 압박감을 다스리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 6년여 동안 필자들은 위험 및 불확실성 수준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미군 장교들이 어떤 식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필자들은 미군 장교 중 가장 노련한 인재들이 다음과 같이 매우 효과적인 5개의 전략을 활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첫째, 큰 그림을 이해한다. 둘째, 숨어 있는 안건을 찾아내고 상대와 협력한다. 셋째, 진정한 동의를 이끌어낸다. 넷째, 두려움이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구축한다. 다섯째, 희망하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도 관심을 쏟는다.
 
이와 같은 5개의 전략을 종합적으로 구사하는 것은 극단적 상황(in extremis)에 처해 있는 협상가들에게서 나타나는 효과적인 특징들이다. 여기서 극단적 상황이란 미국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U.S. Military Academy at West Point)의 교수이자 <극단적 상황에서 빛을 발휘하는 리더십(In Extremis Leadership)>의 저자인 토머스 콜디츠(Thomas Kolditz)가 고안한 표현을 빌린 것이다.
 
협상 행동은 협상가의 몸에 깊이 배어 있는 경향이 있으며 계획적이기보다 본능적 반응일 때가 많다. 특히 위험한 상황일 때에는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위에서 언급한 5개의 전략은 비즈니스 협상가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협상에 앞서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각각의 전략을 자세하게 살펴보고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장교들이 각각의 전략을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전략 1: 큰 그림을 봐라
먼저 다른 사람이나 다른 집단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상대의 관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협상의 목표를 정의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결정한다.
 
위험한 상황에 처한 협상가는 자신이 인지하는 위협의 수준을 낮추기 위해 신속하게 대응하려 한다. 신속한 대처에 주력한 나머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가정과 직감에 의존해 토론을 시작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세운 가정을 검증하거나 다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경영자와 장교 모두 불완전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협상을 하는 우를 범한다. 그 결과, 충돌이나 막다른 상황, 문제나 기회의 일부분만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안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대화, 숙고, 대응에 할애할 시간이 더 많을 때가 대부분이다.
 
1. 전략 실행: 큰 그림을 봐라
 
피해야 할 태도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 “이것 보시오. 이런 저런 상황이 명백하잖소.”
 
상대방은 선입견을 갖고 있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가정하는 것.
 
상대방의 동기와 의도가 명확하며 아마도 비도덕적일 거라고 가정하는 것.
 
대신 취해야 할 태도
호기심 가득한 태도: “당신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있도록 날 좀 도와주시오.”
 
겸손한 태도: “제가 무얼 잘못했나요?”
 
열린 마음: “이 문제를 다르게 설명할 방법이 있나요?”
 
마이클 히멜(Michael Himmel) 중사는 자신의 부대가 위치한 곳에서 2마일이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탈레반 군사들이 아프가니스탄의 군수 트럭에 불을 지르자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논문에서 묘사한 사건이 발생한 위치와 미군의 이름은 모두 실제와 다르다.) 하지만 당시 미군 병력이 모두 순찰 중이었기 때문에 히멜은 아프가니스탄 경찰이 위기 상황에 직접 대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결론을 내렸다. 히멜이 지휘하는 소대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 6개월 동안 아프가니스탄 경찰과 함께 훈련을 받고 순찰을 해 왔다.
30년 동안 경찰 일을 해 온 55세의 아프가니스탄 경찰 책임자는 즉각 거부의 뜻을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경찰의 단독 임무 수행에 우려를 표시하며 지원을 요구했다. 아프가니스탄 경찰 책임자는 “내 부하들은 제대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간접적으로 히멜을 비난했다. 아프가니스탄 경찰 책임자와 휘하 경찰들에 관해 자신이 만들어놓은 가정에 사로잡혀 있었던 히멜은 지원 요청을 묵살하고 아프가니스탄 경찰에 부족한 건 “용기와 열심히 일해보겠다는 의지”뿐이라고 주장했다.
 
아프가니스탄 경찰 책임자는 히멜의 태도가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경찰 책임자는 화재 현장 조사에 제대로 준비가 안 된 팀을 파견했다. 당연히 아프가니스탄 경찰들은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한 채 돌아왔다.
 
대니얼 두베이(Daniel Dubay) 중위는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매우 다른 방식으로 대처했다. 두베이가 지휘하는 소대는 애즈로(Azrow) 마을 근처에서 순찰을 돌던 중 200야드 떨어진 곳에 위치한 2개의 건물에 숨어 있던 연합군 반대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45분간 교전을 벌인 후, 반군은 근처 카라트(qalat·요새처럼 꾸며진 은신처)로 사라졌다.
 
두베이의 소대는 시민들의 부상 현황을 점검하며 상황을 판단하기 시작했다. 두베이는 1개 분대를 이끌고 대부분의 사격이 이뤄졌던 건물로 이동했다. 두베이와 미군 병사들은 그 건물 안에 있는 작은 방에서 25명의 여성과 어린이들이 두려움에 떨며 웅크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 두베이는 방 안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채 통역사를 통해 자신의 소대는 방금 공격을 받았으며 해당 구역 내 반란 세력을 색출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여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여기는 나쁜 사람이 없어요. 당신을 향해 총을 쏜 사람이 없어요.” 두베이는 신속하게 정보를 확보해야만 했다. 본능에 따라 가혹한 요구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두베이는 그 여성이 느끼는 두려움과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을 인지했다. 이에 두베이는 진행 속도를 늦췄다. 그 방에 있는 여성들이 적을 돕고 있다는 자신의 가정을 되돌아보고 필요한 첩보를 입수하기 위한 접근 방법을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두베이는 선글라스를 벗고 총을 등쪽으로 둘러맨 다음, 방 밖에서 무릎을 꿇고 앉았다. 두베이는 아프가니스탄의 군 병력과 미군이 건물을 안전하게 에워싸고 있으며, 자신은 한 방에 여성들과 아이들이 모여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을 뿐이라고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두베이는 이후 15∼20분간 총격이 벌어지고 있는 중에 붙잡혀 있으니 두려움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 결국 한 명의 여성이 앞으로 나와 자신들을 그 방에 몰아넣고 연합군을 공격한 남자들에 관해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두베이는 그 여성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러자 또 다른 여성이 말을 시작했다. 그 여성은 총격을 벌인 남성들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아니었으며 외국인 용병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3∼4명의 여성들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했다.
 
두베이는 여성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기록한 다음 목표를 수정했다. 두베이는 그 날 벌어진 상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동시에 아프가니스탄 여성들로부터 차후에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지속적 관계를 유지하기로 마음먹었다. 두베이는 해당 지구에 주둔한 부대의 연락처가 기록돼 있는 명함을 건넸다. 이틀 후 자신이 지휘하는 소대가 다시 그 마을을 순찰할 때 그 여성들의 안전을 확인하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새로운 정보를 발견하면 자신에게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두베이는 애즈로 주민들과 상호 존중의 감정을 구축했다. 주민들과의 우호적 관계는 몇 달 후 큰 성과로 이어졌다.
 
전략 2: 찾아내고 협력하라
상대의 동기와 우려를 이해하라. 다양한 해결방안을 제안한 다음 상대에게 개선책을 내놓을 기회를 줘야 한다.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거나 위협적인 상황에 처하면 사람들은 실제보다 더욱 강하며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는 듯 보이려는 마음을 갖는다. 이런 마음으로 협상에 임하는 사람들은 극단적 태도를 취하고 공격적 요구를 하는 경향이 있다. 안타깝게도 이런 태도는 대부분 상대방의 저항을 야기하거나 약화시킨다. 결국 논의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논의가 논쟁으로 번지며, 양측은 교착 상태에 빠질 위험이 발생한다.
 
미군 대위 크리스 콜드웰(Chris Caldwell)은 자신이 지휘하는 중대에 소속돼 있는 병사들이 적군 병사들에게 상해를 입혔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콜드웰은 해당 지역 내에 부상자를 치료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병원이 한 곳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중대가 해당 지역에 대한 통제권이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한 콜드웰은 탈레반 동조자로 알려진 의사를 면담하러 병원으로 찾아갔다. 병원 진입을 거부당한 콜드웰은 강제로 병원 안으로 밀고 들어가 적군 부대원들이 치료를 받았다는 근거를 수집한 후 취조를 위해 의사를 구금했다.
 
2. 전략 실행: 찾아내고 협력하라
 
피해야 할 태도
열려 있는 제안을 하는 것: “무엇을 원하십니까?”
 
독단적인 제안을 하는 것: “이러저러했으면 좋겠군요.”
 
상대의 요구에 단순하게 동의하거나 반대하는 것.
 
대신 취해야 할 태도
“왜 그것이 당신에게 중요한가요”라고 질문하는 태도.
 
비평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태도: “여기 이런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의 소지가 있나요?”
 
콜드웰의 행동을 전해 들은 마을 원로들은 화를 내며 콜드웰을 찾아왔다. 콜드웰은 현지 주민들이 자신의 중대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고 협조한다면 앞으로는 다르게 대처하겠다며 자신의 행동을 옹호했다. 마을 원로들은 자신들의 협조를 유도할 만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만 협조를 하겠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군이 자신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협조하겠다고 했다. 원로들은 재건 활동에 투입하는 재원을 대폭 인상하는 것도 인센티브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콜드웰은 자신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고 싶다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부상자들에게 대한 정보를 줘야 한다고 응수했다. 콜드웰의 태도는 마을 원로들의 공분을 샀고 결국 협상은 엉망이 돼버렸다.
 
극단적 상황에 처한 노련한 협상가는 협상을 통해 양측의 의지를 확인하려 들기보다 당면한 문제를 차례차례 풀어나가는 데 집중한다. 가즈니(Ghazni)에 주둔한 포병대 사령관 앤드루 윌리엄스(Andrew Williams) 대위는 부대원들이 도로변에서 사제 폭발물(improvised explosive device·IED)을 발견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윌리엄스는 부대원들에게 무력을 사용하지 말고 현장을 감시하며 사제 폭발물을 설치한 사람을 색출하라고 지시했다. 통제 상황 하에서 폭발물을 제거한 후 폭발시킬 계획이었다.
 
정보를 입수한 윌리엄스는 폭발물을 설치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마을을 찾아가 원로들을 소집한 후 해당 지역 내에서 더 이상 사제 폭발물이 설치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얘기했다. 마을 원로들은 폭발물 설치를 멈추는 대가로 돈을 준다면 윌리엄스의 요구를 따르겠다고 얘기했다.
 
시간과 안전에 압박감을 느낀 윌리엄스는 “얼마를 원하시죠?”라고 묻고 싶은 욕구를 느꼈지만 대신 “그 이유가 뭐죠?”라고 물었다. 윌리엄스는 원로들의 목적을 파악하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마을 원로들은 사제 폭발물을 설치한 사람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면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자신들에게는 그만한 돈이 없다고 얘기했다. 뿐만 아니라, 원로들은 마을에도 돈을 일부 제공해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고 자신들이 단순한 정보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 보이고 싶다고 얘기했다.
 
윌리엄스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윌리엄스가 제안한 대안은 자신의 부하들이 범인 색출 작업을 마치면 원로들이 범인들을 가장 가까운 미군 전투전초로 데려오라는 것이었다. 윌리엄스는 마을 원로들의 기운을 북돋워주고 원로들을 범인 색출 작전의 파트너로 참여시키려 노력하며 질문을 던졌다. “제 생각이 잘못됐나요?”
놀랍게도 마을 원로들은 그 계획에 만족했다. 하지만 체포된 사람들이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아니라 단지 돈이 부족해 가족을 부양하려고 사제 폭발물을 설치했을지도 모른다며 우려를 표했다. 윌리엄스는 마을 원로들이 범인들을 전투전초로 데려와 미군 측이 범인들의 이름을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범인들을 마을로 돌려보내겠다고 얘기했다.
 
윌리엄스는 그렇게 되면 마을 원로들이 모든 상황을 직접 처리하게 되는 만큼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위신을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될 거라고 덧붙였다. 마을 원로들은 윌리엄스의 의견에 찬성했다. 이틀 후 원로들은 사제 폭발물을 설치한 범인들을 데려왔고 미군은 범인들의 이름을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했다. 미군은 범인들에게 차후에 유사한 행동을 저질러선 안 된다고 경고한 후 가족이 기다리는 마을로 돌려보냈다.
 
얼마 후 마을 주민들은 기록적인 숫자의 무기가 은닉돼 있는 장소를 고발하고, 순찰을 도는 미군들에게 인근에 설치된 사제 폭발물의 위치를 알려줬다. 자발적으로 박격포 발사 지점에 대한 정보도 제공했다.
 
전략 3: 진정한 동의를 이끌어내라
폭력이 아니라 사실과 공정성의 원칙을 활용해 상대를 설득하라. 상대가 자신의 의견을 비판하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결정을 보호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미래의 협상에 도움이 되는 선례를 남겨라.
 
위험을 감지한 협상가들은 강압을 이용해 거래를 성사시키는 등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픈 욕구를 느낀다. 이런 태도는 상대의 분노를 낳고 충돌로 이어져 후속 협상이 한층 힘들어진다. 물론 적대적인 인수가 무장대치 상황과는 다르다. 하지만 적대적인 인수에서건 무장대치 상황에서건 냉혹하거나 충격적인 어휘가 사용되는 건 매한가지다.
 
미군 대위 카일 라워스(Kyle Lauers)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처음으로 맡은 임무는 인근 마을에 숨어 있는 탈레반 지도자 와히드 살라트(Wahid Salat)를 생포하거나 사살하는 일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임무였다. 하지만 라워스는 130명에 달하는 부하들을 안전하게 마을로 인솔했다가 안전하게 빠져 나와야 한다는 사실에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가장 중요한 일은 살라트가 머물고 있는 건물을 에워쌀 수 있도록 현지 경찰 책임자 및 마을 원로와 협상을 하는 일이었다. 라워스로부터 살라트를 체포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경찰 책임자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3. 전략 실행: 진정한 동의를 이끌어내라
 
피해야 할 태도
협박: “동의하는 게 좋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의적인 결정: “나는 그걸 원합니다. 그게 내가 원하는 거니까요.”
 
폐쇄적인 마음: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그 제안에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고려조차 하지 않을 겁니다”
 
대신 취해야 할 태도
공정함에 호소: “우리가 무엇을 해야만 할까요?”
 
논리와 적법성에 호소: “이 방법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협상에 참여하는 다른 사람의 관점을 고려: “당신과 내가 이 협상의 내용을 동료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라워스는 경찰 책임자에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 움직여야 합니다.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저도 책임질 수 없습니다.” 경찰 책임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라워스는 소대원들에게 건물을 봉쇄할 것을 명령했다. 총격이 시작된 가운데 라워스는 마을 원로가 길 건너 쪽에서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원로의 얼굴에 분노와 혼란의 감정이 드러나 보였다. 소대 책임자가 무전을 통해 용의자와 3명의 보디가드를 사살했다고 보고하자 원로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원로는 라워스가 이끄는 중대가 아프가니스탄 경찰의 지원이나 원로와의 상의없이 마을에 들어와 총격을 시작한 이유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라워스는 경찰 책임자가 협조를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원로는 즉각 라워스를 비난하며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라워스는 손해의 책임이 탈레반에 있기 때문에 탈레반에게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라워스는 부하들의 안위를 살피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이후 11개월 동안 그 마을은 라워스 중대의 골칫거리로 남았다. 마을 근처에서 주기적으로 박격포 공격이 이뤄졌다. 마을 주민들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현금이나 물건을 제공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정보를 제공해준다며 엉뚱한 이름, 장소, 날짜를 알려주는 경우도 많았다. 위협과 무력이 힘을 발휘할 때도 있다. 특히 일부 군사적 상황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라워스의 잘못된 협상 전략으로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 모두가 위태로워졌다.
 
극단적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협상가는 상대방으로부터 마지못한 협조보다는 진정한 동의를 이끌어내야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도착한 존 창(John Chang) 대위는 자신이 지휘하는 중대와 함께 작업하는 아프가니스탄 국군 부대원들이 현지인들의 행동을 수정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주민들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프가니스탄 국군 병사들은 특히 위험하거나 많은 것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주민들을 위협하는 행동을 보이곤 했다. 창은 아프가니스탄 문화와 코란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현지 주민들이 공손한 처우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창은 자신의 중대원들이 아프가니스탄 군인들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면 아프가니스탄 국군 소속 병사들이 주민들을 대하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창은 아프가니스탄 국군 병사들을 미군 전투전초로 초청했다. 아프가니스탄 군인들과 미군들은 함께 먹고, 훈련하고, 계획하고, 순찰하고, 휴식을 취하며 진정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미군들과 함께 지내기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아프가니스탄 국군 병사들은 미군이 지휘하는 작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마을 원로들에게 미군들이 아프가니스탄의 손님(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요청을 받고 현지 주민들을 돕기 위해 작전을 하는 손님)이라고 설명하고 아프가니스탄 문화에서 손님을 환대하는 것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일깨워 주기도 했다.
 
이후 해당 지역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졌을 때의 선례가 만들어졌다. 존 창 대위와 아프가니스탄 국군 병사들은 주민들을 위협하는 대신, 마을 원로들에게 해당 지역을 더욱 안전하게 보호할 방법에 관한 조언을 구했다. 미군과 아프가니스탄 국군 간의 협정을 지지하기 위해 어떤 요건이 필요한지 자문했다. 마을 원로들은 가택을 수색하고, 한밤중에 주민들을 구금하고, 무작위로 차량을 세워 수색하는 연합군의 행동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마을 원로들은 미군이 포를 쏘아대는 산악지역에서 사냥을 하거나 가축을 기르기가 두렵다고 얘기했다.
 
원로들은 폭력을 줄여나가기 위한 합의를 원한다면 개인의 자유와 현지 법을 존중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장 중요한 건, 미국이 아닌 아프가니스탄 국군에서 제시한 해결 방안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창과 아프가니스탄 국군은 마을 원로들이 주민들을 앞에서 지지의 뜻을 표출할 수 있을 만한 합의를 이끌어냈고, 해당 지역 내에서 탈레반에 자원하는 사람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전략 4: 먼저 신뢰를 구축하라
관계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하라. 신뢰와 협력을 장려하기 위해 점진적인 노력을 기울여라.
 
많은 것이 걸려 있고 위험이 클 때, 경영자와 장교들은 자원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도움을 얻는 손쉽고 빠른 길을 택하려는 유혹을 느끼곤 한다. 일단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우호적인 업무 관계를 구축하거나 방해가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허비할 수가 없다. 하지만 실질적인 양보를 할 경우 거의 항상 강탈이 초래되고, 결례나 노골적인 멸시가 나타난다.
 
군 장교들은 종종 ‘양보의 덫’에 빠진다. 아프가니스탄인 파루크(Farrukh)는 바라키(Baraki) 외곽에 여학생들을 위한 학교를 설립했으며 탈레반 지도자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받고 있었다. 정보 요원들은 잘 알려진 반군이 파루크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정보 요원들은 파루크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파루크가 여러 명의 탈레반 지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파루크는 체포를 당해 심리가 열릴 때까지 구치소에서 12개월을 복역했다. 마침내 재판정에 선 파루크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파루크가 구치소에 있는 동안 학교는 문을 닫았다. 파루크는 명성에 큰 타격을 입었으며 신체적으로도 심각한 피해를 봤다. 그에겐 보상이 필요했다.
 
4. 전략 실행: 먼저 신뢰를 구축하라
 
피해야 할 태도
돈으로 우호적 관계를 ‘매수’하려는 태도.
 
무너진 신뢰를 쌓기 위해 실질적인 양보, 혹은 양보로 인식될 만한 제안을 하는 것.
 
대신 취해야 할 태도
어떤 식으로 신뢰가 무너질 수 있으며, 신뢰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미리 고민해 보는 태도.
 
자신이 약속을 불이행하거나 지키지 않은 탓에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기 위해 합법적인 범위 내의 양보를 제안하는 것.
 
존중하는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고, 상대방으로부터 존중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
 
사건의 책임자였던 군 장교는 파루크에게 앞으로 받지 못하게 된 급여에 해당하는 돈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파루크는 그 이상을 원했다. 파루크가 원한 건 체포 및 구금에 대한 설명, 앞으로 그와 같은 오해가 또 다시 발생하는 걸 막는 데 도움이 되는 절차 등이었다. 하지만 장교는 별다른 사과도 하지 않은 채 파루크가 겪은 고통에 대한 대가를 추가로 지불한 후 돌려보냈다.
 
마을의 지도자였으며 오랜 기간 서방 평화유지군과 협력해 왔던 파루크는 1만 2000달러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다시는 미국인을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설상가상으로 파루크가 자신이 겪은 얘기를 마을 주민들에게 전달하면서 미군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더욱 커져갔고 미군 장교들은 마을 주민들로부터 그 어떤 유용한 정보나 적극적인 협조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극단적 상황에 익숙한 노련한 협상가는 상대의 호의를 사기 위해 임의로 양보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점진적이고 상호적인 노력을 통해 오랜 시간에 걸쳐 신뢰를 쌓는다. 애런 데이비스(Aaron Davis) 대위는 아프가니스탄 코스트(Khost) 지역에 배치받은 후 현지 지도자들과 관련이 있는 여러 건의 오랜 반목을 ‘신속하게 최종적으로’ 해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데이비스는 코스트 지역에 배치를 받은 지 일주일 내에 하지 사이드 울라(Haji Said Ullah)라는 이름의 남자가 운영하는 주유소가 있는 마을로 향했다. 울라가 운영하는 주유소는 과거 울라에게 많은 부를 안겨 주었었다. 2년 전 미군이 새로 지은 비행장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근처 도로를 봉쇄하면서 사람들이 주유소를 찾아오지 않게 되자 울라의 사업은 거의 망할 지경이 돼버렸다. 2년간 여러 미군 장교들이 울라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동시에 울라가 탈레반에게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생을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미군은 그 어떤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너무도 당연하게 울라는 데이비스를 무시했고 더 많은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데이비스는 돈을 주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욕구를 눌렀다. 이는 근본적으로 관계에 관한 문제였다.
 
데이비스는 여러 차례 울라를 찾아가 울라가 화가 난 채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질문을 던졌다. 데이비스는 울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보상을 제안하지 않았다. 대신 데이비스는 울라에게 일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아보고 사흘 후에 다시 찾아오겠다고 얘기했다. 사흘 후, 데이비스와 울라는 마주 앉아 차를 마셨다. 데이비스는 그 동안 울라가 겪은 일을 사과하며 자신이 입수한 정보를 제공했다. 데이비스는 어떻게 하면 현지 지도자들과 망가진 관계를 복원하고 신뢰를 재구축할 수 있을지 울라의 조언을 구했다.
 
데이비스와 울라는 울라의 동생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방법, 미군과 마을 주민들 간의 의사소통을 개선할 방법, 주민들의 안전을 강화할 방법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누었다. 여기까지 얘기를 나눈 후, 데이비스는 다시 보상 문제를 언급하며 현지 기준으로 판단한 울라의 사업상 손실 추정액이 어느 정도인지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아주 기초적인 계산 방식이었지만 데이비스 이전에는 그 누구도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울라는 데이비스가 제시한 숫자에 대해 잠시 생각하더니 그 숫자가 공정하다고 판단했는지 동의의 뜻을 밝혔다. 사실 데이비스가 제시한 숫자는 울라가 맨 처음 요구한 금액의 일부에 불과했다.
 
전략 5: 과정에 집중하라
상대에게 반응을 보이지 않는 방법을 통해 의식적으로 게임을 변화시켜라. 협상의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순차적으로 단계를 밟아라.
 
위험한 협상을 할 때, 경영자와 장교는 본능적으로 자기자신이나 휘하 직원 및 부하들에게 해가 갈 만한 행동을 피하려 한다. 이런 본능과 더불어 신속하게 행동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보니 경영자와 장교들은 중요한 문제를 포기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중대한 문제를 포기한 채 합의에 도달하면 즉각적인 위협을 훨씬 넘어서는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매튜 프라이(Matthew Frye) 중위와 프라이가 지휘하는 소대는 주둔 중이던 전방 작전기지에서 매일 같은 시각에 8일 연속으로 로켓 공격을 받았다. 9일째 되던 날 소대를 이끌고 순찰을 하던 프라이는 반군들이 미군 작전기지에 대한 또 다른 공격을 준비하고 있으며 지난 며칠 동안 로켓이 발사됐던 인근 지역을 조사해야 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프라이는 적군의 현재 위치, 인상 착의, 성향 등을 신속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지난 8일 동안 날아왔던 로켓 중 하나는 프라이가 머물고 있던 천막에서 불과 400m밖에 안 되는 곳에 떨어졌다.
 
로켓 공격의 발원지 근처에 도착한 프라이는 마을 원로들에게 정보를 요구하며 반군의 이름을 알려주는 대가로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 당연히 마을 원로들은 많은 걸 요구했다. 주로 식품, 물, 의류 등의 형태로 대가를 요구했다. 프라이는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프라이가 그 대가로 정보를 요구하자 마을 원로들은 반군들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얘기했다.
 
5. 전략 실행: 과정에 집중하라
 
피해야 할 태도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미리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
 
자신의 행동이 진행 중인 협상 및 미래에 초래할 결과를 외면하는 태도.
 
대신 취해야 할 태도
관련 문제뿐 아니라 협상 과정에 대해서도 얘기하는 태도: “지금 우리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 같군요. 시간을 갖고 각자가 갖고 있는 목표와 제약 조건을 좀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군요.”
 
속도를 늦추는 태도: “아직 동의할 준비가 돼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협상을 관두고 싶진 않습니다. 좀 더 생각을 해 보면 좋겠군요.”
 
위협이 아닌 경고를 하는 태도: “우리와 협력해 서로 용인할 수 있는 결과를 얻으려 노력할 게 아니라면, 더 이상의 시간을 협상에 할애할 수 없습니다.”
 
부하들을 보호해야겠다고 생각한 프라이는 긴급 구조 자금을 지원하고 우물을 팔 수 있도록 병력을 제공하겠다며 추가 제안을 했다. 마을 원로들은 프라이의 지원을 수락하고선 또 다시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자신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프라이는 마을 원로들이 정보를 제공해줘야만 자신도 약속을 이행할 거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마을 원로들은 프라이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에 분노해 프라이와 미군 병사들에게 기지로 돌아가 경계를 강화하는 게 좋을 거라고 얘기했다.
 
위협을 받는다는 생각 때문에 초조해진 프라이는 일방적인 합의를 이행하기로 약속한 후 다음 번에는 원로들이 조금 더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얘기했다. 프라이는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했고 마을 원로들과 우호적인 관계도 정립하지 못했다. 이후에 수집한 정보를 통해 그와 부하들이 마을을 방문하는 모습을 적군이 고스란히 지켜봤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프라이는 자신이 지휘하는 소대를 더 큰 위험 속에 빠뜨렸다.
물론 프라이의 첫 번째 실수는 ‘원로의 요구를 거부해 자신과 부하들이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는 방법’과 ‘원로의 요구에 굴복해 최선의 결과를 기대하는 방법’ 등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이 두 가지뿐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프라이는 즉각적으로 당면한 문제에서 한 걸음 물러나 마을 원로의 전술을 분석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진행할 방법을 모색했어야 한다.
 
쿤두즈(Kunduz)에서 처음으로 순찰을 나간 빌리 가드너(Billy Gardner) 중위는 소대를 이끌고 시장을 지나던 중 5명의 남성과 맞닥뜨렸다. 현지 농업협동조합의 사과 재배업자들을 대표하는 5명의 현지 남성들은 이전에 쿤두즈에 주둔했던 미군 부대가 전방 작전기지 확장을 위해 토지 매수 대금으로 수백만 달러를 해당 지역에 제공했다며 화를 냈다.
 
5명의 남자들은 쿤두즈의 부 주지사가 돈을 지불한 사람은 법적인 지주가 아니라며 자신들과 동료 농부들이 즉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중이 모여들었고 남자들은 위협을 하기 시작했다. 가드너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남자들은 보상으로 더 많은 걸 요구했다. 남자들은 소대원 중 한 명에겐 화를 내며 요구사항을 늘어놓고 또 다른 사람에겐 극단적으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가드너 휘하 소대원들까지 협상에 끌어들이려고 애를 썼다.
 
가드너는 남자들이 상대를 분열시켜 원하는 걸 얻어내는 전술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드너는 남자들의 전술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타협도 거부했다. 만일 반응을 보이거나 타협을 했더라면 가드너는 자신이 끼고 싶어 하지 않았던 협상 행동에 보상을 제공해야만 했을 것이다.
 
대신 가드너는 대화의 본질을 바꿨다. 가드너는 자리에 앉아 아프가니스탄의 공식 언어인 파슈토 어로 남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모자를 벗고 총을 내려놓은 후 남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가드너는 차분한 목소리로 천천히 얘기했다. 곧 농부들의 보디 랭귀지가 바뀌었고 함성도 잦아들었다. 쿤두즈 농부들은 가드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가드너는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관점만을 고집하지 않고 위엄 있는 태도로 질문했다. 가드너는 자연스럽게 판사(공평한 태도로 적절한 행동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그럴 수 있는 권위도 갖고 있는 사람)와 같은 태도를 취했다.
 
가드너는 남자들에게 사업상 협의의 본질, 수확량, 자신들이 대표하는 농부들, 토지 매각이 자신들에게 미친 영향 등에 대해 질문했다. 가드너는 대화를 통해 사과가 지역 경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자들은 토지 매각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문제가 되는 땅의 적법한 소유주라는 사실을 인정받고 싶어했다.
 
가드너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몇 가지 해결 방안을 제안했다. 가드너는 농부들에게 토지 매각과 관련된 불만을 쿤두즈의 부 주지사에게 얘기해 보았는지 물었다. 혹은 해당 구역의 슈라(협의 기관)에 문제를 제기해 보았는지도 물었다. 농부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농부들은 부 주지사를 신뢰하지 않았으며 슈라가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가드너는 농부들이 새로운 요구(원조 요구)를 하자 명확한 답은 하지 않은 채 경청했다. 가드너는 농부들이 소속돼 있는 협동조합이 일종의 안정된 시민 정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따라서 민주적인 관행 및 제도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가드너는 농부들에게 해당 문제를 공식적으로 부 주지사에게 제기한다면 미군이 좀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설명했다.
 
농부들은 가드너의 제안에 동의하면서 지속적으로 조언을 줄 것을 부탁했다. 가드너도 동의했다. 즉흥적으로 시작돼 한쪽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까지 했던 긴장 상황이 몇 시간에 걸친 대화 및 점심 식사 초대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가드너는 농부들로부터 쿤두즈 지역에서 최근 발생했던 반군 활동에 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극단적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협상가들이 경영자와 장교에게 알려줘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은 ‘신속하게 행동하고 확고한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최대의 압박감을 느낄 때는 어떤 방법도 취하지 않는 게 가장 좋다’는 것이다. 협상 속도를 늦추고, 상대를 건설적 대화에 참여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상대방 관점에 진심으로 개방적 태도를 보이면 통제력과 영향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
 
장교들을 위한 협상 훈련
 
군 장교들이 협상을 해야 하는 이유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이 수행하는 업무의 본질 자체가 바뀌었다. 2005년, 미군의 사단장이 웨스트포인트에서 중위들에게 바그다드에서의 하루 일과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사단장은 오전 7시 순찰을 돌고, 오전 9시엔 현지 시장 건립을 지원하고, 정오에는 일부 지역의 전력 복구 작업을 지원한다. 이어 오후 6시에는 시의회 회의에 참석하며, 새벽 1시에는 반란세력의 거주지로 의심되는 곳을 급습한다고 설명했다. 이 모든 임무에는 어느 정도 협상이 수반된다.
 
요구와 위협이 잘 먹혀 들지 않는 이유는?
가끔씩은 요구와 위협이 도움이 되고, 이런 방법이 반드시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미군 장교들은 다양한 당사자와 문제, 문화 등 날이 갈수록 복잡한 상황에 직면한다. 따라서 협상의 결과에 따라 생사가 갈리기도 하고, 신체적인 안전, 중대한 희귀 자원, 정치적인 자원이 영향을 받기도 한다. 2010년 7월,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David Petraeus) 장군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 병사들에게 결정적인 인적 요소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페트레이어스 장군의 조언 덕에 직급을 막론한 모든 미군 지도자들은 단순히 무기와 전투 규약에 익숙해지는 차원을 넘어서 민첩하고 융통성 있는 마음을 가졌다.
 
이런 태도는 굴복이 아니다. 이는 단순히 상대에게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전략이다. 이런 태도는 상대가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몇 단계 앞서 생각하는 행동이다. 이런 노력은 건설적인 반응을 유도하고 진정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선택에 큰 도움을 준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제프 와이스, 애럼 도니기언, 조너선 휴
 
제프 와이스(Jeff Weiss, jweiss@vantagepartners.com)는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의 비상근 교수다. 와이스는 보스턴에 위치한 기업 협상 및 관계 관리 전문 컨설팅 업체 빈티지 파트너스(Vantage Partners)에서 파트너로 일하며 판매 협상 및 전략적 동맹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애럼 도니기언(Aram Donigian, aram.donigian@usma.edu)은 미군 소령이자 웨스트포인트의 부교수다. 도니기언은 웨스트포인트에서 협상 프로젝트(Negotiation Project)를 책임지고 있다. 조너선 휴(Jonathan Hughes, jhughes@ vantagepartners.com)는 빈티지 파트너스에서 공급망 관리, 전략적 동맹, 변화 관리 등을 맡고 있다.
 
  • 제프 와이스 | -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비상근 교수
    - 빈티지 파트너스(Vintage Partners)의 파트너, 판매협상 및 전략적 동맹분야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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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부교수
    - 웨스트포인트 협상 프로젝트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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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너선 휴 | - 빈티지 파트너스(Vintage Partners) 공급망 관리, 전략적 동맹,변화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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