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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Tweak Your Supply Chain-Rethink It End To End

공급망 재창조로 지속성장의 새틀 짜라

하우 L. 리 | 81호 (2011년 5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0년 10월 호에 실린 하우 L. 리의 글 ‘Don’t Tweak Your Supply Chain-Rethink It End To End’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홍콩에 소재한 프리미엄 면 셔츠업체 에스퀠(Esquel)은 2000년 초 위기에 직면했다. 에스퀠의 고객회사인 나이키(Nike)나 막스앤드스펜서(Marks & Spencer)가 유기농 면의 함유 비율을 높여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면화 재배에는 용수와 살충제가 많이 사용된다. 특히 에스퀠이 면화를 조달하는 가난한 개발도상국에서는 특히 더 그랬다. 에스퀠은 이미 환경 보호 및 사회 공헌 활동에 열심이었다. 에스퀠의 경영진 또한 사회 공헌 활동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그 과정에서 초장면(超長綿)을 납품하는 농부들에게 용수, 비료, 살충제 사용을 줄이라고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면화 농부들과 그들의 마을에 너무 큰 타격을 줄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에스퀠이 사용하는 면화는 대부분 중국 서북부의 신장(新疆) 지역에서 재배된다. 이 지역은 대단히 건조해서 농부들은 주로 지하수로 농사를 짓는다. 이 지역의 전통적인 관개방식은 주기적으로 밭에 물을 흠뻑 주는 게 전부다. 이렇게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어서 병충해와 질병도 잦았다. 당연히 살충제 사용은 피할 수 없었다.
 
면화 재배 방식을 유기농으로 바꾸면 수확량이 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다는 것도 문제였다. 유기농 면화 수요의 증대에 따라 유기농 면화 가격이 오른다 해도, 그 인상분이 수확량 감소분을 만회할 만큼 충분하지 않을 건 분명했다. 많은 의류업체나 소매업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기농 면화로 제작한 의류라고 해서 무턱대고 더 높은 가격으로 사들이는 일은 없을 거라고 강조해왔다.
 
난제는 또 있었다. 유기농 면사는 비 유기농 면사에 비해 강도가 약하다. 여러 물리적 특성도 많이 다르다. 때문에 더 많은 가공처리 과정을 거쳐야만 직물이 된다. 그 과정에서 상당수 면화가 버려지는데다, 더 많은 화학제와 염색제를 사용해야 하므로 예기치 못한 환경 오염도 발생시킨다. 추가 비용 부담도 피할 수 없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해본다면 환경 보호를 위해 유기농 면화를 써야 할 이유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셔츠 제작업체는 어떻게 해야 고객회사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는 제품을 만들면서 생산 국가의 환경을 보호하고 자사의 이윤까지 지켜나갈 수 있을까? 많은 기업이 이와 유사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기업에 친환경적 활동을 강제하는 사회 요구나 압력은 그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뜻밖의 결과를 야기한다. 종합적으로는 환경보호의 이점을 상실하게 만들 수도 있다.
 
오늘날 고객, 주주, 이사회, 직원, 정부, 각종 비정부단체(NGO) 등을 포함한 기업의 여러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에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친환경 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납품하라는 요구, 원료 생산 공장을 최종 시장 근처로 옮겨서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라는 요구에서부터 백열등을 소형 형광등으로 바꾸기, 원료 재활용 늘리기, 재포장 및 재사용 비중 늘리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장비 사용하기 등 각종 다양한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아직 이에 소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개도국 지역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승산
많은 개도국 국민들은 해외 기업에 부당하게 악용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생산 방안을 채택하려는 기업의 선한 의도에도 종종 거부감을 나타낸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이들 기업과 함께 노력할 때 이런 노력이 해당 지역 사회에 어떤 이점을 가져다주는지 충분히 알려야 한다.
 
에스은 중국 농민들을 위한 다수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적극 활용했다. 에스이 후원하는 Y.L. 양 교육재단은 신장성의 낡은 학교를 보수해주고 소규모 지역 도서관에도 자금을 후원했다. 에스 임직원은 수천 명의 어린이들에게 교사, 교재 및 기타 필수품을 위한 재정 지원도 제공했다.
 
에스은 자연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이동용 생태 실험실도 만들었다. 농촌 지역에 나무 심기와 같은 활동을 체험하게 하는 과학교실을 만들어 차량에 싣고 중국 각 지역을 방문했다. 에스이 2004년 처음 이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146개 학교를 방문했다. 13만8000명의 학생 및 교사와 함께 참여해 2만2000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나는 이러한 조치들이 단순한 ‘대체(substitution)’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원료, 공급선, 위치, 생산 단계, 이동 방법을 A에서 B로 바꾸는 것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 하나하나가 획기적이고 상당한 가치를 지닐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를 모아놓고 보면 해당 기업의 전체 공급망이 환경을 보호하는 쪽으로 변화하지 않았으며, 기업이 부담해야 할 재정적, 사회적, 환경적 비용만 더 올라가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어느 특정 단계만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전체 공급망이 지속가능성 경영을 추구하도록 바꿔야 한다. 많은 기업이 그간 해왔던 작업보다 훨씬 폭넓은 차원에서 구조적인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 과정에서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할 수 있다. 협력회사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만들거나, 다수의 기업과 새로운 산업 구조를 생성하기 위해 적극 협력하는 일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는 내가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최근 7년간 꾸준히 진행해 온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내린 가장 중요한 결론이다. 지난 7년간 우리 연구팀은 농업, 의류, 자동차, 전자, 첨단 IT, 유통, 자원(광업, 제철, 시멘트 등) 등 7가지 산업 분야의 공급망을 연구했다. 이 연구는 앞서 등장한 에스퀠뿐 아니라 아디다스, 멕시코 시멘트 생산업체 세멕스(CEMEX), 유러피안 리사이클링 플랫폼(ERP), 전자업체 플렉스트로닉스(Flextronics), 휴렛패커드, 리&펑(Li & Fung), 네타핌(Netafim), 나이키, 포스코, 광산업체 리오틴토(Rio Tinto Iron Ore), 세이프웨이, 스마트카, 스타벅스, 도요타, 월마트 등 세계 유수의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연구는 개발도상국의 환경 및 사회 책임에 대한 연구에 집중했다. 이들 국가에서는 기업의 환경 보호 및 사회 공헌 활동에 관한 커다란 위험 부담이 항상 존재했다. 중국산 부패 애완동물 사료 문제, 납 성분이 든 장남감 및 아동용 벨트의 대량 리콜 사태, 중국 선전에 위치한 애플의 전자제품 외주 생산업체인 폭스콘 근로자들의 연이은 자살 등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들이 크게 보도되면서 기업의 이해 관계자들이 점점 해당 기업을 향해 책임을 강하게 묻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중국 제조업의 폭발적 성장세는 환경 오염 문제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중국에서 제품을 공급받고 있는 기업들은 중국 소재 협력회사의 환경 보호 문제를 더욱 강력한 태도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이제 많은 기업들의 공급망은 전세계에 흩어져 있다. 때문에 공급망을 관리하는 일 자체가 예전만큼 쉽지 않다. 여기에 지속가능성 요인이 더해지면서 누가 봐도 공급망 관리의 복잡성과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좀더 빨리 구조적 변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에스퀠이나 포스코의 조치는 이런 구조적 변화의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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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우 L. 리

    -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Stanford Graduate School of Business)의 경영,정보 및 기술의 토마교수(Thoma Professor)
    - 스탠퍼드 글로벌 공급망 관리 포럼(Stanford Global Supply Chain Management Forum)을 이끔
    - 에스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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