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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Tweak Your Supply Chain-Rethink It End To End

공급망 재창조로 지속성장의 새틀 짜라

하우 L. 리 | 81호 (2011년 5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0년 10월 호에 실린 하우 L. 리의 글 ‘Don’t Tweak Your Supply Chain-Rethink It End To End’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홍콩에 소재한 프리미엄 면 셔츠업체 에스퀠(Esquel)은 2000년 초 위기에 직면했다. 에스퀠의 고객회사인 나이키(Nike)나 막스앤드스펜서(Marks & Spencer)가 유기농 면의 함유 비율을 높여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면화 재배에는 용수와 살충제가 많이 사용된다. 특히 에스퀠이 면화를 조달하는 가난한 개발도상국에서는 특히 더 그랬다. 에스퀠은 이미 환경 보호 및 사회 공헌 활동에 열심이었다. 에스퀠의 경영진 또한 사회 공헌 활동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그 과정에서 초장면(超長綿)을 납품하는 농부들에게 용수, 비료, 살충제 사용을 줄이라고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면화 농부들과 그들의 마을에 너무 큰 타격을 줄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에스퀠이 사용하는 면화는 대부분 중국 서북부의 신장(新疆) 지역에서 재배된다. 이 지역은 대단히 건조해서 농부들은 주로 지하수로 농사를 짓는다. 이 지역의 전통적인 관개방식은 주기적으로 밭에 물을 흠뻑 주는 게 전부다. 이렇게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어서 병충해와 질병도 잦았다. 당연히 살충제 사용은 피할 수 없었다.
 
면화 재배 방식을 유기농으로 바꾸면 수확량이 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다는 것도 문제였다. 유기농 면화 수요의 증대에 따라 유기농 면화 가격이 오른다 해도, 그 인상분이 수확량 감소분을 만회할 만큼 충분하지 않을 건 분명했다. 많은 의류업체나 소매업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기농 면화로 제작한 의류라고 해서 무턱대고 더 높은 가격으로 사들이는 일은 없을 거라고 강조해왔다.
 
난제는 또 있었다. 유기농 면사는 비 유기농 면사에 비해 강도가 약하다. 여러 물리적 특성도 많이 다르다. 때문에 더 많은 가공처리 과정을 거쳐야만 직물이 된다. 그 과정에서 상당수 면화가 버려지는데다, 더 많은 화학제와 염색제를 사용해야 하므로 예기치 못한 환경 오염도 발생시킨다. 추가 비용 부담도 피할 수 없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해본다면 환경 보호를 위해 유기농 면화를 써야 할 이유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셔츠 제작업체는 어떻게 해야 고객회사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는 제품을 만들면서 생산 국가의 환경을 보호하고 자사의 이윤까지 지켜나갈 수 있을까? 많은 기업이 이와 유사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기업에 친환경적 활동을 강제하는 사회 요구나 압력은 그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뜻밖의 결과를 야기한다. 종합적으로는 환경보호의 이점을 상실하게 만들 수도 있다.
 
오늘날 고객, 주주, 이사회, 직원, 정부, 각종 비정부단체(NGO) 등을 포함한 기업의 여러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에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친환경 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납품하라는 요구, 원료 생산 공장을 최종 시장 근처로 옮겨서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라는 요구에서부터 백열등을 소형 형광등으로 바꾸기, 원료 재활용 늘리기, 재포장 및 재사용 비중 늘리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장비 사용하기 등 각종 다양한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아직 이에 소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개도국 지역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승산
많은 개도국 국민들은 해외 기업에 부당하게 악용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생산 방안을 채택하려는 기업의 선한 의도에도 종종 거부감을 나타낸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이들 기업과 함께 노력할 때 이런 노력이 해당 지역 사회에 어떤 이점을 가져다주는지 충분히 알려야 한다.
 
에스은 중국 농민들을 위한 다수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적극 활용했다. 에스이 후원하는 Y.L. 양 교육재단은 신장성의 낡은 학교를 보수해주고 소규모 지역 도서관에도 자금을 후원했다. 에스 임직원은 수천 명의 어린이들에게 교사, 교재 및 기타 필수품을 위한 재정 지원도 제공했다.
 
에스은 자연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이동용 생태 실험실도 만들었다. 농촌 지역에 나무 심기와 같은 활동을 체험하게 하는 과학교실을 만들어 차량에 싣고 중국 각 지역을 방문했다. 에스이 2004년 처음 이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146개 학교를 방문했다. 13만8000명의 학생 및 교사와 함께 참여해 2만2000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나는 이러한 조치들이 단순한 ‘대체(substitution)’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원료, 공급선, 위치, 생산 단계, 이동 방법을 A에서 B로 바꾸는 것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 하나하나가 획기적이고 상당한 가치를 지닐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를 모아놓고 보면 해당 기업의 전체 공급망이 환경을 보호하는 쪽으로 변화하지 않았으며, 기업이 부담해야 할 재정적, 사회적, 환경적 비용만 더 올라가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어느 특정 단계만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전체 공급망이 지속가능성 경영을 추구하도록 바꿔야 한다. 많은 기업이 그간 해왔던 작업보다 훨씬 폭넓은 차원에서 구조적인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 과정에서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할 수 있다. 협력회사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만들거나, 다수의 기업과 새로운 산업 구조를 생성하기 위해 적극 협력하는 일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는 내가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최근 7년간 꾸준히 진행해 온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내린 가장 중요한 결론이다. 지난 7년간 우리 연구팀은 농업, 의류, 자동차, 전자, 첨단 IT, 유통, 자원(광업, 제철, 시멘트 등) 등 7가지 산업 분야의 공급망을 연구했다. 이 연구는 앞서 등장한 에스퀠뿐 아니라 아디다스, 멕시코 시멘트 생산업체 세멕스(CEMEX), 유러피안 리사이클링 플랫폼(ERP), 전자업체 플렉스트로닉스(Flextronics), 휴렛패커드, 리&펑(Li & Fung), 네타핌(Netafim), 나이키, 포스코, 광산업체 리오틴토(Rio Tinto Iron Ore), 세이프웨이, 스마트카, 스타벅스, 도요타, 월마트 등 세계 유수의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연구는 개발도상국의 환경 및 사회 책임에 대한 연구에 집중했다. 이들 국가에서는 기업의 환경 보호 및 사회 공헌 활동에 관한 커다란 위험 부담이 항상 존재했다. 중국산 부패 애완동물 사료 문제, 납 성분이 든 장남감 및 아동용 벨트의 대량 리콜 사태, 중국 선전에 위치한 애플의 전자제품 외주 생산업체인 폭스콘 근로자들의 연이은 자살 등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들이 크게 보도되면서 기업의 이해 관계자들이 점점 해당 기업을 향해 책임을 강하게 묻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중국 제조업의 폭발적 성장세는 환경 오염 문제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중국에서 제품을 공급받고 있는 기업들은 중국 소재 협력회사의 환경 보호 문제를 더욱 강력한 태도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이제 많은 기업들의 공급망은 전세계에 흩어져 있다. 때문에 공급망을 관리하는 일 자체가 예전만큼 쉽지 않다. 여기에 지속가능성 요인이 더해지면서 누가 봐도 공급망 관리의 복잡성과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좀더 빨리 구조적 변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에스퀠이나 포스코의 조치는 이런 구조적 변화의 좋은 예다.
에스퀠
에스퀠 자사에 면화를 납품하는 개인 농장이나 신장의 에스퀠 직영 농가에서 친환경 기술을 활용하도록 돕기 시작했다. 용수량을 줄이기 위한 점적 관수(點滴 灌水:건조 지대에서 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만큼의 물을 방울방울 뿌려 정확하게 공급하는 기술)를 활용하도록 조치를 취한 게 대표적이다. 병충해에 강한 면화 품종을 재배하는 등 해충과 질병 방지 프로그램을 수립해 살충제에 대한 의존도도 줄여 나갔다. 이렇게 해서 새로 선택된 품종의 면사는 기존 면화 품종보다 강도가 세서 직물 가공 과정에서 버려지는 양도 줄었다.
 
에스퀠은 새로운 방식의 수확 기술도 도입했다. 과거에는 화학 고엽제를 활용해서 잎을 떨어뜨린 후 기계로 면을 거둬들였다. 에스퀠에서는 수작업 면화 수확을 제안했다. 손으로 일일이 면화를 따내는 일이 얼핏 보면 품이 훨씬 많이 드는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다. 손으로 깔끔하게 면화를 수확하기에 불순물이나 흙을 제거할 필요가 없고, 수확 과정에서 버려지는 불량품도 덜 나왔기 때문이다.
 
에스퀠은 자사와 개별 농가의 관계를 기존 공급자-고객회사 관계에서 파트너십에 가깝게 발전시키는 변화도 추구했다. 농장주가 직접 신기술에 투자하게 만들기 위해 에스퀠은 스탠더드채터드(SC)은행과 손잡고 소규모 대출을 농가에 제공했다. 동시에 농가의 위험을 덜어주기 위해서 면화 농사를 시작하는 시점에 먼저 면화를 사들이겠다는 계약을 맺기로 약속했다. 이후 면화 수확기가 되면 에스퀠이 정한 최저가격이나 일반 시장가격 중에서 무조건 높은 쪽으로 가격을 지불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신장에서 에스퀠에 면화를 공급하는 유기농 면화 수확량은 2005∼2007년 사이 2배로 늘었다. 이 지역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우수한 면화 재배지다. 이 지역의 농가 소득도 2005년 이후 30% 증가했다. 에스퀠도 이득을 봤다. 유기농 면화에 대한 전세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에스퀠에서는 생산 기술도 꾸준히 개선시켰다. 유기농 면사의 세척, 조면, 방적 과정을 위한 신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면사에 쓰던 염료보다 친환경적인 염료도 새로 만들었다. 직물 가공 과정에 들어가는 각종 화학 물질의 사용량을 줄여 나가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포스코
포스코에서는 친환경 제강 과정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 포스코는 수자원을 보존하고 재활용하거나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오염이 적게 나오는 방안을 찾기 위해 각종 시험안을 꾸준히 채택해서 실천해 왔다. 생산된 철이 완전히 냉각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압연 가공을 거쳐 제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연속 주조기의 도입이 좋은 예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에너지 소비량을 10% 가까이 줄였다. 용수 관리 및 재사용 기술도 개발해서 철 1t 생산에 필요한 용수량을 3.8㎥까지 줄였다. 제강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산물인 비철 슬래그는 시멘트 등 기타 건축 자재 생산용으로 다른 기업에 판매하고 있다.
 
이렇듯 포스코의 경영진은 환경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들을 현실에 안주할 수 없도록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 중국이 세계 철광석 소비 시장의 거대한 블랙홀로 등장하면서 특등급 철광석의 국제시장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아 올랐다. 원유 가격 역시 치솟으면서 원거리 광산에서 사들여오는 철광석의 운송비가 크게 올랐다. 이에 포스코는 설비 공급자인 지멘스 VAI와 손을 잡고 훨씬 더 가까운 광산에서 가져온 저품질의 철광석을 원료로 사용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생산 비용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게 바로 파이넥스(Finex) 공법이다. 기존 용광로 공법을 사용할 때는 가루로 된 철광석과 석탄이 뭉쳐져 녹이기가 힘들다. 때문에 많은 업체들은 철광석은 소결광으로, 석탄은 코크스라는 덩어리로 만든 후에 사용했다. 파이넥스 공법을 사용하면 값이 저렴한 유연탄과 철광석을 중간 가공처리하지 않고 가루 형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그 결과, 에너지 소모량이 현저히 줄어들고 온실가스 등 환경 오염 물질 배출량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파이넥스 기술의 적용은 신규 제철소 설비 투자 비용의 6∼17%, 운영 비용의 15% 절감을 가져왔다. 포스코는 이미 한국에서 이 신기술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도 정부와의 합의로 인도 오리사 주에도 파이넥스 제철소를 건립하기로 했다.
 
기업이 어떤 식의 구조적 변화를 도모해 공급망 변화를 시도할지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장단점을 어떻게 관리할지를 찾아내는 일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너무 어렵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조직의 시스템 안에 이를 위한 유전인자를 심어 놓는 게 중요하다. 몇 가지 가이드라인과 우수 사례를 알아보자.
 
지속가능성을 조직의 핵심 과제로 삼는다
기업이 공급망 혁신에 따른 여러 장단점과 문제점을 인지하고 그 파고를 헤쳐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지속가능성을 경영의 핵심 과제로 다루는 것이다. 즉 지속가능성은 이제 재고, 생산속도, 품질, 원가, 생산, 물류 혁신 등과 동등한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던 나이키는 이 문제를 조직 내 사회공헌부서가 아니라 공급망 관리자들에게 맡겼다. 이들은 꾸준히 개선 가능성을 찾아내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그 성과를 꾸준히 관리하는 일을 맡았다. 나이키는 중국에 150여 개 외주 생산업체를 가지고 있다. 나이키의 공급망 관리자들은 이들은 물론 장래의 외주생산업체를 대상으로 경영, 환경, 사회규범준수 등의 항목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평가 기준으로 중국 베이징 소재 비영리기관인 공공 환경문제 연구소(IPE)가 관리하는 오염원 데이터베이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IPE의 창설자 마준은 나이키의 이런 조치는 다른 다국적 기업 대다수들과 상당히 대조적이라고 설명한다. 나이키는 이들 외주생산업체의 경영 성과를 개선하는 데도 적극 협력하면서 이 업체들이 환경 및 사회 공헌 성과도 함께 신장시킬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기업에서는 내부 공급망 운영에 대한 조직도부터 그려봐야 한다. 그 조직도를 통해 자사의 환경 및 사회 공헌 활동에 문제가 있는지, 개선 기회가 있는지를 찾아내야 한다. 기존 방안을 대체할 수 있는 개선안이 있다면 그로 인한 다른 문제점이 있을지, 있다면 그 비중이나 규모는 얼마인지를 산정해서 기존 방안과 비교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다양한 선택안에 대한 비교 평가를 할 때 해당 안의 사회적 파장 및 영향에 대해서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개선안을 선택하고 실행에 옮긴 후에는 지속적으로 그 성과를 측정하면서 환경, 사회, 조직의 기존 경영 목표 사이에 적정한 균형점이 성립되도록 만전을 기한다.
 
에스퀠은 이러한 방법론에 입각해 지속가능 경영은 물론 면화 농가, 방적 공장, 직조 과정, 최종 생산 과정에 이르는 비즈니스를 수직적으로 통합하고, 전사적인 성과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공정 개선, 재활용, 화력발전소 건설 등을 통해 각 사업부의 에너지 소모량이 대폭 줄었다. 유기농 물질의 사용은 늘고, 염색 과정에 들어가는 화학 약품은 줄었다. 이러한 친환경적 조치들은 경영 성과로 이어졌다. 못쓰고 버려지는 원단이 줄고,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해졌으며, 생산 중단이나 이에 따른 납기 지연도 거의 사라졌다.
고객회사 등 인접 부문과 보조를 맞춘다
회사의 내부 경영에만 초점을 두면 결과적으로는 자체적인 지속가능성의 개선에 그치고 마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새로운 원료, 구성요소, 기술을 도입하려면 자사의 인접 부문 변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때로는 고객회사의 문제가 우리 회사가 개선하고 싶은 분야의 혁신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객회사가 제품을 하루 안에 납품해 달라고 요구하면 어쩔 수 없이 적재함에 물건을 가득 채우지 않고도 운송해야 한다. 이는 당연히 에너지 낭비를 자초한다. 
 
 제조 과정을 재창조한다
친환경 공법을 추구하기 위해 제조 과정을 과감하게 바꿔보는 기업은 흔하지 않다. 그러나 포스코와 포스코의 설비 공급자인 지멘스 VAI는 이를 과감히 실행에 옮겼다. 이들의 손에서 탄생한 새로운 제철 방식, 즉 파이넥스 공법은 에너지 사용량과 오염물질 발생을 대폭 줄여줬다. 뿐만 아니라 제철소 건설비를 최대 17%, 운영 비용을 15% 줄였다.
 
인접 부문 조율 작업을 시작하려면 우리 회사와 해당 회사가 서로 겹치는 부문이나 작업이 무엇인지부터 찾아내야 한다. 그 후 상대방과의 협력을 통해 혼자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개선점이 무엇인지 철저히 찾아본다. 상대방과 나의 목표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협력 작업의 결과를 평가하는 기준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충분히 포함해줄 정도로 포괄적이어야 한다.
 
지속가능 경영을 시도하던 초기 에스퀠도 이 점을 깨달았다. 에스퀠은 자사의 개별 부서가 환경 보호를 위해 함께 노력한 적이 없었고, 그래서 숱한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점을 파악했다. 직물 제조 과정에서는 유연제와 화학 물질이 솔기를 강화해주고 올이 풀리지 않도록 해 준다. 이는 직물 고유의 느낌을 살려준다. 하지만 이렇게 사용되는 화학 물질의 일부는 원단 세척 과정에서 그냥 쓸려가 버린다. 에스퀠은 유연제와 화학 물질의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원단 고유의 느낌을 그대로 유지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에스퀠은 연간 100만 위안(15만3000달러) 이상을 절약했다. 세척 과정에서 버려지는 폐물질의 양도 줄었다.
 
공급망에 속한 협력회사들은 지속가능성 과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 슈퍼마켓 체인인 세이프웨이(Safeway)는 생산업체에서 포장 제품을 운송받을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세이프웨이는 운송 수단(박스, 팔레트, 포장 등)을 철저히 조사하고 여기에 다른 종류의 팔레트나 포장지 등 대안품을 평가했다. 이들 각각의 환경 영향을 평가할 때는 널리 사용되는 생애주기 환경평가 기법(life cycle assessment tool)을 사용했다. 그 결과, 세이프웨이는 운송 간격, 유통센터로의 이동 경로, 트럭에 싣는 물품의 종류 등이 각각의 운송마다 모두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파악했다.
 
세이프웨이는 이를 실시하기 위해 프록터앤드갬블, 킴벌리-클라크, 제너럴밀스(General Mills)와 같은 주요 제조업체와 적극적으로 협업을 수행했다. 세이프웨이와 이 제조회사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에너지 사용량, 고형 폐기물 배출량 감소의 목표 및 성과에 대한 측정법, 이런 정책을 실시하는 데 드는 돈의 한도를 합의 하에 결정했다.
 
공급망을 확장할 방법을 찾아라
조직 내부 각 부서끼리, 혹은 밀접한 고객회사 및 공급회사와 함께 개선점을 찾아보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해서 여기서 멈추면 곤란하다. 공급회사의 공급회사, 고객회사의 고객회사로도 눈을 돌려야 한다. 바로 이들까지 광범위하게 포함해서 확장 공급망(extended supply chain)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광범위한 구조적 변화를 통해 더 큰 이익을 얻는 차원이 아니라 위험 관리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마텔(Mattel)은 2007년 뼈아픈 경험을 통해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당시 마텔의 장난감에 납 성분이 들어간 페인트가 사용됐다는 점이 알려지자 대량 리콜이 일어났다. 중국 정부의 추적 조사 결과, 이 납 페인트는 3차 공급회사에서 나왔다. 이 3차 공급회사는 납 성분이 들어 있는 노란색 염료를 페인트 회사에 납품한 후 납이 들어 있지 않다는 가짜 증명서를 제출했다. 페인트 회사는 이를 마텔의 오랜 외주 생산업체인 리더 인더스트리얼(Lee Der Industrial Company)에 팔았다. 마텔은 확장 공급망 관리에 소홀한 탓에 치명적 위기를 입은 셈이다.
 
마텔과 비슷한 문제를 겪지 않으려면 확장 공급망에 들어오는 모든 업체들을 파악하고 환경 위험 및 개선 기회가 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마텔은 페인트에 들어간 납 함유물을 포함해 장난감에 들어가는 원료의 상세한 명세서, 품질 관리 노력의 수준, 확장 공급망 전체에 대한 관리 감독의 결과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었어야 했다는 뜻이다. 
 
 공급회사의 공급회사와 함께 일하라
때로는 공급망에서 중요한 구성원이 몇 단계에 걸쳐서 멀리 떨어져 있을 수도 있다. 스타벅스는 이렇게 몇 단계 멀리 있는 공급망의 구성원을 관리해야 하는 중대한 도전과제에 직면했을 때 이를 회피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스타벅스는 커피 농가와 직접적인 협력 관계를 키워나갔다. 그 결과, 지속가능한 커피 농가에서 사들인 커피 원두의 비중은 지난 2005년의 25%에서 81%로 급증했다.
 
기업은 정부기관이나 NGO 등의 자문을 받아 자체 감사도 강화해야 한다. 확장 공급망의 취약점을 발견한다면 개선을 위해 문제의 공급업체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마텔이 이 끔찍한 일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1, 2차 공급자와 함께 조기에 문제 요인을 감지해내야 한다. 또 3차 공급자가 애초에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충분히 주지시켜야 한다.
 
확장 공급망에 포함되는 모든 관계 기업과 함께 일하고 이들에게 변화를 도모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문제의 공급업체가 1,2차 정도가 아닌 여러 단계 앞의 업체여서 우리 회사와 멀리 떨어져 있다면, 게다가 투명성이 떨어지는 개도국 업체라면 아주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대개의 기업은 자신들의 경영이나 환경 성과와 관련된 정보를 확장공급망에 들어가는 공급사나 고객사에 알려주기를 꺼린다. 재계약을 위한 협상 장소에서 불리하게 악용되거나 경쟁사 또는 규제 당국으로 새어나갈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확장 공급망에 들어있는 협력사들에 투명성이 왜 필요하고, 공유 정보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충분히 알려주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구조적 변화를 이뤄내려면 각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불 방식을 변경한다든지 교육이나 보조금과 같은 형태의 직접적인 원조를 제공하는 등의 유인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즉 이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이를 통해 자신도 이득을 얻는다는 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해관계의 일치는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핵심 열쇠다.
 
이에 관한 좋은 사례가 월마트다. 2005년 월마트는 방대한 공급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환경 문제 개선을 시행하기로 했다. 월마트는 공급자들에게 에너지 소비량과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제품 가공 과정을 줄여나가는 과감한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당시 다수의 중국계 중소기업들은 거의 동참하지 않았다. 이 조치로 월마트로부터 거둬들이는 매출은 늘어나지 않고, 자신들의 생산 원가만 오르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월마트에서는 이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공급자의 생산 원가는 물론 월마트 자체의 생산 원가를 줄일 수 있는 운송 과정을 공동으로 개발했다. 공급회사에 일정량을 평균 가격으로 구매하겠다는 약속도 해줬다. 이러한 월마트의 조치는 적중했다. 2009년 월마트에 납품하는 100여 개 이상의 중국 공장에 대한 감사를 시행한 비영리단체 ‘사회책임을 생각하는 비즈니스(BSR)’에 따르면 개선 방안 실행 첫해에 월마트는 5%의 에너지 절감을 달성했다.
스타벅스와 농민의 공정거래(CAFE)라는 프로그램도 좋은 사례다. 친환경 식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의식한 스타벅스는 커피 농가에 지속가능한 농업을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스타벅스가 직접 나서서 농가와 접촉한 건 아니다. 스타벅스는 전통적으로 커피 협동조합이나 식품가공업체, 수입상, 수출상 등 중간업자를 통해 커피를 사들였다. 그러므로 커피 농가를 포함해 확장 공급망 안에 들어있는 모든 이들을 이 작업에 동참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CAFE 프로그램은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 의식을 고취시키는 가이드라인을 커피 공급망 참여자 전체에 알린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커피 재배와 가공 방법은 토양과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호해야 하고, 수자원과 에너지를 보존해야 하며, 커피 노동자의 임금은 커피 재배 농가가 자리잡은 지역의 최저 임금 이상이어야 한다는 내용 등이 있다. 노동자에게 충분한 건강, 안전, 거주 환경을 제공해야 하며, 아동 노동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 조항도 있다. 농업 화학제의 사용에 대해서도 엄격한 제한이 있다. 또한 공급자들에게 스타벅스가 구매한 커피 가격 가운데 실제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의 영세 농가에 지불된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서류로 반드시 제출하도록 한다.
 
커피 공급자들은 대부분 열대우림동맹(Rainforest Alliance)과 같은 NGO나 스타벅스의 규정을 준수하는 개별 인증자들에 의해 점수를 평가받는다. 공급자가 CAFE의 인증을 받으려면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한다. 스타벅스는 인증 농가에서 일차적으로 커피 원재료를 사들인다. 우수한 등급을 받거나 등급점수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공급자에게는 일반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 스타벅스가 이들 인증 공급자에게서 구매하는 커피 콩의 비중은 2005년 25%에서 2007년 77%, 2009년 81%로 대폭 늘었다.
 
CAFE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벅스는 높은 등급을 받고자 하는 농가에 대출 및 필요한 교육도 제공한다. 스타벅스는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우수한 공급자들과 더욱 끈끈한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공급자와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덕에 스타벅스 또한 장기 조달 비용 및 공급망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 커피 농가 또한 커피 콩을 지속적으로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많은 개도국 커피 농가가 안정적인 수입을 벌어들이고, 세계 커피 가격의 급변동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자사의 공급망 네트워크 너머를 바라보라
지속가능성 문제는 어떤 특정 기업의 공급망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막중한 과제이기도 하다. 재활용 문제를 보자. 어떤 기업은 일사불란한 협력과 변화를 도모할 정도의, 규모의 공급망네트워크를 갖추지 못 했을 수도 있다. 이럴 때는 다른 기업의 공급망과 함께 협력하는 게 최선이다. 여기에는 경쟁사의 공급망도 포함된다. 다수의 공급망이 동일한 원료를 사용하고 동일한 자원을 소비하고 똑같은 위험에 직면해 있다면, 이들의 광범위한 협력은 비용을 줄이는 혁신적인 해결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심한 기획과 실천력이 필수다. 공급망 네트워크에 속한 기업은 모두 어느 정도 공통의 목표 및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면 서로의 생산 능력, 노동력, 원료 처리 등 자원을 공유해야 한다. 여기에는 별도의 법인 또는 합작회사를 세울지, 아니면 제3자에게 아웃소싱할지를 결정하는 일도 포함된다. 당연히 이러한 협력의 결과물은 전 참여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그 결과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기꺼이 다른 기업과 공유할 자세를 갖는다. 일종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1990년대 초 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비효율적인 폐기물 처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 유럽 각국은 못 쓰는 컴퓨터, 모니터, 텔레비전, 가정기기 등 각종 전자 제품을 수거했다. 이후 재활용이 가능한 물건만 최대한 추려낸 뒤 나머지는 폐기했다. 이 과정은 각국의 폐기물 관련 국영 기업들이 처리했고 그 비용은 각 제조회사가 부담했다.  
 
 경쟁회사와 손을 잡아라
자체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려우면 경쟁사와 손을 잡을 수도 있다. HP, 일렉트로룩스, 소니, 브라운 등 4개 회사는 유럽 재활용 플랫폼(ERP)이라는 합작 회사를 세웠다. 그 결과 이들은 재활용 및 폐기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대 35%까지 줄였다.
 
이 막대한 폐기물 처리 비용 때문에 휴렛패커드, 일렉트로룩스(Electrolux), 소니, 브라운(Braun)은 공동으로 유럽 재활용 플랫폼(ERP)이라는 합작회사를 세웠다. ERP는 2002년 12월 독립 법인으로 출범했다. 현재 11개국에서 34개 기업의 전자 제품 폐기물을 수거해서 재활용하고 있다. ERP는 유럽 전역에서 운영되고 있어 개별 국가가 폐기물을 관리하는 기존 방식보다 ‘규모의 경제’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HP의 디지털 카메라의 재활용 원가는 ERP가 운용되는 오스트리아, 독일, 스페인에서는 1∼2센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각국 국영 기업이 여전히 폐기물 수거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5개 국가에서는 최소 7센트에서 최대 1.24유로가 들었다. HP는 랩톱 컴퓨터의 수거 및 재활용 비용으로 ERP가 운용되는 3개국에서는 7∼39센트를 지불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5개국에서는 88센트∼6유로를 지불했다.
 
ERP가 활동하는 국가에서는 제조업체의 재활용 및 폐기 비용이 10∼15% 줄었다. ERP는 이들이 다루는 제품이 팔리는 전역으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애플, 델,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등도 ERP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다. 기업이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다. 따라서 기업은 아직 조직의 핵심 부서로 평가받지 못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담당 부서가 아니라 공급망을 관리하는 핵심 관리자에게 지속가능 경영 문제를 맡겨야 한다. 기업은 이 문제를 원가, 품질, 속도, 신뢰성 개선 문제만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그 과정에서 회사의 핵심 인재들이 이 문제에 관한 획기적인 돌파구를 찾아내 전체 공급망 개선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법을 취한 기업들만이 경쟁회사보다 한 걸음 앞서 나갈 수 있다. 지속가능성을 요구하는 시장의 새로운 파고(波高)를 헤치고 살아남을 기업들도 바로 이들이다.
 
번역 |박미라 mira_park@naver.com
하우 L. 리
 
하우 L. 리(haulee@ stanford.edu)는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Stanford Graduate School of Business)의 경영, 정보 및 기술의 토마 교수(Thoma Professor)로 스탠퍼드 글로벌 공급망 관리 포럼(Stanford Global Supply Chain Management Forum)을 이끌고 있다. 이 글에 등장하는 에스퀠의 이사도 맡고 있다.
  • 하우 L. 리 | -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Stanford Graduate School of Business)의 경영,정보 및 기술의 토마교수(Thoma Professor)
    - 스탠퍼드 글로벌 공급망 관리 포럼(Stanford Global Supply Chain Management Forum)을 이끔
    - 에스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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