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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takes Leaders Keep Making

CEO, 행동함정 벗어나 성공을 확장하라

로버트 H. 섀퍼 | 79호 (2011년 4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0년 9월 호에 실린 로버트 H. 섀퍼의 글 ‘Mistakes Leaders Keep Making- How to overcome deep-seated obstacles to chang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지난 50년간 CEO들과 함께 일하면서 경제·사회·사업 환경이 아찔한 속도로 빠르게 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경영진 및 전문가의 연구와 기사, 저서, 컨설팅 프로그램이 수없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조직의 변화, 특히 조직을 구성하는 인간의 변화를 방해하는 4가지 행동 유형을 간과하고 있다.
 
변화를 방해하는 4개의 함정은 불안감을 해결하기 위한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함정이 자존심을 지키고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경영진의 마음 속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인지하고 교정하는 작업은 극히 어렵다.
 
조직문화 개혁을 위해 많은 기업에 자문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수백여 개 고객사들이 4개의 함정에 반복해서 빠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필자와 동료들은 이에 대처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개발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이 자주 빠지는 함정과 이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행동함정 1  적절한 목표치를 설정하지 못한다
고위 경영진이 경영 방침상의 변화나 새로운 목표를 발표하면서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계획이나 책임자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내년에는 현금 지출을 40% 감축한다”거나 “열차 사고를 대폭 줄여야 한다”거나 “향후 2년간 주력 고객을 중산층에서 부유층으로 전환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구체적 방법이나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는 식이다. 안타깝지만 이런 식의 발표로는 구체적 성과를 이끌어낼 수 없다.
 
필자는 HBR 1974년 11-12월 호에 기고한 ‘더 나은 결과를 요구하고 얻어라(Demand Better Results-and Get Them)’라는 글에서 목표 설정 실패가 경영진의 최대 약점이라고 주장했다. 현재도 비슷한 상황이다. 필자가 지금까지 자문을 제공한 거의 모든 조직의 경영진들은 직원에게 성과를 요구할 때 구체적 목표와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 오류를 저질렀다.(‘기대치 설정을 할 때 CEO가 저지르는 7대 죄악’ 참조)
 
철광 채굴 및 제철사업을 하는 한 대기업은 최대 고객사로부터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았다. 최고경영자(CEO)는 고객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부서의 총책임자도 강하게 질책했다. 그러자 총책임자는 직원 회의를 소집했다. 직원들에게 품질 문제를 알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회의가 매달 이어졌다. 하지만 줄기찬 노력에도 가시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잘못된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그가 달성하고자 하는 구체적 목표나 명확한 계획을 제시하진 않았더라도 말이다.
 
리더들이 흔히 빠지는 실수는 또 있다. 무엇을 할지 명확하게 정의하고 나서 ‘되도록’이라는 단서를 의도치 않게 다는 일이다. 예를 들어, “아끼던 팀원들을 보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어요. 당신이 맡고 있는 분야의 매출 신장이 필요해요” 이런 식이다.
 
이런 문제는 서서히 확산된다. 고위 간부들이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성찰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실수를 그냥 넘어가면 조직은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한 유력 매체의 CEO가 간부 회의에서 재무 보고서를 흔들어대며 “읽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는 쓰레기”라고 소리지르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CEO의 반응에 CFO는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를 지켜보던 나는 CEO에게 무엇을 개선할지 명확히 설명해야 CFO가 잘못을 고칠 수 있다고 넌지시 말해줬다. 그러나 CEO는 충고를 무시했다. 신랄한 비판이 계속됐지만 재무 보고서는 결코 개선되지 않았다.
 
요구 사항을 정확히 전달하지 못하는 이유는 불안감 때문이다. 분명하게 요구 사항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는 “결재를 좀더 신속히 진행해달라”고 광범위한 지시를 내리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가 직원들이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실패처럼 보일까 두려워서 피하는 경우도 있다. 함께 일하고 골프를 치는 사람들에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괴물로 보이고 싶지 않고, 직원들이 자신의 요구를 따르는 척하다 이를 무시하고 다른 프로젝트에 우선순위를 두거나 보고를 하지 않는 식의 미묘한 반발이 자신의 권위를 손상시킬까 두려워할 수도 있다.
 
 
 행동함정 2  전사적 목표 외면을 용인
직원 관리 및 운영 책임자들은 자신이 담당한 부서의 성과를 관리하는데 최우선 순위를 두게 마련이다. 이렇게 하나의 업무에만 집중하는 중간관리자들은 조직 전체의 성과에 대한 책임을 오히려 상사에게 ‘위임’한다. 결국 최고 경영진이 중간관리자의 책임을 떠맡게 된다.
 
일례로, 인구 변화와 기술 발전으로 자사의 많은 사업부서가 존재 의미를 잃게 될 것으로 예상한 대규모 정보기술(IT) 기업의 CEO는 새로운 기업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여러 부서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를 엄선해 대응팀을 조직하려 했다. 그러자 해당 직원의 상사들이 결사 반대했다. 이들은 CEO가 걱정하는 미래 위험을 이해하지만, “지금은 당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직원들이 필요하다”고 항변했다. 일견 타당한 이유였다. CEO는 이들의 저항에 부딪혀 결국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기대치 설정을 할 때 CEO가 저지르는 7대 죄악
 
‘적절한 목표치를 설정하지 못한다’는 첫 번째 행동 함정에 빠질 때 다음의 7가지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1.너무 많은 목표를 한꺼번에 설정한다.
 
2.목표를 ‘언제’ ‘어떻게’ 달성할지 묻지 않는다.
 
3.직원들의 부담감을 우려해 대대적 개선이나 이행을 촉구하지 않는다.
 
4.주요 목표의 책임자를 정해주지 않는다.
 
5.목표를 설명하고 ‘가능하면 해보세요’라는 의미를 말미에 전달한다.
 
6.부하 직원이 자신에게 업무를 위임하는 걸 받아들인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을 해주신다면 저도 ∼을 해보겠습니다.”)
 
7.명확히 정의할 수 없거나 측정이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한다.
 
또 다른 예도 있다. 글로벌 이동통신-제조회사의 신제품 개발부서는 신속하게 제품을 개발하지 못해 경쟁기업에 뒤처지는 수모를 겪었다. 제품개발 사업부장은 각 팀이 신속히 개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기획 준비부터 설계, 디자인 및 개발, 실험실, 시장 테스트, 제조시설 준비 등에 이르는 각 단계에서 관련 부서가 일을 좀더 신속히 처리하길 요구했다. 그러나 각 부서의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곳까지 책임지고 관리할 사람은 없었다. 결국 프로젝트의 전체 결과를 신경 쓰고 확인하는 사람은 사업부장 밖에 없었다. 부서별 업무 처리 속도는 높아졌지만, 전체적 제품개발 속도는 전혀 빨라지지 않았다. 전체 업무에 대한 큰 그림을 가지고 각 부서를 긴밀히 연결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각 부서의 노력이 전체 업무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부서장이 좁은 시야(tunnel vision)를 갖는 건 어쩔 수 없다. 자신이 맡은 부서가 업무 제1순위인데다가 회사의 보상체계 또한 개별 역할과 성과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위 경영진이라면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수용해선 안 된다. 왜 부하 직원들은 자신의 일만 관리하고 CEO 혼자 이를 취합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가? 너무 많은 활동을 세세하게 관리하고 일일이 신경 쓴다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뿐이다. 그런데도 직원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한 프로젝트의 책임을 부하 직원에게 일임하는 경영진은 찾아보기 힘들다.
 
 행동함정 3  전문가 및 컨설턴트의 책임 회피에 동조
사내 전문인력 및 외부 컨설턴트에게 프로젝트를 맡기는 일이 지난 50년간 20∼40배 증가했고 이들이 수행하는 프로젝트 범위도 대폭 확장됐다. 그러나 경영진은 이들이 제시하는 낡은 계약 원칙을 아직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전문가 및 컨설턴트가 자신의 ‘상품(새로운 시스템, 조직 구조, 마케팅 계획, 직원 연수 프로그램, 기업 전략 등)’을 제공하고 이행 과정에 참여하지만 결과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이들은 프로젝트 결과로 성과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실제 개선 여부를 보여주는 측정 가능한 결과를 계약에 포함시키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전문성 제공에는 자신있지만 결과를 도출할 때까지 해당 기업과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 확신이 안 서기 때문에 책임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다. 기업 또한 거의 예외 없이 이런 조건의 계약을 수용한다. 실제 성과 개선치를 부분적으로 반영해서 컨설팅 비용을 지급하거나 자문 결과에 대해 책임지도록 하는 기업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한 알루미늄 가공업체는 압연공장 처리량 증가를 위한 자동화 제어 시스템 프로젝트를 컨설턴트에 의뢰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업그레이드에 엄청난 돈이 투자됐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컨설턴트는 실망스러운 결과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시스템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진단을 내리고 추가 투자를 제안했다. 안타깝지만 컨설턴트들이 비실용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변화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계약 내용은 전문가들에게는 안도감을 줄 것이다. 그러나 기업까지 이런 식에 동조하는 이유는 뭘까? 구체적이고 명확하며 측정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면 프로젝트 성패에 따라 경영진의 명성이 좌우될 수 있다. 이럴 경우 경영진은 자신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프로젝트 기획 및 설계, 실행 단계에서 훨씬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전문가가 프로젝트를 결정하도록 내버려두거나 컨설턴트에게 두둑한 수임료를 쥐어주고 최선의 결과가 나오기만을 바라는 편이 심리적으로 훨씬 편하다. 프로젝트가 성공하거나 상황이 개선되면 경영진은 영웅이 되고 혹시라도 실패하면 “이 문제는 전문가도 해결 못 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동함정 4  동료들이 끝없이 준비하는 동안 손 놓고 기다린다
고위 경영진이 매출 향상이나 신속한 구조 개혁, 비용 감축, 제품 개발 가속화, 기타 개선 조치를 요구할 때 통상 나오는 반응은 다음과 같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먼저 필요한 게 있습니다.” 무엇이 필요한 걸까? 직원 교육, 시장 조사, 적절한 인재 고용, 새로운 시스템 도입, 심층 면접을 위한 포커스고객그룹 구성, 식스시그마 도입, 변화 지향적 기업문화 창출 등이다.
 
현대 경영에서 성과를 개선하려면 반드시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기존 시스템과 조직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상황 개선을 시도하는 CEO는 찾아보기 힘들다. 자신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자존심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은 새로운 시스템이나 자원을 도입하지 않고는 성과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새로운 재고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재고 회전율을 높일 수 있다”고 믿으며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는 환상에 매달리는 것이다.
 
압연 공장의 작업 속도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알루미늄 기업은 바로 이 함정에 빠졌다. 주문량의 20%가 적시에 배송되지 못하면서 납품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알루미늄 제품은 고객사의 생산과정에 쓰인다. 적시 납품이야말로 기업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과제였다. 문제를 인식한 IT 담당자는 전문 컨설턴트에게 주문 추적 시스템 설치를 의뢰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6∼7개월 가량의 시간과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야 하고, 이 시스템을 설치한 후에는 실제 개선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수 개월의 시간을 또다시 낭비하는 방법이었다. 이렇다 할 대안이 없었던 최고 경영진은 주문 추적 시스템 구매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행동 함정(behavior trap)에서 벗어나기
지금까지 사례들은 필자와 동료들이 직접 목격한 것이다. 이 함정에 빠지면 생산성이 높은 조직이라도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일단 하나의 함정에 빠지면 경영진이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또 다른 함정에 계속 빠지기 때문이다.
 
절망적으로만 보일지 모르지만, 희망은 분명 있다. 함정에 빠지면 기업의 생산성은 크게 저하되지만 의지를 가지고 함정에서 빠져 나온다면 그만큼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부터 인식해야 한다(가장 어려운 일이다).
 
최근 사건들을 되짚어 보며 앞서 말한 행동 함정에 빠진 적이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그 다음에는 익숙했던 사고 반경에서 벗어나 좀더 효과적인 조치를 도입해 보고, 긍정적 결과가 나오면 이를 자신의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여기자. 고위 경영진이 문제를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만큼 효과적인 해결책도 없다. 프로그램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려면 경영진이 새로운 방식을 실험해보고 이에 따른 긍정적 결과를 직접 체험해야 한다.
 
실험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실험으로 구체적이고 확실한 혜택을 얻을 수 있다(단순한 준비 단계가 아니다). 둘째, 실패 위험이 아주 적다. 셋째, 프로젝트 범위가 명확해 새로운 방식으로 해당 결과를 도출했다는 분명하고도 논쟁의 여지가 없는 연관성이 증명돼야 한다.
 
개리 해멀(Gary Hamel)과 리사 밸리칸가스(Välikangas)는 전략 추진에서 혁신적 실험이 가진 중요성을 설명했고(HBR 2003년 9월 호, ‘위기 극복과 생존을 위한 노력(The Quest for Resilience)’ 참조), 필자와 동료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운영 개선을 위해 실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우리는 이 실험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최근에서야 깨닫기 시작했다. 실험은 경영자들을 함정에서 자유롭게 해 기업이 다양한 역량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품질 문제로 최대 고객사가 불만을 표시했던 제철회사의 사례를 다시 살펴보자. 총책임자는 ‘품질을 개선하라’는 막연한 주문을 그만두고 생산시설 운영 관리자들에게 신속히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공장을 선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처음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공장을 선택했던 관리자들은 곧 선별 작업을 통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공장 5곳을 추려냈다. 총책임자는 100일 안에 품질을 얼마나 향상시킬지 구체적 목표를 정했고,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할 책임자를 공장마다 한 명씩 임명했다. 그리고 각 부서 담당자를 차출해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책임자를 보좌하도록 했다. 프로젝트팀은 100일 동안 수행할 활동과 목표 개선율을 미리 정한 뒤, 이를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로드맵을 작성했다.
 
각 공장의 프로젝트 팀장은 “16번 생산라인 녹색 건조 분쇄기의 강도를 최소 5% 향상시킨다”거나 “허용 범위 내에서 습도가 변화하는 샘플 비중을 80%에서 90%로 증가시킨다” 등의 구체적 목표를 설정했다. 제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분명하고 측정 가능한 목표라는 사실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목표 달성에 대한 책임은 각 공장 프로젝트 팀장이 지게 됐다. 프로젝트 관리를 위해 자신의 원래 업무를 벗어나는 일을 하더라도 팀장이 전체 프로젝트를 책임진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100일 후, 5개 공장 모두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자 회사는 프로젝트를 모든 공장에 확대 적용했다. 다시 100일이 지나자 품질 문제가 가시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했고 수 개월 후에는 문제가 완전히 사라졌다. 프로젝트의 성공은 품질 총책임자의 시각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됐다. 확실한 요구 사항을 관리자에게 전달하고 프로젝트 결과를 책임지게 하면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총책임자가 몸소 경험하게 된 것이다.
 
매우 당연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우리도 당연히 그렇게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기업 현장의 대응방식을 보면 막연하게 품질 개선 프로그램을 도입했던 제철기업처럼 목표 설정과 이행이라는 운영 체제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파악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례에서 설명한 두 기업의 경우 실험이 어떤 도움을 줬는지 살펴보자.
 
혁신 가속화 신제품 개발 지연으로 고민했던 이동통신사의 경우 제품 개발 총책임자가 실험 개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15∼18개월 동안 다양한 종류의 실험을 연속해서 실시하는 방법은 ‘신속한(rapid) 추진’이나 ‘제한된(confined) 범위’라는 실험 성공 조건에 맞지 않았다. 자신의 문제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성을 느낀 제품 개발 책임자는 회사 신제품 중 하나가 공지된 납품일을 맞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줬다. 기한은 90일 뒤로 연기됐지만 이마저도 지킬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서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90일 뒤 제품 판매’를 실험 목표로 삼자고 제안했다. 약속 날짜를 어기지 못하도록 구체적 목표를 삼은 셈이다. 제품개발 책임자는 엔지니어링 및 설계, 연구소, 생산 등을 비롯한 다양한 부서에서 필요 인력을 뽑아 90일 안에 제품을 완성하기 위한 팀을 구성하고, 엔지니어를 책임자로 임명했다. 언뜻 보기에는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각 부서가 각자의 전문 영역만 파고드는 기업 문화를 감안했을 때 이는 아주 급진적인 변화였다.
 
 
한 팀을 구성한 각 부서의 직원들은 함께 계획을 수립했다. (예전에는 각 부서가 따로 계획을 세우고 나중에 다른 부서와 조율하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다.) 그리고 성과를 파악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회의를 가졌다. 프로젝트 팀은 90일이라는 기한을 성공적으로 지켰고 이동통신사는 실험을 통해 도입했던 다양한 혁신들, 다시 말해 다양한 부서에서 팀원을 차출해 협업팀을 구성하고 책임자가 제품 개발 단계마다 업무를 확인하는 업무 방식을 제도화했다.
 
생산성 향상 알루미늄 업체는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라는 컨설턴트의 제안을 뒤로 미루고 책임자와 직원들로 팀을 구성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실험팀을 조직했다. 새로운 시스템이나 장비를 도입하거나 인력을 추가 채용하지 않고 회사가 보유한 기존 자원을 잘 활용해 상황을 개선하는 게 팀의 목표였다. 프로젝트 팀은 ‘생산성 15% 개선’이라는 다소 벅찬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실제 생산성을 17% 향상시키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이 경험을 통해 알루미늄 기업은 새로운 시스템을 구매하지 않아도 현재 가용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면 상황 개선이 가능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프로젝트 결과에 고무된 경영진은 주문 추적 시스템을 설치하자는 IT 총책임자의 제안을 소신 있게 거절했다. 납품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영 부사장은 ‘시범 주간’이라는 실험을 실시했다. 납기일 한 달 전에 시범 주간을 정해 그 주에 모든 주문을 100% 출고한다는 간단하고 명확한 목표를 부여한 것이다. 성공적으로 납기일을 맞추고 난 경험을 활용해 모범 관행을 확립하려는 의도였다. 시범 주간이 정해지자 공장의 모든 직원이 이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소규모의 프로젝트 팀은 주문이 몰려드는 기간 중 용광로를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고 효과적 작업량을 계획했다. 영업팀은 납품 기한을 약속하는 절차를 간소화했다. 고위 경영진은 생산공장 가동일을 연장하고 실험 기간에 노조위원장의 협력을 요청했다. 시범 주간에 회사는 주문 물량을 100% 적시 출고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혁신들을 제도화하고 유지했다. ‘시범 주간’ 실험이 실시되고 10년간 회사의 적시 배송률은 95%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으며 98%를 상회한 적도 많다.
 
성공을 확대 적용하라
행동함정에 따른 비용은 막대하다. 하지만 심리적 불안을 해소해 주기 때문에 이 함정에 빠지기 쉽고 폐해도 크다. 이런 함정을 피하려면 뿌리 깊은 습관을 바꿀 때 느끼는 강렬한 거부감부터 극복해야 한다. 함정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극적인 변화가 가능한지 마음 속 깊이 느낀다면 거부감을 억누르는 일도 쉬워진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규모가 작고 위험이 낮은 실험을 통해 변화를 몸소 체험해야 한다.
 
성공적으로 실험을 마친 후엔 실험 결과를 확대 적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멕시코의 대표적 은행 바노르테(Banorte)는 ATM의 효율성이 개선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바노르테은행은 협업팀을 구성하고 멕시코 시티의 한 동네에 설치된 ATM 44대의 서비스를 30일 안에 개선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실험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자 바노르테은행은 프로젝트에서 시도했던 새로운 방법을 다른 지역으로 신속히 확대했다. 그 결과 20주 만에 ATM 2500대의 작동중지 시간을 40%나 감축시키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다.
 
에이버리 데니슨(Avery Dennison)은 클리블랜드 지사 3개 부서의 매출을 증가시키기 위해 총 13번의 실험을 실시했다. 경영진은 실험을 실시할 때마다 각 부서에서 팀원을 차출해 임시 협업팀을 구성했고 이들은 주문 물량을 처리하거나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 신제품 개발 가속화를 위한 제안서를 100일 내에 제출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빠듯한 기간에 공업용 접착 테이프를 가정용으로 개조해 내놓기도 했다. 다양한 실험을 2년간 시행한 에이버리 데니슨은 연간 약 1억 5000만 달러의 매출을 증대시켰다.
 
파격적 실험은 성공을 위한 자원 집중과 성공적 결과를 이끌어내는 흐름을 만든다. 신중하게 선택하고 설계한다면 실험은 거의 언제나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준다. 실험을 통해 한 번 성공을 거두고 나면 성공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CEO가 먼저 파격적 실험을 시도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번역 |우정이 woo.jungyi@gmail.com
로버트 H. 섀퍼
 
로버트 H. 섀퍼(Robert H. Schaffer)는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에 섀퍼컨설팅을 설립했다. HBR에 총 7번 글을 기고한 섀퍼는 <신속한 성과 도출! 100일 만에 포괄적 변화 역량을 구축하는 법(Rapid Results! How 100-Day Projects Build the Capacity for Large-Scale Change)>를 공동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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