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가 1954년 ‘마케팅 개념’을 처음 제안했을 때만 해도 경쟁자보다 고객 니즈를 잘 만족시키는 게 사업 성공의 원천이라는 그의 주장은 혁명에 가까운 것이었다.1
오늘날에는 상식이 된 ‘고객 만족’은 이러저러한 말들로 포장돼 있지만, 많은 경영자들은 고객과의 약속이 지속 가능한 유기적 이익 성장의 원천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그에 필요한 요소로는 고객과의 약속이 명확하고 적절할 것, 그 약속이 이행된다는 신뢰를 줄 것, 고객과의 약속이 계속 발전하고 주기적으로 익숙한 것 이상의 혁신이 있을 것, 조직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장 반응에 열려 있어서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해 줄 수 있을 것 등을 꼽는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아주 익숙한 것이어서 실제론 립서비스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많다. 사실 드러커의 개념을 실천하긴 어렵다. 고객의 니즈를 임직원의 요구 사항보다 우위에 놓는 게 쉽지 않은 데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새롭고 흥미롭기보단 지루하지만 필요한 일에 집중하는 게 그다지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듣기 좋게 다듬은 보고서가 아니라 불편한 진실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고위 경영진이 열린 태도로 조직 전체와 소통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회사의 장기적인 성과에 큰 해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 수준에 이른 회사는 거의 없다.
회사의 첫 번째 과제는 원론적인 드러커의 개념을 조직 구성원 모두가 이해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의미 있는 약속으로 바꾸는 것이다. 수십 개 회사의 사례로 볼 때, 조직이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경영진의 생각은, 사실보단 희망에 근거할 때가 많다. 하지만 아래 5개의 질문을 통해 이러한 편견을 극복하고 조직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진단할 수 있다.
1.중간 관리자가 고객과의 약속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
2.고위 경영진 모두 현재 고객과의 신뢰를 저해하는 주요 원인 세 가지를 들 수 있는가?
3.고객에게 자사의 브랜드가 최선의 선택일까? 다음 달에도 다음 해에도 그럴까?
4.지난 한 해 동안 신선한 아이디어를 채택해 익숙한 것 이상의 중대한 혁신을 가져온 일이 있는가?
5.지난 3개월간 일선 현장의 담당자들이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자사의 제품 및 서비스에서 중대한 개선점을 제안한 일이 있는가?
물론 고위 경영진이 다른 질문을 통해 자사 브랜드의 매력도와 고객 경험의 수준을 측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일 고위 경영진이 위의 5가지 질문에 모두 “예”라고 답할 수 있지 않다면, 분명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
질문 1중간관리자가 고객과의 약속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
모든 제품 및 서비스의 출발점은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명확한 약속이다. 최고경영자(CEO)들은 보통 자기 회사의 고객과의 약속이 분명하고 모든 직원들에게 내부통신망, 출판물, 비디오나 로드쇼 등을 통해 제대로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객과의 약속이 조직 전체에 받아들여졌는지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간관리자에게 그것을 설명해보라고 하는 것이다.
조직 내 모든 구성원은 고객과의 약속이 어떤 건지 알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만일 그 약속이 명백하지 않고, 고객 니즈에 부합하지 않거나 내부에서 이해되지 못했다면 영업은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이 질문은 진실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다. 만일 질문을 순화해서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명확한 약속을 가지고 있습니까? 고객뿐 아니라 조직 하부에도 그 의미를 전달했습니까?”라고 한다면 이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고객과의 약속이 조직 하부에서도 일관성 있게 유지되는지에 대한 엄연한 사실이 아닌, 고위 경영진의 희망사항에 근거한 것일 테니 말이다.
고객과의 약속 이행을 최우선으로 하도록 못박은 회사도 있다. P&G의 세제인 타이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깨끗한 빨래를 고객과의 핵심적인 약속으로 해 왔다. 1946년 출시 광고에서 이 회사는 다른 어떤 제품보다 더 깨끗한 세탁을 약속했다. 누구도 잘못 알아들을 수 없는 분명한 약속 내용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회사는 가장 깨끗하다는 자신들의 약속이 담고 있는 바를 새하얗게 빛나는 향기로운 세탁이라고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설명했다. 반면 도요타는 최고의 품질, 신뢰성, 내구성을 약속했다. 이것이 최근의 리콜 사태로 브랜드가 치명상을 입게 된 이유다.
약속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쉽고 고객이 재해석할 여지가 없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의 기대치가 달라질 위험이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철야 배송’ 이라는 말은 다음날 아침에 출근했을 때 물품이 도착해 있다는 뜻이다. 출근 시간은 사무직에게는 아침 9시로 들리겠지만, 빌딩 경비직에게 이 시간은 아침 7시가 될 수도 있다. 경영자는 구체적인 사항과 상호 전달되는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고객들이 브랜드에 거는 기대는 예외가 없다. 명확한 고객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일이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본사를 둔 할인 항공사 라이언에어는 최저가 운임의 항공서비스를 내걸고 있다. 그렇지만 고객들 다수는 그 이상을 기대한다. 고객들은 특정 산업 분야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수준의 상품과 서비스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이는 최저 가격을 표방하고 나선 기업에도 예외가 없는 법이다. 가령 은행을 찾는 고객들은 현금 인출을 목적으로 ATM을 사용하므로 현금만 제대로 인출할 수 있다면 불만이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기대가 달성되지 못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고객들의 분노를 잠재울 길이 묘연해진다. 많은 기업들이, 특히 서비스 업체들이 고객과 약속된 기본 서비스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실수를 주기적으로 저지르곤 한다. 그 결과 한 때 신뢰를 받던 기업들조차 해가 갈수록 시장 점유율을 잃게 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기업이 당면한 또 다른 난제는 직원들이 무모할 정도로 과도한 약속을 고객에게 남발하는 일이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면, 당사자를 찾아 책임을 묻고 허위 약속을 통해 고객을 유인하는 영업 자세가 암묵적으로 통용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고객과의 약속은 예외 없이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 한도 내에서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 기업의 지속적인 이익 성장은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분명하고 단순한 브랜드 약속을 고객과 잠재적 고객은 물론 조직 전체에 제대로 이해시키는 데서 출발한다. 조직의 브랜드 약속 이해도는 다름 아닌 중간관리자에게 물어서 확인할 수 있다. 만일 중간관리자들이 이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