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感의 경영에 합리성의 갑옷 입혀라

앤드루 캠벨 | 60호 (2010년 7월 Issue 1)

본능적인 직감(gut instincts)을 언제 신뢰해야 하는지 분별하는 것이야말로 경영자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그릇된 의사 결정을 분석한 결과 리더들이 판단을 내릴 때 본능적인 직감의 영향을 차단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최선의 방책은 편견이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을 파악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오랜 기간 축적한 총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생긴 직감으로 그 어떤 논리적, 의식적 고려 없이 판단을 내리고 행동한다. 운전 중 무의식 중에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옆에서 갑작스럽게 끼어드는 차를 발견했을 때를 생각해 보라. 우리는 화들짝 놀라며 무엇이 적절한 대응인지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운전대를 틀어버리게 된다.
 
좀더 여유를 갖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상황에서도 뇌는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의사결정에 관한 신경과학 분야의 최근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우리는 특정 사안의 장점에 대해 의식적으로 비교 분석해 판단하는 게 아니다. 기억을 둘러싼 감정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비교하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판단한다. 즉, 특정 사안에 대해 의식적인 ‘사고’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우리는 무언가를 이미 ‘느끼기’ 시작한다. 매우 합리적인 지성을 가진 지식인조차 ‘논리적 결함을 찾기는 어렵지만, 어쩐지 속이 편치 않은’ 무언가를 느끼는 경우가 있다.
 
혹자는 이렇게 주장하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이 우리의 무의식에 미치는 이러한 막대한 영향을 감안할 때, 리더들은 결코 그들의 직감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런 사고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직감의 영향을 막아낼 길은 도무지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직감은 우리가 특정 상황을 조명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또 우리가 무엇을 분석 대상으로 선택할지, 누구의 자문을 구하고, 누구의 의견을 상대적으로 덜 경청하게 될지 등에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특정 영역에서 보다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게 하며, 의사결정에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에 모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시 말해, 분석적이고 합리적이고자 노력하는 순간조차 직감은 어느새 우리의 의사 결정 과정에 침투해 있다.

따라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편견을 배제하고자 한다면 직감을 신뢰할 수 있는 때가 언제인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의사결정이 적절한 경험과 감정에 기초해 있다는 점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를 검증할 수 있는 네 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1.친숙도: 동일한 혹은 유사한 상황을 빈번하게 경험한 적이 있는가?
우리의 무의식은 패턴 인식(pattern recogni-tion)에 기반해 작동한다. 따라서 친숙도는 매우 중요한 잣대다. 무의식이 참고할 만한 ‘적절한’ 기억들이 충분히 축적돼 있다면, 우리의 판단은 건전할 가능성이 높다. 체스의 고수들은 단 6초 만에도 훌륭하게 말을 옮길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적절함’이다. 파국적 결과를 낳는 의사 결정의 상당수는 이후에 그릇된 것으로 판명된 경험들에 기반하고 있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몰고 올 재난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연방정부의 대응을 늦췄던 미국 국토안보부 통제센터의 매튜 브로데릭 국장의 결정이 그 대표적인 예다.
 
적절한 수준의 친숙도가 확보됐는지 여부는 특정 상황 속에 내재된 주된 불확실성을 고찰함으로써 검증할 수 있다. 즉, 건전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경험이 확보돼 있는지를 자문해 보는 데서 시작된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당시 브로데릭 국장이 직면했던 주된 불확실성은 강물이 제방을 넘쳐 흐른 적이 있는지, 뉴올리언스 사람들이 얼마나 큰 위험에 직면해 있는지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브로데릭 국장이 과거에 경험한 허리케인들은 모두 해수면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도시에서 발생했다. 그는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한 상황’이 파악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대응책을 마련했는데, 결국 이런 의사 결정은 파국적 결말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런 함정과 관련해 의사 결정 관련 심리학자인 게리 클레인 박사는 ‘사전(事前) 실패분석(premortem)’ 기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특정 프로젝트를 실패로 이끌 수 있는 원인을 사전에 파악하는 방안으로 불확실성을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밖에 일련의 불확실성을 규명해 이에 대한 판단의 기준이 될 만한 충분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지 분석해 볼 수도 있다.
 
2.피드백: 과거 사례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피드백을 확보하고 있는가?
이전의 경험이란 그에 대해 올바른 교훈을 도출했을 때만 의미가 있다. 우리의 뇌는 의사 결정시 이를 긍정적인 감정으로 분류해 건전한 판단으로 기록하게 된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피드백이 존재하지 않을 때 감정은 무의식적으로 해당 의사 결정이 옳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하게끔 한다. 객관적인 평가 결과가 아무리 그릇된 것이라도 말이다. 예를 들어, 특정 판단의 여파가 가시화하기 전에 이직을 하거나, 정보를 걸러서 전달하는 사람이 중간에 있어서 나쁜 소식을 직접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정말로 필요한 피드백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리더에게 ‘예스맨’들의 존재가 독()이 되는 게 바로 이런 이유다. 이들은 적절한 감정적인 꼬리표 형성에 매우 중대한 역할을 하는 피드백 과정을 아예 차단해버리기 때문이다.
 
3.감정의 꼬리표: 해당 사건과 비슷하거나 관련된 경험에 대한 과거의 감정이 현재의 판단을 흐리게 할 정도로 강렬하지 않은가?
모든 기억에는 감정의 꼬리표가 달려있다. 단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특정 상황이 매우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면, 이는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할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개가 사람을 물 수 있다는 걸 아는 것과 어린 시절에 개와 관련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건 매우 다르다. 전자의 경우 개들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후자라면 가장 온순한 개와 접촉했을 때에도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어떤 기업의 이사회 의장은 이전 회사 재직 시 러시아 사업을 통해 큰 손해를 본 쓰라린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새로 옮긴 회사에서 러시아 사업 확장 전략이 논의되자 크게 우려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경험이 판단을 왜곡시킬 수 있음을 인지하고, 그 상황을 이사회와 공유했다. 이후 자신을 제외한 이사회 구성원들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게 했다.
 
4.독립성: 부적절한 개인적 이해관계 혹은 애착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하는가?
예를 들어 사무실 이전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두 개의 후보 지역 중 한 곳이 개인적으로 훨씬 편리한 위치라면 의사결정자 입장에선 매우 신중해야 한다. 우리의 무의식은 당연히 개인적으로 편리한 지역 쪽으로 편향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 의사결정 사안에 대해 개인적 이해관계가 결부돼 있는 이사회 구성원이 있다면, 해당 회의에 참석하지 않도록 하거나 의결과정에서 배제하는 게 표준 관례다. ‘칠면조는 크리스마스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는다(Turkeys will not vote for Christmas)’라는 속담이 시사하는 것처럼 말이다.
 
유사한 논리를 개인적인 애착에도 적용할 수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한 교수가 기업의 감사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받은 전문 교육이 객관적인 감사의견을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됐는지를 물었다. 놀랍게도 이들은 회사와의 관계가 좋고 나쁨을 떠나서 사실은 그 정반대임을 보여줬다.
 
지금까지 설명한 네 가지 잣대에 비춰 특정 상황이 하나라도 그 기준에 충족되지 못한다면, 의사 결정 프로세스는 강화돼야 한다. 그릇된 결과가 초래할 수 있는 리스크를 경감시키는 방안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배구조(governance)의 강화 △경험과 데이터의 추가 축적 △대화와 도전 등 세 가지 방안을 실행할 수 있다. 지배구조의 경우 특정 판단을 뒤집을 수 있을 만큼의 권위를 지닌 보스의 형태로 강화하는 게 가장 안전한 방안이다. 그러나 강력한 지배구조는 구축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유지하는 데도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미국의 상원 혹은 전형적인 기업의 이사회를 생각해 보라). 따라서 경험이나 데이터를 추가로 축적하고 대화를 많이 하거나 도전 기회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게 비용적인 측면에서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GE의 회장이었던 잭 웰치는 인터넷의 활용 방안에 대해 매우 어려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것임을 간파했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편견에 대한 해결책으로 경험을 확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즉, 자신보다 25세나 젊은 인물을 개인적인 인터넷 고문으로 전격 영입했고, 다른 경영진에게도 이런 방법을 권장했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기업을 인수할 때 생기는 편견을 해결하려면 도전 받는 기회를 더욱 많이 가지라고 조언한다. 그는 기업이 인수가격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려고 할 때마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만 보상 받을 수 있는 이른바 ‘반대파 고문(adviser against deal)’을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전 실패분석은 불확실성 요인을 가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배제하는 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추가적인 데이터는 가정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이를 검증하는 데는 도움이 되나 강력한 정서적인 경험의 영향을 받고 있는 의사결정자에겐 별 소용이 없다. 따라서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본능적인 직감으로 인해 실패할 수 있는 원인은 무엇이며, 각 상황에 대한 최선의 방어책은 무엇인지 미리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직감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단, 언제 직관에 의존하고 언제 그 영향을 배제시켜야 할지는 반드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편집자 주 이 글은 <맥킨지 쿼털리> 5월호에 실린 ‘How to Test Your Decision-making Instinct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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