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감정의 꼬리표: 해당 사건과 비슷하거나 관련된 경험에 대한 과거의 감정이 현재의 판단을 흐리게 할 정도로 강렬하지 않은가?
모든 기억에는 감정의 꼬리표가 달려있다. 단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특정 상황이 매우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면, 이는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할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개가 사람을 물 수 있다는 걸 아는 것과 어린 시절에 개와 관련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건 매우 다르다. 전자의 경우 개들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후자라면 가장 온순한 개와 접촉했을 때에도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어떤 기업의 이사회 의장은 이전 회사 재직 시 러시아 사업을 통해 큰 손해를 본 쓰라린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새로 옮긴 회사에서 러시아 사업 확장 전략이 논의되자 크게 우려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경험이 판단을 왜곡시킬 수 있음을 인지하고, 그 상황을 이사회와 공유했다. 이후 자신을 제외한 이사회 구성원들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게 했다.
4.독립성: 부적절한 개인적 이해관계 혹은 애착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하는가?
예를 들어 사무실 이전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두 개의 후보 지역 중 한 곳이 개인적으로 훨씬 편리한 위치라면 의사결정자 입장에선 매우 신중해야 한다. 우리의 무의식은 당연히 개인적으로 편리한 지역 쪽으로 편향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 의사결정 사안에 대해 개인적 이해관계가 결부돼 있는 이사회 구성원이 있다면, 해당 회의에 참석하지 않도록 하거나 의결과정에서 배제하는 게 표준 관례다. ‘칠면조는 크리스마스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는다(Turkeys will not vote for Christmas)’라는 속담이 시사하는 것처럼 말이다.
유사한 논리를 개인적인 애착에도 적용할 수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한 교수가 기업의 감사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받은 전문 교육이 객관적인 감사의견을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됐는지를 물었다. 놀랍게도 이들은 회사와의 관계가 좋고 나쁨을 떠나서 사실은 그 정반대임을 보여줬다.
지금까지 설명한 네 가지 잣대에 비춰 특정 상황이 하나라도 그 기준에 충족되지 못한다면, 의사 결정 프로세스는 강화돼야 한다. 그릇된 결과가 초래할 수 있는 리스크를 경감시키는 방안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배구조(governance)의 강화 △경험과 데이터의 추가 축적 △대화와 도전 등 세 가지 방안을 실행할 수 있다. 지배구조의 경우 특정 판단을 뒤집을 수 있을 만큼의 권위를 지닌 보스의 형태로 강화하는 게 가장 안전한 방안이다. 그러나 강력한 지배구조는 구축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유지하는 데도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미국의 상원 혹은 전형적인 기업의 이사회를 생각해 보라). 따라서 경험이나 데이터를 추가로 축적하고 대화를 많이 하거나 도전 기회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게 비용적인 측면에서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GE의 회장이었던 잭 웰치는 인터넷의 활용 방안에 대해 매우 어려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것임을 간파했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편견에 대한 해결책으로 경험을 확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즉, 자신보다 25세나 젊은 인물을 개인적인 인터넷 고문으로 전격 영입했고, 다른 경영진에게도 이런 방법을 권장했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기업을 인수할 때 생기는 편견을 해결하려면 도전 받는 기회를 더욱 많이 가지라고 조언한다. 그는 기업이 인수가격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려고 할 때마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만 보상 받을 수 있는 이른바 ‘반대파 고문(adviser against deal)’을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전 실패분석은 불확실성 요인을 가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배제하는 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추가적인 데이터는 가정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이를 검증하는 데는 도움이 되나 강력한 정서적인 경험의 영향을 받고 있는 의사결정자에겐 별 소용이 없다. 따라서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본능적인 직감으로 인해 실패할 수 있는 원인은 무엇이며, 각 상황에 대한 최선의 방어책은 무엇인지 미리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직감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단, 언제 직관에 의존하고 언제 그 영향을 배제시켜야 할지는 반드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편집자 주 이 글은 <맥킨지 쿼털리> 5월호에 실린 ‘How to Test Your Decision-making Instinct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