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을 위하여…” 진심이십니까?

60호 (2010년 7월 Issue 1)

피터 드러커가 1954년 ‘마케팅 개념’을 처음 제안했을 때만 해도 경쟁자보다 고객 니즈를 잘 만족시키는 게 사업 성공의 원천이라는 그의 주장은 혁명에 가까운 것이었다.1  오늘날에는 상식이 된 ‘고객 만족’은 이러저러한 말들로 포장돼 있지만, 많은 경영자들은 고객과의 약속이 지속 가능한 유기적 이익 성장의 원천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그에 필요한 요소로는 고객과의 약속이 명확하고 적절할 것, 그 약속이 이행된다는 신뢰를 줄 것, 고객과의 약속이 계속 발전하고 주기적으로 익숙한 것 이상의 혁신이 있을 것, 조직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장 반응에 열려 있어서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해 줄 수 있을 것 등을 꼽는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아주 익숙한 것이어서 실제론 립서비스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많다. 사실 드러커의 개념을 실천하긴 어렵다. 고객의 니즈를 임직원의 요구 사항보다 우위에 놓는 게 쉽지 않은 데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새롭고 흥미롭기보단 지루하지만 필요한 일에 집중하는 게 그다지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듣기 좋게 다듬은 보고서가 아니라 불편한 진실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고위 경영진이 열린 태도로 조직 전체와 소통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회사의 장기적인 성과에 큰 해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 수준에 이른 회사는 거의 없다.
 
회사의 첫 번째 과제는 원론적인 드러커의 개념을 조직 구성원 모두가 이해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의미 있는 약속으로 바꾸는 것이다. 수십 개 회사의 사례로 볼 때, 조직이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경영진의 생각은, 사실보단 희망에 근거할 때가 많다. 하지만 아래 5개의 질문을 통해 이러한 편견을 극복하고 조직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진단할 수 있다.
 
1.중간 관리자가 고객과의 약속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
 
2.고위 경영진 모두 현재 고객과의 신뢰를 저해하는 주요 원인 세 가지를 들 수 있는가?
 
3.고객에게 자사의 브랜드가 최선의 선택일까? 다음 달에도 다음 해에도 그럴까?
 
4.지난 한 해 동안 신선한 아이디어를 채택해 익숙한 것 이상의 중대한 혁신을 가져온 일이 있는가?
 
5.지난 3개월간 일선 현장의 담당자들이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자사의 제품 및 서비스에서 중대한 개선점을 제안한 일이 있는가?
 
물론 고위 경영진이 다른 질문을 통해 자사 브랜드의 매력도와 고객 경험의 수준을 측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일 고위 경영진이 위의 5가지 질문에 모두 “예”라고 답할 수 있지 않다면, 분명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
 
질문 1중간관리자가 고객과의 약속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
모든 제품 및 서비스의 출발점은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명확한 약속이다. 최고경영자(CEO)들은 보통 자기 회사의 고객과의 약속이 분명하고 모든 직원들에게 내부통신망, 출판물, 비디오나 로드쇼 등을 통해 제대로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객과의 약속이 조직 전체에 받아들여졌는지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간관리자에게 그것을 설명해보라고 하는 것이다.
 
조직 내 모든 구성원은 고객과의 약속이 어떤 건지 알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만일 그 약속이 명백하지 않고, 고객 니즈에 부합하지 않거나 내부에서 이해되지 못했다면 영업은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이 질문은 진실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다. 만일 질문을 순화해서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명확한 약속을 가지고 있습니까? 고객뿐 아니라 조직 하부에도 그 의미를 전달했습니까?”라고 한다면 이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고객과의 약속이 조직 하부에서도 일관성 있게 유지되는지에 대한 엄연한 사실이 아닌, 고위 경영진의 희망사항에 근거한 것일 테니 말이다.
 
고객과의 약속 이행을 최우선으로 하도록 못박은 회사도 있다. P&G의 세제인 타이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깨끗한 빨래를 고객과의 핵심적인 약속으로 해 왔다. 1946년 출시 광고에서 이 회사는 다른 어떤 제품보다 더 깨끗한 세탁을 약속했다. 누구도 잘못 알아들을 수 없는 분명한 약속 내용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회사는 가장 깨끗하다는 자신들의 약속이 담고 있는 바를 새하얗게 빛나는 향기로운 세탁이라고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설명했다. 반면 도요타는 최고의 품질, 신뢰성, 내구성을 약속했다. 이것이 최근의 리콜 사태로 브랜드가 치명상을 입게 된 이유다.
 
약속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쉽고 고객이 재해석할 여지가 없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의 기대치가 달라질 위험이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철야 배송’ 이라는 말은 다음날 아침에 출근했을 때 물품이 도착해 있다는 뜻이다. 출근 시간은 사무직에게는 아침 9시로 들리겠지만, 빌딩 경비직에게 이 시간은 아침 7시가 될 수도 있다. 경영자는 구체적인 사항과 상호 전달되는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고객들이 브랜드에 거는 기대는 예외가 없다. 명확한 고객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일이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본사를 둔 할인 항공사 라이언에어는 최저가 운임의 항공서비스를 내걸고 있다. 그렇지만 고객들 다수는 그 이상을 기대한다. 고객들은 특정 산업 분야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수준의 상품과 서비스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이는 최저 가격을 표방하고 나선 기업에도 예외가 없는 법이다. 가령 은행을 찾는 고객들은 현금 인출을 목적으로 ATM을 사용하므로 현금만 제대로 인출할 수 있다면 불만이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기대가 달성되지 못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고객들의 분노를 잠재울 길이 묘연해진다. 많은 기업들이, 특히 서비스 업체들이 고객과 약속된 기본 서비스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실수를 주기적으로 저지르곤 한다. 그 결과 한 때 신뢰를 받던 기업들조차 해가 갈수록 시장 점유율을 잃게 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기업이 당면한 또 다른 난제는 직원들이 무모할 정도로 과도한 약속을 고객에게 남발하는 일이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면, 당사자를 찾아 책임을 묻고 허위 약속을 통해 고객을 유인하는 영업 자세가 암묵적으로 통용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고객과의 약속은 예외 없이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 한도 내에서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 기업의 지속적인 이익 성장은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분명하고 단순한 브랜드 약속을 고객과 잠재적 고객은 물론 조직 전체에 제대로 이해시키는 데서 출발한다. 조직의 브랜드 약속 이해도는 다름 아닌 중간관리자에게 물어서 확인할 수 있다. 만일 중간관리자들이 이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질문 2고위 경영진 모두 현재 고객과의 신뢰를 저해하는 주요 원인 3가지를 들 수 있는가?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켜준다는 약속을 하는 일과 실제 이 약속을 지키는 일은 별개다. 왜냐하면 나쁜 소식은 조직 상부까지 전달되기 전에 걸러지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과오를 고위 경영진이 듣지 못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쟁점화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구글, IBM, 애플, UPS, 테스코, 질레트, 아마존 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자랑하고 있는 기업에서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일 같이 막대한 투자를 아낌 없이 퍼붓고 있다. 이들 기업의 비즈니스는 모두 다르다. 그러나 모두 고객 만족이야말로 기업의 장기적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이란 점을 너무도 잘 이해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각자의 분야에서 선도적인 혁신 기업이란 점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고객 만족은 신뢰에서 빚어지는 법이다. 이러한 고객들의 신뢰가 바로 한 기업의 브랜드를 진정으로 값나가게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며 더 큰 고객 만족을 위한 혁신을 촉진하게 한다. 성공적인 혁신이야말로 한 기업의 브랜드를 더욱 강화시킨다. 이러한 강력한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이들이 제시하는 신제품과 서비스를 받아들이도록 독려한다. 심지어 그 신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처음 약속한 만큼의 만족을 즉각 제공하지 못하더라도 느긋하게 기다려주기까지 한다. 다수 기업들은 고객 만족과 기업의 위험을 각오한 혁신 및 성장 사이의 함수 관계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값비싼 브랜드를 살펴 보면 두 가지 공통점을 찾아 볼 수 있다. 해당 시장 분야에서의 소비자 인지도와 신뢰다. 인지도는 시장 참여와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가치다. 그러나 소비자의 신뢰는 오랜 기간에 걸쳐 브랜드 약속을 달성한 기업들만이 획득할 수 있다. 위대한 브랜드는 위대한 고객 경험에 기반하고 있다. 이는 다시 뛰어난 고객과의 소통으로 강화된다. 그 반대는 결코 성립할 수 없다. 지난 수년 동안 고객 경험이야말로 도요타를 성공으로 이끈 일등 공신이었다. 이는 애플 역시 마찬가지다. 애플은 대담한 신제품을 출시해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등 인지도를 높이는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와 기술 지원을 위해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고객 만족도를 조사하고 있는 기업들은 상당수에 이른다. 그러나 대개는 소비자의 긍정적인 만족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소비자의 불만족을 초래하는 원인을 찾아내서 이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소비자 불만족 요인을 찾아내는 일은 결코 쉬울 수 없다. 여기엔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이 뒤따르게 되고 잘못된 의사 결정이 무엇이었는지 재고해야 하는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개선을 위해 무엇보다도 가치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절대로 도외시할 수 없는 작업이기도 하다. 질문 1은 고객과의 약속이 조직 중간 관리자들에게 제대로 ‘하달’됐는가를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질문 2는 고객 불만족의 주요한 동인이 제대로 조직 최상부까지 ‘상달’됐는가를 알아보는 데 목적이 있다.
 
고객 불만족이 조직 내 단일 부서의 책임으로 발생하는 일은 아주 드물다.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다양한 원인이 작용해 발생하는 법이다. 가령 문제점을 인지하고 개선 가능성을 알기 전에는 아무리 최고재무책임자(CFO)라 하더라도 혼자서는 대금 청구나 채권수금 방안을 개선할 수 없다. 질문 2의 목적은 조직 내 기능 부서별로 가로막힌 높다란 소통 장벽을 무너뜨리고, 불만에 가득 찬 고객의 성난 목소리를 조직 상부로 전달하는 데 있다. 고객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다. 일선 현장 직원들이 직접 전달할 수도 있고, 시장 조사 결과나 고객들의 브랜드 전환 사례를 통해서 전달할 수도 있다. 질문 2와 관련한 기업의 과제는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든 고객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어야 하고 이것이 반드시 조직 내 의사결정권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있다. 이를 통해 경영자들이 이러한 문제점의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질문 3고객에게 자사의 브랜드가 최선의 선택일까? 다음 달에도 다음 해에도 그럴까?
적어도 경쟁사 수준으로 고객의 니즈를 구현하고 있는 브랜드 약속을 달성하고 있다고 가정할 때, 지속적인 고객의 선택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시장 상황에 변화가 찾아왔을 때도 경쟁사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문제는 현재의 마케팅 스토리에 확신을 갖고 있거나 자사 브랜드의 독특한 장점을 과신하고 있을 때, 경쟁사를 능가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는 데 있다. 그렇지만 자만에 빠지기 전에 고객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선 중립적이고 상세한 자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질문 3의 의도는 관리자들로 하여금 경쟁사들이 자사 제품에 전혀 뒤지지 않는 우수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를 고객들로부터 직접 듣게 되는 뼈아픈 상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각오해야 한다는 점을 알리는 데 있다. 더구나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선 훨씬 우수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경쟁사를 통해 등장하는 일이 늘 일어난다.
 
P&G가 처음 타이드를 시장에 내놓았을 땐 정말로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타이드가 내건 “최고로 깨끗하게 빨아드립니다”라는 브랜드 약속은 구체적일 뿐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바이기도 했다. 당연히 얼마 지나지 않아 타이드는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더욱 어려운 일은 이를 지켜나가는 지속적인 노력이었다. P&G는 시장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는 기업이다. 해가 바뀌면서, P&G는 액상 타이드, 표백 타이드, 울트라 농축 타이드, 2배 더 강해진 울트라 농축 타이드 등 끊임 없이 세탁력이 개선된 제품을 연속적으로 시장에 내 놓았다. 더 작아진 포장에 생산 및 운송 단가까지 낮추는 등 혁신을 거듭한 결과였다.
 
물론 이러한 제품 혁신을 위한 노력도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를 위해 P&G는 정량적인 고객 리서치 및 분석 기술을 방대하게 활용했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위험이 뒤따른다는 점도 명심하고 있었다. 최근 은퇴한 앨런 래플리 전 P&G 회장은 최신 분석 기법을 활용한 고객 리서치 결과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는 제품 개발팀의 직접적인 고객 접촉이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한 장본인이었다.
 
때문에 P&G는 최신 고객 리서치 분석 방법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더라도, 이를 보충하는 방법으로 고객과의 ‘감성 만남(high-touch)’을 채택했다. 즉 온라인 고객 패널이나 1대1 인터뷰를 활용해 소비자내면심리를 파악하는 ‘은유추출(metaphor elicitation)’기법 등 최신 정량 분석 방안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관리자들이 직접 나서서 고객 조사를 하도록 유도했다. 이에 따라 P&G 관리자의 70%는 고객의 자택을 직접 방문해 자사 및 경쟁사의 제품이 일상 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관리자들은 다른 누구의 눈과 귀를 빌리지 않고 직접 자신들의 눈으로 고객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점진적인 개선을 강조한다고 해서 성공적인 급격한 혁신의 가치가 그보다 덜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느 한 쪽을 강조하다간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획기적인 성공담을 좋아하기에 급격한 혁신이 가져온 성공 스토리는 주주 가치 확대나 언론에 노출되는 효과가 대단하다. 그렇지만 관리자들이 점진적인 개선으로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무시한다면 큰 실수를 범하는 꼴이다. 앞서 예를 든 P&G의 타이드의 사례만 보더라도 지난 60년간 평균 잡아 연 1회의 제품 개선을 통해 장기간에 걸친 성장과 이윤을 만들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질문 4지난 한 해 동안 신선한 아이디어를 채택해 익숙한 것 이상의 중대한 혁신을 가져온 경우가 있는가?
앞서 나온 세 가지 질문은 고위 경영진에게 조직 내 어려운 쟁점에 직면케 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질문 4는 경영진에게 회사, 산업, 기존 고객에게 익숙했던 것을 넘어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기를 촉구한다. 이를 위해선 자사는 물론 경쟁사가 현재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조차도 철저히 살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장이 이러한 새로운 아이디어에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내려줄 것인가 철저히 시험해 볼 필요도 있다. 기존의 편안하고 익숙한 세계를 벗어나 미지의 세계에 발을 옮겨 놓는 일엔 불가피하게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노력과 시도야말로 혁신을 낳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가장 성공적인 결과는 기업이 고객의 진정한 니즈를 획기적인 새로운 방법으로 만족시켜 줄 때 일어난다. 이런 결과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의 인지도는 급격하게 상승하게 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가 항공 여행 비용을 크게 낮추고, 소니가 워크맨으로 개인용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개척한 사례 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한편 혁신을 도모하는 기업에서는 균형감을 잃지 않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혁신 프로젝트에 과도하게 집착하면 지금 당장 고객이 필요로 하는 바를 놓치게 되는 수가 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혁신을 위해 기업이 노력해야 한다고 설파하는 사람들은 시장성을 미리 확실하게 파악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소비자 스스로 자신들의 니즈를 모두 완전하게 자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이를 충족시켜주는 제품이 출시돼 구매 의사가 생길지라도 이를 미리부터 기업에 대답해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들이 한 가지 놓친 점이 있다. ‘이제껏 생각해 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한 노력보단 ‘익숙함을 넘어서’는 편에 주력하는 게 낫다는 사실이다. 이는 소비자들의 경험에 기초해서 새로운 제품을 내어놓는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 스스로도 이윤이 남을지 확신할 수 없는 완전히 낯선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무모한 도박을 피하는 길이기도 하다.
 
애플은 기존 제품군을 사용자 입장에서 재해석하는 강점을 갖추고 있다. 애플은 최신 기술은 물론 자사의 이전 실패를 거울 삼아 대담하게 기능을 개선하고 사용자 편의를 증가시킬 줄 아는 기업이다. 그렇지만 애플이 제시한 변화는 한결같이 소비자에게 익숙하고 소비자들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한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에 높은 신뢰도와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아 버리는 매력적인 디자인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애플의 브랜드 약속은 최신 기술을 소비자가 활용하기 쉽게 만들어 폭넓은 시장을 구축하는 데 기초하고 있다. 애플은 IT 괴짜들이나 열을 올리는 첨단 기능에 절대로 집착하지 않는다.
 
애플은 혁신적인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결코 IT 기술 개척에 목숨 걸고 나서지 않는다. 애플 초기의 맥은 과감한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GUI)를 채택해 사랑받았다. 그렇지만 맥보다 앞서 GUI를 채택한 PC는 이미 시장에 존재하고 있었다. 아이팟역시 무수히 많은 MP3 플레이어가 이미 시장에 출시된 이후에 등장했다. 물론 아이튠즈역시 최초의 온라인 음악 장터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 시장에 이어 최근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까지 석권한 것은 다름 아닌 애플이었다. 애플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애플이 최초로 개발했는지, 그 기술이 획기적인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것보다 조금 더 발전된 것인지는 전혀 관심이 없다. 고객들은 오로지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바를 만족시켜 준다는 이유로 애플 제품을 선택했을 뿐이다. 애플이 시장에 내놓는 제품들은 탁월한 디자인과 우수한 사용자 편의성 및 기술적 안정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거기에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애플의 최신 역작 아이패드 역시 앞서의 성공을 이어갈지 아직은 모르는 일이다. 그렇지만 과거에 비춰봤을 때 두 가지가 예상된다. 첫째는 애플이 경쟁사보다 과감하게 신모델을 앞서서 내보일 것이라는 점, 둘째는 다른 태블릿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애플과의 경쟁을 위해 사용자 편의성과 고객 매력 요인을 개선해야만 할 것이라는 점이다.
 
구글이 검색 엔진 시장을 석권한 사례도 이와 유사하다. 지난 1998년 9월 구글이 최초로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검색 엔진 시장은 알타비스타에 의해 주도되고 있었다. 알타비스타는 당시 검색 서비스 사업에서 만족하지 못한 채 이윤성이 더 높아 보이는 서비스를 추가하고자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구글은 알타비스타와 달리 검색엔진에서의 사용자 경험과 검색 비즈니스를 광고 매출의 핵심 요소로 착안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움켜쥐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구글은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의 효율적인 검색 결과를 유료 광고와 분리된 단순하고 깔끔한 페이지에 담아 제공함으로써 단시일내에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애플과 마찬가지로 구글의 서비스 상품이 시장에서 최초인지, 아니면 기존 서비스와 차이가 있는지는 의미가 없었다. 다만 구글의 서비스가 효율적이고 사용하기 편리했다는 점이 중요했다.
 
현재 성공적인 체제 완비로 시장 점유율 1위를 구가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해도 결코 안주할 여유가 없다. 당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의하고자 하는 경쟁자는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내부에서부터 도전 정신을 갖고 혁신적인 기회 창출을 모색하는 강인한 기업 체질을 확립해야 한다. 애플의 iPhone에 보기 좋게 허를 찔린 노키아는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에서 잃어버린 인지도를 만회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에 대한 모바일 접속 비즈니스를 향해 새로이 체제 정비에 나서고 있을 정도다.
 
질문 5지난 3개월간 일선 현장의 담당자들이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자사의 제품 및 서비스에서 중대한 개선점을 제안한 일이 있는가?
드러커는 마케팅 개념을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선 조직 전체의 지지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경영진들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계 없이 실제 고객 경험에 대한 정보와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의 개선안 및 내부 프로세스에 대한 개선 아이디어가 가감 없이 그대로 전달돼야 한다. 조직 내에 이러한 문화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를 가장 잘 알려주는 시금석은 매일 현장에서 소비자와 접촉하는 직원들이 CEO나 고위 경영진에게 개선안 또는 ‘받아들이기 불편한 진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가를 살펴보면 된다.
경영진들은 흔히 자신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나 제안을 늘 열린 자세로 환영한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그간의 경험이나 각종 리서치 결과에 의하면, 일반 직원들은 상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상사에 대해 솔직한 태도로 의견을 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2  솔직하지 못한 태도는 조직 전체를 서서히 망가뜨리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 일선 직원들이 현장 정보를 숨기거나 이를 제대로 상사에게 전달하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의사결정권을 가진 조직 상부에서는 이러한 왜곡된 고객 경험에 기반해 조직의 우선 순위 과제와 조직의 자원 분배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조직 내에 두려움과 ‘아니오’가 만연해 있을 때조차 대개는 이러한 현실을 자각하기 못한 채 그냥 지나칠 때가 많다. 25개국 100여 개 기업의 임원 180명에게 동료들이 고객 불만, 시장 조사, 비즈니스 개발에 대한 부정적인 시장의 반응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3  조사 결과, 응답자의 20∼30%는 동료들이 “사실대로 털어놓는 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우리는 평가 및 리더십 개발 컨설팅 업체인 PDI 측이 갖고 있는 미국 업계 전체 기업 간부 4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동료들과 부하직원들의 눈엔 경영진들이 열린 태도를 갖추지 못했거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주는 데 인색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었다.4  이는 경영진 스스로 생각하는 것과는 상반된 결과였다.
 
이러한 인식 차이를 설명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대부분의 상사-부하 직원 관계에서 상사들은 스스로의 열린 태도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부하 직원들에게 상사 앞에서 진실을 전달하는 일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지를 과소평가하곤 한다. 심지어 비교적 열린 태도를 가진 경영진들조차 종종 화제를 바꾸거나 대꾸를 생략함으로써 불쾌한 소식은 듣고 싶지 않다는 신호를 암묵적으로 내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바로 이러한 이유로 부하 직원들이 안 좋은 소식을 상부에 전달하는 일을 기피하게 된다. 그리고 조직 내 이러한 문제가 있어도 대개는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나쁜 소식은 물론 유용한 정보의 흐름조차도 차단된다. 더 나아가 행여나 비판으로 받아들여질까 우려해 개선안과 같은 생산적인 아이디어조차 적극 제시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조장될 수도 있다.
 
훌륭한 기업들은 모두 열린 태도를 지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세릴 샌드버그는 과거 구글에서 자동 광고 시스템을 지휘한 바 있다. 당시 샌드버그의 실수로 구글은 수백만 달러의 손해를 봤다. (샌드버그 자신도 “최악의 결정이었으며 너무 빨리 행동에 옮겼고 책임자가 없어서 돈만 낭비했다”고 실패를 인정했다.) 샌드버그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자마자 이를 구글 창업자인 CEO 래리 페이지에게 알리면서 자신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털어놓았다. 페이지는 샌드버그의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기쁘군요… 전 우리 회사가 너무 조심스러워서 아예 움직이지 않는 조직이 아니라, 너무나 빨리, 그리고 너무나 많은 일들을 행동에 옮기는 조직이 됐으면 합니다. 이런 실수가 나온다는 것은 우리가 위험에 도전하고 이를 감수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니까요.”5  고위 경영진은 예외 없이 직원들이 위험에 도전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백만 달러 급 실수를 저질러도 CEO가 괜찮다며 어깨를 다독여주는 모습 정도는 보여줘야 비로소 직원들은 진짜로 그 말을 믿기 시작하는 법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GM의 전() 직원들은 고위 경영진들이 시장의 현실로부터 동떨어져 있었다고 말한다. 1990년대 GM의 부사장을 지낸 한 전직 임원은 품질 문제를 다룬 보고서가 조직 상부로 올라가면서 얼마나 편집되고 조작됐는지 상부에선 품질 문제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게 될 정도였다고 한다. 자신들이 읽은 보고서는 물론이거니와 고위 경영진들 스스로도 조직 내 의사 소통에 대해 전혀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경기가 살아나면서 많은 기업들이 비용 절감에서 벗어나 야심 차게 장기적인 매출 및 이익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이러한 대담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반영하는 고객과의 분명한 약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드러커의 마케팅 개념을 말과 행동으로 동시에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조직 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물론 앞서 다룬 갖가지 이유로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당신의 조직이 처한 진실을 발견하고 필요한 개선 노력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앞서의 5가지 질문을 제안하는 바이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이익을 확대해가기 위해선 해야 할 과제를 찾아내는 일과 실제로 이를 실천에 옮기는 일의 간격을 좁혀야 한다. 전자는 비교적 쉬운 작업이지만 후자는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신적인 품질 관리 이론을 제시한 에드워즈 데밍 박사는 “우리는 신을 믿는다. 그러나 신 이외에는 누구라도 데이터로 근거를 대야 한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두려운 질문을 던질 줄 알고 그 대답이 무엇이든 간에 들을 자세가 된 사람들에겐 숨겨진 가능성을 활용할 잠재력이 막대하다고 하겠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SMR) 2010년 3월호에 실린 ‘Is Your Company As Customer-Focused As You Think?’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18호 Dynamic Workspaces 2021년 04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