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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새로운 세대를 위한 팀 리더십

팀 전체가 리더가 되는 ‘WE-리더십’
역할과 함께 책임 공유도 강화해야

정명호 | 286호 (2019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우리는 그동안 조직을 이끄는 리더 한 사람에 주목하고, 그의 리더십을 칭송해왔다. 그러나 경영 환경이 불확실하고 복잡해지면서 한 명의 리더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졌다. 이 같은 환경에서 최근 주목받는 것이 ‘팀 리더십’이다. 팀 리더십은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I-리더십’을, 팀 전체가 리더가 되는 ‘WE-리더십’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팀 리더십은 리더십의 주요 기능과 역할이 팀원들에게 효과적으로 분산되는 것을 말한다. 이를 기반으로 조직 구성원들이 공동의 실행 목표를 향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어려운 업무를 수행해 나간다. 이때 리더십 역할의 공유는 일방적인 배분이 아니라 팀원들의 자발적인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 잘못이 발생했을 때는 책임의 공유를 강화하는 제도도 뒷받침돼야 한다.


2010년 8월5일 칠레 북부 산호세에 위치한 구리광산에서 사고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광부들이 지하 700m에 매몰됐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지하 갱도를 탐지하던 중 사고 17일 만에 광부들이 전원 생존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후 칠레 정부와 구조대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무려 69일이 지난 10월13일 매몰 광부 33명이 전원 무사히 구조됐다.



기적 같은 구조가 성공한 후 사람들은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의 뛰어난 리더십을 칭송했다. 실제로 매몰 초기에 작업반장 우르수아는 생존에 필요한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 생사가 불투명했던 17일 동안 매일 일정표를 짜고 48시간마다 쿠키 반쪽, 참치 통조림 두 숟가락, 우유 반 컵 등의 식량을 배급했다. 또 극한적 상황에 처한 광부들이 서로 다투고 주먹다짐까지 했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고 의견을 통합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칠레 광산의 기적은 사실 우르수아 한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각자 다른 역량을 가진 광부들이 주도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이를 통합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간호사 교육을 받았던 광부는 건강 관리를 담당하고, 엘비스 프레슬리 흉내를 잘 내는 광부는 오락을 담당하고, 기록 담당 광부는 매일 광부들의 상태와 일상을 기록하는 등 각자 정해진 임무를 수행했다. 점심식사 후에는 전체 회의를 통해 각자가 가진 정보를 교환했다. 또한 최고령자였던 마리오 고메스는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던 자신의 생존 경험을 들려주고 동료들과 함께 기도하면서 반드시 구조될 수 있다는 확신을 불어넣었다.

실제로 리더 역할을 했던 작업반장 우르수아는 맨 마지막에 구조되면서 동료들이 남다른 자질과 품성을 가진 멋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구조 당시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그를 캡틴(대장)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사실은 33인의 캡틴이 있었기에 기적이 가능했다. 작업반장 우르수아, 항상 활기차고 상황 대처능력이 뛰어났던 부작업반장 플로렌시오 아발로스, 구조 임무를 이끈 구조대장 마누엘 곤잘레스 등 위기를 함께 헤쳐 나온 인물 모두가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

2019년 6월 U-20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 선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대표팀의 최연소 막내였지만 나이가 더 많은 형을 독려하고 격려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특히, 경기마다 중요한 순간에 선배 선수들의 얼굴을 감싸 쥐고 격려하는 장면은 마치 감독이나 코치처럼 보였다.

여기서 더 중요한 점은 팀 막내의 리더십 발휘를 흔쾌히 받아들인 다른 선수들에게 있다. 이강인 선수의 이러한 리더십 발휘를 모든 선수가 흔쾌히 인정하고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U-20 대표팀에는 출중한 감독과 코치, 팀 주장 같은 공식적 리더도 있었지만 팀 전체가 리더의 역할과 책임을 나누어 가지면서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떤 팀이나 조직의 뛰어난 성과를 보면 항상 리더 한 사람에게 주목하고, 그 사람의 특별한 리더십을 칭송한다. 하지만 위의 두 사례는 모두 공식적 리더 한 사람이 아닌 팀 전체가 리더가 돼 어려운 성과를 이뤄냈음을 잘 보여준다. 이렇게 팀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례 모두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스포츠 경기였고, 언제든 2차 붕괴가 이어지질 수 있는 지하 700m의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경영 환경은 어떠한가? 모두 주지하다시피 변덕스럽고,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애매하다. 오늘날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다양한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형태를 갖고 있다. 경영 환경이 다양한 고객과 다양한 솔루션 공급자(solution provider)를 연결하는 다면시장 형태로 이뤄져 있는 것이다. 모바일 메신저로 출발한 카카오가 플랫폼을 기반으로 쇼핑, 금융 결제, 모빌리티 등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아무리 통찰력이 뛰어난 리더라도 정확한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행해 다면 시장 전체를 관리해 나갈 수가 없다. 플랫폼 자체가 많은 불확실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일부 산업에서 제한적으로 시도되던 협업(collaboration)이 전통적인 제조업은 물론 의료와 공공 서비스 부문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리더들은 정상적인 업무 과정에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파트너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한 사업 부문에서 오랫동안 축적된 지식과 경험, 리더십 역량이 별로 쓸모가 없는 낯선 환경에 처하게 된 것이다.

조직 내부적으로는 대부분의 조직이 수평적 팀 구조로 운영되면서 직급의 중요성이 감소하고, 과거에 비해 구성원의 업무 역량과 주도성이 향상되고 있다. 이제 리더의 정확한 업무지시보다는 직원들의 대응 능력과 적극적인 변화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업무 담당자가 자신의 동기, 역량, 강점에 맞춰서 직무를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직무재창조(job crafting)가 주목받고 있고, 리더-직원의 수직적 관계와 함께 직원 간 수평적 관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구글은 ‘OKRs(Objectives and Key Results)’라는 목표관리를 도입하면서 모든 직원이 다른 직원들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투명하게 알고 서로 피드백과 지원을 주고 있다(정명호, 2019).

이러한 상황 변화에 따라 최근 학계와 실무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리더십의 조류가 ‘팀 리더십(team leadership)’이다. 팀 리더십은 한마디로 불완전한 리더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I-리더십’을 팀 전체가 리더가 되는 ‘WE-리더십’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1 사실 이러한 흐름에는 공유 리더십(shared leadership), 분산적 리더십(distributed leadership), 네트워크 리더십(network leadership), 관계적 리더십(relational leadership) 등 매우 다양한 개념이 포함돼 있다. 이 글에서는 팀 리더십의 핵심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고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팀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팀 리더십은 팀 자체가 리더가 되는(team as a leader) 집단적 현상을 말한다. 그 핵심 내용은 팀원들의 자발적인 리더십 발휘와 리더-팀원 간, 팀원 상호 간 자유로운 지식과 정보의 교류다. 먼저 팀 리더십의 특성을 몇 가지 측면으로 나눠 살펴보겠다.

첫째, 팀 리더십은 공유된 리더십이다. 리더가 행사하는 리더십의 주요 기능을 팀원들이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목표 수립, 업무 조정, 피드백 제공, 몰입 확보, 팀워크 구축 같은 여러 역할을 반드시 한 사람의 리더가 수행할 필요는 없다. 리더십의 본질은 영향력(influence)이기 때문에 팀 리더십의 핵심은 영향력이 한 사람으로부터, 일방향으로 행사되는 것이 아니라 리더를 포함한 팀원 모두가 상호 영향력(mutual influence)을 행사하고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둘째, 팀 리더십은 분산된 리더십이다. 리더십의 주요 기능과 역할이 팀원들에게 효과적으로 분산돼 있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팀원들이 특정 리더십 기능을 행사하기 위한 지식과 역량을 보유해야 한다. 그리고 각자가 보유한 리더십 역량과 지식이 서로 달라야 하고, 누가 어떤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Carson, Tesluk, & Marrone, 2007). 그렇지 않다면 리더십 행사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다툼과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민첩성(agility) 조직 모델이 시작된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의 전사적 개발 프로젝트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에 공식 리더는 있겠지만 각 파트를 담당하는 전문가가 개발 단계에 따라 전체 팀의 실질적 리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 전체 프로젝트의 공식 리더는 주로 코치 역할을 하고 실제 업무를 이끄는 것은 직급에 상관없이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일반 팀원이 담당할 수 있다. 의료기관의 원스톱 진료센터의 경우에도 상황에 따라 각 진료과에 리더십이 분산되거나 여러 소규모 팀이 동시에 리더십을 행사하기도 한다(Yammarino et al., 2012).

셋째, 팀 리더십은 네트워크에 기반한다. 팀 리더십의 성패는 결국 리더와 팀원, 그리고 팀원 상호 간에 정보와 전문 지식이 효과적으로 교환될 수 있는가, 공식 리더가 그러한 조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십 역량과 기능을 보유한 팀원들이 업무 관계 이외의 비공식적 네트워크를 통해 효과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한다(Carter & Dechurch, 2012).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면 지식과 정보를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 특정한 리더십 역할을 발휘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여러 팀이 전사적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 경우 팀 경계를 뛰어넘는 이러한 네트워크 기반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는 구글과 같은 혁신 기업이 양질의 식사와 스낵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최고 수준의 직원 존중과 창의성 촉진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이 소속이 다른 팀원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기능도 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구글에서 간단한 스낵을 먹을 수 있는 마이크로키친(microkitchen)은 항상 서로 다른 팀의 경계지역에 두고 있다(Bock, 2015). 여기서 소속이 다른 팀원들이 간단한 요기를 하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조직의 실핏줄이 되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장차 전사 규모의 큰 프로젝트가 생길 때 팀 리더십을 촉진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팀 리더십은 ‘연결(connection)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2. 팀 리더십이 실행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도입부에서 살펴봤던 U-20 월드컵에서 선후배 간 위계의식이 강한 국내 축구팀에서 ‘막내 형’ 이강인과 같은 새로운 리더십 현상이 나타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 요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환경의 불확실성이다. 월드컵과 같은 큰 규모의 국제대회에 출전 경험이 별로 없는 젊은 선수들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국제 경험이 많은 이강인 선수의 주도성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였다. 만약 익숙한 국내 리그였다면 이강인 선수의 행동에 대해 너무 나선다, 예의가 없다는 식의 반응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둘째, 목표가 명확하게 공유됐다. 스포츠 경기는 어떤 팀이든 ‘게임에서 이겨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분명하다. 셋째,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마도 책임의 공유(shared responsibility)일 것이다. 축구팀에서는 제아무리 스타플레이어라도 혼자서 득점할 수 없다. 동료의 패스와 크로스 등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기고 지는 것은 팀이지 개인이 아니다. 어떤 경기에서 우연히 혼자 득점을 다 한 선수도 경기 후에 ‘우리가 이겼다’고 하지 ‘내가 이겼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겨야 할 이유가 너무나 분명하고, 승패는 모두의 책임이기 때문에 나이 어린 선수라도 역량이 뛰어나다면 충분히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팀 리더십의 성패는 이렇게 리더와 구성원, 그리고 구성원 상호 간에 목표가 공유되고 지식과 정보가 활발하게 교환되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팀 리더십이 실행되면 공식 리더, 지정된 리더가 필요 없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오해다. 오히려 공식 리더는 다음 두 가지 중요한 역할을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한다.

첫째, 팀 목표에 대한 몰입(commitment) 확보다. 팀 리더십을 위해서는 당연히 구성원들이 개인 중심적 사고를 버리고 집단적 정체성(collective identity)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팀 리더십은 주로 여러 팀의 공동 프로젝트, 새로운 파트너와의 협업, 각자 전문 진료과목이 다른 의료진의 협진 같은 낯선 상황에서 시도되기 때문에 공식 리더가 팀원 전체를 장악하기가 어렵고, 최종 목표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실제 대부분의 팀 리더십 상황은 업무 일정이 타이트하고, 추상적인 목표만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식 리더는 팀장을 맡으면 즉시 업무와 역할을 나누고 업무수행에 돌입하려 한다. 그러나 복수의 구성원이 각자 리더 역할을 하고, 책임을 공유하려면 모두가 가치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진짜 목적에 대한 공감과 몰입이 필요하다. 그래서 공식 리더는 구성원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강력한 실행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이 실행 목표가 팀 리더십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야 하고, 단순하고 구체적이어야 하며, 구성원의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1961년 유리 가가린(Yuri Gagarin)이 최초의 유인 우주 비행에 성공함으로써 구소련은 우주 경쟁에서 미국을 앞섰다는 것을 입증했다. 충격적인 뉴스를 접한 미국은 어떻게 하면 우주 개발 경쟁에서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을지 고심했다. 그러나 ‘우주 경쟁에서 우위에 선다’는 것은 매우 추상적이고 모호한 목표였기 때문에 그 실행 방법을 둘러싸고 각계의 논란과 다툼이 벌어졌다. 이때 케네디 대통령은 “60년대가 가기 전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고, 다시 지구로 무사히 데려오겠다”는 실행 목표를 발표했다. 사실 유인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키는 것은 당시 우주탐사 경쟁에서 여러 가지 기술적인 가능성 중의 하나였을 뿐이고 최소한 40만 명이 협력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목표였다. 그러나 케네디는 ‘인간을 달에 보내고 다시 데려온다’라는 어린아이라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실행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강력한 몰입을 유도했다. 이렇게 구체적인 실행 목표가 결정되자 모든 후속 의사결정이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맞춰짐으로써 마침내 최초의 달 착륙과 귀환이라는 어려운 목표를 완수할 수 있었다(Hansen, 2009). 결론적으로 케네디가 제시했던 목표는 논란의 여지 없이 단순하고 매우 구체적이었으며, 인간을 달에 보낸다는 가슴 뛰는 목표로 구성원의 열정과 몰입을 불러일으켰다. 팀 리더십 역시 이러한 목표 몰입을 확보함으로써 각 구성원이 성공을 재정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둘째, 팀 리더십은 1인 리더로부터 다수의 구성원으로 권력이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리더십 행사에 필요한 전문성과 역량을 갖고 있더라도 공식 리더가 충분한 수준의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실행되기 어렵다. 최근 여러 언론에서 보도됐던 아래 두 사진을 살펴보자. [그림 1]의 왼쪽 사진은 지난 10월26일 IS 지도자 알 바그다디 공격 작전을 지켜보는 백악관 상황실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2011년 5월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됐던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장면을 지켜보는 백악관 상황실의 사진이다. 같은 상황이지만 한눈에 무엇이 다른가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 지휘관을 옆에 거느리고 테이블 중앙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상황실 한구석에서 평상복 차림으로 사살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테이블 중앙에는 작전 지휘관이 앉아서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 물론 최종 의사결정은 대통령이 내리겠지만 긴박한 작전 상황에서 즉시 지시를 내리고 필요한 리더십을 발휘할 사령관이 가장 중요한 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그의 리더십 발휘를 인정하고 따르는 것이 팀 리더십의 기본 전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공식 리더의 과감한 임파워먼트가 필요하다.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실은 우리에게 익숙한 1인 리더십, 수직적 리더십을 상징하고, 오바마 대통령의 상황실은 팀 리더십의 개념을 상징한다고 비유할 수 있다.



물론 높은 수준의 임파워먼트가 이뤄지기 위한 핵심적인 선행 조건은 전문가주의(professionalism)의 확립이다. 팀 리더십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중요한 정보와 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구성원에게 리더십을 발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혼란과 충돌을 야기하고 비효율과 저성과를 낳을 뿐이다. 따라서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인사 시스템과 제도가 선행되거나 병행돼야 한다.

또한 팀 리더십은 조직 전체 수준에서 지식과 정보가 자유롭게 교환될 수 있는 조건을 얼마나 잘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것은 결국 조직 민주주의의 확립을 의미한다. 최근 국내에도 구글의 TGIF, 카카오의 T500과 같은 구성원과의 직접 소통 채널이 많이 소개됐는데 그 핵심은 정보의 투명한 공개, 구성원의 직접 참여 기회의 확대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구글이 중국 정부의 검열 정책에 맞춘 전용 검색 엔진 출시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구글 직원들은 회사의 이러한 조치가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자사의 경영 철학에 어긋난다며 윤리와 투명성 문제를 제기하는 청원서를 경영진에게 전달하고, 프로젝트 수행과 관련된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는 모든 정보는 ‘공개를 기본으로 한다(default to open)’는 구글의 정보 민주주의 원칙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Bock, 2015). 이렇게 일상적으로 조직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경험이 팀 리더십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팀 리더십을 실행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들이 충족되더라도 그 성공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인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팀 리더십을 촉진하는 선행요인들로 목표 공유와 팀원 간 사회적 지지, 심리적 안전, 코칭, 공유정신모형(SMM), 분산기억(TMS) 등 여러 요인이 제시된 바 있다(Carson et al., 2007). 팀 효능감(team efficacy)을 점진적으로 향상시키고, 구성원들이 업무 관련 사안에 대해 건설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제언 행동(voice behavior)의 촉진도 필요하다. 사실 이러한 요인은 팀 리더십만이 아니라 어떤 팀이든 목표를 달성하고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다. 팀 리더십은 결국 성공적인 팀 프로세스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2


3. 팀 리더십 실행상의 문제와 대안

팀 리더십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1인 리더십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지만 팀 리더십이라고 완벽할 수는 없다. 팀 리더십 또한 잠재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으며 잘못 운영되면 의도치 않게 파괴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예컨대, 팀원 간에 공동의 목표를 두고 충돌이나 갈등이 생길 수도 있고, 팀 리더십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유방임(laissez-faire) 리더십, 결과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리더십으로 오해할 위험도 있다. 아래에서 팀 리더십을 실천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실제적인 문제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살펴보겠다.


리더십 역할의 분배

첫째, 리더십을 팀원들과 공유할 때 리더십 역할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리더의 기능은 크게 업무 관련 역할(task role)과 팀워크 관련 역할(social role)로 나눌 수 있다. 전통적인 리더십 행동 이론은 이를 과업 중심 리더십과 관계 중심 리더십으로 구분한다. 공식적 리더는 이 두 가지 역할을 모두 팀원들과 공유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이 중 어느 한 역할만 공유하게 될 수도 있다. 이때 리더십 역할의 공유는 팀원들의 자발적인 주도로 이뤄져야 하며, 공식 리더가 자기 편의에 따라 임의적으로 나눠서는 안 된다. 리더가 본인이 하기 싫은 역할, 중요도가 떨어지거나 누구도 선호하지 않는 기능을 일방적으로 배분한다면 팀원들의 저항과 반발에 직면함은 물론 그 결과도 좋지 않을 것이다.

둘째, 리더십 기능을 구성원과 공유할 때 자연발생적인 공유가 바람직한지, 아니면 인위적인 조정이 적합한 상황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팀 내에서 비공식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팀원의 영향력을 그대로 인정하고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팀 미션과 목표를 고려해서 리더가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설계할 것인지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공식 리더와 비공식 리더 팀원의 관계가 원만하고 협력적인지, 아니면 대립과 마찰이 있는지 등 여러 가지 상황적 요인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다. 특히, 팀이 몇 개의 소그룹으로 나누어 있을 경우에 공식 리더와 각 소그룹 리더 팀원의 역할 배분은 상당히 복잡해질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효과적인 방법은 있다. 공식 리더는 팀원 간에 정보 교류가 잘 일어나도록 네트워크를 어느 정도 설계할 수도 있으며, 업무 배분이나 회의 방식의 변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 있는 라일리(Riley)어린이병원의 예를 살펴보자. 이 병원은 18개로 구성된 인디애나대학병원 시스템 중 한 곳인데, 2008년부터 환자 가족 중심의 회진 방식을 새롭게 도입했다. 전통적인 회진 방식은 병실을 순회하면서 주치의(보통 레지던트)가 환자들 앞에서 소아과 과장에게 전문 의학 용어로 보고하고 토론한 다음, 과장의 지시를 받은 주치의가 나중에 가족에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회진 방식에서는 주치의가 과장이 아닌 환자 가족에게 직접 치료의 내용과 계획을 설명하도록 했다. 그러기 위해 주치의는 전문 의료용어가 아닌 일반인들이 쓰는 용어로 말해야 했는데, 이는 전문적인 의학 교육을 받은 의료진에게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기존 회진 방식에서는 일부러 환자 가족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설명하거나 환자를 병명으로 부르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병원이 새로운 회진방식을 강하게 밀고 나가자 변화가 시작됐다. 환자 가족은 물론 간호사, 약사, 일반 의료근무자들까지 치료의 경과와 계획을 모두 알 수 있게 돼 모두가 한 팀으로 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새로운 회진 방식을 통해 모든 의료진이 환자 치료에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고 통합할 수 있게 됐다(Gittell, 2016). 라일리 병원은 이런 혁신을 기반으로 2017-18년 소아병원 부문 최우수 병원으로 선정됐다.



리더십 네트워크와 분산기억(TMS)

이렇게 구성원 간 정보 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팀 내에 실질적인 의사소통 네트워크가 존재해야 하며, 리더가 이러한 네트워크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누가, 누구와 소통하고 친밀한지, 팀원들이 몇 개의 소그룹으로 나누어져 있는지를 안다면 리더십 공유는 훨씬 쉬워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리더와 각 팀원의 네트워크 내 위치가 중요하다. 예컨대, 리더가 전체 의사소통 네트워크의 중심에 위치할 때, 그리고 각 소그룹의 비공식 리더들과 원활하게 연결돼 있을 때 리더십 공유는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따라서 관리자들은 팀 리더십 자체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생각하고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데관점을 가져야 한다.

팀 리더십의 실행이 잘되고 있는지를 알아볼 때도 역시 네트워크 방식으로 측정할 필요가 있다. 예로, 각 팀원이 다른 모든 팀원을 리더로 인식하는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또 팀원 명단을 제시하고 각각의 팀원에게 팀 전체가 얼마나 리더십의 영향을 받는지를 측정할 수 있다(Carson et al., 2007). 이렇게 측정된 리더십 네트워크의 연결 정도가 높을수록 해당 팀의 리더십 공유 수준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함께 고려해야 할 문제가 팀 내 분산기억(Transactive Memory System, TMS)이다. 분산기억은 각 팀원이 갖고 있는 지식과 전문성이 서로 다르고, 팀원들이 누가 어떤 지식과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 알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Austin, 2003). 모험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각자 열쇠를 하나씩 갖고 있는데 모든 열쇠를 함께 모아야만 비밀의 문이 열리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칠레 광산의 사례에서, 작업반장은 일정 계획과 업무 배분을, 간호 교육을 받은 광부는 건강 관리를, 경험 많은 고령의 광부는 심리적 안정과 생존에 대한 몰입을 각각 이끌었다. 그리고 모든 광부가 이들이 가진 역량을 알았기 때문에 그들의 주도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팀 리더십은 팀원들이 자신의 지식과 역량을 자발적으로 발휘해서 리더십 기능을 행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각 팀원의 지식과 역량이 중복되거나 누가 어떤 지식과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면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올림픽 운영지원팀의 경우, 만약 아르헨티나 선수단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 남미 지역의 전문성을 가진 팀원이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모든 팀원이 남미 지역 전문성을 가진 팀원이 누구인지 알고 있어야 그가 행사하는 리더십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므로 팀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서 공식 리더는 팀원들이 같은 지식과 역량으로 경쟁하는 상태를 방치하지 말고, 각자 특유의 지식과 전문성을 배양하도록 격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누가, 어떤 지식, 기술, 능력을 갖고 있는지에 관한 정보가 팀원들에게 적시에 정확하게 공유돼야 한다.



책임 공유의 중요성

앞서 U-20 월드컵 대표팀이 불확실한 환경에서 분명한 공동의 목표를 갖고 책임을 공유했기 때문에 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음을 살펴봤다. 그러나 경영의 세계에서는 공동의 목표가 분명하지 않고, 책임과 평가도 개인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팀 리더십을 실천하다 보면 과연 최종 책임의 공유가 가능한가라는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이것은 중요하면서도 쉽지 않은 부분인데, 근본적으로 평가보상제도와 업무 프로세스의 동시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현재와 같이 공식 리더가 팀 목표 전체에 대해 책임을 지는 방식보다는 각 팀원이 주도하는 프로젝트별로 평가와 책임을 분배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최근 GE가 정기고과를 폐지하고 상시 피드백 방식의 평가로 전환한 이유도 각 구성원이 수행하는 프로젝트의 업무주기와 평가주기가 일치하지 않고,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화가 계속 발생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Cappelli & Tavis, 2016). 이런 점을 감안하면 팀 리더십은 업무수행이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되는 조직에 보다 적합할 것이다.

아울러 팀 리더십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과정(process)보다는 결과(result) 중심의 업무 프로세스와 평가가 더 효과적일 것이다. 또 개인을 평가할 때는 개인 성과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의 목표 달성에 얼마나 도움과 피드백을 줬는지를 함께 평가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예컨대, 한 투자은행은 매년 2200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는데, 각 동료 직원이 자기 업무에 도움이 된 정도를 일정 비율로 강제 배분해 평가하도록 하고, 이 평가 결과를 보상과 연계하고 있다(Hansen, 2009). 물론 이런 변화가 이뤄지려면 구성원들의 업무 전문성과 리더십 역량의 배양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책임의 공유를 강화하는 제도나 조직 관행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SWA)은 책임 공유를 강화하기 위해 ‘팀 지연(team delay)’이라는 제도를 갖고 있다. 항공사에서 이착륙의 지연은 큰 비용이 발생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모든 항공사가 지연의 종류와 유형을 상세히 분류하고, 지연이 발생했을 때는 그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한다. 또 그 책임을 담당자 수준까지 파악해서 평가에 반영한다. 하지만 사우스웨스트는 가장 큰 문제인 출발 및 도착 지연의 원인은 규명하되 특정 개인의 책임으로 묻지 않고 해당 팀 전체에 책임을 부과하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Gittell, 2016).

물론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팀 리더십의 실행 과정에서 책임이 분산되거나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 그래서 팀 리더십의 성과는 대체로 소규모의 팀 단위로 움직이는 조직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구글이 한 관리자하에 직속 팀원은 최대 7명까지라는 ‘7의 규칙(Rule of 7)’을 지키고, 아마존에 팀 규모는 ‘피자 2판(Two Pizza Rule)’의 법칙을 따른다는 불문율이 있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공식 리더의 협력적 리더십과 갈등 관리

마지막으로, 팀 리더십을 실행하더라도 현재 공식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관리자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협업 연구의 권위자인 모텐 한센(M. Hansen) 교수는 장애요소가 많은 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협력적 리더십(collaborative leadership)’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Hansen, 2009). 협력적 리더십의 구체적인 내용은 자기중심의 협소한 목표를 넘어서 조직 전체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성공을 재정의하기, 업무 지시보다는 구성원의 이해관계를 조화시키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을 참여시키기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먼저 책임지기(being accountable)’가 중요하다. 팀 리더십의 실행 과정에서 책임의 공백이나 책임 소재가 모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과거에 명확한 책임 소재와 업무 분장에 익숙해 있던 리더와 구성원 누구도 자신의 문제나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책임지겠다, 그것은 내 책임이다”라고 먼저 말할 수 있는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 협력적 리더십은 자신이 스스로 책임을 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성원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팀 리더십은 결국 리더와 구성원들이 위험과 책임을 나눠 갖는 과정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맡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 그러므로 협업 파트너들이 협업 결과물에 대한 책임과 소유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행동하는 협력적 리더십은 팀 리더십의 실행 과정에서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갈등 관리 능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칠레 구리광산의 기적은 초기의 갈등이 잘 관리되고 팀워크가 극대화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칠레 광부들은 구조 순서를 정할 때도 최초 안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가장 건강한 광부가 앞장섰고, 다음으로는 당뇨, 고혈압 등 건강이 좋지 않은 광부를 구조했고, 맨 마지막에 리더 역할을 했던 루이스 우르수아가 나왔다. 심지어 이들은 생환 이후 영화, 출판 제안을 받게 될 경우 경제적 이익을 동일하게 나누자는 합의까지 할 만큼 갈등 요인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그러므로 팀 리더십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소한 의견 차이가 갈등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각 팀의 상황에 맞는 창의적인 갈등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4. 새로운 세대를 위한 팀 리더십

조직의 핵심 인력으로 성장하고 있는 밀레니얼세대와 최근 입사하고 있는 Z세대는 리더라는 말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라면서 올바르지 않고, 부도덕하고, 무능한 리더들을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언론, 방송, 소셜미디어에는 나쁜 리더에 관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새로운 세대는 본인이 열정을 가진 분야에서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어 한다. 그것이 회사 모임을 기획하는 것이든, 사회공헌 활동이든, 동료들을 가르치는 것이든 상관이 없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세상에 좋은 일을 하려고 한다. 이들의 열정과 뛰어난 역량을 사장하고 억누르는 것은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직 성과에도 해를 끼치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팀 리더십은 기존의 리더와 새로운 구성원 모두가 함께 리더가 되는 생산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젊은 세대들이 ‘능력자’라는 유행어를 만들고 즐겨 쓰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과거에 비해 직급보다는 전문성과 역량에 대한 존중 의식이 확실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앞으로 팀 리더십의 실행을 더욱 촉진할 것이다.

팀 리더십으로 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며, 정해져 있지도 않다. 각 조직이 상황에 맞게 노력하다 보면 자신만의 길을 찾게 될 것이다. 물론 그것은 저절로 이뤄질 수 없으며 선발, 교육훈련과 개발, 성과평가 등 조직관리의 모든 측면에서 팀 리더십을 향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개인 플레이어보다는 집단적 지향성이 강한 구성원을 선발하고, 보완적인 지식과 역량을 중시하고, 공유정신모형과 분산기억을 촉진할 수 있는 팀 빌딩과 교육 훈련을 지속해야 한다. 공동 리더를 선임하고, 리더십 기능의 순환을 평가할 수 있는 상시/유연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것과 같은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Cullen et al., 2012).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을 믿고 그들과 함께 가는 것이다. 기업의 리더는 구성원을 가르치고 교화하는 사람이 아니다. 전지전능한 존재처럼 부하들에게 변화하라고 말하는 리더는 그런 방식으로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일 뿐이다. 리더십의 본질은 공감(empathy)과 연대(solidarity)에 있다. 세상에서 의미 있는 대부분의 일은 개인들의 자발적인 연대에서 비롯되고 성취됐다. 그리고 이러한 연대는 한쪽이 다른 쪽을 지도하는(혹은 지배하는) 관계가 아니라 진정한 공감이 있을 때 가능해진다. 진정한 리더십은 구성원들과의 관계에서 출발해야 한다. 구성원을 계도하고 이끌려고 하지 마라. 변혁을 강요하지 말고, 진정성을 교화하지 말고, 그저 조용히 연결하라. 그러면 그들이 새로운 경영의 앞날을 열어갈 것이다.


필자소개 정명호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myhoc@ewha.ac.kr
필자는 이화여대 경영대학 인사조직 분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메릴랜드대에서 연구했으며 한국인사조직학회 부회장과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네트워크, 인력다양성 관리, 고성과 집단 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며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경영학연구』 『인사조직연구』 등 국내외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참고문헌
1. 정명호. 2019. 일과 직무관계의 변화와 조직행동 연구. 『매니지먼트 이론 2.0: 최신 연구동향과 전망』, 21-71쪽. 서울: 클라우드 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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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Hansen, M. T. 2009. Collaboration: How leaders avoid the traps, create unity, and reap. Cambridge, MA: Harvard Business Press.
9. Gittell, J. H. 2016. Transforming relationships for higher performance: The power of relational coordination. Stanford, CA: Stanford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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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명호 | - (현)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 (전) 삼성경제연구소,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메릴랜드대 방문교수
    - 주된 연구 분야는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네트워크, 인력다양성 관리, 창의성과 집단성과 등.
    myhoc@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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