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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의 쿵후

믿고 맡기며, 격려하고 잘 듣고..재즈 앙상블서 배우는 ‘리더십’

마이클 골드(Michael Gold),김호 | 232호 (2017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재즈 앙상블에서 배우는 ‘APRIL’ 리더십

 

1) Autonomy by Authenticity: 최소한의 통제 안에서 최대한의 자율성 보장이 핵심. 리더의 전문성과 조직원의 전문성이 서로 교차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진정성 있는 노력 필요.

2) Passion by Patience: 인내심을 가지고 조직원의 성장을 기다려줌으로써 열정을 불어넣을 것.

3) Risk-taking by Revealing: 다른 조직원에게 리드할 수 있는 권한을 넘기는 위험 감수.

4) Innovation by Improvisation: 주도 면밀한 연습을 통한 혁신.

5) Learning by Listening: 경청을 통한 학습.

 

 

최근 경영학자나 경영자들은 창의적인 개인들이 어떻게 서로 협업하면서 질 높은 결과물을 만드는지 연구해왔다.1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을 포함해 경영학자와 학교들은 재즈 뮤지션들의 즉흥연주 기술에 관심을 가져왔다. 재즈 음악가들은 위험과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연주를 한다. ‘구조적 즉흥연주(structured improvisation)’라 부르는 협업을 통해 위험을 감수하는 기술을 단련해왔으며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끊임없이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수직·수평적 힘의 구조 속에서 어떻게 다른 뮤지션과 함께 리드하고 협업할지 고민해왔다. 이 점에 주목한 일군의 경영학자들은 마이클 골드 박사 같은 재즈 뮤지션과 일하면서 위험과 불확실성 속에서 보다 생산적인 경영 스타일을 찾아 나가고 있다.

 

이 글에서 우리는 세 가지 질문에 답할 것이다. 첫째, 클래식과 재즈의 작동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이것이 리더십과 조직 커뮤니케이션에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볼 것이다. 둘째, 재즈 앙상블에서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되며, 이것이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사회에서 리더십과 경영에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감적 듣기(empathic listening)가 재즈에서 어떤 중요성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조직 커뮤니케이션에서 갖는 의미와 불확실성의 환경에서 왜 중요한지, 또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1. 우리는 이미 즉흥연주를 하며 살고 있다?

 

진정 논리적인 사람은 항상 논리적인 사람이 아니라 논리적이어야 할 때와 감정적이어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리더십, 조직 개발과 재즈 즉흥연주의 유사성을 연구하는 우리의 입장도 유사하다. 모든 것을 재즈 방식으로 바꾸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 글에서 의도하는 것은 클래식 음악과 재즈의 차이점을 생각해보고, 그 렌즈를 통해 리더십과 조직 운영에 있어 어떨 때 클래식적이어야 하고, 어떨 때 재즈적이어야 하는지를 구분해보는 것이다.

 

클래식 연주자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원곡의 아름다움과 진실을 재현해내는 것이지 그것을 전혀 다르게 변형시키거나 개선하는 것이 아니다. 반면 재즈 뮤지션들은 기본적으로 악보를 따라가지만 그렇다고 악보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다. 재즈 앙상블의 멤버들은 큰 틀 안에서 서로가 최대한의 자율성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클래식 음악이 구조(예: 악보)를 위해서 일한다면 재즈 앙상블은 구조가 연주자들을 위해 존재한다. (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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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재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즉흥연주는 무엇이며, 그들은 왜 즉흥연주를 하는 것일까? 골드 박사는 즉흥연주를 뜻하는 영어 단어 improvisation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2 

 

1) Improv-: 곡을 있는 그대로 연주하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끊임없이 개선(to improve)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즈 뮤지션들은 큰 틀의 약속을 존중하면서도 그 안에 갇히기보다는 개인이 가진 독특한 창의성을 극대화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음악을 개선하려고 한다.

 

2) -is: 재즈 뮤지션들은 허황된 이상주의자가 아니다. 즉흥연주를 통해 음악을 개선하려 노력할 때 그 기반을 철저히 ‘현실(what is)’에 두고 그로부터 출발한다.

 

3) -ation: 앙상블에서 트럼펫과 베이스, 기타와 드럼을 맡은 연주자들은 큰 틀을 지키면서 서로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고, 서로 음악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통해 새로운 조합과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the action of making something happen).

 

요약하면, 즉흥연주란 “현재 있는 것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시도”라고 해석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에는 확실성이 높은 경우와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가 있다. 확실성이 높다는 뜻은 입력(input)과 출력(output)의 관계와 정도가 예측 가능한 것을 말한다. 이는 성공 가능성에 대해 확신을 갖고 계산된 위험 감수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자동차 공장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각종 재료가 기계나 조립라인을 통과하면 결과물인 자동차 한 대가 생산된다. 입력(자동차 부품)과 출력(자동차)의 관계가 정확하게 예측 가능하다. 반면 공장에서 만들어진 자동차를 수출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높다. 이 경우 입력(자동차 생산대수)이 반드시 출력(자동차 판매대수)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경쟁사의 제품 출시, 수출국의 자동차세 혹은 환경보호조치 등과 같은 갑작스런 정책 변화, 소셜미디어, 언론과 전문가의 평가, 광고의 소비자 선호도 등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끼쳐 확실성이 떨어진다. 이처럼 정해진 매뉴얼이나 프로세스에 따라 재료와 노력을 투입하면 결과물이 얻어지는 확실성 높은 과정은 클래식 방식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 반면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업무 과정에서는 재즈의 즉흥연주 방식이 효율적일 뿐 아니라 합리적이기도 하다.

 

장소를 옮겨 조직의 지루한 회의 장면을 떠올려보자. 사장은 준비해온 자기 말만 하고, 몇몇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을 빼고는 대부분 참석자가 아무 의견도 제시하지 않고 회의가 어서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다. 이러한 회의가 반복되는 조직에서 혁신이 가능할까? 기본적으로 대화와 회의, 면담과 토론은 재즈의 즉흥연주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조직의 회의 문화가 경직되고 토론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즉흥연주를 주고받는 재즈 앙상블의 방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 앞에서 사업계획을 발표한다면 슬라이드를 준비해 나름의 계획과 절차에 따라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듯 일방향적으로 하면 된다. 하지만 발표 이후 질문이 들어오고, 토론을 할 때에는 모드를 바꿔 재즈 즉흥연주처럼 진행해야 보다 훌륭한 상호작용과 아이디어 교환이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과 극도의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21세기에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조직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 기업을 리드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 소통하는 방식 모두가 달라져야 한다. (그림 1) 이런 점에서 재즈의 즉흥연주 모델은 우리가 변화해야 할 방향과 적용 가능한 기술들이 무엇인지 잘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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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재즈 앙상블에서 리더십은 어떤 방식으로 발휘되는가?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되는지는 조직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많은 CEO들이 “열린 조직문화를 만들자!” “스타트업처럼 혁신적 문화를 만들자!”라고 외치지만 말처럼 실행이 쉽지 않은 이유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 스타일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대에 재즈의 작동원리에 관심3 을 갖는 이유는 재즈 앙상블이 즉흥연주 속에서 불확실성을 다루기 위해 오랜 기간 그에 맞는 리더십 스타일을 만들어왔고, 이것이 새로운 리더십 스타일이 필요한 기업 조직에 시사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재즈 앙상블의 리더십은 연주자들이 리드(lead)와 조력자의 역할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트럼펫, 피아노, 베이스, 기타 등의 연주자 중 한 명이 솔로로 나서서 음악을 리드하면 나머지 연주자들은 조력자 역할을 한다. 재즈에서는 이런 조력, 즉 반주를 컴핑(comping)4 이라고 한다. 재즈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이 과정에서 실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솔로건 컴핑이건, 연주를 거듭하며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고쳐나간다. 자신과 다른 연주자의 실수에 가치를 두고 배워나간다. 조력자로서 이들은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고 다른 그룹과 차별화되는 새롭고 가치 있는 방식을 개발한다.

 

재즈에서의 리더십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컨설팅 업체인 재즈임팩트에서 제안한 더섯가지 리더의 역할(소위 ‘APRIL’ 리더십)과 세 가지 조력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리더의 역할

① A ― Autonomy by Authenticity: 자율성과 진정성은 리더십이나 조직문화에서 자주 쓰는 단어다. 재즈 앙상블에서는 각자가 확실한 전문성을 갖는다. 누구는 관리자 역할만 하고, 누구는 지시만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전문성이 있는 모든 멤버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리드하고 조력한다. 진정한 자율성이란 자신의 전문성이 타인의 전문성과 어떻게 교차하고 힘을 줄 수 있는지 알게 될 때 가능하다. 자율성과 리더십은 결코 경직된 환경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지나친 구조화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즈와 경영학에 대해 연구한 프랭크 베렛(Frank Barrett) 교수가 지적했듯이 재즈 앙상블에서는 최소한의 구조(minimal structure), 즉 최소한의 통제 안에서 최대한의 자율성(maximal autonomy)을 보장한다. 불확실성을 다루는 혁신적 리더십은 모든 것을 프로세스화하고 세부적인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느슨한 구조 안에서 서로의 확장 가능성을 탐구하도록 돕는 것이다.

 

② P ― Passion by Patience: 재즈 앙상블에서 연주자는 열정을 발산하고 개성을 자랑하며 협업도 해 나간다. 직원에게 열정을 가지라고 ‘명령’하기보다 어떻게 할 때 직원이 열정을 보이는지 탐구해야 한다. 재즈 뮤지션이 열정적인 것은 순간순간 배우고 성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명령이 아닌 개인의 성장을 통해 열정이 발휘될 때 개인의 성장은 물론 전체 그룹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된다. 이를 위해선 리더의 인내심과 자제심이 필요하다. 누군가 연주를 독점하려고 하면 앙상블은 깨지고, 연주자의 열정도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리더가 참을성을 갖고 자신의 힘을 적절히 통제할 때, 팀원들은 단순히 지시받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해볼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하고 열정을 갖게 된다.

 

③ R ― Risk-taking by Revealing: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갑자기 발표자가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묻거나, 질문이 있으면 손을 들어달라고 한다. 이때 어떤 느낌이 들까?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의견 밝히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이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안전지대 벗어나기(out of comfort zone)’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혁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혁신, 확실성이 아닌 불확실성은 불편한 느낌을 준다.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확실한 것들이 장기적인 대안이 되기 힘들다. 재즈 앙상블에서는 다른 연주자의 즉흥연주를 믿고 그에게 리드할 수 있는 권한을 넘긴다. 전통적인 리더십에서 보면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채로 혁신을 이뤄내기란 힘들다. 물론 무조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다. 재즈 앙상블에서는 최소한의 약속과 통제 구조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위험을 감수한다.

 

④ I ― Innovation by Improvisation: 재즈에서 즉흥연주란 기업에서 말하는 혁신에 비유할 수 있다. 하지만 즉흥연주에 대한 오해가 없어야 한다. 즉흥연주를 하려면 ‘주도면밀한 연습(deliberate practice)’을 해야 한다. 소위 1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말하는 연습이 선행돼야 즉흥연주도 가능하다. 재즈 연주자는 코드진행 및 연주법을 지속적으로 반복해 연습하지만 실제 연주에서는 최소한의 약속을 지키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고 한다. 즉, “무엇이 가능할까(what is possible)”라는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또 서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며 자극해야 한다.

 

⑤ L ― Learning by Listening: 재즈 연주자는 서로의 연주를 세밀하게 들음으로써 서로 배우고 연결된다. 혁신을 위한 학습 조직이 되려면 강의를 들을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목소리와 전문성에 귀 기울여야 한다. 부서 간의 협력 역시 듣기를 기반으로 할 때 가능하다.

 

 

 

2) 조력자의 역할

① 홀딩 온(Holding On): 재즈 뮤지션들은 솔로/리드의 연주를 따라 반복하고 솔로/리드의 음을 인지하고 확인시켜줌으로써 그의 요구를 충족시킨다. 이를 ‘홀딩 온’이라고 하는데, 이는 리더십/조직 커뮤니케이션에서 공감과 연관이 있다. 상대방과 동일한 눈높이와 방향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공감이 중요한 이유는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요소가 서로 연결(connection)돼 있다고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야기해준 아이디어는 제게 이런 점에서 흥미를 주는데요. 제가 이해한 바를 설명해본다면 이렇습니다.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나요?” “흥미롭네요. 지금 말한 아이디어를 이런 환경에서 적용한다면 어떤 것이 가능할까요?” 등의 표현처럼 조직 생활에서의 홀딩 온이란 상대방이 어떤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 가능성을 인정해줘 그 아이디어를 좀 더 확장하도록 격려하고 공감하는 것 이다.

 

② 렛 고(To Let Go): 재즈 연주에서는 솔로/리드가 자신만의 표현 방식을 확장하고 개방할 수 있도록 자극한다. 도움을 주는 리듬 파트는 솔로/리드가 자신의 영감을 따라가고 자신이 연주하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도록 격려한다. 그렇다면 조직 내에서는 어떻게 ‘렛 고’ 상황을 만들 수 있을까? 조력자는 상대방에게 질문을 통해 틀을 벗어나 아이디어를 실험해보도록 자극할 수 있다. 상대방이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목적이기에 부정적 질문보다는 긍정 질문(appreciative questions)이 좋다. “그 아이디어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해줄래요?” “이 아이디어가 성공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이 그려지나요?” “그 아이디어를 성공시키는 데 가장 필요한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이 아이디어가 성공했을 때 현재의 상태와 가장 달라지는 점은 무엇인가요?” 등과 같은 질문들을 예로 들어볼 수 있다.

 

③ 스테잉 인 플레이스(Staying in Place): 재즈에서는 무조건 틀을 벗어나 확장하려고만 하지 않는다. 솔로/리드가 처음보다 더 나은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자극하며 안정감을 유지하도록 돕기도 한다. 이걸 재즈에서는 ‘스테잉 인 플레이스’라고 한다. 또한 솔로/리드가 즉흥연주 속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의미를 찾아내도록 돕는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논의하거나 추진할 때 렛 고 과정을 통해 확장을 시도했다면 여기에서는 균형을 잡아주고 돌아보는(reflect) 것이 중요해진다. 현실적으로 주어진 제약을 고려했을 때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무엇인지, 지금까지와 다르게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야 한다.

 

이처럼 ‘격려와 경청(holding on) → 긍정질문(to let go) → 균형과 성찰(staying in place)’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 출발점에 비해 결과물은 확장되고 개선된다는 것이 재즈 즉흥연주의 원리다. (그림 2)

 


3. 공감적 듣기

 

기업 경영에서 공감(empathy)의 중요성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공감은 경청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재즈에서 공감적 듣기는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데에서 시작한다.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그리고 더 중요하게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공감적 듣기란 겸손함을 의미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배우기 위해서는 들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반응적 듣기를 주로 배웠다. 한 귀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 한 귀로는 내 마음속 이야기를 듣는 것인데, 어떻게 방어하고 상대방으로부터 필요한 것을 얻어낼까 계산을 하기 위해서다. 재즈에서는 자기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들을수록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리더는 직원들에게 무엇인가 전달하고 싶어 한다. 직원들은 리더가 자기 목소리를 듣고 이해했다고 느끼고 싶어 한다. 최고의 재즈 뮤지션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중시한다. 듀크 엘링턴과 엘라 피츠제럴드의 ‘듀크 플레이스(Duke′s Place)’를 들어보라.
이들이 어떻게 침묵을 이용하며 엘라가 어떻게 반주자들의 신호를 듣고, 또 어떻게 함께 음악에 기여하는지를 알 수 있다.

 

공감적 듣기란 자신이 갖고 있는 기대, 가정, 신념, 걱정을 중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그 상황 속에 자리한 진실을 듣는 것이다. 메이요클리닉의 심장내과 과장이며 세계적인 심장 전문의인 조셉 드레이니(Dr. Joseph Dearani) 박사는 수술 전 최소 한 시간 동안 환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수술을 어떻게 할 것인지 환자에게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환자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을 듣는 데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드레이니 박사는 어떤 과정이 진행될 것이고, 어떤 결과가 될지 설명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을 찾곤 한다. 그는 환자 마음속에 있는 현실을 존중하며 소통한다. 특히 상담 첫 시작 부분에서 환자에게 주도권을 준다. 환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확인하고 나면 환자의 강점과 희망에 연결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많은 의사들이 환자와의 상담 과정에서 감정은 개입시키지 않고 의학적 사실만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이는 의학은 물론 비즈니스에서도 리더가 저지르는 큰 실수다.

 

골드 박사는 청중에게 공감적 듣기를 경험하도록 눈가리개를 이용한다. 우선 청중들에게 최소한의 즉흥성을 가진 짧은 발라드 음악을 들려준다. 그리고 청중에게 무엇을 들었는지 묻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악을 들으며 마음속에 떠오른 것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나서 눈가리개를 쓰게 하고 시각적 자극을 차단한다. 같은 음악을 연주한 후 다시 청중에게 묻는다. 흥미롭게도 사람들은 상상 속의 장면이 아니라 뮤지션들이 서로 어떻게 상호 작용했는지를 들었다고 말한다. 눈을 뜨고 들었을 때는 안 들리던 악기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각 악기의 소리뿐 아니라 어떻게 하나가 되는지를 알아차리기 시작하며 즉흥연주가 만들어내는 시너지를 듣게 된다.

 

눈가리개 실험에서도 잘 드러나듯 사람은 누구나 이미 알고 있거나 편안한 것만 걸러내(filtering) 듣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평소에 얼마나 선입견을 갖고 생활하는지 자각하고, 자신이 상대의 이야기를 어떻게 듣는지 알게 되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회에 눈뜰 수 있다. 재즈 뮤지션이 즉흥연주를 통해 지속적인 개선을 추구하고 항상 연습하는 것이 바로 공감적 듣기다. 불확실성과 위험이 커져가는 시기에 편견과 관습을 기반으로 듣는 것은 백미러만 보고 앞을 향해 운전하는 것과 같다. 이는 위험을 증가시킬 뿐이다.

 

 

김호 더랩에이치(THE LAB h) 대표 hoh.kim@thelabh.com

마이클 골드 재즈임팩트(Jazz Impact) 대표 michael@jazz-impact.com

 

김호 대표는 리더십 및 조직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일해오고 있다. 한국외대(불어와 철학)와 미국 마켓대(PR)에서 학사와 석사를,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박사 학위(공개사과에 대한 인지적 연구)를 받았다. 전 세계에 19명만이 있는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이며 글로벌 PR컨설팅사 에델만의 한국법인 대표를 지냈다. 서강대 영상정보 대학원 및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 교수로도 활동했다. 저서로 <쿨하게 사과하라(2011, 공저)> <쿨하게 생존하라(2014)> <평판사회(2015, 공저)> <나는 왜 싫다는 말을 못할까(2016)> 등이 있다.

마이클 골드(Michael Gold) 대표는 바드칼리지에서 학사, 뉴잉글랜드 컨서바토리 오브 뮤직에서 석사, 뉴욕대에서 음악 퍼포먼스로 박사를 받았다. 예술 기반의 학습을 이용해 스타벅스, IBM, 마이크로소프트, GAP, 지멘스, 크레디트스위스, HSBC, UN 등 세계적 기관의 소통과 혁신과정에 도움을 줬다. 지난 20년 가까이 프로 재즈 베이시스트로서 뉴욕을 중심으로 세계적 뮤지션들과 함께 연주해왔다. 2008년 비즈니스를 위한 예술 기반의 학습 분야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반프리더십센터(The Banff Centre for Leadership)로부터 폴 플렉 펠로(The Paul D. Fleck Fellow)로 선정됐다.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의 Executive MBA 과정과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에서 재즈를 활용한 리더십 교육을 해오고 있다.
  • 마이클 골드(Michael Gold) 마이클 골드(Michael Gold) | 예술 기반의 학습을 이용해 스타벅스, IBM, 마이크로소프트, GAP, 지멘스, 크레디트스위스, HSBC, UN 등 세계적 기관의 소통과 혁신과정에 도움
    지난 20년 가까이 프로 재즈 베이시스트로서 뉴욕을 중심으로 세계적 뮤지션들과 함께 연주.
    2008년 비즈니스를 위한 예술 기반의 학습 분야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반프리더십센터(The Banff Centre for Leadership)로부터 폴 플렉 펠로(The Paul D. Fleck Fellow)로 선정.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의 Executive MBA 과정과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에서 재즈를 활용한 리더십 교육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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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호 김호 | - (현) 더랩에이치(THE LAB h) 대표
    - PR 컨설팅 회사에델만코리아 대표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
    -서강대 영상정보 대학원 및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 교수

    hoh.kim@thelab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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