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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리더십

‘고객 취향’이라는 진주 찾아 리더들, 빅데이터 속으로 ‘풍덩’

최용주,김진호 | 222호 (2017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리더는 오랜 경험을 통해 쌓은 직관으로 조직을 이끄는 것이 그동안 ‘리더’가 갖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빅데이터 시대에 경험과 감에 의존하는 의사결정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심층적인 데이터 분석을 해야 진정한 지혜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이걸 처음부터 잘하기는 쉽지 않다. 시행착오도 겪고 때론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포기해선 안 된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제공하는 새로운 조건과 도구를 활용해야 혁신에 성공하고 성과를 내는 법이다. 고객 정보를 제대로 활용해 새롭게 소비자를 분류해 성공한 테스코, 임신부 식별을 통해 새로운 충성고객 확보에 성공한 타깃 등은 빅데이터를 통한 의사결정과 전략실행이 만들어내는 힘을 제대로 보여준다. 진주를 찾으려면 물속으로 들어가야 하듯이 리더가 성공을 만들어 내려면 데이터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편집자주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을 말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빅데이터입니다. 지금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리더십 자체도 혁명적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국내 최고의 빅데이터 전문가 김진호 교수와 영업혁신의 대가 최용주 교수가 ‘빅데이터 리더십’을 연재합니다.



현명한 의사결정을 위한 조건

진주를 찾으려면 물속으로 잠수해야 한다. - 존 드라이든

일반적으로 의사결정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한 뒤 이를 평가해 최선의 대안을 선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의사결정자가 여러 대안들을 평가할 때는 계량적 정보와 비계량적 정보를 모두 고려한다. 비계량적 정보는 문화적·사회적 배경이나 법적·정치적 요소 등에 의한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다. 계량적 정보는 문제와 관련된 데이터 분석에서 추출한 정보를 말한다. 어느 정보가 더 중요한지는 의사결정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투명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계량적 정보가 더욱 중요하다. 특히 미래 불확실성이 높고 의사결정이 초래하는 파급효과가 클수록 실제 데이터 분석에서 통찰력을 추출해 이를 의사결정에 잘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명한 의사결정을 위해 계량적 정보가 필요하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에 관한 정보가 있어야 할까? 바로 <그림 1>과 같이 사업에 관한 6가지의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주는 정보다.1

<그림 1>의 6가지 근본적인 질문은 매출, 순이익 등 기업 전체 수준에서 할 수도 있고, 기업 내의 기능별이나 부문별로 할 수도 있으며, 의사결정 상황에 따라서는 매우 국지적인 영역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공급사슬(supply chain)에 대해서라면 각 칸의 구체적인 물음은 <그림 2>와 같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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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석이 아니라 경험이나 감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주로 첫 번째 행에 대해서만 <그림 3>과 같이 답을 구한다.


이런 기업들은 단순 리포팅 수준의 보고를 바탕으로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파악한다.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감이나 경험에서 벗어나는 이상 패턴을 인지해서 경고하는 정도다.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외삽법(extrapolation)으로 추측한다. 정교한 분석기법을 활용하지 않으므로 무슨 일이, 왜, 어떻게 일어났고 최선으로 대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구할 수 없다. 단지 필요하다면 이 질문에 대해서도 역시 경험을 바탕으로 단순히 추측할 뿐이다. 따라서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면 현명한 의사결정이 될 확률이 크게 낮아진다.

현명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보가 필요할까? 현명하다는 것은 바로 정견(正見)과 정사유(正思惟)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3 즉 문제를 제대로 인식(正見)하고 그것이 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제대로 판단(正思惟)할 수 있어야 현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데이터 분석에 근거해 경쟁하는 기업들은 <그림 4>와 같이 각각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정교한 분석기법을 활용해 답을 구한다.


<그림 4>와 같은 심층적인 데이터 분석은 단순한 보고 수준의 정보를 훨씬 넘어서서 현명한 의사결정을 위한 깊은 지혜 혹은 통찰력(insight)을 제공해준다. 이상 징후를 미리 탐지해 즉각 대응하는 것은 물론 통계적 모델링으로 그런 일이 왜,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파악한다. 그 모델은 자동화된 인공지능으로 시스템에 장착돼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추천한다. 또한 미래 상황을 예측하고 자신이 원하는 최선의 상황을 유도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action)를 최적화한다. 분석적 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런 현명한 의사결정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1∼2%의 효율을 증대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데이터 기반의 분석을 적용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처음 시도하다보면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고 주변의 비웃음을 사기도 한다. 이 혁신에 익숙해지고 나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스포츠에서 유명한 방법론 혁신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역사가 된 포스베리의 시도

인생에 있어서 정말 후회하는 것들은 시도를 했던 것들이 아니라 대부분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 메흐메트 무라트 일단

모바일, 센서, 소셜미디어 등으로 인한 데이터의 폭증은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2년 전까지 축적된 데이터의 양은 지난 2년간 사람들이 흔적으로 남긴 데이터의 양과 같다고 한다. 이 속도는 더욱 가속돼 가까운 미래에는 아마도 지난 한 달간 축적된 데이터의 양이 그 이전에 모아진 모든 데이터의 양과 같아질 것이다. 더욱이 오픈소스 프로그램과 클라우드 서비스 등으로 인해 빅데이터의 저장·처리·분석을 위한 편리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데이터 분석을 경쟁우위를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바로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사실(data)에 입각한 경영, 즉 기업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관련된 자료를 수집·분석해 통찰력을 추출, 이를 근거로 문제를 해결하는(혹은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비전이다. 이제 육상 경기 중의 하나인 높이뛰기의 유명한 혁신 사례를 보자.



육상의 필드 경기 중의 하나인 높이뛰기(high jump)는 1896년의 제1회 아테네올림픽 때부터 줄곧 정식종목이었다. 높이뛰기는 도움닫기, 도약, 공중 동작으로 바(bar)를 넘는 경기인데 높이 도약하되 (도약의 낭비 없이) 바를 넘을 정도만 도약하는 것이 핵심이다. 초기에는 <그림 5>의 a)와 같은 가위뛰기를 사용했으나 1930년대 이후에는 b)처럼 앞으로 굴러 뛰는 방법이 대세가 됐다.4 그런데 1968년의 멕시코올림픽에서는 미국의 딕 포스베리(Dick Fosbury) 선수가 c)와 같은 배면뛰기를 처음으로 선보여서 관중들의 놀라게 했다. 배면뛰기는 바를 향해서 대각선으로 도움닫기를 하다가 도약하면서 공중에서 180도 회전해 바를 넘은 뒤 머리로 착지하는 기술이다. 이런 낯선 동작을 난생 처음 보는 관중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환호를 보냈다. 더욱이 포스베리는 당시로서는 경이로운 2.24m라는 올림픽 기록을 세우면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후 배면뛰기는 그의 이름을 따서 포스베리 플롭(Fosbury flop)이라고 명명됐는데 동일한 신체조건에서 배면뛰기가 더 높은 바를 넘을 수 있다는 것도 나중에 역학적으로 증명됐다. 특히 배면뛰기는 안정된 자세로 높이 도약할 수 있는 이점과 동시에 공중에서 무게중심이 낮은 이점 때문에 현재는 모든 선수가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높이뛰기의 역사는 포스베리의 배면뛰기로 인해 1968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한다. 포스베리는 높이뛰기에 관해 그가 배웠던 모든 지식과 기술을 다 버리고 거의 독학으로 새로운 기술을 연마했다. 처음에 그가 배면뛰기를 시도했을 때 그의 동작이 마치 잡힌 물고기가 배위에서 팔딱 뛰는 것 같다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 배면뛰기를 연마해 마침내는 높이뛰기의 역사를 바꿨다.

그는 어떻게 해서 남들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머리로 착지하기 때문에) 배면뛰기를 시작하게 됐을까? 그는 변화된 기술과 환경이 최대한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배면뛰기를 시도했다. 높이뛰기에서 선수들이 바를 넘은 뒤 착지하는 곳에는 부상을 막기 위해서 모래나 톱밥을 깔아 놓았다. 그 당시까지 높이뛰기 선수들이 사용한 방법은 모두 발로 착지하거나(가위뛰기) 손발로 착지하는 것이었다(롤오버). 2m 정도 높이에서 떨어지는 선수들에게 모래나 톱밥은 여전히 안전을 담보해주지는 않았기 때문에 감히 머리로 착지한다는 것은 어느 선수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1960년대 중반에 고무 발포로 만든 매트가 만들어져서 모래나 톱밥 대신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매트는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모래나 톱밥보다 높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착지할 때 선수들이 받는 충격은 거의 없었다. 포스베리는 이런 환경 변화에 맞춰 과감한 기술을 시도했다. 다른 선수들은 관성에 젖어 기존 방법을 그대로 답습할 때 그는 머리로 착지하는 새로운 배면뛰기를 시도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도는 높이뛰기의 역사를 바꾼 성공으로 이어졌다.

포스베리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이미 미래로 우리 곁에 와 있는 기술과 환경 변화를 기업이 혁신의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디지타이징 비즈니스(digitizing business), 즉 빅데이터 시대의 5대 핵심 기술인 소셜, 모바일,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인공지능을 자신의 사업을 혁신하는 새로운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제 실제 비즈니스 사례들로 들어가보자.



쿠폰 상환률을 높여라

쿠폰은 자사의 기존 고객이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일정 혜택을 제공하는 증표다. 쿠폰은 주로 인쇄된 형태로 유통되는데, 이를 소지한 소비자들에게 가격할인, 현금 적립, 소정의 선물 등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모바일 흐름이 가속됨에 따라 바코드, QR코드, SNS 등과 같은 전자 쿠폰의 발행이 증가하고 있다. 쿠폰은 제품 및 서비스의 인지도를 높이거나 판매 촉진을 위해 많이 활용된다. 하지만 문제는 쿠폰 상환률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의 경우 쿠폰 상환률은 약 2% 정도로 이는 100장의 쿠폰을 발행하면 단지 2명의 고객만이 그것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쿠폰 상환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고객을 다양한 특성에 따라 세분화한 뒤 각각에 맞는 쿠폰을 발행함으로써 상환률을 높일 수 있다. 실제 예를 들어 보자.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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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코는 월마트, 카르푸와 함께 세계 3대 소매업체 중 하나로 꼽힌다. 테스코의 변화는 1995년에 클럽카드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고객들은 클럽카드의 회원이 되기 위해 이름, 주소, 가족 수, 자녀 나이, 선호 식품 등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테스코는 회원들에게 가격할인은 물론 구매금액의 1%를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테스코는 회원들의 개인정보와 구매 데이터, 구체적으로는 2만 개의 식품군에 대한 매주 1500만 건의 식품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라이프 스타일을 구분한다. 예를 들면 새롭거나 특이한 식품을 적극적으로 시도해보는 ‘모험적 구매자(Adventurous Foodies)’나 시간에 쫓겨서 아무거나 구입하는 ‘시간 부족 구매자(Time Poor Foodies)’ 등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구분한 것이다. 테스코는 각 라이프 스타일의 차별적인 선호에 맞춰 다양한 상품쿠폰을 연간 700만 개 이상 발행한다. 철저한 데이터 분석에 근거해 상품쿠폰을 발행하기 때문에 테스코의 쿠폰 사용률은 업계 평균인 2%보다 훨씬 높은 20∼50%에 달했으며 그에 따라 회원들의 충성도 또한 크게 향상됐다. 또한 클럽카드가 가져온 성공은 테스코의 인터넷 사업으로도 연결됐는데 테스코는 약 100만 가구(그중 40만 명은 단골고객)에게 식료품을 배달하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식료품점이며 현재는 가구, 음악, 보험 등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에는 클럽회원들이 온라인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를 분석해 그에 맞는 적절한 판촉활동을 벌인 것이 바탕이 됐다.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6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은 날마다 많은 선택을 하고 그 선택 중에 구매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러한 구매의 50% 정도는 신중한 의사결정 과정 없이 습관적으로 이뤄진다. 특히 비누, 치약, 화장지 등과 같은 일상용품의 구매는 더욱 그러하다. 또한 사람들은 모든 것을 한 가게에서 구매하지는 않는 습관이 있다. 예를 들어 식료품은 식료품 가게에서, 장난감은 장난감 가게에서, 고기는 정육점에서, 세제나 양말·화장지 등은 대형 할인점에서 구매한다. 소비자들의 이런 습관은 식료품에서 의류까지, 야외용품에서 전자제품까지 거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대형 할인점으로서는 큰 고민이다. 소비자들의 습관을 바꿔 자신의 매장 안에서 모든 것을 구매하도록 하고 싶지만 쿠폰이나 인센티브 등의 판매촉진 수단만으로는 사람들의 몸에 배인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물론 사람들의 구매 습관이 결코 바뀌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학 졸업, 취직, 결혼 등과 같이 인생에서의 중대한 사건을 겪을 때 사람들의 습관이 갑자기 바뀌고 쇼핑 행태도 변하는 경향이 있다. 바로 이때가 소매점이 자신의 매장에서 쇼핑을 하도록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미국의 대형 할인점 타깃(Target)도 이런 사건 중의 하나를 기회로 포착하고자 했다. 타깃은 미국에서 월마트 다음으로 큰 대형 할인점으로 18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생의 여러 중대한 사건 중에서 타깃이 주목한 것은 임신이었다. 이 시기에 임산부는 격정에 휩싸이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어서 쇼핑 습관이 그 어떤 시기보다도 더 변하기 쉽다. 이때 그들이 필요로 하는 산모용품이나 신생아 용품 등을 타깃 매장에서 쿠폰으로 구매하도록 유인한다면 그들로 하여금 식료품, 수영복, 장난감, 의류 등도 구매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타깃은 임신한 고객을 식별해야 했다. 그것도 타이밍에 맞게 일찍 식별할 수 있어야 했다. 신생아가 태어난 후 산모들은 다양한 종류의 기업들로부터 거의 동시에 광고와 인센티브 등의 집중세례를 받는다. 따라서 다른 소매상들이 아기가 태어날 것이라는 것을 알기 전에 임신부를 먼저 식별해야 한다. 임신부가 임신복이나 태아 비타민같이 다양한 종류의 새로운 상품들을 구매하기 시작하는 때가 임신 4개월에서 6개월 사이다. 이 시기에 임신부를 겨냥한 특별 쿠폰과 인센티브로 그들이 타깃에서 구매하도록 유도하면 그들은 매장 내에서 카트 안에 아기 우유병, 신생아복은 물론 오렌지주스, 화장지, 시리얼 등 다양한 물품을 담는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바뀐 새로운 쇼핑 습관으로 인해서 계속 타깃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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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은 어떻게 해서 고객들의 임신 사실을 미리 알 수 있었을까? ‘베이비 샤워’ 등록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베이비 샤워란 임신을 축하하는 행사로 임신부가 가까운 지인들로부터 신생아와 관련된 선물을 받는다. 이 프로그램에 임신부가 등록하면 타깃은 인센티브와 선물을 제공했다. 이 프로그램에 등록한 임신부들이 구매한 제품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임신 이후에 그들의 쇼핑행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가 파악됐다. 예를 들면 임신 4개월부터는 향이 없는 로션을 다량 구입하기 시작했고, 5개월부터는 칼슘, 마그네슘, 아연이 보충된 비타민을 구매했다. 또한 누군가가 갑자기 향이 없는 비누, 대용량의 약솜, 손 세정제, 타월을 구매하기 시작하면 출산일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의미했다. 세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타깃은 임신과 관계가 있는 25개 제품을 확인했고 이를 활용해 고객에 대한 임신지수(pregnancy score)를 계산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타깃은 이 모델을 전국 1800여 개 매장의 모든 여성 고객들에게 적용해 임신이 거의 확실한 수만 명의 고객을 식별했고, 이들에게 산모와 신생아 관련 상품의 쿠폰을 발송했다. 심지어는 출산일까지도 어느 정도 정확하게 추정해 임신의 세부적인 단계에 맞춘 쿠폰을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임신부들이 타깃을 찾기 시작했고(쿠폰 응답률 30% 증가) 산모와 신생아 관련 상품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에 따라 타깃의 총매출도 2002년에서 2010년 사이에 440억 달러에서 670억 달러로 크게 늘었다.7

사실 대형 할인점을 비롯해 은행이나 심지어는 우체국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대형 소매점들은 좀 더 효율적으로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 오래 전부터 그들의 고객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왔다. 그리고 그 데이터들을 활용해 고객을 여러 집단으로 구분하고 각 집단의 선호와 특성을 분석해왔는데 타깃은 이런 분석을 가장 잘하는 기업이다. 예를 들면 타깃은 쿠폰을 받은 임산부들의 반응에도 신경을 썼다. 타깃의 쿠폰을 받은 일부 임산부들은 타깃이 자신들을 염탐(?)하고 있다며 화를 낼 수도 있다. 일부 임산부들은 그들이 아직은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품목들까지 타깃이 미리 예상해서 쿠폰을 보내는 것에 대해 심지어는 겁을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세밀한 데이터 분석에 바탕을 둔 타깃의 마케팅 정책이지만 임산부의 예민한 정서에 해를 끼칠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 타깃은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산모와 신생아용품 쿠폰을 임산부들이 결코 구매하지 않을 상품의 쿠폰과 섞어서 보낸다. 예를 들어 기저귀 쿠폰에 잔디 깎는 기계 쿠폰을 섞거나 신생아 옷에 와인 잔 쿠폰을 섞는 식이다. 이러 식으로 쿠폰을 받으면 아무런 의심 없이 자신에게 필요한 쿠폰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메가트렌드 연구와 독감 예측

빅데이터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메가트렌드의 토대다. 소셜에서 모바일, 클라우드, 게임까지. - 크리스 린치

1982년에 존 나이스빗(John Naisbitt)이 쓴 <메가트렌드(Megatrend)>는 2년 동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전 세계 57개국에서 800만 부 이상이 팔려 나갔다. 이 책 덕분에 당시까지 별로 유명하지 않았던 나이스비트는 단번에 세계적인 미래학자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으며 메가트렌드는 시대의 흐름을 읽는 화두이자 거스를 수 없는 큰 트렌드를 가리키는 용어가 됐다. 그는 이 책에서 미래에는 지식·서비스 사회, 글로벌 경제, 분권화, 네트워크 조직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그의 예측은 오늘날에 이미 실현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나이스비트는 이후 메가트렌드 아시아, 메가트렌드 2000, 여성 메가트렌드, 메가트렌드 차이나 등 메가트렌드 시리즈로 명성을 이어갔다.

나이스비트는 세상의 큰 흐름을 찾아내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썼을까? 우선 그가 한 일간지와 했던 인터뷰의 한 장면을 보자.8

기자: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세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나? 남다른 비결이 있나?

나이스비트: 나는 매일 6∼7시간을 신문을 읽는 데 보낸다. 나에겐 신문이 곧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도구다. 신문 외에는 매일 전 세계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가져올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생각한다. 미래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현재를 이해하는 것이다. 미래는 현재에 내포돼 있다. 미래란 어느 날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나는 의견(opinion)에는 관심이 없다. 지금 지구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사실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인터뷰에서 말한 대로 그는 미래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신문을 활용했다. 미국 50개 주마다 주요 신문 10개를 선정한 뒤 사람들을 고용해서 신문기사에서 키워드를 뽑았다. 이렇게 모은 키워드의 빈도를 조사해서 다시 핵심 키워드를 뽑은 뒤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 트렌드를 예측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메가트렌드 한 권을 쓰기 위해 50개 주의 주요 신문을 훑으며 10년 동안 세상을 연구했다.” 나이스비트는 이후의 여러 메가트렌드 시리즈 책을 위해서도 똑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예를 들어 메가트렌드 아시아를 쓰기 위해 사람들을 고용해 아시아 각국의 주요 일간지에서 키워드를 뽑았다. 사실 이런 작업은 그 과정을 설명하기는 쉬워도 시간과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 하지만 지금의 빅데이터 시대에 이런 작업은 몇 년은커녕, 몇 달도, 몇 주도 아닌 며칠 만에 쉽게 할 수 있다. 분석 대상도 훨씬 광범위하게 넓혀서 주요 신문은 물론 카페나 블로그 글, 다양한 소셜미디어에 담긴 글 등에서 키워드를 뽑을 수 있다. 더욱이 이 키워드와 함께 등장하는 연관어는 물론 그 속에 담긴 감정(sentiment)까지 분석이 가능하다. 이제는 나이스비트처럼 10년씩 신문을 뒤지지 않고도 누구나 미래학이나 트렌드 연구에 쉽게 도전할 수가 있는 빅데이터 시대다.

이번에는 구글에서 사람들이 검색한 검색어를 활용해 독감을 예측한 사례를 보자.9 이 사례는 이미 너무도 유명한 내용이지만 현재는 그 정확도가 과잉 측정된다는 얘기가 흘러나와 보완되고 있다. 다시 그 내용을 살펴보자. 미국에서는 독감의 조기 감지를 위해 전국에 있는 약 5000여 개의 병원에서 독감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나타나면 가검물을 채취해서 인접한 검사실(Lab)로 보낸다. 또 미국 전역에 있는 약 230여 개의 검사실에서는 검사 결과를 질병통제예방본부(CDC)로 보낸다. CDC는 검사 결과와 환자가 거주하는 지역 정보를 토대로 독감 발생이 의심되는 경우 지역별로 조기 경보를 내리고 예방조치를 취한다. 독감이 발병한다고 해도 수많은 병원, 검사실, CDC를 거치는 이런 절차 때문에 실제로 경보를 내리는 데까지 1∼2주 걸린다. 따라서 경보가 나오는 시점에서는 이미 다른 지역으로 독감이 퍼져버릴 가능성이 높았다. 구글은 검색엔진에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검색어를 분석해 짧은 시간 내에(약 하루) 독감 경보를 내리는 모델을 만들었다.

구글은 독감 증세 환자가 늘면 ‘독감’과 관련된 단어의 검색 빈도가 함께 증가한다는 패턴을 발견했다. 이를 CDC의 실제 독감 증세를 보인 환자 수(2003∼2007년)와 비교한 결과 45개의 검색어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상관이 높은 상위 5개 검색어는 ‘독감 합병증’ ‘감기/독감 치료제’ ‘독감 일반 증상’ ‘독감 기간’ ‘독감 특수 증상’이다. 구글은 이 45개의 검색어에 대한 검색빈도와 검색위치를 바탕으로 지역별 독감 유행 정보를 CDC보다 1∼2주 앞서 제공하고 있다. 특히 구글이 지난 2008년 11월부터 선보인 ‘독감 트렌드(Flu Trends)’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독감과 관련된 검색어의 입력 빈도를 파악해 지역별로 독감 유행 수준을 ‘매우 낮음’부터 ‘매우 높음’까지 5개 등급으로 표시한다. 구글의 독감 트렌드가 지난 2009년 2월, 대서양 연안 중부지역 주에서 독감이 확산될 것이라고 CDC보다 2주 먼저 예측한 것은 지금도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독감 트렌드는 2011년 8월 이후 100 주 동안 실제 독감 발병보다 더 높은 예측을 했다고 비판을 받기도 했다.10 이런 비판은 구글 독감 트렌드를 기존의 방법을 보완하는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요즈음은 오스나브뤽(Osnabrück)대의 인지과학연구소에서 검색어는 물론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 데이터, CDC 데이터를 결합해 독감의 시간적 공간적 확산을 예측해주고 있다.11



결어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빅데이터는 ‘어딘가에 쌓여 있는 자료’가 아니라 정확하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반드시 활용해야 하는 자료이자 분석틀이라는 것이다. 빅데이터 리더십이란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얻고, 어떻게 감동시키는지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빅데이터에 기반해 리더가 어떤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지만 마치 높이뛰기에서 착지 안전장치의 변화를 고려해 혁신적인 배면뛰기를 연습해 놀라운 성과를 냈던 포스베리처럼 기존의 관행대로 리드하지 말고 리더십 자체를 디지타이징해야 한다는 것이다. 테스코와 타깃의 사례는 그러한 시도가 리더에 의해 결정돼 실행됐을 때의 성과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 의료보건 정책에서도 기존의 방식대로가 아니라 빅데이터 분석틀을 받아들이고 활용했을 때 더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음을 구글이 보여줬다. 리더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조직의 변화를 이끌고 완전히 새로운 생산과 제조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인데 그 답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중심축 중 하나인 ‘빅데이터’에 있다는 얘기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성공하는 리더는 어떻게 이끌어야(lead) 하는지를 DBR 220호에서 다뤘다. 이번 호에서는 현명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데이터 분석이 안성맞춤의 도구라는 것을 설명했다. 다음 글에서는 빅데이터 리더십의 정의와 특성을 설명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다루도록 하겠다.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학과 주임교수 jhkim6@assist.ac.kr 최용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산학협력단장 yjc@assist.ac.kr

김진호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Wharton School)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통계학 부전공). 사회와 기업의 다양한 문제를 계량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연구를 주로 했다. 저서로는 와 <빅데이터가 만드는 제4차 산업혁명>이 있으며 DBR에 ‘Power of Analysis’를 연재했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앞두고 많은 바둑 전문가들과는 달리 알파고가 5대0으로 완승할 것이라고 예측해 주목을 끌었다. 최용주 교수는 교수로서는 드물게 기업경영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능인 영업(Sales)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연구의 결과로서 <영업의 미래>라는 저서와 <영업혁신>을 발간했다. 최근 들어 ‘영업성과의 향상을 위한 빅데이터 활용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제약회사 및 식품회사의 현장사업본부장 및 부사장, 컨설팅사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교수이자 산학협력단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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