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한계를 아는 리더

199호 (2016년 4월 lssue 2)

 

 

 

자신의 한계를 아는 리더

 

최고 지도자에게 필요한 능력 중 하나로듣는능력을 꼽곤 한다. 실무는 일선 실무자와 중간 경영층의 영역이며, 최고 지도자는 전체를 종합하고 판단해 비전을 제시하고 내·외부의 관계를 조정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은 정치와 경영의 기본 중의 기본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귀를 열고 불편불의(不偏不倚)하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특히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세분화·전문화돼가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이 능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제아무리 재주 있고 지식과 경험이 많은 지도자라 하더라도 모든 것을 알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도자에게 이 능력이 요구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는 상고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반복·강조돼온 사안이다. 이는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그 능력을 갖춰 실천하기 어렵다는 점을 방증한다. 일례로, 자신의 정책 의견을 듣지 않는 제나라의 선왕에게 맹자는 이렇게 들이댄 적이 있다. “사람이 어린 시절 배우는 것은 장성해서 그것을 시행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임금님께서는우선 그대가 배운 것은 버리고 내 의견을 따르라’고 하시면 도대체 어쩌란 말입니까? 가령 여기 다듬지 않은 옥의 원석이 있다고 치지요. 그 옥이 20만 냥이나 되는 귀한 것이라 하더라도 분명 옥공(玉工)에게 믿고 맡겨서 다듬도록 하실 겁니다. 그런데 국가를 다스리는 일만큼은우선 그대가 배운 것은 버리고 내 의견을 따르라하시면, 이는 옥공에게 옥 다듬는 법을 가르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맹자·양혜왕 하>

 

제선왕은 맹자에게 가르침을 청하기 위해 그를 초청했다. 앞에서는 매번 그의 말에 탄복하면서도 실제로 정책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만약 선수가 코치의 지도에 따르지 않는다면, 이는 자기가 코치보다 낫다는 우월의식의 발로라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맹자는 이것이 지위를 이용해 전문가에게 자기 방식을 가르치려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여겼다. 옥 다듬는 일처럼 차라리 그 분야를 전혀 알지 못하거나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서슴없이 자문을 구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경영의 문외한이 경영자가 되거나, 정치의 문외한이 정치 지도자가 될 일은 없다. 대부분은한 경영’ ‘한 정치하는 인물이 높은 위치에까지 오르기 마련이고, 그 지식과 경험이 말 그대로최고수준임에 틀림없다. 최고 지도자가 귀를 열기 어려운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명실상부한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거기서 한두 꺼풀 더 벗어야 한다. 먼저에 대한 문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사람의 지식은 모두 상대적인 것이니 나의 앎과 판단이 모두 옳다고 보장할 수 없다. 설사 내가 다른 사람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하더라도 세상을 보는 방식과 관점에 따라 앎과 판단은 얼마든지 달라진다. 참된 앎은, 공자가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짜 앎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논어·위정편>라고 했듯 내 지식의 한계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데 있다. 내 앎의 한계를 정확히 인식한다면 그 지점이 귀와 마음을 열어젖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또 하나는 진짜능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유능한 지도자만이 타인의 말을 듣는다. 타인의 말을 듣지 않는 지도자는 강한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능력이 부족하고 나약한 사람이다. 나약하기 때문에 타인의 의견을 듣는 것이 두려워 귀를 막는 것이다.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며[不恥下問] 능력이 못한 사람에게도 묻고, 지식이 부족한 사람에게도 물을 수 있는[以能問於不能, 以多問於寡.]’<논어·태백편> 사람이 강하고 유능한 지도자이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진정한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치억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 연구교수

 

필자는 퇴계 선생의 17대 종손(차종손)으로 전통적인 유교 집안에서 나고 자라면서 유교에 대한 반발심으로 유교철학에 입문했다가 현재는 유교철학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성균관대 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성균관대·동인문화원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19호 New Wave of Logistics 2021년 04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