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위한 성격심리학
Article at a Glance
우리는 남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항상 궁금해 하고 실제로 전반적인 자신에 대한 주변의 평판에 대해 꽤 잘 알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주변의 특정인이 자신에 대해 갖는 감정은 물론이고 자신의 마음 자체도 잘 알지 못한다. 평판은 쉽게 파악하나 감정, 즉 마음은 읽기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과 자신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어야 좋은 기업문화를 만들고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자신과 타인의 마음읽기에 실패한 리더는 직장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읽기’ 능력이 어느 수준인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테스트를 통해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노력을 해보자. 사우스웨스트항공처럼 ‘신뢰에 기반한 행복한 기업’을 만드는 일은 번지르르한 말 몇 마디로 이뤄지지 않는다. |
편집자주
심리학은 현재 경영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가장 고독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경영현장에서 글로벌 경쟁을 치르고 있는 CEO들은 정작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임상심리학자이면서 각종 이론심리학에도 정통한 고영건 교수가 경영자들이 심리학 이론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CEO를 위한 성격심리학’을 연재합니다.
전국에 수백 개의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는 어느 기업의 영업점 점장들을 대상으로 필자가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의 일이다. 전국의 영업점 점장들이 교육을 위해 모인 강의실에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가장 절실하게 바뀌기를 희망하는 문제에 관해 조별 토론을 진행했다.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답게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시종일관 다양한 의견들이 제안됐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본인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들기 때문에 가장 절실하게 바뀌기를 희망하는 문제의 경우 처음에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있다가 사실상 프로그램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비로소 등장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때 누군가가 토론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 일단 그 문제에 관해 한 번 입을 열고나면, 그때부터는 모든 영업점 점장들이 이구동성으로 사실은 그 문제가 자신들을 가장 괴롭히는 문제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었다.
그 영업점 점장들이 프로그램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 망설이다가 힘들게 고백한 고충은 다음과 같았다. 그 기업은 전국의 모든 영업점에 매우 독특한 업무방침을 적용하고 있었다. 전국 수백 개의 영업점 점장들이 업무시간 중에 ‘휴대폰을 통해 1시간마다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전달되는 전국 영업점 판매순위’를 반드시 확인하고 자신이 직접 자신의 순위를 확인했다는 기록을 남겨야 하는 것이다.
한번 생각해보라! 만약 당신이 이러한 관행을 따라야 하는 영업점 점장이라면 회사 생활이 어떻겠는가? 과연 이러한 조직이 우수한 영업실적을 올릴 수 있을까? 과연 이 기업의 동종 업계 순위는 어떻겠는가?
분명한 것은 기업이 이처럼 잘못된 관행을 고수하는 한 동종 업계에서 우수한 성적을 나타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기업은 당시에 동종 업계에서 가장 저조한 영업 실적을 기록하고 있었고 제법 시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사실상 거의 모든 영업점 점장들이 이구동성으로 그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이 기업은 그러한 관행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음식이 상한 것은 금방 눈치 채지만 공기가 오염된 것은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상한 음식은 곧바로 배탈과 식중독 등의 문제 증상으로 나타내지만 오염된 공기는 단기적으로는 사실상 아무런 증상도 나타내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오염된 공기는 사람들이 갖은 노력을 기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건강이 생각만큼 충분히 개선되지 않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도록 만드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조직의 관행이 잘못돼 있는 동시에 그러한 관행이 조직생활에 밀착돼 있는 경우 그 조직 내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조직에 내재한 진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기가 어렵다. 마치 오염된 공기가 신체에 작용할 때처럼, 그러한 조직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조직이 실적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의아해 하게 된다.
이처럼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일단 그러한 업무방침을 도입하고 나면, 그러한 시스템은 직원들이 분발하도록 ‘옥죄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설사 영업실적이 개선되지 않더라도 그러한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여전히 나사가 덜 조여져 있는 부분’을 추가적으로 발견해야 한다고 오판하게끔 만든다.
실제로는 이러한 영업방침이 유일하게 기여하는 부분은 적어도 영업점 직원들이 계속해서 충원되는 한 회사가 문을 닫지 않도록 해주는 것뿐이다. 마치 오염된 공기가 계속 숨을 쉬는 것을 용인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는 회사에 영업점 직원이 계속 충원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 중 하나가 충족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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