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에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은 명감독이 되기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냥 속설이 아니라 경험적으로 검증된 원칙이라고 하더군요.
비공인 세계 최고 홈런기록(868개)을 갖고 있는 일본의 오 사다하루(王貞治·현 소프트뱅크 감독)는 요미우리 감독으로 있을 때 ‘독선적인 지도자’란 비판과 성적 부진으로 1988년 해임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후 6년 동안 야구 해설자 등으로 야인 생활을 했습니다. 한국 프로농구의 ‘전설’이었던 허재 감독은 현재 녹록치 않은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충희 감독은 지난해 말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왜 그럴까요? 단순히 생각하면 스타 출신 감독들은 자신의 뛰어난 기량을 후배 선수들에게 전수해 훌륭한 성적을 낼 것 같은데 말입니다.
‘축구에서 배우는 인재경영’을 부제로 한 ‘90분 리더십’이란 책이 있습니다. 저자인 크리스 브래디 영국 카스경영대학원 교수는 “유명한 선수가 되는 데 필요한 재능이 유능한 감독이 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선수로서의 재능이 지도자 생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자신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기술을 선천적인 재능이 없는 사람에게 전수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오 사다하루 감독도 요미우리 시절 선수들의 실수와 무능을 참지 못했다고 합니다.
스타 리더들의 ‘가혹화 오류’
직장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생깁니다. ‘스타 상사’ 밑에서 오히려 조직의 실적과 역량이 떨어지는 예가 많습니다.
잘 나가는 상사 중 많은 사람이 칭찬에 인색하고 눈이 높습니다. 이들은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부하 직원들의 능력을 저울질합니다. 당연히 “요즘 젊은 친구들은 실력은 없고 말만 많아”, “자네는 매일 그 모양이야? 왜 그것밖에 못해?”란 불만을 수시로 쏟아냅니다.
눈이 높은 상사는 특히 인사고과에 인색할 가능성이 큽니다. 자기 눈에 차지 않으니까요. ‘팀장 심리 프레임’이란 책에선 이것을 ‘가혹화 오류(severity error)’라고 부르더군요. 이런 ‘스크루지형 리더’ 밑에서는 대다수 팀원들의 평가가 C, D에 분포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당연히 조직원들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게다가 의욕상실과 자포자기에 빠져 조직의 성과가 바닥으로 내려갑니다. 팀장이 가혹하면 팀원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군대 생활을 해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아무리 똑똑한 후임병이라도 고참이 계속해서 “너는 왜 이것밖에 안돼?”라고 윽박지르면 주눅이 들면서 진짜 ‘고문관(바보)’이 되어버립니다.
잘 나가는 리더, 눈높이 낮춰야
스스로 잘 나간다고 생각하는 리더 여러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봅시다. 당신은 부하직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당장이라도 눈높이를 낮추세요. 대리는 대리로, 과장은 과장으로 봐 주어야지 ‘영웅적인 성과’를 낸 팀장의 기준으로 평가하면 되겠습니까? 후배들을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옆 부서의 동료 팀장에게 물어보십시오. 직급에 따라 어떤 정도의 성과를 기대해야 할지 대략 객관적인 정보를 얻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제발 칭찬을 많이 하십시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제가 아는 후배 한 명은 “모시고 있는 상사가 좋은 분인 것은 알겠으나, 칭찬에 너무 인색해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더군요. 이 친구는 끝내 직장을 옮겼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직원들을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육성해야 할 새싹’으로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자연히 후배들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을 겁니다.
오 사다하루는 6년의 방황을 거친 후 1995년 다이에 호크스 (현 소프트뱅크 호크스)감독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사람이 완전히 바뀐 상태였습니다. 그는 엘리트 의식을 버리고 선수들을 진심으로 배려하고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약체 호크스는 약진을 거듭해 1999년과 2003년 일본 시리즈에서 우승했습니다. 지난해는 시즌 3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