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무상급식 문제가 사회적 관심거리가 되더니 이제는 교육계 고위공직자가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어떤 불법적인 일을 했는지에 대해 세간이 주목하고 있다. 세상에는 희망을 걸었던 사람들을 실망하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원래부터 희망을 걸지 않았던 사람은 무망(無望)이라지만 믿었던 사람이 그 희망을 저버리고 사람들을 절망(絶望)하게 만든다면 이는 실망(失望)이 된다. 특히 기업을 이끄는 리더는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사회가 실망하고, 투자자가 실망하고, 직원이 실망하고, 고객이 실망하면 그 조직은 결국 망할 수밖에 없다.
실망(失望)이란 단어의 어원은 <맹자(孟子)>에 나온다. ‘사궁불실의(士窮不失義). 선비는 힘든 상황에서도 원칙(義)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달불리도(達不離道). 또한 높은 자리에 오르더라도 평소 가던 길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 궁불실의사득기언(窮不失義士得己焉). 힘들어도 원칙을 버리지 않기에 선비는 당당한 자신을 얻는다. 달불리도민불실망(達不離道民不失望). 지위가 높아져도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기에 백성들은 그에게 실망하지 않는다.’
<맹자>에 나오는 ‘실망(失望)’이란 단어의 어원이다. 어려웠던 시절에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던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오르고 출세를 하자 사람들의 희망을 저버리고 ‘실망’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평소에 믿었던 희망이 실망으로 바뀌며 부서지는 순간에 사람들은 배신감과 함께 인간의 무상함을 통감하고는 한다. 그래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더욱 주변사람들이 실망하게 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리더는 주변 사람들의 희망이다. 때로는 어려움 속에서도 반듯한 몸가짐과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의 신망을 얻어야 하고 높은 자리에 오르더라도 평소의 모습을 잃지 않고 가던 길을 묵묵히 가야한다. 적어도 상황이 리더를 흔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는 떳떳하게 내 몸을 잘 지키며 살고(窮則獨善其身), 세상에 나서면 천하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리라(達則兼善天下)’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며 원칙을 지키고 사는 리더의 당당한 모습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어려움이 닥칠 때도 있고 뜻밖의 행운이 다가올 때도 있다. 나에게 닥친 어려운 상황 앞에서 하늘을 원망해 보기도 하고, 다가온 행운을 주체하지 못하고 파멸의 길로 빠져들기도 한다. 조석으로 바뀌는 변화무쌍한 운명, 그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의 모습이 리더의 모습이다. <맹자>는 리더는 다른 사람보다 인생의 부침이 더욱 심한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반구여초(飯糗茹草也)! 때론 찬밥과 나물을 뜯어 먹으며 살 수도 있고, 피진의고금(被袗衣鼓琴)! 비단 옷을 입고 음악을 연주하는 안락한 생활을 누리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찬밥에 나물국을 먹든, 비단옷에 화려한 음악을 듣든, 어떤 상황이 다가와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다는 것이다. 순(舜) 임금은 초야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로 있을 때나 천자가 돼 천하의 주인이 됐을 때나 변한 것이 없었다. 그 상황에서 자신의 원칙과 도(道)를 잃지 않고 살았다.
선비는 평생 어렵게만 사는 사람이 아니다. 인생을 살면서 예측할 수 없는 빈천과 부귀, 불행과 행복이 다가올 수 있다.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그 상황 속에서 의연하게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진정 위대한 성인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희망을 저버리지 않고 원칙과 정도를 걸어가는 선비의 모습에서 오늘날 리더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