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팀장은 리더이자 팔로어입니다. 고위 경영진과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면서 팀원들에게 적절한 동기를 부여해 성과를 높여야 합니다. 팀장의 리더십 역량은 조직 성과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리더십 연구는 주로 고위 경영진에 국한돼 있었습니다. 김성완 통코칭 대표가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토대로 팀장 리더십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중간관리자들이 실전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1. 팀장님! 업무가 너무 많아요
자동차 부품제조기업의 생산관리팀장을 맡은 지 3년이 된 김 팀장. 팀원들은 김 팀장에게 새로운 업무를 지시받을 때마다 부담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갈수록 사람은 줄어드는데 일은 늘어나니 팀원들의 인상이 구겨지는 것도 당연했다. 재작년까지 15명이던 인원이 지난해에는 12명으로 줄었다. 올해 2명이 퇴직한 뒤 충원없이 현재 10명을 유지하고 있다. 생산기획파트 3명, 생산운영파트 3명, 생산혁신파트 4명으로 간신히 팀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최근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을 구축한 뒤로 일이 줄기는커녕 되레 늘었다. 전산 데이터와 현재 수량이 맞지 않을 때에는 수작업을 해야 하는데, 담당자들이 전산 데이터 입력에 익숙지 않아서 김 팀장의 팀원들이 이들을 대신해 다른 직원들이 일일이 작업을 대신해 줄 때도 있다. 또 과거에는 주간 단위의 생산일지를 작성했는데 이제는 일 단위의 생산일지까지 작성해서 보고하려니 팀원들의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며칠 전 사업부 업무회의에서 사업부장이 주간 단위의 생산현황 분석 보고서를 작성해 생산 리드 타임과 불량현황에 대한 분석 보고를 지시했다. 생산현황 분석업무는 기존 생산기획파트의 이 과장이 담당하고 있었다. 현재 이 과장은 생산부문의 핵심인 생산기획파트에서 ERP 시스템을 총괄하고 있다. 김 팀장은 이 과장을 불러 신규 업무에 대한 작업을 지시했다.
“이 과장, 요즘 ERP 시스템은 좀 안정화됐나?”
“말도 마십시오. 시스템을 구축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자료 입력과 문제 조치에 대해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번 공장 담당자 추가 교육까지 했는데도 그 모양이란 말이야?”
“교육은 했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발생하는 케이스가 워낙 다양한데다 구매 물자의 발주와 수급현황이 맞지 않아서 부품이 정확하게 입력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구매팀에 제대로 하라고 몇 번을 얘기했지만, 그 쪽도 필요한 물량만큼만 구매발주를 하다 보니 부품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장, 자네가 고생이 많네. 그래도 자네가 열심히 해주니까 시스템이 어느 정도 굴러가지 않나.”
김 팀장은 이 과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참, 이 과장, 어제 사업부 회의에서 추가적인 업무지시가 나왔네. 생산현황 분석 보고서를 월간에서 주간으로 작성하기로 했네. 시장 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고 세계 경제가 일본발 위기와 중동분쟁으로 다시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예? 월 단위 생산현황 분석보고를 주간 단위로 하라는 것은 단순히 같은 작업을 네 번이나 해야 하는데, 주간 단위에서는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분석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과장,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시스템의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하면 되는 거잖아! 지금 회사 상황을 아는 사람이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사업부 전 부문이 초비상 경영에 들어갔는데, 우리가 적극 지원해도 시원치 않은 판에 무슨 소리야!”
김 팀장이 평소와 달리 이 과장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 바람에 사무실에 있던 팀원들과 타 부서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둘을 주시했다. 이 과장은 얼굴이 굳어지면서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팀원들이 어떻게 되든 하라면 해야지요. 지난해 경제위기에 파트원 5명에서 3명으로 줄었는데 이 인원으로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안 그래도 ERP시스템 구축 이후 주간일보 작성을 위해 매주 주말을 반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주간 단위 분석까지 들어가면 정말 매주 주말만이 아니라 평일마저 반납해야 합니다.”
이 과장의 볼멘소리가 사무실 건너편까지 울렸다. 그는 그간 쌓인 설움을 터뜨리면서 힘겨움을 호소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그러다가 이 과장은 “알겠습니다. 하겠습니다”란 짧은 대답을 한 뒤 돌아섰다. 김 팀장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실제로 ERP시스템 구축 이후 분석업무와 보고업무가 급증하고 있었다. 무슨 대책을 세우지 않고서는 팀원 전체가 업무 과다로 불만이 넘쳐날 판이다. 또 지난해 ERP시스템 구축 이후 주말이 더 바빠져 근태현황을 보면 엉망이다. 김 팀장도 이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이 바쁜 업무를 해결하느라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김 팀장은 오후에 있을 통(通)코치와의 대화에서 이 문제를 상의했다.
“통코치님, 지금 우리 팀의 꼴이 말이 아닙니다. 팀원들은 줄고 있는데 일은 자꾸만 늘어나고 경영환경은 악화되고 있습니다. 사원들이 힘들어 하는 것은 아는데 팀장이라는 사람이 뾰족한 대책이 없이 그냥 팀원들에게 하라고만 윽박지르고 있으니,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