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신동엽 교수의 경영 거장 탐구

조직의 경계 설정, 거래 비용을 고려하라

신동엽 | 71호 (2010년 12월 Issue 2)

시장 경제의 장점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가 글로벌 정치 경제를 휩쓸기 시작한 지난 20여 년간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앞다투어 조직 내부의 기능, 역량, 사업 등을 최대한 많이 외부에서 아웃소싱(out-sourcing)하거나 스핀오프(spin-off)해 왔다. 되도록 많은 기능, 역량, 사업을 조직 외부의 시장에서 조달할 때가, 이를 조직 내부에서 직접 수행할 때보다 언제나 우월한 결과를 낳을까? 항상 그렇지는 않다.

그렇다면 언제 조직 외부의 시장 메커니즘에 의존하던 기능, 역량, 사업을 조직 내부로 가져와야 할까? 또 언제 이를 내부에서 외부로 내보내야 할까? 과연 인수합병(M&A), 수직계열화, 스핀오프, 아웃소싱, 전략적 제휴의 선택 기준은 무엇일까? 이런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내리기 위해 CEO들이 정확하게 이해해야 할 사안이 바로효율적 조직 경계 설계.

CEO들이 가장 어려운 의사결정으로 꼽는 전략적 문제를 보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항상 M&A, 수직계열화, 스핀오프, 아웃소싱, 전략적 제휴 등이 등장한다. 언뜻 직접적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의사결정들은 모두 조직 경계 설계의 문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런 의사결정을 할 때는 반드시효율적 조직 경계(efficient organizational boundary) 설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영자들은 이에 관한 명확한 의사결정 기준, 지식,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윌리엄슨 교수의 거래 비용 경제학

효율적 조직 경계 설계 연구에 획기적 전환점을 가져온 이론은 바로 작년 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UC 버클리대의 올리버 윌리엄슨(Oliver E. Williamson) 교수의거래 비용 경제학(Transaction Cost Economics)’ 이다. 윌리엄슨 교수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지만 박사 학위를 받을 때 경제학이 아니라 필자와 같은 거시 조직 이론을 전공했다. 그가 미국 카네기멜론대(당시 이름은 카네기공과대) 경영대학의 박사 과정에 재학할 때 그의 지도 교수 및 논문 심사위원들은 조직 이론계의 전설적 거장인 제임스 마치(James G. March), 허버트 사이몬(Herbert Simon), 리처드 사이어트(Richard Cyert) 교수들이었다.

이런 독특한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윌리엄슨 교수는 조직 이론, 경제학, 법학 등을 절묘하게 통합한 거래 비용 경제학을 통해 조직 경계와 기업 지배구조 연구에 획기적 전기를 제공했다. 윌리엄슨 교수의 거래 비용 경제학은 1970년대 중반에서 현재까지 이르는 40년 가까운 기간 모든 사회과학 분야를 통틀어 가장 폭넓은 영향을 끼쳤으며, 많은 논란을 가져온 이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래 비용 경제학은 경영학의 조직 이론은 물론, 전략경영, 마케팅, 오퍼레이션관리, 경제학, 사회학, 법학, 정치학, 역사학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윌리엄슨 교수는 그의 거래 비용 경제학에서 시장과 조직은 둘 다 경영 활동을 수행하는 방법이며, 서로가 서로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동일한 경영 활동을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조직 외부에서 수행할 수도 있고, 반대로 조직 메커니즘을 통해 조직 내부에서 수행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특정한 기능이나 역량, 사업 또는 부품이 필요할 때, 이를 조달하는 방법은 시장 거래를 통해 다른 기업에서 사올 수도 있고, 반대로 조직 내부에서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앞서 예시한 M&A, 전략적 제휴, 수직계열화, 스핀오프, 아웃소싱의 문제는 모두 특정 경영 활동을 시장을 통해 수행할지, 아니면 조직을 통해 수행할지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방법론이다.

시장과 조직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냐는 의사결정에 따라 조직 경계도 변화한다. 즉 되도록 많은 경영 활동을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수행할수록 조직의 경계는 좁아지고, 반대로 되도록 많은 경영 활동을 조직 내부에서 수행할수록 조직의 경계는 넓어진다. 그렇다면 시장과 조직 중 어느 편을 선택하는 게 성과와 경쟁력 면에서 우월한 결과를 낳을까? 정답은 없다. 윌리엄슨 교수는 시장과 조직이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각 거래의 성격에 따라 시장과 조직을 적절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시장과 조직은 각각 어떤 장단점을 지니고 있을까? 시장의 핵심 원리는 각자 자신만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독립적 경제 행위자들 사이의 자발적이고 수평적인 거래 관계다. 때문에 시장의 장점은 무엇보다 그 유연성과 효율성에 있다. 시장에서는 어떤 부품을 사오다 환경이 변해서 그 부품이 필요하지 않으면 바로 거래를 중단하면 된다. 그 외의 다른 복잡한 문제들을 고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 또 시장은 효율적이다. 독립적인 경제 행위자들인 기업들이 각각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특화된 전문 영역을 갖추려 애쓰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영 활동을 모두 수행하는 다각화 기업, 수직계열화 기업에 비해 개별 활동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훨씬 높다

그러나 각자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독립적 경제 행위자들 간의 거래 관계는 동시에 높은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이라는 문제도 야기한다. 즉 시장을 통한 경영 활동의 수행은 서로 더 많은 이익을 원하는 거래 당사자들 간의 밀고 당기기에 따른 가격 산정 및 품질 협상 비용, 계약 조건 합의와 계약서 작성 비용, 조달 일자 협의 등의 조정 비용, 물품 공급 및 대금결제 관리 비용, 조달된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 검증 비용, 상대방이 계약 조건을 지키지 못할 때 이에 대한 제재 비용 등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거래 비용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특정 거래 상대와 반복적 거래 관계를 수행하거나 그 거래 관계에만 쓰일 수 있는 전용 설비 투자가 필요할 때 이 거래 비용이 과도하게 높아져 시장은 더 이상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경영 활동을 수직 계열화나 M&A 등을 통해 조직 내부로 가져오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이런 거래를 조직 내부로 가져오면 시장에서 발생했던 거래 비용은 대폭 감소한다. 조직 내부 구성원이나 부서, 사업부들 사이의 거래 관계 여부와 과정은 각자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상부 경영진의 권한에 기반한 선택과 명령에 의해 수행된다. 조직 내부의 기능 등을 이전할 때 각 사업부서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전사적 차원의 이익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경영진 또한 이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고 조직원에게 이를 명령한다. 실제 거래 당사자인 기능부서나 사업부는 각각의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그 의사결정을 따라야 한다. 이때 시장에서 발생했던 협상비, 계약비, 조정비, 검증비, 제재비 등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으므로 비용 측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

조직 메커니즘의 또 다른 장점은 불확실성의 감소, 특화된 자산의 투자에 따른 생산성 증대다. 조직 내부에서 경영 활동을 수행하면 외부 공급업자의 기회주의적 행동이나 시장 상황의 급변 때문에 필요한 부품이나 서비스의 조달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낮다. 조직 내부에서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에 경영 불확실성이 대폭 낮아진다. 반복적으로 필요한 기능이나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특화된 전용 설비 등에 투자할 수도 있어 생산성 증대도 가능하다.

그러나 조직이 거래 비용 측면에서 시장보다 항상 우월한 대안은 아니다. 조직 또한 나름대로의 다양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윌리엄슨 교수는 지적한다. 조직의 가장 큰 한계는 경직성이다. 어떤 부품이나 서비스를 조직 내부에서 직접 조달하기로 하고 조직이 이에 대한 설비나 인력에 투자를 하고 나면, 경영 환경이 변해 이 설비가 더 이상 필요 없어져도 신속하고 유연하게 그 결정을 취소하기 어렵다.

조직의 또 다른 한계는 조직에만 발생하는 특수한 거래 비용인 관료적 비용(bureaucratic cost)이다. 즉 시장에서 어떤 부품이나 서비스를 조달할 때는 협상이나 계약 등에만 신경 쓰면 끝이다. 실제 그 부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오퍼레이션은 공급업체에 일임하면 된다. 그러나 조직 내부에서 이를 직접 생산할 때는 생산 전략과 계획 수립, 원자재 조달, 생산 오퍼레이션 시스템의 설계와 관리, 관련 부서와의 조정 등 시장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 이런 조직 내부의 관료적 비용은 시장의 거래 비용보다 더 클 수도 있다.

효율적 조직 경계 설계를 위한 기준

윌리엄슨 교수는 조직과 시장 중 그 어느 쪽도 항상 우월하지는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 세계 기업들 사이에서 M&A, 수직계열화, 아웃소싱, 스핀오프, 전략적 제휴 등이 유행처럼 확산되는 현상 또한 매우 비합리적이며, 거래 비용 경제학의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효율적 조직 경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그는 어떤 기능이나 역량, 사업, 또는 경영 활동을 조직 외부에서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수행할지, 조직 내부에서 수행할지의 선택을 다음 기준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자사의 핵심 역량에 해당하는 활동은 당장의 비용효율성이나 경쟁력과 상관없이 무조건 조직 내부에 둬야 한다. 필자가 이미 DBR에 기고한 다른 원고에서도 자세히 설명한 적이 있듯 핵심 역량은 어떤 특정 사업에만 필요한 게 아니라, 미래에 다양한 새로운 사업들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다. 핵심 역량을 조직 외부에서 조달하는 일은 자사의 미래 경쟁력을 외부에 의존하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아웃소싱이나 스핀오프 붐이 발생할 때 많은 기업들이 간과하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무조건 조직을 간소화하는 게 항상 좋은 일은 아니다. 아무리 조직 규모를 줄이더라도 핵심 역량만은 반드시 외부로 내보내지 말아야 한다.

둘째, 특정 기능, 역량, 사업이 단기적으로 필요한가, 장기적으로 필요한가가 시장과 조직 중 하나를 선택하는 기준이다. 일회성으로 필요하거나, 단기적으로만 필요한 기능, 역량, 사업을 조직 내부에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조직 내부의 관료적 비용이 시장의 거래 비용을 훨씬 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반복적이고 장기적으로 필요한 기능, 역량, 사업은 조직 내부에서 조달하는 게 합리적이다.

셋째, 높은 생산성, 품질,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정 설비나 인력 투자가 필요하다면 이를 조직 내부에서 수행하는 게 좋다. 참여자들이 각각 자신만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시장에서는 공급업체가 특정 고객 기업만을 위해 특화된 설비나 인력에 투자하는 일이 비효율적이다. 때문에 해당 공급업체는 모든 기업들의 요구에 유연하게 부응할 수 있는 범용 설비나 인력만을 사용할 때가 많다. 생산성, 품질, 효율성에서 한계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넷째, 환경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일반적으로 조직보다 시장이 더 나은 대안이다. 미래 수요를 예측하기 어렵고, 환경 불확실성이 클 때는 특정 기능, 역량,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조직 내부에 대규모 투자를 해서 많은 매몰 비용(sunk cost)을 발생시키는 것이 비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예측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조직 전체의 유연한 대응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유연성이 매우 중요하다.

거듭 강조했듯 M&A, 수직계열화, 아웃소싱, 스핀오프, 전략적 제휴 등은 결코 유행에 따라 성급하게 시도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니다. 효율적 조직 경계 설계의 관점에서 고도의 판단력을 요구하는 의사결정이라는 점을 많은 CEO들이 명심하고, 조직 경계 설계 이론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조직 이론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직 이론 분야의 세계 최고 학술지 등 저명한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