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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의 가치: 비즈니스 생태계

김용성 | 47호 (2009년 12월 Issue 2)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도 ‘전지구적인 관점’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국내 주식시장 뉴스를 들으면서 ‘뉴욕 증시의 영향으로’란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간밤에 뉴욕 증시가 출렁였다면, 우리 주식시장도 영향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눈요깃거리로나 소개되던 해외 소식은 이제 일상의 문제로 다가온다. 해외 파병 군인의 가족에게는 중동 어느 나라의 테러 소식이 국내 물가 뉴스보다 더 중요하다. 프랑스 와인과 한국 막걸리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경제 뉴스가 끝나면, 시민단체들이 극지방의 얼음 사진을 보여주며 환경 보호 캠페인을 벌이는 장면이 소개된다.
 
 

 
과거 우리는 국경이나 지역의 차이로 나뉜 시장에 대한 개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와 지역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전지구적 사고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영어 공용화, 기술 진보를 통한 이미지 중심의 의사소통, 인터넷에 의한 거리 개념 소멸, 기상 이변과 같은 전지구적 주제도 등장했다. 이제 우리가 그야말로 ‘지구촌’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기후로 촉발된 생태계에 대한 관심
특히 지구 온난화라는 생태계 이슈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전지구적 관점을 촉발시킨 촉매 역할을 했다. 지구 기온이 몇 도 올라가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사람들도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자 걱정하기 시작했다. 학자들은 지구 기온이 단 몇 도만 더 올라도 인류 생존이 위태롭다고 지적한다. 지구 생태계는 복잡하게 상호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온 변화는 상대적으로 환경 적응력이 떨어지는 곤충의 생존을 위협해 식물 수정을 방해하고, 그로 인한 곡물과 과일 수확 감소는 동물의 생존을 위협한다. 지구 온난화로 촉발된 위기는 인류가 얼마나 자연에 의지하고 있는지를 겸손하게 인정하게 만든다.
 
생태계에 대한 관심은 사물을 분리해 생각하는 서양식 사고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서양식 사고는 전통적으로 개체의 독립성을 중요시하고, 상호의존성은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고방식은 구성 요소를 단순화해 일반화된 이론을 정립하는 ‘과학적 사고’의 근간이 됐다. 예를 들어 기초적인 물리학은 중력을 설명할 때 낙하하는 물체의 특징이나 공기 저항은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단순화를 선호하는 과학자라도 생각이 깊어지면 더 많은 고려 요소를 포함하기 마련이다. 다양한 요소의 상호작용을 고려하는 것은 종종 사고의 깊이에 비례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생태계에 대한 서양인들의 고민은 그들이 복잡다단한 세계를 더 이상 단순화하지 않기로 했다는 뜻도 담고 있다.
 
선형적 사고와 순환적 사고
서양식 사고는 흔히 직선적 사고, 선형적 사고로 불린다. 직선은 한 번 지나간 자리를 다시 지나가지 않는다. 선형적 사고의 스타일은 자연에 대해서도 일회용품을 사용할 때의 태도를 유도한다. 즉 다시 볼 일이 없으니, 지금 내게 이익이 되는 행동만 할 것을 종용한다. 선형적 사고를 가지고 있으면, 먹잇감을 따라 이동하는 수렵 집단처럼 소비하는 일에 집중하고 재생산하는 일에는 둔감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생태계는 다른 원리에 의해 움직인다. 자신이 속한 생태계를 인식하는 사람은 다음 사항들을 염두에 둔다.
 
①우리는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시스템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②시스템 속에서 이뤄지는 구성 요소의 행동은 나머지 구성 요소와 자기 자신에게 영향을 준다.
 
③행동과 결과의 인과관계는 종종 매우 복잡하다는 이유로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
 
생태계를 보는 관점은 서양보다는 동양의 순환적 사고와 더 유사하다. 순환하는 원은 같은 자리를 계속해서 맴돈다. 순환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오늘의 행동이 당장 내일의 결과를 만들지 않더라도 결국 내게 돌아온다는 것을 안다. 정착해 농사를 짓는 농경 집단처럼 이들은 자신이 속한 시스템의 재생산 능력을 유지, 복구하는 일에 관심을 보인다. 사람이 죽어도 계속해서 다음 세대에 환생한다는 불교의 가르침이나, 꼬리를 물고 도는 뱀의 형상이 지혜의 상징이 되는 것도 순환적 사고의 결과다.
 
생태적 사고는 동양적 사고에서 힌트를 얻기에 선형적 사고의 기본 전제와 충돌하기도 한다. 자연 보호 운동이 종종 동양적 취향을 드러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자연은 정복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동반자이므로, 인간이 자연 원리를 반영해 살자고 하는 것이 자연 보호 메시지의 핵심이 아니겠는가? 지구 온난화 때문에 높아진 생태계에 대한 관심은 동양의 순환적 사고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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