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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을 부르는 10가지 판단의 덫

민재형 | 46호 (2009년 12월 Issue 1)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의 마지막 구절이다.
 
우리 모두는 매일 어떠한 사안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경험한다. 개인의 사소한 일에서부터 국가 중대사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제한된 시간 내에 어떠한 대안을 선택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을 겪는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의사결정의 행태적 접근 방식(behavioral approach)과 체계적 접근 방식(systematic approach)이 통합돼야 한다. 즉, 의사결정은 기술(art)과 과학(science)의 합성체로 인식돼야 한다. 의사결정을 기술과 과학의 합성체로 볼 때 이 2가지는 상호보완 관계에 있어야 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친다면 절름발이 의사결정이 될 수밖에 없다.

 

 
2가지 접근 방식
의사결정(decision making)이란 단순히 어떠한 행동을 하겠다는 정신적인 의지에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의지에 따라 자원을 실제로 배분하는 행동지향적인 사고(actional thought)를 뜻한다. 의사결정은 자원 배분을 실제로 수반하기 때문에 의사결정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설령 이전 상황으로 되돌려놓는다고 해도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의사결정의 접근 방식은 크게 기술적인 접근 방식(descriptive approach)과 규범적인 접근 방식(normative approach)으로 나눌 수 있다. 기술적인 접근 방식이란 ‘현실에서 인간은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다룬다.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등의 분야가 이러한 접근 방식을 연구한다.
 
반면 규범적인 의사결정이란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를 다루며,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해 논의한다. 과학적 의사결정을 위한 제반 학문 분야, 예를 들어 경영과학(management science), 의사결정이론(decision theory) 등이 이런 접근을 위한 것이다.
 
인간은 완전한 이성과 합리성을 가진 존재라기보다는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을 가진 존재다. 인간의 행동은 부분적으로만 합리적이고, 다른 행동에 있어서는 감성적이고 비이성적인 면이 있다. 따라서 인간은 규범적 의사결정이 추구하는 최적해(optimal solution)보다는 인간이 가진 인지적 한계 때문에 적절한 수준의 만족해(satisficing solution)1)에서 해(解)의 탐색을 마치게 된다. 즉, 인간은 인지적 한계, 가용한 정보의 질과 양의 한계, 시간과 비용의 한계 등으로 인해 완전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한다.
 
인간은 2가지 사고 시스템을 갖고 있다. 하나는 직관적이며(intuitive) 자연반사적인(auto-matic) 사고 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사려 깊고(reflective) 이성적인(rational) 사고 시스템이다.2) 전자는 생각(thinking)보다 반사적인 행동을 순간적으로 유도하고, 후자는 생각을 동반하는 행동을 천천히 유도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모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은 직관적인 사고 체계를 이용하는 것이고, 외국어를 느리게 구사하는 것은 이성적인 사고 체계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직관적 사고 체계는 훈련과 반복을 통하여 체화될 수 있고, 후자는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불완전한 정보처리 능력으로 인해 의사결정을 위해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방대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필요로 할 때 이른바 휴리스틱(heuristics)이라는 판단의 지름길을 택하게 된다. 휴리스틱이란 인간의 직관적 사고 체계에서 사용하는 판단 방법으로 인간의 일상생활에서부터 조직의 중요한 의사결정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휴리스틱은 복잡한 문제 상황을 단순화시켜 인간의 정신적 부담을 줄여주고, 제한된 시간 안에 신속한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경제적 장점이 있는 반면, 인간의 판단을 잘못으로 이끌게 하는 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휴리스틱의 잘못된 사용으로 여러 가지 판단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휴리스틱과 판단 착오
휴리스틱이란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해주고 때론 놀랄 만큼 정확한 판단으로 이끄는 유용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잘못 쓰면 체계적이며 예측가능한 판단 착오(systematic and predictable biases)의 원인이 된다. 휴리스틱과 판단 착오의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1)대표성(representativeness)
인간의 마음속에는 어떤 집단을 특징지려는 고정관념(stereotype)이 있다. 대표성이란 개인적 경험에 근거한 어떤 집단의 이미지나 고정 관념이 집단 전체를 대표하는 전형적 특징이라고 보고, 어떤 사물이 특정 집단에 속할 가능성을 판단할 때 사용되는 휴리스틱이다. 즉,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정보를 그 집단의 전형적 특징과 비교하고 얼마나 유사한지를 평가한다. 둘 사이에 유사성이 많다고 인식하면 어떤 사물이 그 집단에 속할 가능성을 높게 판단한다. 관련성이 없거나 불충분한 정보가 주어졌을 때에도 이에 비중을 두고 판단하여 사전 확률(base rate, prior probability)을 무시하는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업과장 자리가 하나 비었다고 할 때, 경력이나 능력으로 보면 당연히 A라는 여성 대리가 그 자리로 가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여성이 그 직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보일 때가 있다. 즉, 그들의 머릿속에는 여성이 해야 하는 일과 영업과장의 직무가 서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여성은 영업과장이라는 자리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선입견과는 달리 그 여성 대리는 누구보다도 영업과장이라는 직책을 잘 수행할 수도 있다. 이처럼 대표성 휴리스틱은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지역, 남녀, 학력에 대한 차별 등이 대표성 휴리스틱으로 인해 발생한 폐해다.
 
전문가조차도 대표성 휴리스틱의 함정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 와인 전문가들에게 화이트와인과 레드와인을 시음하고, 각각의 맛에 대해 기술하도록 했다. 이들은 화이트와인과 레드와인에 대해 흔히 알려져 있는 전형적 특징을 써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전문가들이 시음한 레드와인은 화이트와인에 무색무취한 붉은 색소를 탄, 사실은 무늬만 레드와인인 화이트 와인이었다는 점이다. 전문가조차 붉은 색깔이 갖는 이미지에 현혹돼 화이트와인의 특징을 기술하기보다는 레드와인의 전형적 특징을 써내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2)회상 용이성(availability)
회상 용이성이란 인간이 기억으로부터 쉽고, 신속하고, 생생하게 회상할 수 있는 정보에 보다 큰 비중을 두고 판단하는 휴리스틱이다. 이는 때때로 정확한 판단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가장 가용한 정보가 가장 관련성 있는 정보라는 편견을 심어줘 특정 사건이 일어날 빈도(또는 확률)에 대한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은 광고에서 자주 접했거나 최근 접한 제품을 사는 경향이 있다. 제품의 기능이 다른 제품보다 떨어지는데도 기억의 생생함 때문에 구매하게 된다. 언론매체를 통해 자주 접하는 흉악 범죄나 특정 질병의 사망 빈도수는 과대평가되는 반면, 덜 기사화되는 사건의 발생 확률은 과소평가된다. 언론매체를 통해 차별적으로 전달되는 정보가 대중의 지각에 영향을 미치고, 판단 착오를 일으킬 수 있다.
 
회상 용이성 휴리스틱의 함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판단을 위한 정보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 해당 문제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종합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머릿속에서 가장 처음 떠오르는 정보가 잘못된 판단을 유도할 수 있는 정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결정을 확인시켜줄 수 있는 과거의 유사한 사건만을 무의식적으로 회상하곤 하는데, 이렇게 머릿속에 자리 잡은 생각들은 모든 반박 논리를 잠재운다. 이런 생각들은 일반적으로 최근에 접한 정보다.
3)앵커링 조정(anchoring and adjustment)
인간의 마음속에는 배의 닻(anchor)과 같은 역할을 하는 판단의 닻(임의의 초기값)이 있는데, 앵커링 조정이란 이러한 마음의 닻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서 판단이 이루어지는 휴리스틱이다. 임의의 초기값은 과거 경험으로부터 얻은 값, 임의의 지정값, 또는 현재 이용할 수 있는 가용한 정보 등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올해 예산을 기준으로 현재의 여건 변화를 고려해 알파를 가감함으로써(예를 들어
 
±10%) 내년 예산안을 쉽게 내놓을 수 있다. 이러한 휴리스틱에 의한 판단 결과는 기준점인 앵커 지점(anchor point)에 지나치게 의존될 수밖에 없다. 기준점이 합리적으로 설정되지 않았다면, 앵커링 조정에 의한 후속 판단은 당연히 잘못될 수밖에 없다. 앵커링 조정은 과거를 답습할 우려가 있고, 근본적인 개혁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영기준예산편성(zero-base budgeting)이나 영기준예산검토(zero-base review) 등은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사람들은 무의미한 앵커 지점에도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외국인에게 불국사가 창건된 해를 질문해보라. 이때 앵커 지점을 임의로 서기 500년과 1000년으로 설정하여 두 집단에게 각각 질문을 하면, 전자를 앵커 지점으로 제시받은 응답자가 후자보다 불국사 설립연도를 훨씬 오래전으로 예측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 이러한 앵커링 효과의 덫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4)소수의 법칙(law of small numbers)
통계학에서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이란 표본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표본의 결과는 모집단(연구 대상 전체 집단)의 특성에 근접해간다는 것을 말한다. 소수의 법칙이란 이에 반하는 휴리스틱이다. 작은 표본의 결과가 마치 전체 집단의 특성을 대변하는 것처럼 오해하는 것을 말한다. 작은 크기의 표본에서 나온 결과는 오히려 신뢰성이 떨어지는 정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의 광고 문안에서 “5명의 의사가 이 약을 임상 실험한 결과, 그중 4명에 의해 약효가 입증됐다”는 표현이 있다. 이는 전형적인 소수의 법칙이 적용된 과장 광고의 예다.
 
또 다른 예로 자동차회사의 사례가 있다. 1994년 성수대교의 상판이 붕괴되었을 때 A자동차의 차량 3대도 다리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이 차량과 승객 모두 상태가 비교적 양호했다. 특히 승합차에 타고 있다가 사고를 당한 전경들은 차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구조하기까지 했다. 이 결과를 보고, A자동차 전체의 안전성이나 내구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는 전형적인 소수의 법칙에 따른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다. 실제로 A사 내부에서 이런 주장이 제기돼 홍보를 하려고도 했지만, 최고경영자(CEO)의 결재 단계에서 기각됐다는 소문도 있었다.
 
5)예언자 전략(fortuneteller strategy)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답답한 마음에 철학관의 예언자, 속칭 점쟁이를 찾아가 자신이 해야 할 선택을 대신해달라고 요청한다. 용한 점쟁이가 되려면 불확실성이 없는 확실한 선택을 해줘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이 맞으면 그 점쟁이는 용하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러나 이 세상에 신과 같은 예지력(clairvoyance)을 가진 사람은 없다.
 
예언자 전략은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을 확률적으로 다각화하지 못하고 하나의 상황 발생에만 집착하는 휴리스틱이다. 이 방법은 불확실성을 무시하여 문제를 단순화한다는 장점은 있으나, 우발적인 상황이나 반대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contingency planning)을 어렵게 한다. 어떤 사건의 발생 가능성이 무척 크다는 것이 그 사건이 확실하게 일어난다는 말이 아닌 것처럼, 어떤 사건의 발생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도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매우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사건(rare event)을 대비하지 않는 조직에게는 큰 위험이 닥칠 수밖에 없다.
 
6)확신의 덫(confirmation trap)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생각이 사실임을 확인시켜주는 정보를 찾고, 자신의 생각에 반하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확신의 덫이란 동일한 출처, 동일한 내용의 정보를 반복해서 받아들임으로써 형성되는 자기 합리화와 객관화를 말한다. 정보의 중복은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신을 더하게는 해주지만 이것이 판단의 정확도를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확신의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신의 믿음에 대한 다른 사람의 반대 입장도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의 생각에 도전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방법, 예를 들어 구조화된 브레인스토밍 과정(structured brainstorming process)을 도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어떤 생각이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해당 주장을 지원하는 증거뿐만 아니라 이를 반박할 수 있는 증거 역시 검토해야 한다. 회의에서 대세에 편승하기보다는 반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devil’s advocate)의 역할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존하는 월스트리트의 투자 귀재인 피터 번스타인은 칼럼니스트나 전문가 중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다음과 같이 답했다.
 
“난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해요. 내 의견에 동조하는 글을 읽는 것은 쉽죠. 하지만 그건 시간 낭비입니다.”
 
또 인간은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 충분한 양의 정보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를 입맛에 맞게 필터링하는 습성 때문에 유용한 정보를 놓치고 잘못된 판단을 한다.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비극이 초래된 이유도, 추운 날씨와 고체연료 추진 장치의 접합 부품인 오링(O-rings) 간의 정확한 관계를 분석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일부 사례만을 분석하여 두 변수 간에 별 관계가 없다는 잘못된 판단을 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우주인 7명의 목숨을 빼앗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후적으로 모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챌린저호가 발사된 날에 오링에 문제가 일어날 확률은 99%를 넘었다.
 
7)횟수주의(frequency counting)
조직이나 개인의 성과를 비교할 때 성공(또는 실패)의 절대적 횟수에만 집착하고 상대 빈도(relative frequency), 즉 시행 횟수에 대한 성공 또는 실패 횟수의 비율은 무시하는 휴리스틱을 말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매년 감사를 통해 잘못된 업무 처리를 찾아내 주의, 경고, 감봉, 정직 등 징계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징계를 받은 직원들을 잘 살펴보면, 상당수 직원의 업무량이 다른 직원보다 무척 많거나 비일상적인 특이 업무에 배치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일을 잘한다고 소문이 나면 업무량이 많은 바쁜 부서나 새로운 시도를 담당하는 부서로 배치되기 십상이다. 이런 일을 하다 보면 실수도 많이 일어나게 된다.
 
일을 하면 실수도 따르는 법이다. 시행 횟수는 무시하고 실패의 절대적 횟수에만 집착해 성과를 평가하면 발전적 시행착오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 복지부동의 원인이 된다. 횟수 위주의 성과 평가 체제에서 실수를 하지 않는 확실한 방법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보신주의, 무사안일, 복지안동(伏地眼動) 문화가 팽배한 조직을 보면 이러한 횟수주의 성과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8)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 the mean)
특정 행동을 여러 차례 하다 보면 극단적 결과가 중심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 즉, 어떠한 시행에서 그 결과가 크다면, 다음 시행에서의 결과는 그보다 작으며, 반대로 어떠한 시행에서 그 결과가 작다면, 다음 시행에서 그 결과는 그보다는 크게 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평균으로의 회귀 현상을 보며 마치 일련의 시행 결과가 서로 인과관계에 있다고 생각하는 판단 착오에 빠진다. 예를 들어, 시험 결과가 좋았을 때 학생을 칭찬하면 다음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맞게 되고, 거꾸로 성적이 저조할 때 질책하면 다음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게 되는 경향을 발견했다고 하자. 이때 당근보다 채찍이 교육 효과가 높은 방법이라고 결론짓는 것과 같은 판단 착오를 말한다.
 
우리는 쉽게 어떤 현상이 다른 현상과 매우 큰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 선수들의 올해 타율을 토대로 내년 타율을 예측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올해 타율과 내년 타율과의 상관관계를 매우 높게 가정하고, 내년 타율을 예측하기 쉽다. 즉, 올해 잘한 사람은 내년에도 잘하고, 올해 저조한 사람은 내년에도 역시 저조하지 않을까 예측한다.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1에 가깝게 보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다음 시즌이 지난 후 타율을 조사해보면, 올해 타율과 내년 타율의 상관계수는 0.3에서 0.4 사이에 불과한 것이 일반적이다. 즉, 올해 월등한 타율을 자랑한 선수는 내년에는 타율이 이보다 저조하고, 올해 저조한 선수는 내년에 지금보다는 더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 많이 관찰되는 이런 현상은 자연적이다.
 
9)손실 회피(loss aversion)와 현상 유지(status quo bias)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현재 소유하고 있는 것에 애착을 갖고, 이를 잃는 것을 싫어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손실(loss)이 획득(gain)보다 2배 이상 인지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즉, 어떤 것을 포기할 때 느끼는 고통이 같은 것을 얻을 때 느끼는 희열보다 2배 정도 크다. 예를 들어 동전을 던져 뒷면이 나오면 A원을 잃고, 앞면이 나오면 얼마의 돈을 따는 게임을 보자. 게임에서 앞면과 뒷면이 나오는 확률은 동일하다고 가정한다. 그러면 앞면이 나왔을 때 얼마를 딸 수 있어야 사람들은 이 게임에 참여할 것인가. 많은 실험 결과에 의하면 그 답은 2A 정도이다. 이 결과는 사람들이 2A만큼의 획득을 A만큼의 손실과 동일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간의 손실 회피 성향은 관성효과(inertia effect)를 초래하고, 이에 따라 현재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에 보다 애착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손실 회피 성향은 판단 과정에서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에 집착하게 만들어 현실에 안주하는 현상 유지 현상(status quo bias)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 주위에서 동일한 물건에 대해 이를 팔고자 하는 사람과 사고자 하는 사람의 가치 평가가 달라 흥정이 깨지는 일은 흔히 있다. 물건을 팔고자 하는 사람이 사고자 하는 사람보다 동일한 물건에 대해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에서 하락하는 종목을 쉽게 손절매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휴대전화를 새로 가입할 때 여러 부가서비스를 1개월간 무료로 사용해보고, 싫으면 해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통신회사 직원에게 한 번쯤은 들었을 것이다. 필요는 없지만 해지하지 않고 해당 서비스에 대한 요금을 계속 지불하는 일이 흔하다. 이 또한 가입자의 현상 유지 행태 때문이다. 많은 통신회사가 이러한 인간의 비이성적 행태 때문에 부가 소득을 올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또 어떤 일을 해서 발생하는 손해(harms of commission)보다는 어떤 일을 하지 않아 사회에 미치는 손해(harms of omission)를 비이성적으로 선호하는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가 신약 개발을 통해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데도 신약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소송(harms of commission)을 두려워해 신약 개발을 포기한다면 이는 인류의 건강과 관련해서는 큰 손실(harms of omission)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조직에서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자’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방관자들이 많은 세상이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비용을 더 치러야 한다는 사실 또한 자명하다.
 
10)문제의 구도(framing)
심장병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한 의사가 이 수술을 받았던 환자 100명 중 90명이 수술 후 5년이 지났는데도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의사는 100명의 환자 중 10명이 수술 후 5년도 못 살고 죽었다고 얘기했다. 전자가 보다 희망적으로 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또 다른 예로, ‘기도하면서 담배를 피워도 되나요’라는 질문과 ‘담배를 피우다가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종종 있는데, 담배를 피우면서 기도해도 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종종 의사결정자의 선택은 문제가 제시되는 방식에 영향을 받게 된다. 사람들은 보통 깊이 생각하지 않는 수동적인 의사결정자가 많다. 이 경우 문제의 구도(framing)가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용산전자상가에서 전자 제품에 대한 현금 판매 가격과 신용카드 판매 가격이 다를 때가 많다. 판매상이 소비자에게 현금 판매 가격이 원래 가격이고, 신용카드 판매 가격은 금융기관 수수료 때문에 더 비싸게 책정된다고 말하는 것보다 신용카드 판매 가격이 원래 가격이고, 현금을 낼 때는 할인된다고 말하는 것이 소비자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또 문제의 구도에 따라 확실한 것을 선호할 때가 있고, 확률적 거래(probabilistic deal)를 선호할 때가 있다. 사람들은 예상 결과가 지금 상태보다 나아진다고 보는 상황(gain)에서는 위험을 회피하는(확실한 것을 선호하는) 태도를 보인다. 거꾸로 지금 상태보다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loss)에서는 위험을 추구(확률적 거래를 선호)한다. 현재 상태를 무엇으로 보느냐 하는 준거점(reference point)에 따라 동일한 문제 상황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후속적인 판단도 달라지는 것이다.
 
다음의 상황을 고려해보자. 한 자동차회사는 최근 닥친 여러 가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곤경에 처해 있는데, 곧 3곳의 공장 문을 닫아야 하고, 6000명의 근로자를 해고해야 할 상황이다. 이 회사 생산 담당 책임자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다음과 같은 4가지 계획안을 내놓았다.
 
1안: 3곳의 공장 중 1곳은 살릴 수 있으며, 2000명의 근로자를 계속 일하게 할 수 있다.
 
2안: 1/3의 확률로 3곳의 공장 모두를 살릴 수 있으며, 6000명 근로자 모두를 일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2/3의 확률로 3곳 공장 모두를 살릴 수 없으며, 6000명의 일자리도 살릴 수 없다.
 
3안: 3곳의 공장 중 2곳의 문을 닫게 할 수 있으며, 4000명의 일자리를 잃게 할 수 있다.
 
4안: 1/3의 확률로 어느 공장도 문 닫게 하지 않으며,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도 없다. 하지만 2/3의 확률로 3곳 공장 모두를 문 닫게 할 수 있으며, 6000명의 일자리를 잃게 할 수 있다.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위의 1안과 3안은 동일한 대안이고, 2안과 4안은 동일한 대안이다. 그러나 응답 집단을 둘로 나누어 한 집단에게는 1안과 2안 중 선호하는 계획안을 선택하라고 하고, 다른 집단에게는 3안과 4안 중 선호하는 안을 선택하라고 하면, 전자의 경우에는 1안을, 후자의 경우에는 4안을 보다 많이 선호한다.
 
이러한 비일관적인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바로 문제의 프레이밍 효과 때문이다. 1안과 2안의 준거점은 모든 공장이 문을 닫고, 6000명 근로자 모두가 직장을 잃은 상태이다. 따라서 1안과 2안을 실행하면 준거점보다 플러스적인 상황(gain)이 나타나, 확실한 대안이 되는 1안을 선호한다. 반면 3안과 4안에서는 모든 공장이 가동되고, 따라서 6000명 근로자 모두가 일을 하는 상태가 준거점이 된다. 이 경우 3안과 4안을 실행하면 준거점보다 마이너스적인 상황(loss)이 되기 때문에 확률적 거래를 나타내는 4안을 보다 선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프레이밍 효과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준거점을 달리하고, 얻는 것(gain)과 잃는 것(loss)을 종합 평가해 문제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다른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물건을 파는 사람과 물건을 사는 사람의 입장은 일반적으로 다르다. 과연 내가 상대방의 입장에 있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겠는가라고 자문자답하며 문제의 구도를 거꾸로 살피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태도가 더 나은 판단을 위해 필요하다.
  • 민재형 | - (현)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 영국 캠브리지대(The British Chevening Scholar) 객원 교수 역임
    - 미국 스탠퍼드대 객원 교수 역임
    jaemin@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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