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는 목표의 방향을 정렬하는 사람이다”
1981년 GE의 최연소 최고경영자(CEO)가 된 잭 웰치는 이후 5년 연속 ‘성공적인 경영인상’을 받았다. 수상 인터뷰에서 기자가 “어떻게 이런 놀라운 성과를 내게 됐습니까”라고 물었다. 웰치는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우리 직원들이 가는 방향이 같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다.
조직의 방향 및 목표 설정은 당연히 경영자의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조직의 상위 목표와 하위 목표, 경영진의 목표와 구성원 개인의 목표를 어떻게 연결하고 정렬시키느냐다.
잭 웰치는 GE의 CEO로 일할 때, 회사에서 마주치는 직원을 무작위로 멈춰 세우고 3가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그는 직원이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못하면 호되게 야단을 쳤다. 3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①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 ②지금 그 목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③내가 뭘 도와주면 되나. 웰치가 이렇게 ‘깜짝 질문’을 한 이유는 직원 누구나 진정성이 있으며, 본인의 의지를 담은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훌륭한 목표가 직원 개개인의 마음속에 새겨져 있으면 매일매일 업무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밖에서 보면 통일된 의사를 가진 듯하지만, 막상 안을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입장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기업이 많다. 기업이 오늘날과 같은 난세에서 살아남으려면 조직 구성원 모두가 목표에 대한 강한 공감대를 갖고 있어야 한다. 리더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일관성 있는 목표를 설정해 나가는 사람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성패는 얼마나 이야기를 잘하느냐가 아니라, 상대를 얼마나 잘 이해시키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앤디 그로브 인텔 전 CEO는 원래 헝가리 태생이다. 그는 미국으로 이주해 버클리대에서 화학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68년 창립 직후인 인텔에 입사했다. 널리 알려져 있듯 인텔은 마이크로소프트(MS), IBM과 함께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었다.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의 지위는 사실 윈도(Windows)로 PC 운영 체계를 석권한 MS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인텔에서 앤디 그로브는 30년 가까이 의사결정상의 ‘독점적 지위’에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독선적이거나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았다. 대신 논리적 대안을 제시하고 합리적으로 합의를 구하는 겸손함으로 임직원들을 설득했다.
많은 상사들이 “내가 부하 직원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얼마나 자주 얘기를 했는지 모른다”며 부하 직원들의 우둔함과 부족함을 개탄한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의 성패는 ‘얼마나 이야기를 잘하느냐’가 아니라 ‘상대를 얼마나 잘 이해시키는가’에서 갈린다. 모름지기 남을 이끄는 리더라면 조직의 비전과 가치, 목표를 강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듣는 사람이 그것을 자신과 똑같은 수준에서 이해하고 마음으로 동의하도록 해야 한다.
조직 구성원들이 리더가 말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리더의 말을 자신만의 가치와 신념, 감정, 경험의 필터(filter)로 걸러서 듣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탁월한 설득은 화려한 언어 구사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공감하도록 만드는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바로 이 때문에 조직을 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리더는 반드시 조직원들의 생각과 감정을 읽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필자는 국제 비즈니스코치와 마스터코치 자격을 갖고 있으며, 2002년 국내 최초로 임원 코칭을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600명이 넘는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을 코칭했다. 현재 딜로이트컨설팅에서 리더십코칭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