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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名醫) 편작(扁鵲)이 말하는 여섯 가지 불치병

박재희 | 25호 (2009년 1월 Issue 2)
중국에서 가장 병을 잘 고치는 명의로 편작(扁鵲)을 빼놓을 수 없다. 편작의 본명은 진월인(秦越人)으로, 춘추전국시대에 가장 이름을 날린 의사였다. 편작의 원래 직업은 객관(客館)의 사장(舍長)으로, 요즘으로 말하면 호텔 지배인이다. 그런 그가 장상군(長桑君)이라는 사람을 만나 비전(秘傳)의 의술을 전수받고, 사람의 장기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의원이 되었다. 진맥에 뛰어난 그는 그 후 각지를 돌며 침술과 뜸, 탕약 등으로 많은 사람의 병을 고쳤다.
 
그가 특히 유명해진 것은 죽은 괵나라 태자를 다시 살려내면서다.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한 태자를 살려내자 세상 사람들은 편작이 죽은 사람도 살려 낼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러나 편작은 신비한 주술사가 아닌 의사임을 고집한다. 그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신비한 사람이 아니다. 다만 살아날 수 있는 사람을 내가 일으켜 세운 것뿐이다.” 요즘 시대에도 신뢰할 만한 의사의 모습이다.
 
세상에 어떤 병이라도 그 병을 제대로 아는 의사를 불러 조기에 치료하게 한다면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 편작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의술을 펼쳤다. 그는 다만 아무리 훌륭한 명의라도 도저히 고칠 수 없는 6가지 불치병이 있다고 하였다.
 
첫째, 환자가 교만하고 방자하여 의사의 치료에 어긋나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고칠 수 없다.(驕恣不論於理 一不治也) 내 병은 내가 안다고 하면서 의사의 진료와 충고를 따르지 않는 교만한 사람이다.
 
둘째, 자신의 몸을 가벼이 여기고 돈과 재물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병을 고칠 수 없다.(輕身重財 二不治也) 몸은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인데 돈과 명예를 중시하여 몸을 가벼이 여긴다면 이것 또한 불치병이다.
 
셋째, 옷과 음식이 적절함을 벗어나는 것 또한 불치병이다.(衣食不能適 三不治也) 옷은 추위를 견딜 정도면 적당하고, 음식은 배고픔을 채울 만하면 적당한데 지나치게 음식을 탐하고 편안한 것만 좇는 환자는 어떤 명의라도 고칠 수 없다.
 
넷째, 음양의 평형이 깨져 오장의 기가 안정되지 않은 경우다.(陰陽幷 藏氣不定 四不治也) 음양이 장기를 장악하여 혈맥의 소통이 단절되면 기가 불안정해져서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진행된다.
 
다섯째,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 도저히 약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다.(形羸不能服藥 五不治也) 어떤 명약을 쓰더라도 그 약을 받아들일만한 기본 체력이 없으면 이것 또한 고치기 힘든 병이다.
 
여섯째, 무당의 말만 믿고 의사를 믿지 못하는 환자다.(信巫不信醫 六不治也) 요즘도 자신의 몸을 주술적 힘에 맡기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편작이 살던 당시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비과학적인 힘에 의존하여 건강을 지키려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편작은 육불치(六不治)의 난치병을 말하면서 이 가운데 1가지만 있더라도 병이 깊어져 고치기 힘들다고 강조한다. 편작은 이 6가지를 불치병이라고 했지만 정말 고치기 힘든 병은 환자가 자신은 병이 안 들었다고 우기며 의사 만나기를 거부하는 병일 것이다. 일명 지난해 말 교수신문이 뽑은 사자성어 호질기의(護疾忌醫)의 환자다. 병이 든 것이 자명한데 의사에게 보이기를 거부한다는 뜻이다.
 
병이 어찌 몸에만 있겠는가? 조직에도 병이 들 수가 있다. 특히 올해 치열한 생존 싸움이 시작되면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거나 병이 든 조직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리더들이 조직의 문제점과 위기를 인정하지 않고 전문가와 주변 사람들의 충고에 귀를 닫는다면 결국 그 조직은 자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병이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 병을 인정하지 않고 고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 박재희 박재희 | - (현)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taoy2k@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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