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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리더십

야망도 과시하고, 취약성도 드러내고
리더십 트렌드 뒤집은 ‘부지런한 괴짜’

김현정 | 388호 (2024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일론 머스크의 리더십은 트렌드를 확연히 벗어나 있다. 적극적인 권한 부여와 조직 분권화가 화두인 시대를 돈키호테처럼 ‘과도한 마이크로 매니저’로서 살아간다. 흔히 시대착오적이라고 치부되는 방식이지만 그의 천재성과 강박에 가까운 부지런함은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내고야 만다. 그는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담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자신을 포함해 조직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강행군을 통해 성취를 이끌어낸다. 쫓겨나거나 스스로 떠난 이들이 무수히 많지만 그의 곁을 오랜 시간 지킨 이들은 함께 역사를 썼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혁신적 성과를 무수히 쏟아내는 그에게서 우리는 인공지능(AI) 혁명의 시대에 유효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통찰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게 비록 보편타당한 원칙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한 사람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는 것은 사실 보통 일이 아니다. 한때 김연아 선수가 한창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각종 매체는 거의 매일같이 그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는 데 몰두했다. 그의 남다른 팔과 다리의 길이부터 시작해 부모님의 희생, 타고난 재능과 치열한 노력을 조명한 것은 물론이다. 그의 몸짓을 전통무용 전문가까지 나서서 극찬했고, 그가 가진 다양한 특징에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하며 성공의 이유를 만들었다. 사실 그가 다른 쟁쟁한 선수들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를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고, 사람마다 갖고 있는 견해도 다를 수밖에 없다. 스포츠 스타 한 명의 성공도 분석이 어려운데 한 기업의 성공 요인을 따져보는 건 더욱 힘들다. 훨씬 많은 요소가 입체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현시점에 세계에서 가장 왕성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현재진행형’ 리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을 해부하는 작업 역시 같은 맥락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인류 역사에 또렷하게 각인될 인간의 삶을 기록하고, 나름의 분석을 남기는 것은 대단히 매력적인 일이다. 그래서 필자는 2023년 9월 출간된 세계적인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의 신간 『일론 머스크』를 토대로 그의 리더십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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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화성으로 날아가고자 하는 한 인간의 삶을 며칠에 걸쳐 텍스트를 통해 목도한 결과는 막막함이었다. 700페이지가 넘는 글을 정독하고, 메모하며 읽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리더십과 심리학적 관점에서 결과를 정리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처음엔 우리가 그에게 도대체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를 고심했다. 하지만 그것은 마치 인간이 치타에게 달리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은 것, 그것까진 아니더라도 우사인 볼트의 동영상을 보면서 빠르게 뛰는 법을 모방하려는 것과 같이 별 의미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정한 상황, 인물, 환경, 업무가 결합한 결과를 놓고 모든 것을 리더십으로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성공을 통해 보편타당한 일반 원리를 도출하는 것도 무리한 일이다. 다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의 리더십이 갖는 특이 사항이 어떤 과정과 형태로 성공에 연결이 됐는지를 전반적인 과정으로 살펴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배울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겠다.


머스크 리더십 1

지나치게 부지런한 천재의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일론 머스크는 세계 최고의 부자이기도 하고, 아마 세계 최고의 천재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는 펜실베이니아대 재학 시절 공학을 전공했고 경영학 전공자들의 밑에서 일하지 않기 위해 경영학까지 복수 전공했다. 로켓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을 때는 그 분야를 전공한 친구들의 책을 얻어다가 스스로 공부를 해서 단 몇 주 만에 로켓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을 리스트업했다. 나아가 부품들의 원가를 하나하나 파악하고, 유사 부품과의 가격 비교까지 끝냈다. 후에 그는 “대학은 사회생활이나 하러 다니는 곳”이라며 대학 교육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는데 누구보다 치열하게 대학 생활을 한 만큼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지 않았다. 머스크는 교수나 전문가의 도움 없이 남들은 몇 년씩 걸리던 지식 습득을 그저 책을 읽는 것만으로 해냈고, 그렇게 얻은 지식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며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일론 머스크와 곧잘 비교되는 것이 또 다른 유명 CEO, 스티브 잡스다. 사실 사업의 범위와 CEO로서 실무에 가담한 정도를 생각하면 두 사람은 비교가 불가한 수준이다. 잡스를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그만큼 머스크가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하는 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천재 그 이상, 과도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부지런한 천재를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잡스는 기술을 꿰뚫고 있는 타입이 아니었다. 오히려 기술 자체를 잘 몰랐기에 사업을 진행할 때 특유의 추진력이 발휘될 수 있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디자인에도 굉장히 공을 들여 디자인센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정작 생산 공장에는 단 한 차례도 가지 않았다.

반면 머스크는 로켓을 디자인하고 로켓을 만드는 공정을 수립하고, 그 로켓을 만드는 공장까지 직접 계획했다. 그는 공장을 종횡무진 돌아다니면서 생산 공정 전반에 모두 관여했다. 부품을 어떤 형태로 체결할지, 볼트는 한 개를 쓸지 두 개를 쓸지와 같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개입해서 전체적인 틀을 만들어 갔다. 이런 노력은 그가 벌였던 사업 그 어떤 품목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특히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경우는 정도가 심했는데 당장 공장이 불에 타더라도 즉각 혼자서 재건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깊숙이 관여했다. 쉬지 않고 공장을 돌아다니며 문제를 해결하던 그는 주당 120시간 이상을 일하기도 했다. 말라리아에 걸린 2011년 이후 1주일 이상 쉬어 본 적도 없다. 심지어 신혼여행을 떠났을 때 페이팔 동업자들이 배신을 하는 경험을 하면서 비틀린 교훈까지 얻었다.1 다시는 여행을 가지 않아야겠다는 교훈 말이다. 현존하는 최첨단 사업은 그렇게 그의 손바닥 위에서 돌아가고 있다. 잡스가 우주에 흔적을 남기고자 했다면 일론은 우주를 수시로 오가며 화성을 개척할 계획을 현실로 바꿔가고 있다.

이런 일론 머스크의 방식은 사실 요즘 시대의 리더십 트렌드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이다. 지금 리더십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되는 것이 바로 권한 부여, 임파워먼트(empowerment)와 조직 분권화다. 최고위 리더십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행동으로 미세 관리, 즉 마이크로 매니지먼트(Micro Management)가 꼽히기도 한다. C 레벨 경영진이 현장과 실무에 권한을 위임하지 않고 지나친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에 빠지면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런데 일론 머스크의 리더십은 거의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로 자신의 사업 모든 부분에 걸쳐 관여하는 경우가 드물다. 더 나아가 그렇게 미세 관리를 통해 내놓은 의사결정이 대부분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 희귀 케이스 중의 희귀 케이스다. ‘부지런한 천재’의 마이크로 매니지먼트가 ‘때로는’ 더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수많은 전문가가 그와 함께 일을 하고 있지만 그가 모든 전문가를 뛰어넘는 수준의 전문성과 천재성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DBR mini box I: 일론 머스크가 걸어온 길

Zip2, X.com, PayPal, SpaceX, TeslaMotors, SolarCity…



일론 머스크는 1971년 6월 2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전기기술자 출신의 아버지와 캐나다 모델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8살이 되던 해 부모가 이혼하면서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됐지만 2년 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아버지의 집으로 향했다.

부유한 집안 환경 덕에 10살 때 컴퓨터를 살 수 있었는데 이후 컴퓨터와 프로그래밍, 기술에 흥미와 열정을 보였다. 남아공에서 보낸 학창 시절, 그는 학교 폭력과 따돌림에 시달렸다. 같이 살던 부친에게도 폭력을 당하는 등 불화를 겪으며 머스크는 독서와 컴퓨터프로그래밍, 모형 로켓 등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17세가 됐을 때 아버지와 남아공을 떠나 캐나다로 건너갔고 우여곡절 끝 토론토에서 어머니, 동생들과 재회한다. 온타리오의 퀸스대에 진학한 이후 1993년 여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 편입하면서 미국 땅을 밟았다. 그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던 인터넷 산업을 주목하고 1996년 집2(Zip2)라는 첫 회사를 창업한다. 기업에 위치 기반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개발해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았는데 오히려 경영권과 이사회 의장 자리를 빼앗기고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밀려난다. 1999년 집2가 컴팩(Compaq)에 3억700만 달러에 팔리며 12% 지분을 소유했던 일론 머스크와 동생 킴벌 머스크는 백만장자가 됐다.

이후 머스크는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엑스닷컴(X.com)을 창업했다. 세계 최초의 온라인 은행이며 2000년 비슷한 서비스를 개발하던 컨피니티(Confinity)와 합병한다. 그에게 두 번째 성공을 안긴 이름, 페이팔(PayPal)의 탄생이다. 동료들의 ‘쿠데타’로 CEO 직위를 상실하긴 했지만 최대주주에 해당하는 지분은 여전했기에 2002년 이베이(eBay)가 약 15억 달러에 페이팔을 인수할 때 2억5000만 달러 규모 잭팟(세후로는 1억8000만 달러)을 터뜨린다.

막대한 자금을 손에 쥔 그는 오랜 관심 분야였던 에너지, 전기자동차, 우주 산업으로 눈을 돌린다. 2002년 5월 페이팔 매각 자금 중 1억 달러를 투자해 스페이스X(SpaceX)를 설립했다. 2004년에는 테슬라모터스(Tesla Motors)의 첫 투자자로 나섰고 2007년 스스로 CEO 자리에 오른다. 태양광발전 기업인 솔라시티(SolarCity)를 인수하며 에너지 사업에도 진출했다.

2015년 10월 샘 올트먼과 함께 오픈AI(OpenAI) 설립에도 참여했지만 현재는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관계가 끊긴 상태다. 그 밖에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뉴럴링크, 인공위성 통신 네트워크인 스타링크 등 다양한 기술 개발도 추진했다.

1 월터 아이작슨, 『일론 머스크』, P.104, 머스크는 함께 페이팔을 공동 창립한 이른바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에 의해 2000년 경영에서 배제당한다. 당시 CTO였던 맥스 레브친, 그와 절친한 피터 틸, 루크 노섹, 여기에 리드 호프먼과 데이비드 색스가 머스크 축출을 주도했다. 머스크는 결혼한 지 8개월이 되도록 신혼여행을 갈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공교롭게도 이들이 머스크 퇴진 음모를 꾸미던 9월이 돼서야 호주로 떠났다. ‘쿠데타’는 머스크가 출국하자마자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머스크는 회사에서 쫓겨났다. 재미있는 것은 머스크가 후일 자신을 쫓아낸 페이팔 임원들과 화해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들은 스페이스X가 파산 위기에 처했을 때 2000만 달러의 투자를 통해 머스크를 기사회생할 수 있게 했다. 이를 두고 머스크는 “업보를 잘 쌓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는 말을 남겼다.


머스크 리더십 2

강박적 불안으로 움직이는 워커홀릭

일론 머스크는 꺼지지 않는 기계처럼 일을 한다. 마치 원시시대에 동네의 안전을 위해 스스로 나서 밤낮없이 각종 적과 동물들의 침략에 맞서 30년째 매일 전투를 벌이는 원시인을 보는 것 같다. 아무런 침략이 없으면 마을 옆에서 자라는 나무라도 베어서 일찌감치 시야 확보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거나 곤하게 겨울잠을 자던 곰의 소굴이라도 선제적으로 뒤엎어 후환의 가능성을 없애야 한다. 한마디로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달리 보면 시시포스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보통 인간이 그토록 애타게 갈구하는 평안은 그에게 가장 불편한 심리 상태이며 빨리 없애야 하는 고통이다.

작가인 아이작슨은 『일론 머스크』에서 이를 ‘피포위 심리(siege mentality)’라고 규정했다. 남아공에서 전쟁 캠프와 불안전한 사회 상황, 가족 환경을 경험했던 그가 항상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강박 심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는 불안장애, 조울증 등 병리적 단어로 설명될 수 있는 증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증상들이 그의 사업에 엄청난 추진체가 된다. 심지어 아스퍼거증후군으로 인한 제로(0)에 가까운 공감 능력도 속도감 있게 일을 추진할 땐 도움이 된다.

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서지(surge)라는 하드코어 올인 방식이다. 갑자기 엄청난 목표치를 비현실적인 데드라인으로 설정하고 거기 도달하기 위해 온 공장을 미친 듯이 가동하는 ‘광란의 비상 강행군’을 말한다. 이것은 단순한 24시간 풀가동 체제가 아니다. 수많은 공정 단계 하나하나에서 단 1초라도 단축하기 위해, 또한 단 1센트의 재료비라도 감축하기 위해 사장이 미친듯이 공장을 뛰어다니면서 문제점을 지적한다. 지적한 문제가 그 자리에서 해결되는 것을 확인해야 다른 곳으로 넘어간다. 문제를 해명하지 못하거나, 고치는 데 실패하거나, 현재 상태가 새로운 아이디어보다 더 낫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16년을 동고동락한 고위 임원도 가차 없이 즉각 해고당하는 살벌한 현장이다.

이런 일이 모든 공장과 회의실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이 더욱 가혹하다. 이러는 동안 재해발생률은 일반 공장보다 30%나 높아졌고 그에게 거친 말을 들어가며 해고당하고 상처받은 이들은 넘쳐나는 상황이 펼쳐졌다. 운 좋게 해고당하지 않더라도 거친 피드백을 한 번 듣고 나면 이른바 ‘머스크 대면 후 고통 장애’에 한동안 시달려야 하는 게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조직의 숙명이었다. 하지만 이런 혹독한 추진 방식 속에서 이 조직들은 실질적인 결과를 창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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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사실 가장 고통받는 건 결국 그 자신이 아니었을까 한다. 스페이스X의 사활이 달려 있었던 세계 최초 민간 액체 추진 로켓 팰컨 1의 세 번째 시험 발사를 앞두고 머스크는 밤새 온몸을 버둥거리며 악몽에 시달렸다. 몇 차례나 변기를 붙잡고 구토를 하는 등 극심한 불안 증세를 보였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부자가 된 2021년, 그러한 삶의 연속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2007년부터, 음, 작년까지 쉼 없는 고통의 연속이었지요. 머리에 총이 겨눠진 상태에서 테슬라를 돌아가게 하고,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야 하고, 모자에서 또 다른 토끼를 꺼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토끼들을 줄줄이 공중으로 날려야 할 정도였지요. 다음 토끼가 나오지 않으면 죽는 거였으니까요. 큰 대가가 따를 수밖에 없지요. 항상 아드레날린 모드에서 생존을 위해 끊임없는 싸움을 벌이면서도 몸이 상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올해 발견한 또 다른 사실이 있어요. 생존을 위한 싸움이 꽤 오랫동안 사람을 나아가게 만든다는 사실이지요. 더 이상 ‘죽기 아니면 살기’ 모드에 있지 않으면 날마다 동기를 부여받는 것이 쉽지 않으니까요”2

그는 커다란 비전을 외치며 마치 온 지구와 인류를 구할 것처럼 나선다. 하지만 그는 어쩌면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서 그런 큰 비전이 스스로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 불안을 돌파하는 방법 중 하나인 것이다. 마치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가 추위를 견디기 위해 성냥을 하나씩 켜면서 행복한 상상을 하는 것처럼 그는 화성을 식민지화하고, 석유 산업을 전멸시킬 자동차를 만들고, 머리에 칩을 심어 컴퓨터와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을 대신하는 로봇을 만들어내는 만화적 상상을 하고, 또 그것을 현실화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이다. 이게 일로써 잘 풀리면 주당 1000대 정도밖에 양산하지 못하던 모델3를 단 몇 주 만에 주당 5000대 생산할 수 있게 만드는 식의 기적적인 목표를 이루는 결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이런 극심한 압박이 없을 때 그는 스스로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불안을 해소한다.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고, 회사가 기록적 성장을 거듭할 때조차 머스크는 자신에 대한 사소한 시비에 집중해서 싸움을 벌였다. 누군가의 팟캐스트에 나가선 공개적으로 대마초를 피우는 등의 기행을 보이며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경영진에서 테슬라의 비상장사 전환을 결정하고 공시가를 1주당 419달러로 책정했을 때, 대마초를 피운다는 의미를 담은 420달러3 로 숫자를 바꾸면서 투자자와 당국의 반발에 부딪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게 모두 그가 평화로울 때 나타나는 일들이다. 문제 해결 능력이 높은 사람들은 보통 해결을 위해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그는 자기 지위를 고려하지 않고 어두운 장난을 치면서 스스로와 사업을 곤란에 빠뜨리곤 한다. 이때마다 주가는 큰 폭으로 출렁였고 주주와 당국의 원성은 물론 대중들의 비난까지 온전히 받아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선 안정을 찾고 지지를 얻어야 할 개인적 관계까지도 악화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머스크는 자신을 정서적으로 자극하고 격렬하게 싸울 수 있는 여성들과 사랑에 빠지는데 이럴 땐 개인적 관계마저 자극해 감정 소모를 극대화한다. 사람들은 그의 행동이 노이즈 마케팅이 아닌지, 아니면 정말 제정신이 아니라서 그런지 헷갈려 한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불안한 그의 정신이 오갈 곳을 잃었을 때, 즉 미칠 듯한 압박의 정체가 살짝 모호해졌을 때 그가 살아 나가는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보인다.

그가 이룬 기술적 발전의 동력을 찾자면 이 강력한 정서적 불안정이 아닐까 싶다. 사실 머스크의 조울증은 이미 그 자신도, 주변에서도 잘 알고 치료를 권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는 고통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하는 일에 진정으로 신경을 쓰기 위해 정신과 치료는 받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머스크 리더십 3

엄청난 비전 제시: 화성으로의 도피

일론 머스크의 만화적 상상력에 기반한 비전은 그와 동업자들에게 엄청난 동기를 부여한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짐 콜린스는 성공하는 위대한 기업들의 비전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바로 ‘BHAG(Big, Hairy, Audacious Goals)’다. 직역하면 솜털이 삐쭉 솟을 정도로 담대한 목표다. 현재 성공 가도를 달리는 기업들은 모두 이런 BHAG를 가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역시 그렇다.

그는 자신의 사명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그저 스페이스X를 통해 사람들을 화성에 보내고, 스타링크를 통해 정보의 자유를 구현하고, 테슬라를 통해 지속가능한 기술을 가속화하며, 사람들을 운전의 고단함에서 해방시키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그러면서 공장 노동자들에게도 언제나 자신과 같은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혁신하고 일할 것을 강조한다. 스페이스X에서 핵심 장비인 1337 엔진은 인류를 화성에 데려다줄 마지막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설파한다. 태양광에너지 회사인 솔라시티에선 우리가 실패하면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미래에 결코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들이 열성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돈을 많이 벌거나, 최고의 기업이 되거나, 직업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비전은 인류를 구원하는 것이고, 이것은 경영진뿐 아니라 모든 작업자의 몫이다.

개인적으로 전기를 읽기 전, 거칠기 이를 데 없으며 잔인하기까지 한 이 리더가 어떻게 이렇게 거대한 사업을 일구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사람들을 해고하고, 모욕해 스스로 나가게 하고, 끊임없이 압박해 대는 데 도대체 누가 그의 곁에 끝까지 남아 이 엄청난 성과를 함께 이뤄냈는지가 궁금했다. 서지의 고단함과 노동권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환경. 1960년대도 아니고 2000년대 시점에서 이런 가혹한 노동 현장에서 누가 남아났을까 싶었던 것이다. 그 의문이 서서히 풀리는 부분이 바로 이 사명과 관련한 지점이었다. 현장에 남아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자신들은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고 믿으며, 그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해냈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앞서 나온 일론 머스크의 엄청난 미세 관리는 어쩌면 모든 작업자의 일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그는 라인에서 작업하는 엔지니어에게도 과도하게 책임을 묻고 따진다. 모든 작업에는 작업자의 이름을 붙이도록 하면서까지 책임을 묻는다. 로켓 엔진을 개발하는 일 못지않게 볼트와 너트를 어떤 속도로 조여야 하는지까지 CEO가 관여한다는 것은 어쩌면 사람들을 엄청나게 동기부여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잘 보이면 바로 승진이 되기도 한다. 그는 이 엄중한 사명을 저 멀리 화려한 사장실의 근사한 의자에 앉아서 외치지 않는다. 공장과 연구소를 두 발로 돌아다니고, 회의실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일의 경중이나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날리는 그의 독설은 역설적으로 모든 일이 이 비전을 이루는 일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는 이런 행동이 자신의 업무를 열심히, 그리고 제대로 수행하는 자들에 대한 예의라고 주장한다.

일론 머스크는 성취의 결과로 이룬 부가 개인적인 것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한 액션을 취한다. 머스크는 굉장히 독단적이면서도 나르시시스틱하지만 납득이 되면 수긍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물리적’으로 맞는 말에 한해서다. 자신의 부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이 되는지 자각한 머스크는 캘리포니아 등지의 화려한 대저택들을 모두 매각한다. 그리고 공장 근처에 집을 매수해 나름 소박한 삶을 살아간다. 스스로 급여를 낮게 받고 주식을 계속 소유했는데 이로 인해 적정 수준의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다는 당국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시각을 수용해 주식을 매각하는 결정도 내렸다. 그는 그해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소득세를 냈다. 물론 X(옛 트위터)를 통해 이런 결정을 투표에 부치는 등 요란하게 프로세스를 진행하긴 했지만 말이다.


머스크 리더십 4

취약함을 드러내는 리더

단순히 비전만으로 사람들을 붙잡아 놓을 수 있을까? 수많은 연구에 의하면 비전이나 동기 같은 것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어떤 집단이든 30%가 넘지 않는다고 한다. 평온하지 않은 환경에 사람들을 잡아두는 또 다른 힘은 무엇일까? 페이팔의 성공적 인수에서 스페이스X 창업 초기에 이르기까지 젊고 혈기가 왕성한 머스크의 모습은 전기 속 표현을 빌리자면 거의 ‘개자식’처럼 비춰진다. 한때 테슬라 CEO를 맡았던 마이클 마크스는 아이작슨과의 인터뷰에서 머스크를 이렇게 회상했다. 마크스는 머스크와 달리 인간적인 면모를 칭송받은 경영자로 재직 당시 머스크의 ‘올인’ 방식 및 예의 바르지 못한 언행에 불만을 품었던 인물이다.

“나는 그를 스티브 잡스와 같은 범주의 사람이라고 여기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그냥 ‘개자식’이지만 너무 대단한 일들을 성취하다 보니 한발 물러서 ‘그냥 그게 패키지인 것 같아’라고 말할 수밖에 없게 된 것과 같은 것이죠.”

아이작슨이 머스크가 이뤄낸 성과들이 멋대로 행동하는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묻자 마크스는 이렇게 답한다. “만약 이런 종류의 성취를 위해 세상 사람들이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진짜 개자식을 리더로 삼아야 하는 것이라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나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러고는 생각에 잠겼다가 덧붙였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아요.”4 이런 사람이 대단위 사업을 키우고 대중들에게도 셀럽 대접을 받는 데는 무언가가 또 있을 것이다. 수많은 기업가를 인터뷰해 온 뉴욕타임스 기자 데이비드 겔레스는 머스크에 대해 “내가 직접 본 리더 중 유일하게 취약성을 드러낸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개인적인 고통 측면에서는 아직도 바닥을 치지 못한 느낌”이라며 울먹이면서 고통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는 미국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SNL(Saturday Night Live)에 출연해 어설픈 모습을 드러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다. 한편 스티브 잡스, 제프 베이조스 등 비슷한 부류의 리더 중에서는 드물게 자신의 잘못을 제법 잘 인정한다. 카리스마가 강한 나르시시스틱 리더들은 원래 모든 것이 명명백백 드러난 상태에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그러나 머스크는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안다. 사실 스페이스X사가 2006년 발사한 우주 발사체, 팰컨 1이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폭발한 것도 그가 연구진에 반해 고집을 꺾지 않은 데서 기인한 것이다. 그는 테슬라 공장에 도입한 과도한 자동화라는 공정에서의 문제점도 명백히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자동화가 할 수 있는 것과 인간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나누어 공정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테슬라의 비상장사 전환 당시 앞서 언급한 ‘420달러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도 현명한 처사가 아니었음을 언급했다.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한 행동들이 사업적으로 안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면 기꺼이 머리를 숙였던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지적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 납득이 되는 순간 바로 수긍을 하는 게 일론 머스크의 합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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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리더의 양면성을 설명한 이가 있다.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리더)가 통치를 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애정을 받거나 두려움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키아벨리는 애정을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 두려움을 통한 통치를 강조하고 그 방법에 대해서 썼다.

통상 ‘마키아벨리안 리더’는 좋지 않은 리더십을 지칭하는 단어로 통용된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조금 결이 다르다. 머스크와 격렬한 관계를 경험했던 스페이스X의 재무 담당 루카스 휴스는 2021년, 머스크는 거시적 차원에서만 인간을 중시한 사람이고 미시적으로는 사람을 도구로 사용했다고 평가했다. 지구를 구원하고, 인류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선사한다는 그의 미션은 지극히 애민적이지만 그가 사람들을 상대하는 방식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사람들을 그저 스스로의 미션 달성을 위한 도구로만 보면서 필요가 없어지면 치워버리고 닳으면 교체하는 방식을 견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당시 함께했던 스페이스X 기술자 앤디 크렙스는 그 경험이 마키아벨리의 가르침과 같았다고 봤다. 리더에 대해서는 애정과 두려움을 둘 다 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공감대하에 그는 2년 더 머스크와 함께했다. 하지만 결국 머스크 특유의 하드코어 올인 방식을 견디지 못하고 결혼 이후 더 나은 워라밸을 위해 머스크를 떠났다. 머스크와 함께한 사람들은 그에 대한 경외심, 혹은 애정, 인간적 연민 등을 느낀다. 대단한 비전을 가지고 일한다는 자부심을 경험하고, 기적적인 성취를 통한 극강의 쾌감을 경험했다. 당연히 금전적 보상도 따랐다. 하지만 그를 떠난 사람들은 그의 비전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잔인한 태도를 견디지 못했다. 반면 그 잔인한 태도를 견딜 수 있거나, 이해할 수 있거나, 심지어 그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이 머스크의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했다.


머스크 리더십 5

그와 함께한 사람들: 상호 보완적 관계

머스크를 견디지 못하고 떠난 무수한 이들이 있지만 그와 꽤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역사를 써 내려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없었다면 어쩌면 오늘의 머스크도 없었을 것이다.

그들의 특징은 부드러운 성정과 인간적인 면을 중시하는 면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감정이 메마른 머스크의 버퍼 역할을 충분히 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일론 머스크의 친동생인 킴벌 머스크는 오랜 시간 동안 가까운 가족이자 동지였다. 머스크는 가족사마저 복잡했고 가족이라 하더라도 액면 그대로의 가족 같은 존재가 아니었다. 그러나 부드러운 성정을 가진 킴벌은 일론이 원할 때면 늘 함께 있어 줬던 존재이며 15년간이나 함께 사업을 진행한 파트너였다.5

비서인 귄 숏웰은 가장 오랫동안 머스크 옆을 지킨 이로 머스크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인간적인 부분을 매우 중시해 다른 인력들의 완충 역할을 해줬다. 그의 전남편이 머스크와 같이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와의 결혼 생활 경험 덕에 비슷한 증상을 가진 머스크를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나름의 노하우를 보유하지 않았을까 싶다. 테슬라에서 디자인 총괄을 맡고 있는 프란츠 폰 홀츠하우젠은 늘 부드럽게 처신해 머스크와 주변 사람들이 잘 따랐던 편이다. 뾰족하기 이를 데 없으며 충동 조절이 전혀 되지 않는 머스크 옆에서 이들의 역할은 단순히 그들의 타이틀에 머무르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거의 잠도 자지 않고 일하고, 자더라도 회사에서 자면서 일하는 리더. 늘 부딪혀야만 하는 극외향형 리더를 보좌하는 사람들의 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머스크 리더십 6

머스크의 생산 알고리즘

테슬라에서든 스페이스X에서든 사람은 그가 주문처럼 되풀이해 읊조리는 것을 듣게 된다. 깊이 박힌 일의 원칙, 계명이다. 이를 머스크의 생산 알고리즘(DBR min box II: ‘머스크의 생산 알고리즘’ 참조)이라고 한다. 생산 현장에서는 헌법과 같은 원리로 스스로도 이 원리에 매우 충실히 따른다.

리더십과 심리학을 연구하는 필자 입장에선 이 내용들을 동의하거나 권장하고 싶진 않다. 이것은 머스크가 있는 현장에서나 가능하고, 특히나 해고가 법적으로 가능한 미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인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으니 적절히 취할 것만 취하면 되겠다. 그리고 승자의 역사처럼 지금 잘되고 있으니까 맞는 것처럼 들리는 것이지 만약에 큰일이 한 번이라도 발생한다면 바로 이 알고리즘이 원흉일 수도 있다. 머스크 전기와 리더십은 그만큼 비판적인 시각으로도 봐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옳고 그름을 떠나 알고리즘의 존재 자체는 꽤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머스크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에 있어서는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비록 그러한 일관성과 예측이 부정적인 방향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일론 머스크의 이런 알고리즘이 극단적 생산성 향상, 그리고 그것이 이뤄낼 궁극적인 비전과 연결이 된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많은 회사가 자신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비전이나 미션을 인테리어 소품처럼 달고 그때그때 자의적인 해석을 하거나, 무시하고 임의대로 순간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옳은 것이건 그른 것이건 방향을 맞춰 최선을 다해서 추구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고도 아니다 싶은 부분이 있으면 수정해서 다시 시도하면 된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성장 배경에서 온 특별함과 더불어 일반적으로 혁신가들이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과 일하는 방식도 갖추고 있다. 과격한 면이 없지 않지만 이 시대에 혁신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참조할 만한 것들이 제법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알고리즘과 더불어 매우 확고한 원칙이 있는데 룰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의심하고 의문을 던져 다른 방식을 시도하고, 가장 똑똑한 사람을 가장 의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빨리 움직이고,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규칙을 어기고 요구사항에 의문을 제기하도록 끊임없이 강조한다. 머스크 스스로의 행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을 설득해 정부, 즉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주도하던 우주 사업을 민간 주도로 돌리도록 했다. 반드시 합작회사 형태로 설립해야 하는 중국 내 공장도 중국 정부를 설득해 단독 회사로 설립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사실 그가 가는 곳은 이처럼 길이 없는 곳이었다. 그가 가면 길이 됐다. 그가 룰에 굴복하지 않는 것은 언제나 무언가를 제거하기 위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거는 더 많은 생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는 당연해 보이는 것들조차 제거하는 데 집착했다. 필자가 테슬라 모델3를 처음 타 보았을 때 느꼈던 그 썰렁함. 그것이 그가 생각한 가장 완벽한 상태인 듯하다.


DBR mini box II

머스크의 생산 알고리즘



1. 모든 요구사항에 의문을 제기한다: 모든 요구사항에는 그것을 만든 사람의 이름이 나와야 한다. 법무당국이나 안전당국과 같은 부서에서 나온 요구사항은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해당 요구사항을 만든 실제 인물의 이름을 알아야 한다. 그런 다음 그가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더라도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똑똑한 사람들의 요구사항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가장 위험하다. 나의 요구사항에도 의문을 제기하라. 그런 후 그 요구사항을 덜 멍청하게 만들어라.

2. 부품이든 프로세스든 가능한 한 최대한 제거하라: 나중에 다시 추가해야 할 수도 있다. 사실, 10% 이상 다시 추가하지 않게 된다면 충분히 제거하지 않은 것이다.

3. 단순화하고 최적화하라: 이는 2단계 이후에 수행해야 할 과정이다.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부품이나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최적화하는 것이다.

4. 속도를 높여 주기를 단축하라: 어떤 프로세스든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작업은 앞의 세 단계를 수행한 이후에 수행해야 한다. 나는 테슬라 공장에서 특정 프로세스를 가속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 이후에야 비로소 애초에 제거했어야 했음을 깨닫는 실수를 저질렀다.

5. 자동화하라: 이는 마지막 단계에 해야 할 작업이다. 네바다와 프리몬트에서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모든 단계를 자동화하는 것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모든 요구사항에 의문을 제기하고, 부품과 프로세스를 제거하고, 버그에 대한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어야 했다.

이 알고리즘은 때로 몇 가지 부수 사항을 수반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모든 기술 관리자는 실무 경험을 갖춰야 한다. 예컨대 소프트웨어팀 관리자는 업무 시간의 20% 이상을 코딩에 할애해야 하고, 태양광 지붕 관리자는 일정 시간 이상 지붕에 올라가 설치 작업을 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을 타지 못하는 기병대장이나 칼을 쓸 줄 모르는 장군과 같아진다.

- 동지애는 위험하다. 서로가 서로의 일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게 만든다. ‘동료를 내다 버리고 싶지 않은’ 성향도 형성된다. 이는 경계하고 피해야 할 사항이다.

- 틀려도 괜찮다. 다만 잘못된 것을 옳다고 우겨서는 안 된다.


AI 전성시대에 유효할 머스크식 비전 제시

스티브 잡스는 이 시대 최고의 훌륭한 혁신가이자 사업가였다. 하지만 사후에 쏟아진 그에 관한 영상물을 보면 그는 그저 매우 성마르고 괴팍하고 부성마저 저버린, 주변인들과 만날 싸우기만 하는 ‘개자식’으로 묘사돼 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가 ‘Think simple’을 구현하는 과정, 그가 가진 네트워크와 인간 소통에 관한 비전과 미래에 대한 믿음 등에 관한 이야기들은 언급되지도 않았다. 일론 머스크도 그렇다. 각종 기이한 행동과 일탈적 모습만이 아닌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모든 것을 바쳐 몰두하고 이뤄내고야 마는 창업가로서의 모습이 세상에 좀 더 드러나기를 바란다.

기술의 발전으로 경영 환경은 어느 때보다 빠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육체·단순노동은 기계가, 지식노동은 AI가 대체하는 시대가 본격화했다. 어지간한 업무 수행은 인간의 관여가 필요 없어지는 세상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창의성과 독창성, 주어진 문제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 실행하는 능력이다. 일론 머스크의 괴팍하고 가혹한 일면, 세간에 드러난 괴짜적 특성만을 본다면 시대에 맞지 않는 독단적 리더십으로 운 좋게 성공했다고 치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직시해야 할 것은 ‘대(大)AI 시대’가 성큼 다가온 지금도 여전히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조직과 기업이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그 기저에는 구성원들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고 잠재력을 120% 발휘하게 만드는 엄청난 비전의 제시, 사명과 성공에 대한 확신을 심고 사람을 한계까지 몰아붙여 불가능한 일을 성취하도록 하는 힘, 성취에 기반해 혁신 동력을 끊임없이 유지하는 관리 능력 등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범인이 도달하기 어려운 천재적 면모를 갖고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하겠지만 사업가이자 리더로서의 머스크의 모습에서 우리는 AI 시대 ‘미래지향적 리더십’의 롤모델이 될 만한 몇 가지 단초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 김현정 | aSSIST 글로벌 리더십 센터장

    필자는 미 컬럼비아대에서 조직과 리더십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미네소타대에서 상담심리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숭실대 경영학부 조교수, INSEAD 글로벌리더십센터 방문연구원으로 재직했고 삼성전자 리더십 개발센터 등에서 근무했다. 심리학과 경영학, 성인교육학을 기반으로 한 효과적인 리더십을 연구하며 상담 및 코칭을 하고 있다.
    hyun89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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