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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린다 힐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혁신의 대부분은 공동 창작의 결과물
조직 내 디지털 세대 먼저 포용해야”

장재웅 | 388호 (2024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AI 시대를 관통할 리더십 모델에 대한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다. 그 때문에 여전히 많은 리더가 어려움을 호소한다. 조직행동과 리더십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린다 힐 하버드대 교수는 AI 시대 리더십 모델에 정답은 없지만 “AI 도입을 주저하거나 AI 관련 자료부터 찾는 데 시간을 보내는 대신 하루라도 먼저 직접 부딪혀 보라”고 조언한다. 특히 그는 AI 시대 리더의 역할은 인간 직원과 AI의 협업을 촉진해 ‘집단의 천재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이를 위해 리더는 조직 내 직급은 낮지만 AI 등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디지털 네이티브’와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라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선보였을 때 많은 사람이 충격에 빠졌다. 특히 AI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대부분의 경영진은 생성형 AI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동시에 새로운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거버넌스 확립에 골몰했다. 그로부터 1년 이상이 지난 지금 여전히 AI 도입은 많은 리더에게 큰 고민 거리가 되고 있다. AI가 우리 회사에서 어떤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지, AI와 인간이 함께 일하는 일터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AI 활용에 있어 보안이나 다른 리스크는 없는지 등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성형 AI가 불러온 이 같은 고민에 대해 30년 가까이 하버드경영대학원에 몸담아온 세계적인 석학이자 『보스의 탄생』 『혁신의 설계자』의 저자인 린다 힐(Linda Hill) 교수는 “AI를 이해하겠다고 관련 서적이나 자료를 찾아보며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니라 일단 리더 스스로 AI를 써보고 익숙해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생성형 AI는 뛰어난 능력과 열정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숨겨진 의도를 갖고 정보를 수집하며 때론 엄청난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는 동료”라며 “이들과 협업하기 위해서는 AI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리더가 나서서 테스트해보고 학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힐 교수는 이어 AI 시대에도 여전히 ‘집단 천재성’의 중요성은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혁신의 성공은 리더가 조직원들이 가진 천재성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동시에 그 조각들을 한데 묶어 집단 천재성으로 이끌 때 이뤄진다”며 “앞으로는 인간과 AI를 동시에 직원으로 두고 이들이 집단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리더십 역량이 중요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다시 말하면, 리더가 스스로 AI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조직 내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힐 교수 주도로 진행된 하버드경영대학원 연구 조사에 따르면 1700명의 CEO 중 약 70%가 AI 시대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으로 ‘수용성(Adaptability)’을 꼽은 바 있다. 이는 AI 시대 리더는 조직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미래를 예측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장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조직이 경계를 허물고 혁신의 물꼬를 트기 위해 AI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정기적이고 사려 깊은 소통을 통해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다가올 AI 시대, 조직의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리더십 모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린다 힐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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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혁신은 인간 상상력의 산물이며 기업은 혁신을 완성하기 위해 직원들의 창의성과 집단 지성을 활용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AI 시대가 열리면서 이 같은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혁신을 만드는 팀, 조직, 그리고 생태계에 대해 연구했다. 특히 혁신을 이끌어 내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가 주요 연구 대상이었다. 현재는 빠른 속도로 혁신을 확장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1 혁신의 촉진자로서 AI 등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가 갖는 중요한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나는 가까운 미래에 AI가 인간의 상상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인간이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AI가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여전히 상상력과 창의성은 인간의 몫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혁신에 대한 기본 가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혁신이 한 개인의 천재성이 빛을 발해 이른바 ‘아하의 순간(Aha moment)’을 통해 창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혁신은 서로 다른 관점과 전문성을 가진 개인들이 만들어내는 협업, 실험, 학습 등의 과정에서 나온다. 그래서 가장 혁신적인 조직은 혁신에 대해 보다 민주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해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고객과 기타 이해관계자를 위해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는 조직이다. 이러한 조직에서 혁신은 조직에 새롭고 유용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 또한 모든 사람이 혁신의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도록 장려한다. 혁신은 점진적일 수도 있고 어느 날 갑자기 획기적으로 탄생할 수도 있다. 내 책 『혁신의 설계자: 어떻게 하면 혁신을 거듭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는가(Collective Genius: The Art and Practice of Leading Innovation)』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픽사의 전 CTO 그렉 브랜도는 “누구나 ‘천재성의 조각’을 가지고 있으며 각자 가진 천재성의 조각은 고유한 재능과 열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리더십의 역할은 조직에서 이러한 다양한 천재성을 발휘해 공동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AI가 더 폭넓게 활용된다고 해도 인간과 인간 간 집단지성의 힘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데 AI가 더 유용하게 쓰일 가능성이 높다.


AI 시대에 리더들이 취해야 할 행동은 무엇인가?

나는 2021년부터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리더십 이니셔티브 의장으로서 두 명의 이그제큐티브 펠로인 앤 르 캠과 수난드 메논 등이 포함된 팀과 함께 AI가 바꾸는 디지털 세상을 주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 팀은 2021년부터 6개 대륙에서 임원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하고 4500명 이상의 주요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중 일부는 HBS(Harvard Business School)의 ‘Working Knowledge’ 코너에 3부작 시리즈로 발표했다.2 이 설문조사는 경영진이 ‘디지털 네이티브’와 효과적으로 협업하는 방법과 생성형 AI의 도입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설문에 따르면 리더들은 빠르게 학습하고 적응할 수 있는 민첩한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또한 AI와 같은 도구를 최대한 신속하게 업무에 포함시키면서 동시에 이를 책임감 있게 활용하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설문을 보면 많은 리더가 디지털 혁신을 주도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수의 리더가 자신이 그 일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솔직하게 답하기도 했다. 디지털 혁신을 주도한다는 것은 “자! 내가 비전이 있으니 나를 따라 미래로 가자”라고 조직원들을 이끄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조직원들이 함께 기꺼이 창의성을 활용해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필요한 문화와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리더십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얼마나 많은 리더가 사일로를 허물고 부서와 지역 간의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 또한 많은 리더가 조직에 애자일, 린 스타트업 또는 디자인싱킹을 도입해 체계적인 실험과 학습의 문화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가. 하지만 그중에 성공 사례는 손에 꼽는다. AI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을 원활히 진행하는 기업의 리더들은 AI 도입을 주저하거나 AI 관련 자료나 책부터 찾아 읽는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루라도 빨리 리더 스스로가 직접 AI 도입에 대한 실험에 나선다. 나와 내 동료들은 AI에 대한 이해를 돕고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AI 부트캠프’3 를 개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리더십 팀을 이끌고 있는 리더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부트캠프에 참여한 리더들은 팀원이 직접 AI를 자신의 업무에 도입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팀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진정한 열쇠가 나온다고 털어놨다. 마찬가지로 리더도 AI를 직접 사용해봐야만 기술의 기회와 한계 및 위험, 그리고 AI를 배포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자원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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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여전히 리더들이 AI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전히 많은 고위 경영진이 책임감 있고 동시에 비용 효율적인 방식으로 AI를 업무 프로세스에 도입하기에는 거버넌스 구조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직원들이 AI를 실험할 수 있는 공통의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프레임워크는 회사의 공유된 목적의식, 가치, 참여 규칙, 성과 지표 등과 일치하도록 설계돼야 한다. 그래서 이 프레임워크가 AI와 같은 신기술에 대한 우선순위 지정과 의사결정의 기준이 돼야 한다. 그리고 이 기준에는 무엇이 전략적 필수 요소에 기여하는지, 무엇이 회사의 목적과 가치에 부합하는지, 무엇이 실현 가능한지 등이 포함될 것이다. AI 부트캠프에서 나와 대화를 나눈 임원들은 AI 모델을 설계하거나 채택할 때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팀원들에게 이해시키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 공통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먼저 AI 모델을 블랙박스로 취급하지 말고 알고리즘을 고안한 사람이 누구인지 이해하고 기본 가정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조직 내 AI 모델을 개발하는 팀이 있다면 이 팀이 기술 전문가로만 구성되지 않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많은 경영진에게 LLM을 개발할 때 “쓰레기를 투입하면 쓰레기만 배출된다(Garbage In, Garbage Out)”라는 격언을 기억하라고 상기시켜 줬다. AI 모델은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만큼만 우수할 수 있다. 모델 학습에 어떤 데이터가 사용됐는지, 누락된 데이터는 없는지, 모델에 어떤 잠재적 편견이 내장돼 있을 수 있는지 등을 사전에 꼼꼼히 신경 써야 한다. 데이터가 누락된 경우 AI가 어떻게 ‘환각(hallucination)’을 일으켜 데이터 공백을 메우고 잘못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지도 관심사다. 특히 다수의 경영진이 모델의 결과물을 검토할 때, 그 결과가 타당성이 있는지, 말이 되는지 등 ‘인간 중심 AI(human in the loop AI)’를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고 있다. 디지털로 성숙한 조직은 데이터 기반(data driven)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조직(data-informed)으로,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내릴 때 여전히 사람의 판단, 경험, 전문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경험했듯 더 잘 훈련된 모델을 사용하면 매우 복잡한 업무도 자동화할 수 있다. 더 많은 업무가 AI로 자동화됨에 따라 경영진과 동료들은 생산성이 향상되고 인간다운 일, 즉 인간 고유의 천재성과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맥락적 지능을 활용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할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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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 천재성에 있어 충돌과 마찰이 중요하다고 주장했지만 AI와 인간이 마찰을 일으킬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창조적 마찰’은 AI 시대에 특히 중요하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더 이상 ‘평소 같은 비즈니스(Business as usual)’는 존재하지 않는다. 변화의 속도를 고려할 때, 의사결정은 ‘작업 가설(working hypotheses)’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AI와 같은 도구는 이러한 가설을 신속하고 엄격하게, 또 관련성 있게 테스트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AI는 규모와 속도가 모두 기업 경쟁력에 중요할 때 아주 유용하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바로 코로나19 백신을 만든 화이자(Pfizer)다.

화이자의 공급망 담당 임원 마이클 쿠는 코로나19 백신을 266일 만에 개발할 수 있었던 과정에서 AI의 역할에 대해 강조하며 AI를 인공지능이 아닌 ‘증강 지능’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글로벌 임상 공급망 팀이 개발, 테스트, 반복 작업을 더 빠르게 수행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됐는지 설명했다. 특히 AI가 가장 정확하고 관련성 높은 데이터를 검색하고 요약하는 데 필요한 올바른 프롬프트 제공 방법을 배우면 공급망팀이 ‘뒤늦은 통찰력에서 예지력에 이르는(from “hindsight, to insight, to foresight”)’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음을 강조했다.

AI는 방대한 양의 서로 다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이해해 조직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가속화할 수 있다. AI는 개인과 그룹이 일종의 ‘사고 파트너’ 또는 ‘스파링 파트너’로 활용해 그룹이나 조직에 존재하는 인간의 천재성을 증폭시킬 수 있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내 동료인 수난드 메논은 “생성형 AI 시스템이 음성 명령을 통해 활성화되는 단계가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AI의 텍스트 버전을 사용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술을 연습하고 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AI를 활용해 원하는 통찰을 생성하기 위해 올바른 질문을 하는 방법이다. 최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둘러싼 새로운 직업들도 탄생하고 있다. 메논은 “LLM을 사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추구하는 방법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등의 과정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래에는 시리나 알렉사와 대화하는 것처럼 LLM과도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그는 또 가까운 미래에 AI를 활용해 팀 회의 과정에 더 다양한 통찰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인간 팀원들과 AI로 구성된 창조적 마찰(Creative abrasion)4 세션을 구성해 다양한 학습 데이터세트를 활용해 시장에서 통할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AI 기반 인력 자동화 및 생태계 협업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이노베이션포스(InnovationForce)5 의 대표, 킴 겟겐은 투자자를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때 혁신 팀의 작업을 비평하는 ‘전문가 패널’을 만들기 위해 AI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AI의 결과물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인간의 판단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AI가 리더십의 전통적인 역할과 책임을 어떻게 재편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리고 이를 위해 리더가 습득해야 할 기술이 있다면?

우리의 연구를 통해 ‘디지털 성숙(digitally mature)’ 조직은 어떤 모습인지, 즉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에 민첩하게 적응하고 이를 활용해 고객과 기타 이해관계자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는 조직이 어떤 모습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조직은 고객 중심적이며 부서 간 협업, 지속적인 학습, 직원 역량 강화를 장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연구한 ‘디지털 성숙’ 조직 중 하나는 HCL 테크놀로지스의 전 CEO인 비닛 나야르와 그의 아내 아누파마 나야르가 공동 설립한 샘파크 재단(Sampark Foundation)이다. 비닛과 아누파마는 인도 8개 주 내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 2000만 명의 학습 성과를 혁신하기 위해 1억 달러의 개인 재산을 기부했다. 이들이 ‘규모에 맞는 검소한 혁신(frugal innovation at scale)’이라고 부르는 이 프로젝트에서 기술은 항상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들은 최근 시골 교실을 아이들을 위한 ‘스마트 교실’로 바꾸고 새롭고 흥미로운 교육법으로 아이들을 참여시켜 궁극적으로 학습 성과에 도움을 주는 ‘샘파크 TV’ 기기를 설계하고 개발했다. 어린이 한 명당 연간 1달러의 비용으로 이미 1500만 명의 농촌 어린이와 10만 개 이상의 공립학교에서 교사 50만 명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샘파크는 현재 안면 인식 기술과 결합된 AI 기반 평가 엔진을 활용해 아이들의 학습 스타일을 파악하고 계속해서 초개인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샘파크와 같은 디지털 성숙 조직에서 리더의 주요 책임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고객 중심의 내러티브와 공유된 목적의식을 중심으로 직원과 이해관계자를 조율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직원 등 회사의 이해관계자(AI 포함)가 기꺼이 기업이 만들려 하는 미래에 동참하도록 필요한 문화와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다. 셋째, 집단적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 기능과 직급에 관계없이 개인의 재능을 발휘해 포괄적으로 이끄는 것이다. 즉, AI 시대 리더의 역할은 조직의 ‘왜’와 ‘무엇을’을 명확히 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나 기회와 가장 가까운 직원에게 ‘어떻게’를 맡기는 것이다. AI가 이러한 기본적인 리더십 기능을 수행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인간 리더들의 역량은 중요하다.


AI가 리더십의 의사결정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많은 경영진이 AI가 촉발한 디지털 전환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회사가 성공하려면 새로운 사고방식을 채택하고 특정 행동 양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례로 디지털 전환에 적합한 조직 모델로 평가받는 애자일 조직에서 공식적인 권한은 상당히 제한되고 톱다운식 리더십 스타일은 더 이상 효과적인 리더십 방식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데이터와 정보가 민주화되고, 조직이 새로운 기술을 민첩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분산된 의사결정을 기대하는 직원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호기심과 겸손, 그리고 ‘이방인’에게도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개방성 등이 새로운 시대 리더십의 주요 특성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례로, 최근 미국의 다수 기업에서는 리더들이 조직의 하위 직급에 있지만 AI 등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전문성이 높은 ‘디지털 네이티브’로부터 역멘토링을 받는 개방적인 움직임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리더는 AI를 활용하는 것과 인간의 손길을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까.

디지털 시대에는 변화의 속도가 압도적이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종종 많은 사람에게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리더가 이러한 트렌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디지털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AI가 사람들의 업무 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은 확실하지만 그 방식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또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동의하지만 그게 얼마나, 어느 정도 규모로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다. 따라서 리더는 공감하고, 동정심을 갖고, 포용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는 스스로 약점을 파악하고, 모든 문제에 답을 갖고 있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많은 경영진은 팬데믹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소프트 스킬’을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한다. 일부 경영진은 개인적인 불안감을 공유하는 등 보다 투명하고 진정성 있게 소통하면 직원들이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정서적, 지적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해고와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수 있지만 직원의 존엄성과 조직의 사기를 보존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일부 리더는 직접 조직 외부의 파트너(정부, 교육 기관, 기타 기업 등)와 협력해 AI로 인해 역할을 대체하게 된 직원의 숙련도를 높이고 재교육하는 인재 생태계 구축을 촉진하기도 한다. 이러한 리더들은 지역사회가 피할 수 없는 혼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기업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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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윤리적 문제나 보안 등 리스크에 대해 리더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우리의 조사에 따르면 많은 경영진이 생성형 AI 도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딜레마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많은 사람이 규제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일부는 책임감 있으면서도 실용적인 정책과 관행을 수립하기 위해 정부 및 다른 조직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바타 서비스 플랫폼 기업 ‘아바타린(avatarin)’의 창업자인 아키라 후카보리와 케빈 카지타니를 들 수 있다. 아바타린은 수술부터 폭탄 해체까지 사람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아바타 로봇을 대여해 주는 서비스다. 이 회사의 두 공동 창업자는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과 엑스프라이즈(XPRIZE)가 35개 이상의 유엔 기관과 협력해 후원하는 연례 ‘AI for Good Summit’과 같은 포럼에 참석해 AI 관련 글로벌 표준 및 규정을 수립하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AI와 관련된 윤리, 개인정보 보호, 보안 문제 등을 즉시 해결하고자 한다. 후카보리는 “사용자가 자신의 스킬 데이터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 글로벌 의제를 해결하는 미래를 상상한다. 예를 들어, 외과의사가 자신의 스킬을 공유해 다른 사람들이 아바타를 통해 원격 수술을 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우리는 각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 관리자가 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설계하고 싶다”고 말했다.

많은 리더가 AI를 도입할 때 의도한 결과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모두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면서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리더는 사전 분석을 통해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지 생각하고 모델이 다른 인구통계학적 그룹을 어떻게 차별할 수 있는지 주기적으로 감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경영진은 사용 사례를 직접 실험하면서 AI와 관련된 위험과 잠재적 남용 가능성을 더 잘 인식하게 된다. 일부는 위험 관리 우수 센터를 만들기도 한다. 많은 기업이 사내 윤리 거버넌스 위원회를 만들어 회사에서 AI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개최해 가이드라인과 가드레일에 대해 알리고 기업의 목적과 가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AI를 활용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많은 리더는 직원, 고객 및 기타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AI를 사용할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에 대해 더 많이 인지하게 되면서 AI 거버넌스 관행을 조정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I 환경에서 리더에게 필요한 지속적인 학습과 적응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달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진화하는 속도를 고려할 때 끊임없는 실험과 학습의 여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한 경영진은 현재 사용 가능한 AI가 유아 수준에 불과하며 곧 성인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성숙도가 높은 기업은 AI와 같은 신기술과 조직 내 ‘디지털 네이티브’6 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 경영진이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임원이 디지털 네이티브와 함께 일하는 것이 불안하고 통제하기 어렵다고 느낀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다른 임원들은 보다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며 스스로 AI를 실험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경영진은 누구나 천재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에 발맞추기 위해 다양한 사고와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다세대 팀을 구성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AI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또한 비즈니스 경험이 많은 사람은 디지털 네이티브가 회사의 전략, 운영 모델, 중요한 관행과 정책의 근거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게 가능하다. 이러한 팀들이 함께 일하면 비즈니스 목적에 맞는 AI를 설계하고 구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AI 기술은 또 다른 기술 격차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리더는 AI와 관련된 이러한 기술 격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앞서 언급했듯 우리는 모두 천재성의 조각을 가지고 있다. 직원들은 자신이 속한 세대마다 디지털 기술에 대한 사고방식과 경험이 다르다. 포용적인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디지털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회사가 AI와 같은 업무용 툴을 제공하지 않을 때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얼마나 좌절하는지 상상해 보라. 반대로 경영진은 회사가 올바른 가이드라인과 보호 장치를 마련하기 전까지 직원들에게 AI를 도입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다. 나와 연구팀이 만난 디지털 성숙도가 높은 기업들은 ‘디지털 네이티브’가 AI를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한편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리스킬링 및 업스킬링을 할 수 있도록 자원을 제공해 그들도 AI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AI 시대에 조직을 이끌 차세대 리더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 줄 수 있을까.

우리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응한 경영진이 AI 시대의 리더십에서 호기심과 적응성을 중요 특성으로 꼽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차세대 리더들에게 AI 관련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이를 위한 가장 간편한 방법은 조직 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포용하는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리더의 역멘토 역할을 하고 다세대 팀의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에 익숙해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핵심 인재가 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이미 일상에서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리더와 디지털 네이티브 모두 직장에서 AI 도구를 사용할 수 없다면 회사를 떠날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디지털 기술을 원활하게 도입한 기업의 고위 경영진은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과감한 시도를 좋아하며 디지털 시대에 우리 모두가 따라야 할 민첩한 업무 방식을 실험하고 실수와 실패에 익숙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책의 공동 저자인 제이슨 와일드는 “물에 발가락을 담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진정으로 AI 기술의 깊은 곳으로 뛰어들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일부 리더는 이제 막 AI를 실험하기 시작했지만 다른 리더는 매우 전략적으로 AI를 조직 내부까지 도입하고 있으며 코드를 만지기 전에 조직의 목적, 가치, 바람직한 미래 문화 상태를 재구상하고 비즈니스가 어떻게 작동할지 탐구하고 있다. 이러한 선구자들은 AI의 강력한 기능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역량을 구축하고 현재의 경쟁 환경에 맞춰 혁신하려고 한다. 이들의 행보에 주목하며 분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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