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관리자는 리더이자 팔로워이다. 그간 리더십 연구에서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강조해왔지만 안정적으로 책임진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직속 상사 또는 경영진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경영진과 구성원의 요구를 매끄럽게 조율하는 리더를 ‘연결형 리더’라 한다. 연결형 리더에는 1) 야누스형 2) 브로커형 3) 전달자형 4) 줄타기형이 있다. 그러나 중간관리자가 팀원들을 대변해 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다. ‘균형 맞추기-통합하기-준비하기-정제하기’를 거치면서 의견 표현에 필요한 과정을 점검해야 한다.
성과 평가 시즌이었습니다. 3명의 팀원에게 A~E 등급을 부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정규 분포를 유지하기 위해 인사팀에서 부여할 수 있는 등급을 정해줬습니다. 저는 팀원들에게 B 2개와 D 1개를 줄 수 있었죠. 제 생각에는 저희 팀원 2명은 A, 1명은 B를 받을 만했습니다. 저는 상사에게 더 높은 등급을 매길 수 없냐고 물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평가 메커니즘을 팀원들에게 알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죠. 결국 D를 받은 젊은 여직원의 눈물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는 야심 차고 성실한 직원이었습니다. 정말로 B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평가 기준을 공개하지 말라는 상사와 회사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으니까요. 이 아까운 인재는 이후 6개월 만에 퇴사했습니다.
- 금융기관 중간관리자
이 짧은 에피소드에는 중간관리자가 처하는 딜레마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 관리자는 더 높은 부여 등급을 따내기 위해 상사에게 팀원들의 업적을 세심하게 설명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팀원들에 대한 개인적인 애착 때문이 아닌 객관적인 성과임을 어필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은 최대한 억누르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사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데 실패하면서 결국 팀원들을 실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