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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ership

여성 리더의 ‘반전 매력’ 비결은 유머

박종규 | 367호 (2023년 04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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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Think funny, think female: the benefits of humor for women’s influence in the digital age” (2022)
by Miron-Spektor, E., Bear, J., and Eliav, E. in Academy of Management Discoveries. DOI: 10.5465/amd.2021.0112
박종규 뉴욕시립대 경영학과 조교수 jonggyu.park@csi.cuny.edu



무엇을, 왜 연구했나?


많은 사람이 ‘여성은 재미없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유머러스’란 수식어 뒤에 ‘여자’보다는 ‘남자’를 더 자연스럽게 붙이곤 하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의 몇몇 연구는 직장에서 유머를 사용하는 것이 남성들에게만 유리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유머를 섞어 프레젠테이션을 한 남성이 유머 없이 발표만 한 남성보다 더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유머를 사용한 여성은 유머 없이 발표만 한 여성보다 덜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한 연구1 처럼 말이다. 양쪽 모두 유머를 구사했을 뿐인데 성별에 따라 정반대의 평가가 나온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는 여성 발표자의 유머가 능력이나 업무상 지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만드는 방해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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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성 고정관념에 기인한 이런 연구 결과들이 모든 여성, 모든 상황에 들어맞는 것인지 좀 더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적절한 농담을 사용하고 재치 있는 발언을 하는 것은 직장 생활에서 공감대를 만들고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자신이 가진 여유와 자신감을 보여주고, 상대방을 더 집중하게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유머의 효과들이 정말로 여성 직장인들에게만 좋지 않게 작용하는 것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여성들이 직장 내 같은 위치에 있는 남성들보다 과소평가되기 쉽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여성 임원이나 리더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유머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도 함께 생각해 봐야 한다.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프랑스·미국 학자들과 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팀은 총 2407개의 TED 강연을 분석했다. 1644명의 남성 발표자와 763명의 여성 발표자의 영상을 종합적으로 분석2 해 어떤 성별의 발표자가 유머를 사용할 때 더 효과적인지를 비교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기존의 고정관념과는 반대로 연구진은 유머를 사용하는 것이 남성보다 여성 강연자의 영향력을 높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더 많은 유머를 활용한 여성 강연자들은 덜 유머러스한 여성 강연자들보다 영향력이 컸을 뿐 아니라 비슷한 수준으로 유머를 활용한 남성 강연자들보다도 더 깊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사용 빈도에 있어서는 남성 강연자들이 여성 강연자들보다 더 많은 유머를 활용했다. 하지만 여성 강연자가 적절한 유머를 사용해서 그들이 가진 전문 지식이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할 때 효과가 더 컸다. 다시 말해, 유머의 사용이 여성 강연자에게 더 큰 이득이 되고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사회과학 분야에서 인기가 많은 92개의 TED 강연에 대해 더 깊이 있는 분석을 실시했다. 유머를 활용한 여성들의 강연이 어떤 점에서 청중들에게 인상 깊게 느껴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였다.

연구 결과, 영향력의 원천은 청중들이 유머를 통해 느끼는 여성 강연자의 ‘인간적인 면(warmth)’과 ‘전문성(competence)’에 있었다. 유머의 유형을 떠나 여성 강연자가 유머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유머 사용은 여성들을 더 인간적이면서도 더 유능한 직장인으로 보이게 함으로써 그들이 직장 생활에서 자주 경험하는 딜레마를 해소하는 데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른바 유능해 보이면 비인간적이라고 손가락질을 당할 것 같고, 인간적으로 굴면 무능하게 비쳐질 것 같은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유머가 좋은 해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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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의 유형과 관련해서는 남성 강연자들이 조롱과 비꼬기 같은 공격적인 유머를 여성보다 더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여성 강연자들은 자신을 낮추거나 자신이 처했던 상황을 풍자하는 방식의 유머를 남성들보다 더 많이 활용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 연구의 분석 대상이 된 TED 강연들은 이미 성공했거나 검증된 사람들이 철저한 준비와 리허설 후에 대중 앞에서 서는 것이다. 그 때문에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직장 생활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러나 직장인이라면 프레젠테이션 등 여럿을 대상으로 설득을 해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그럴 때 공감을 불러오는 적절한 유머를 사용함으로써 자신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상대로부터 더 높은 집중과 관심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상위 직급에 있는 여성 임원이나 여성 리더들은 유머를 사용하는 것이 그들이 겪는 ‘인간적인 면모’와 ‘유능함’ 사이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나아가 유머가 더 큰 리더십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만약 어떤 여성 리더가 유머를 아주 잘 활용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그를 더 큰 위험을 감수할 용기 있는 리더, 발언의 자유와 여유를 가진 높은 위치에 있는 리더로 인식하고 더 잘 따를 가능성이 있다.

많은 이가 가진 ‘남성이 여성보다 더 유머러스하다’라는 고정관념을 뒤집어 보면 여성들의 유머는 남성들의 유머보다 더 ‘예상치 못한’ 것이다. 그래서 유머는 여성들에게 이른바 ‘반전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유리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 유머가 누군가를 상처 주는 냉소나 빈정거림이 아니라 악의 없이 센스 있는 형태로 발현된다면 그 긍정적인 효과는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박종규 | 뉴욕시립대 경영학과 조교수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근무했으며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HR과 전략 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로스웰앤드어소시에이츠(Rothwell & Associates)의 파트너로도 일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 개발이다.
    jonggyu.park@csi.cuny.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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