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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라스무스 후가드 포텐셜프로젝트 CEO

“그 문제 내가 풀어줄게” 나서기보다
느긋하게 들어주는 지혜가 진짜 공감

강지남 | 340호 (2022년 0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공감의 리더십(Compassionate Leadership)이란 어려운 일을 인간적인 방식으로 해내는 능력이다. 조직 구성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면서 냉정한 피드백과 해고 등 여전히 리더십에 요구되는 어려운 일을 해내는 능력이다. 공감에서 우러나는 솔직함과 경청, 상대에 대한 이해, 진정으로 도우려는 의지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공감의 리더십을 제대로 실천하려면 감정이입(empathy)을 경계해야 한다. 문제 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하고자 노력하며 때로는 직접 솔루션을 제시하려는 유혹을 견뎌내야 한다. 또한 규칙적인 마음 챙김을 실천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먼저 리더 자신을 잘 돌봐야 한다. 자신에게 공감할 수 있어야 타인에게도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바꿔 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일터의 속사정도 바꿔 놓았다. 전염병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잃고, 건강과 안전에 위협을 느끼고, 경제적 위기를 겪은 사람들은 코로나19 사태 전과는 다른 심리 상태와 마음가짐을 가지고 각자의 직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전례 없는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걱정과 불안, 소외감, 피로가 조직 곳곳에 둥지를 틀었다. 미국에선 근로자들이 ‘일의 의미’를 되물으며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대퇴사(The Great Resignation)의 조류가 2022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더는 어떤 태도와 행동을 취해야 할까. 글로벌 리더십, 조직 개발 및 연구 기업 포텐셜프로젝트(Potential Project)의 설립자이자 CEO인 라스무스 후가드(Rasmus Hougaard)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지금, 리더는 어느 때보다도 공감(compassion)이란 자질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액센츄어, 시스코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에 리더십 솔루션을 제공하는 포텐셜프로젝트는 최근 수년간 이들 기업과 함께 공감의 리더십(Compassionate Leadership)을 연구하고 관련 교육을 진행해왔다. DBR는 후가드 CEO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공감의 리더십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지 들었다.1

어려운 일을 인간적 방식으로 해내는 능력

공감이란 무엇인가.

공감은 긍정적 의도를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진정한 관심을 보이는 자질이다. 여기서 한 가지, 공감을 동정(pity)이나 동조(sympathy), 감정이입(empathy)과 구별해야 한다. (그림 1) 이 단어들은 종종 같은 의미로 사용되지만 정확히 같은 경험을 나타내진 않는다.

동정은 타인의 경험에 대해 유감을 느끼는 정도에 그친다. 동조는 동정에서 좀 더 나아가 타인의 경험을 이해하거나 도우려는 의지가 다소 높아진 상태다. 그리고 감정이입에 이르면 우리는 타인의 경험을 깊게 이해하고 그의 감정을 받아들여 마치 자신의 것처럼 느낀다. 이는 매우 고귀한 감정이지만 타인에게 꼭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마지막으로 공감은 타인이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를 위해 행동하려는 의지가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공감은 당사자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자문할 때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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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입과 공감은 비슷한 감정 아닌가.

사람들은 종종 감정이입을 공감으로 착각한다. 감정이입은 종종 우리의 판단을 흐리고, 편견을 조장하며,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방해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하면서 그 외 사람들을 위협적으로 여기곤 한다. 또 상대의 고통을 내가 겪는 고통처럼 느끼는 데 그칠 뿐 실제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우리는 감정이입에서 한 발 떨어져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까’ 하고 되물어야 한다. 이 상태로 나아간 것이 바로 공감이다.

감정이입의 덫에 걸리는 것에 주의하라는 뜻인가.

리더들도 종종 감정이입과 공감을 구별하지 못한다. 직원의 처지에 감정이입해 그의 어려움을 자신이 떠안는 실책을 범한다. 리더라면 응당 감정이입의 짐을 지는 대신 공감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리더가 조직과 어떠한 관계를 맺느냐에 대한 엄청난 변화다. 이 변화는 감정이입과 공감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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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결부한 리더십은 어떤 모습인가.

공감의 리더십은 간단히 말하자면 어려운 일을 ‘인간적인 방식’으로 해내는 능력이다. 조직 구성원들에게 진정한 관심을 기울이지만 여전히 리더십에 요구되는 어려운 일을 해내는 리더십이다. 리더는 안건을 밀어붙이고, 냉정하게 피드백하고, 사람들이 실망할 수 있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다. 때로는 직원을 해고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을 어떻게 인간적인 방식으로 할 수 있느냐며 많은 이가 양자택일할 사안이라 말하지만 인간적인 것과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것은 상호배타적이지 않다.

브라이언 체스키가 보여준 ‘지혜로운 공감력’

공감의 리더십에 대해 오래 연구해왔다.
주요 연구 결과를 소개해달라.

포텐셜프로젝트는 HBR와 함께 수년간 1만5000여 명의 리더십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들은 100개 가까운 국가의 5000여 개 기업에 소속돼 있다. 이 연구를 통해 우리는 공감과 지혜를 겸비한 리더가 조직에 최고의 성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확인했다. 공감이란 앞서 말했듯 타인에 대해 진정한 관심을 갖고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지혜란 어렵더라도 해야 할 일을 하는 용기를 말한다.

우리 연구에서 조직이 공감의 리더십을 발휘할 때 직원의 직무 만족도가 86% 증가하고 업무 성과가 20% 개선된다는 것이 확인됐다. 번아웃은 64% 개선됐다. 또한 지혜로운 공감 능력이 리더의 승진과도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지혜로운 공감을 더 잘 발휘하는 리더일수록 더 빨리,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타인에게 선한 행동을 실천하는 것이 나 자신에게도 좋다는 분명한 증거다.

왜 공감의 리더십이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는가.

사람들이 직장에서 소속감과 유대감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감의 리더십은 사람들 사이에 더 강한 결속력을 가져다준다. 리더와 직원들이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관점을 공유할 때 전반적으로 더 강력한 수준의 헌신과 업무 성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또 사람들은 공감 능력이 있는 리더가 더 유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연구에서 리더가 자신이 공감의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생각하고 직원들도 이에 동의할 때, 조직의 번아웃은 11% 감소했다. 직무 만족도는 11%, 조직 헌신도는 10%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엄청난 규모의 불확실성을 가져왔다. 사람들은 번아웃을 경험하거나 소외감을 느끼며 사무실로 복귀하고 있다. 조직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소외됐다고 느낀다.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경험하며 정신건강상의 문제가 증가했다. 공감의 리더십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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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450만 명의 미국인이 직장을 그만두며 월별 퇴사 인구 통계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자발적 퇴사자가 전체 근로자의 3%에 달한다고도 한다. 대퇴사의 시대에 공감의 리더십이 더욱 긴요하다고 보는가.

수백만 명이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고용주의 무관심과 지원 부족이다. ‘사람은 회사를 떠나는 게 아니라 상사를 떠난다(People don’t leave companies, they leave managers)’는 말도 있다. 일의 비인간화(dehumanization of work)가 불행하고 몰입하지 않는 직원을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하지만 공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효과적 리더십을 위해 공감은 지혜와 동반돼야 한다. 또 무엇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지, 합의된 우선순위를 수행하도록 직원들을 어떻게 인솔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깊은 이해 또한 필요하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결정을 내리려면 리더는 인간적인 면을 포기해야 하지 않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을 결합할 때 리더가 직원의 삶의 질과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진다.

어려운 일을 인간적인 방식으로 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참고가 될 만한 사례가 있나.

에어비앤비가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봄에 한 일을 살펴보자. 이 회사의 브라이언 체스키 CEO는 1900명의 직원을 해고하기로 결정하면서 임직원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 편지에서 그는 대규모 해고를 하기로 한 의사결정 과정을 설명하고, 해고된 직원들에게 공감을 표현하며 상처 준 것에 대해 사과했다. 또한 넉넉한 퇴직금에 더해 새로운 직장을 찾는 것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솔직함(candor)은 공감을 실천하는 것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에어비앤비의 사례는 좋은 리더란 어려운 대화에 적극 응하고, 해고된 직원 개개인이 앞으로 겪을 일을 인정하고, 그들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조치를 취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직원들에게 솔직함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진정한 관심을 나타낼 때, 그들은 리더가 진짜로 자신을 도와주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공감 훈련의 핵심은 ‘매일 실천하기’

사람마다 리더십 스타일이 다르다. 공감 능력이 있는 리더는 얼마나 되나.

우리의 최근 연구에서 46%의 리더가 자신의 공감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스트레스 수준이 공감 능력이 적은 리더보다 66%나 낮다는 점이었다. 또 이들은 일을 그만두고자 하는 생각이 200% 낮고 효율성은 14%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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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과 지혜를 두 축으로 삼아 리더십 유형을 △따뜻한 회피 △비효과적 무관심 △무정한 실행 △지혜로운 공감 등 4가지로 나눠 제시했다. (그림 2) 그렇다면 지혜로운 공감을 할 줄 모르는 리더는 어떤 위험에 노출되는가.

이제는 많은 사람이 직장에 매달릴 필요가 없으며 항상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다시피 많은 이가 자발적으로 일터를 완전히 떠나는 선택을 했다. 업무의 비인간화는 불행한 구성원, 몰입도가 떨어지는 구성원을 양산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이제는 변화해야 할 때다.

우리는 ‘공감의 리더십 평가지’를 개발했다.2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이끌어가기 전에 밟아야 할 중요한 단계다. 자신의 공감과 지혜 수준을 파악해 리더십 스타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혜로운 공감’의 리더십 유형에 속하지 않는
리더는 어쩌나.

공감은 연습해서 기를 수 있는 기술이다. 사람은 정신적 영역을 더 강력하고 탁월하게 개발할 수 있다. 우리의 연구 결과 규칙적인 마음챙김(mindfulness) 실천이 지혜로운 공감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음챙김은 자신을 보다 잘 이해하고, 타인의 행동과 감정을 더욱 자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첫 번째 단계는 매일 마음챙김을 실천하는 것이다. 하루에 5분만 하든, 그 이상을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강도(intensivity)보다는 지속성(consistenc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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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로서 감정이입에 그치지 않고 공감 능력으로
발전시키려면 어떤 점들을 유의해야 할까.

감정이입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필요하다. 우리는 감정이입이라는 불꽃을 공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그러기 위해 5가지 핵심 전략을 명심해야 한다. (그림 3) 첫째, 정신적, 감정적으로 한 걸음 물러나 있어야 한다. 상황과 사람에 대한 보다 분명한 관점을 가지려면 감정적 공간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둘째,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보라. “무엇이 필요한가요”라는 간단한 질문으로 상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할 기회를 줌으로써 문제해결의 과정을 시작할 수 있다. 셋째, ‘행동하지 않음(non-action)’의 힘을 기억하자. 때로는 그저 들어주는 것이 가장 강력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넷째,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도와줘라. 리더십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생에서 매우 가치 있는 기회를 빼앗지 말고, 대신 코칭과 멘토링을 제공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다. 다섯째, 자기 관리를 실천하라. 흔히 감정 노동(emotional labor)이라고 하듯 타인의 감정을 흡수하고, 반추하고, 소화하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 때문에 리더는 휴식을 취하고, 잘 자고, 잘 먹는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첫 번째 핵심 전략, ‘한 걸음 물러나기’는 자칫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오해를 불러오진 않을까.

사람한테서 한 걸음 멀어지라는 게 아니다. 문제로부터 한 걸음 멀어지라는 뜻이다. 문제와 거리를 둬야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감정의 산만함이 없어야 상황을 명확하게 볼 수 있고, ‘당신에게 무엇이 필요한가요’ 하고 물을 수 있다.

‘행동하지 말라’는 조언이 인상적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리더가 행동하지 않는 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을 때 우리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그 문제에 뛰어들어 해결해주려고 하는 것이다. 이게 때론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당신의 솔루션이 항상 필요한 건 아니라는 걸 유의해야 한다. 리더가 자신의 귀를 내어주는 것만으로도 구성원들은 경청과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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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자신부터 돌봐야 직원을 돌볼 수 있어

일부 조직에서는 구성원이 불이익을 당할까 봐 정신건강상의 문제 같은 자신의 취약함을 리더에게 내보이기 꺼릴 수 있다.

우선 리더가 인간성(humanity)을 겸비한 방식으로 구성원들과의 대화에 참여함으로써 공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먼저 리더가 한 명의 ‘동료’로서 개인적인 어려움과 감정을 털어놓고, 그다음 ‘보스’로서의 생각을 말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이렇게 함으로써 업무에서 개인적 삶을 구분시켜버리는 직장이 아닌 구성원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일터를 만들 수 있다.

팬데믹 시대에 리더도 불안과 슬픔 등 정신건강상의 문제를 겪을 수 있다.

‘먼저 자신부터 산소마스크를 쓰라’고 말해주고 싶다. 리더가 우선 자기 자신을 돌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을 돌볼 수 있다. 타인에 대한 진정한 공감은 자신에 대한 공감에서 시작된다. 균형추 역할을 해주는 강력한 사회적 결속을 가지고 있는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진정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 리더 스스로 자신의 주변을 점검해야 한다.

원격 근무가 확산되고 있다. 대면 없는 공감의 리더십은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

리더는 팀의 이런저런 상황을 확인하고 점검하는 데 시간을 써야 한다. 원격 근무 환경에서 사람들은 자주 서로가 연결돼 있지 않다고 느낀다. 전체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고, 무엇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복도에서 마주친 동료에게 듣거나 보스에게 캐주얼하게 물어보는 게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무엇이 우선이고, 무엇은 우선이 아닌지 리더가 분명하게 말해주는 것은 구성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즉, 리더는 직원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주는 데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뉴욕=강지남 객원기자 jeenam.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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